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성공 리더십 "당연한 것을 멈추지 않고 제대로 한다

조회수 2018. 12. 13. 16:5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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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나려고 도쿄 시오도메로 향했다. 로비에서 만난 소프트뱅크 직원에게 물었더니 “소프트뱅크는 자체 사옥을 짓지 않고, 계속해서 건물을 임대해 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예전에 한 인터뷰에서 “돈도 많이 버는데 왜 사옥을 사지 않느냐”라고 묻자 손 회장은 “빌딩 살 돈 있으면 한 푼이라도 본업에 더 투자하고 싶다”라고 답했었다.


빌딩 사느니 투자하겠다는 약속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는 셈이다. 다만 전과 크게 변한 게 있었다. 그가 한 푼이라도 더 투자하겠다던 ‘본업’의 성격이다. 예전에는 PC인터넷에서 모바일인터넷으로 업태를 급격히 전환하던 시기에 모바일회사를 인수해 기회를 봤다면, 지금 소프트뱅크의 본업은 IoT 쪽으로 급격히 쏠리고 있다.

이것은 손 회장이 “패러다임 전환에 맞춰 사업 영역을 바꿔 성장해 왔다”라고 말한 것과 정확히 일치하는 행보다.


소프트뱅크는 30여 년 전 PC 태동기에 소프트웨어 유통으로 시작해 PC인터넷 시대엔 일본 1위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야후 재팬에 주력했다. 모바일인터넷 시대가 올 조짐을 보이자 모바일통신 사업을 인수해 현재의 모습으로 키워냈다. 손 회장이 자신의 꿈이라고 말하는 ‘정보혁명’의 길목을 선점해 사업을 확장하고, 될성부른 투자처에 미리 투자해 훗날 거액을 거둬들이는 일이 지난 30여 년간의 사업 방식이었다. 2000년 중국 알리바바에 200억 원을 출자해 이후 500배의 지분평가이익을 얻은 것은 유명하다. 이 외에도 미국・중국・인도 등의 유망한 스타트업에 대거 투자해왔으며, 2015년에는 한국 전자상거래 업체 쿠팡에도 1조 원을 투자했다. 소프트뱅크의 다음 30년에 대한 손 회장의 비전은 IoT다. 인터넷이 모바일만이 아니라 모든 사물과 연결되는 시대에 맞춰 사업을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손 회장은 IoT 시대 핵심 반도체 기업인 영국 ARM을 3조 3000억 엔을 주고 사들였다. 최근에는 IoT・AI 등에 투자하는 100조 원짜리 비전펀드를 공격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늘 그래왔듯이 정보화 시대의 패러다임이 바뀌리라는 사실을 미리 파악해 길목(ARM)을 선점한 뒤 거기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정확한 투자(비전펀드)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IoT 쪽으로 적극 뛰어드는 것에 대해 묻자, 그는 “그동안 소프트뱅크의 기업 형태는 상황에 따라 달랐지만, 일관되게 정보혁명을 일직선으로 추구해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싱귤래리티’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예전엔 그가 정보혁명이라는 말을 자주 꺼냈다면 최근에는 이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그가 꾸는 꿈의 최종 지향점인 셈이다.


그는 “싱귤래리티란 컴퓨터가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것, 즉 컴퓨터에 의한 초지성의 탄생을 의미한다”라면서 “30년 후면 그 시대가 올 것으로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인터넷과 모바일 시대를 선점해 지금의 소프트뱅크를 일궜듯) 싱귤래리티의 도래에 앞서 IoT 시대를 선도하고 인류를 더 행복하게 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라고 했다. 그의 관심은 온통 앞을 바라보는 데에 있는 것 같았다.

일본도 한국도 고령화・저성장 사회로 바뀌면서, 삶의 가치관이 점차 달라지고 있다. 변화가 적다는 일본만 해도 30년 전 시가총액 30위 기업 중 현재도 그 지위를 유지하는 곳은 20% 정도에 불과하다. 구글・아마존 등 30년 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기업들이 세상을 이끌고 있다. 명문대 나와서 대기업이나 관청에 들어가 출세하는 교육 방식도 앞으로는 작동하기 어렵다. AI의 진화에 따라 사회에서 요구하는 능력이 크게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가 성장동력을 잃고 있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의 기업가 정신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못할 뿐이다. 그 이유는 과거에 한국 사회를 성장으로 이끌었던 많은 요소가 이제는 오히려 혁신을 저해하는 걸림돌이 됐기 때문이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도 한국에 안팎으로 많은 도전과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하면 한국이, 그리고 한국에 혁신을 일으켜줄 젊은 기업가들이 위기를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어떻게 미래를 열어야 할까. 손 회장에게서 방향을 찾아봤다. 딱 세 가지다.


그에게 지난 세월의 숱한 성공 신화에 대한 비결을 물었더니 “부끄럽다”라고 했다. ‘세상에 의미 있는 일을 아직 충분히 못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일본 최고 부자이고, 스마트폰 두뇌인 APApplication Processor 원천 설계의 95%를 점유하고 있는 4차 산업 핵심 기업 ARM을 35조 원이나 주고 사버리고, 1000억 달러짜리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를 만들어 사물인터넷IoT 분야의 미래를 빨아들이려 하는 사람의 첫마디가 “부끄럽다”라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이 전설의 경영자는 과거 무용담을 늘어놓는 데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로지 지금부터 30년 뒤의 싱귤래리티에 대비해 기업을 어떻게 바꾸고 미래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에 골몰해 있다는 것에 큰 감명을 받았다. 이 점이 정말 중요하다. 지금까지 이뤄놓은 것을 자랑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만 총력을 기울인다는 것. 지난 30년의 성취에 빠지지 말고, 앞으로 30년을 준비해야 한다.


