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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고 고된 일을 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지만... | 우리는 중국이 아닙니다

조회수 2018. 11. 20. 17: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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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퍼(리옌)Lucifer

가수, 세계적인 슈퍼스타를 꿈꾸고 있음.

1989년 허베이성에서 태어남.


2014년 봄, 루시퍼는 핫캣 클럽Hot Cat Club에서 공연 일정을 관리하는 일을 하게 됐다.

클럽은 지역 주민과 외부인 등 다양한 이들이 찾는 피아노 바였다. 매주 수요일 밤에는 스탠드업 코미디 쇼가 열렸다. 

중국어로는 이 쇼를 ‘토크시우脱口秀’라고 하는데 코미디 주제는 결혼 압박, 성차별, 한 자녀 정책 등 다양했다. 주말마다 라이브 공연이 열렸고 이따금 독일 카바레 공연인 ‘요부와 여우 그리고 바이마르Vamps, Vixens and Weimar’나 1930년대 상하이를 노래한 ‘사이렌과 유혹하는 여자’ 같은 음악극이 열리기도 했다.


루시퍼는 그곳에서 일정을 관리하고 초등학생들에게 기타도 가르치고, 자신의 앨범 곡을 연주하는 대가로 한 달에 4,500위안을 받았다.


루시퍼는 다싱에서 이사를 나와 핫캣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미로처럼 복잡한 후통 뒷골목에 아파트를 세 얻었다. 가로와 세로가 각각 3미터와 4미터인 닭장처럼 좁은 아파트였다. 가장 먼저 싱글 침대를 더블 침대로 바꿨다. 누가 와서 자고 갈지 모를 일이었기 때문이다. 돈이 떨어지면 볶음밥으로 끼니를 때웠다.

부모님이 다싱의 아파트 관리비로 보내준 1만 5,000위안은 업라이트 피아노를 사는 데 써버렸다. 루시퍼는 매일 블루스와 부기우기를 연습했다. 이제 블루스 음악가로 다시 태어나고 싶었다. 톰 웨이츠, 레너드 코헨, 팻츠 도미노 등과 같은 가수들 자서전도 읽었다. 중국어 번역본이었는데 루시퍼는 마치 공식을 만들듯 그들의 성공 비결을 분석했다. 일단 동네 헬스장에 다니기 시작했고, 살을 빼기 위해 저녁도 걸렀다.


루시퍼의 삶에서 세계적인 명성 말고도 빠진 것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여자친구였다. 아무리 여자 뒤꽁무니를 졸졸 쫓아다니는 루시퍼라도 하룻밤에 끝나는 만남은 원치 않았다. 5월에는 술집에서 만난 여자와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상대 여성이 원하는 것이 오직 공짜 숙소뿐이라는 의심이 들었다. 6월에는 BMW를 몰고 다니는 부잣집 딸과 만나 시시덕거렸다. 그 여자는 루시퍼를 밖에서 사 먹는 음식처럼 취급했다. 하지만 루시퍼는 외로웠다. 이성과 안정적인 관계를 맺고 싶었다. 루시퍼는 위챗에 이렇게 올렸다.

‘신이시여, 제게 여자친구를 주소서!’

스물다섯 번째 생일이 지나고 얼마 되지 않아 루시퍼는 이른바 연애 박사를 만나 상담을 받았다. 순전히 장난삼아 받아본 것이다. 21세기 들어 보수적인 연애 방식은 거의 사라지고 있으며 베이징을 비롯한 대도시에서는 ‘여자 쫓아다니기 스터디’ 모임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들 스터디 모임에서는 모두 《더 게임The Game》이라는 책을 읽었다. 책의 부제는 ‘집에만 처박혀 있던 루저에서 세련된 남자가 되기까지’였다. 하지만 책에서 소개하는 기술들은 중국에서나 통할 법한 방법들이 대부분이었다. 비결이라고 해봤자 실제보다 더 부자인 척하라는 식의 지극히 단순한 내용이었다. 한 예로 클럽에서 전용 술을 보관해두는 곳에 값비싼 샴페인을 진열해두라는 충고도 있었다. 샴페인을 빌려서 보관해두고 개봉만 하지 않으면 된다는 것이다.


연애의 기술을 공부하는 목적도 서로 달랐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조건을 지닌 남자들은 주로 여자와 잠자리를 갖고 싶어했고, 그 밖의 대부분 남자는 요령을 터득해 결혼할 여자를 유혹하고 싶어 했다. 루시퍼가 상담을 받는 PUA그룹의 웹사이트에서는 통계자료를 이용해 마케팅을 하고 있었다. 가령 ‘(2011년) 국가 인구조사에 따르면 남성 인구는 686,852,572명으로 전체 인구의 51.27퍼센트인 데 비해 여성 인구는 652,872,280명으로 48.73퍼센트다’ 등과 같은 통계자료를 제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남성 105명당 여성 100명의 비율이다. 웹사이트에서는 붉은 글씨로 2,315만 명의 남성이 결혼을 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 문구가 함축하는 메시지는 이렇다. 