일본 내에서 그를 비판적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지만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그를 최고의 경영자로 꼽고, 아베 같은 우파 정치인들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것은 미래를 그리는 그의 능력이 워낙에 탁월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전 세계 모든 정치인이 혁신을 통해 고용을 창출하는 것에 목말라 있다. 그런 점에서 손정의 회장은 혁신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데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인물 중 한 사람이다. 비전만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혁신에 가장 큰 돈줄(비전펀드) 역할을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현재 얼마나 절실하게 앞을 보고 있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어떤 대기업은 어느 시점부터인가 앞을 내다보는 것보다 자신들이 얼마나 대단한 일을 성취했는지를 생각하며 과거의 성공에 도취하기 시작했다. 어느 때부터인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지를 자랑하는 보도자료를 계속 내보내기 시작했다. 기업이든 사람이든 앞으로 무엇을 더 해야 할지에 집중하지 않고 과거의 성공담에 빠지기 시작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실제 그 기업은 현재 안팎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있다.

손 회장은 “싱귤래리티가 반드시 온다고 확신했고, 이에 대해 준비를 해야 하며, 사회의 모든 것이 재정의될 것”이라고 했다. “지금 세상은 인간이 지구상의 어떤 존재보다 똑똑하다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져 있지만 앞으로 이 기본 전제가 무너졌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라고도 했다.


그런데 이런 생각 자체는 손 회장이 처음 한 것도 아니다. 전문가들, 미래학자들 가운데 더 깊은 성찰을 한 이들도 많을 것이다. 손 회장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이런 고민을 실제 사업으로 옮긴다는 것이다. 미래를 고민한다는 것과 실제 매출 1조 4000억 원의 ARM 같은 회사를 35조 원이나 주고 단숨에 사들인다든가, 1000억 달러짜리 비전펀드를 조성한다든가, 소프트뱅크를 모바일인터넷회사에서 IoT회사로 업태를 송두리째 바꾼다든가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얘기다. 손 회장은 이런 근본적인 변화를 불과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일으켰다. 결국 얼마나 용감한가, 결단하고 실행할 수 있는가의 문제인 것이다.

손 회장의 모든 관심은 스마트폰 이후의 시대로 향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마트폰 시대에 당장의 사업 기회를 찾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 다음의 시대에 어떻게 사업을 선점하고 키워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인 것이다.


꿈을 현실로, 돈으로 만드는 사람들 그리고 세상을 바꾸려 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이끌어나간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그러한 인물이다.


이런 사람들의 본질 역시 ‘당연한 것을 멈추지 않고 제대로 하는 것’에 있을지 모른다. 손 회장이 30년 전부터 주장해온 정보혁명, 또 현재 주장하고 있는 싱귤래리티 세상은 손 회장만 아는 사실이 전혀 아니다. 그런데 왜 손 회장이 그 흐름을 이끌어나가는 것처럼 보일까. 그것은 바로, 세상의 누구도 손 회장만큼 당연해 보이지만 그 당연한 것을 실제로 실행하고 극한까지 밀어붙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의 많은 기업이 뛰어난 인재들을 데려다 놓고 그들의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만나면 정말 총명하고 문제의식도 있고 의지도 있는 젊은 친구들이 조직 내에서는 마치 로봇처럼 행동하는 모습을 많이 본다. 왜 이런 사람들의 능력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걸까? 왜 이들의 에너지를 쓸데없는 데 쓰도록 만드는 걸까? 당장 돈을 벌어오라고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직원들에게 더 크고 바른 꿈을 갖게해서 결국 돈도 벌게 하는 것은 불가능한 걸까?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카리스마형 리더가 명령을 하달해 큰일을 일사불란하게 이루는 것은 이제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다. 손 회장을 가까이에서 보니, 카리스마형 리더나 강압적으로 어떤 지시를 내리는 스타일의 리더가 아니었다.


카리스마형 리더라기보다는 강력한 실행력을 겸비한 ‘드리머’에 더 가까운 듯했다. 그리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당연해 보이는 일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무서운 일관성과 집념을 가진 인물이라고 생각됐다. 리더는 그런 큰 꿈을 보여주고, 그 꿈을 통해 사회를 바꾸고 공헌한다는 목표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함으로써 직원들이 목표에 공감하고 움직이도록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4년간 일본을 포함해 세계의 많은 성공 기업을 취재하며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바로 '어떤 한 회사에만 적용되는 마법과 같은 성공 비법은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일본 초격차 기업의 3가지 원칙>에는 특정 기업의 성공 방식을 말하는 원포인트 레슨은 없지만, 손정의 회장(소프트 뱅크), 야나이 다다시 회장(유니클로)의 심층 인터뷰와 함께 경쟁자가 넘볼 수 없는 수준에 이른 초격차 기업의 13곳을 전격 분석합니다. 

산업 구조적 한계를 뚫고 끝까지 살아남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초격차 기업들은 무엇이 다를까요? 이 책에서 그 힌트를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 저자 최원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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