‘이렇게 첨예한 경쟁에서 이기려면 당신이 더 나은 게임을 해야 한다.’

첸광晨光, 천사 같은 외모의 스물두 살 난 이 사람은 예술 작품 수준으로 머리에 왁스 칠을 하고 조끼를 즐겨 입는 사람이다. 루시퍼는 만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만 카페는 애그 스크램블과 해시 브라운 등 브런치 메뉴를 파는 카페로 지점만 1,000여 곳에 달할 정도로 엄청난 규모의 체인 브랜드다. 첸광이라는 이름의 한자 뜻은 ‘동틀 무렵의 햇빛’이다. 그의 미소를 닮은 이름이었다.


그는 PUA를 통해 남자들이 길러야 할 세 가지 자산에 대해 설명했다.

깔끔한 외모, 말하는 기술과 감성적 기술, 그리고 완곡하게 표현하자면 ‘보이는 가치’가 그 세 가지였다. 또한 첸광은 여자가 좋아하는 다섯 가지 유형의 남자에 대해서도 설명해줬다. 우두머리 스타일, 디바 스타일, 신비한 스타일, 반짝반짝 빛나는 미소년 스타일, 현실에서 멀리 동떨어진 시인 스타일. 루시퍼는 시인 스타일이었다. 그는 루시퍼에게 4,800위안만 내면 3일 코스에 참가할 수 있다고 했다. 코스 이름은 ‘신적인 존재감의 남자가 되는 계획 수립’으로, 이 코스는 루시퍼를 완전히 변신시켜줄 것이며 노동자 경기장 근처에 있는 클럽들에서 함께 있으며 조언을 해줄 참모들을 제공할 거라고 했다. 루시퍼는 거절했다.

그해 여름 루시퍼는 3주 동안 정식으로 여자친구를 사귀었다 .

귀여운 대학교 졸업생으로 로커를 아주 좋아하는 여성이었다. 그들은 커플 반바지를 입고, 보니와 클라이드처럼 모자도 같이 썼다. 루시퍼는 위챗과 웨이보에 커플로 찍은 사진도 올렸다. 하지만 그 여성은 섹스와 약물, 로큰롤에 푹 빠져 있었다. 반면 루시퍼는 피아노 연습을 하고, 헬스장에 다니고, 자기계발서를 읽고 있었다. 그녀가 떠나자 루시퍼는 레이디 가가의 자서전에 나온 문구가 떠올랐다.

 ‘애인은 아침이면 떠나고 없을 테지만 경력은 영원히 남을 것이다.'

루시퍼는 화려했던 러스틱 시절이 그리웠다.

리키 식스는 길에서 우연히 마주치면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외모가 바뀌어 있었다. 메탈 음악가 분위기를 물씬 풍기던 긴 머리도 자르고 가죽 바지 대신 빛바랜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리키 식스는 부동산업체에서 일하고 있었다. 세입자들을 스쿠터에 태우고 베이징 근처 아파트를 보여주는 일이었다. 그러다가 부동산 생활이 지겨워진 리키는 리팬과 함께 밴드 베드 스타스Bed Stars를 만들었다. 그리고 드럼타워 이스트로드에 작은 기타 가게도 열었다.

가게 이름은 폭시 기타Foxy Guitars였다. 가게는 무척 좁아서 깁슨스 기타와 팬더스 기타가 진열된 사이로 두 사람이 들어가면 딱 맞는 크기였다. 가게 바닥에는 전선들이 어지러이 엉켜 있었고 빈 담뱃갑이 나뒹굴었다. 벽에는 해체된 러스틱 밴드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두 사람은 러스틱 밴드 재결성에 대해 이따금 이야기하곤 했지만 사이는 여전히 냉랭했다. 그럼에도 밴드 재결성에 대한 생각은 그들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1년 전 컴백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한 번의 공연만 하고는 끝나고 말았다. 이제 때가 됐다. 

리키도 루시퍼도 ‘지루하고 고된 일을 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지만, 자신들은 도무지 그런 삶에 맞지 않았다.

 7년 동안 자유롭게 살다가 9시에 출근해 5시에 퇴근하는 직장생활을 하려니 패배자가 된 기분이었다. 영원히 도망쳐서 살지는 못할 것이다. 언젠가는 현실이 다시 발목을 잡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루시퍼는 여전히 젊었으며 록도 계속할 수 있었다.


“내부의 모순에 의해 급변하고 있는 중국 사회의 도발적인 초상화. 우리가 너무 쉽게 단일민족이라고만 생각했던, 그러나 그 속에 다양성이 꿈틀대는 중국이라는 나라, 그 안의 생생한 개인들을 들여다볼 수 있는 최고의 책이다. 멋진 유머감각과 유려한 문장으로 쓰인 이 책은 중국인의 삶에 대한 세밀한 관찰이라는 가치와 함께 많은 생각과 토론 거리를 제공하는 훌륭한 책이다!”  

- 조너선 펜비, <파이낸셜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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