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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 꼭 가고 싶었던 라오스 여행기

<여행이 좋아서 청춘이 빛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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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용 작가의 여행기는 

삶의 여러 ‘시간’들이

다큐멘터리와같은 

풍경 속에 녹아 있다.


낯설지만 또 어딘지 모르게 

편안한 풍경 속에서

그가 마주했던 많은 시간들이 

사람들의 이야기와 얽혀 나온다.


선택하려고 고민하는 시간, 

뭐가 있을지 몰라서 불안한 시간,

생각해야 하는 시간, 기다려야 하는 시간. 

우리는 청춘이 되어서

이 인생이 가진 시간의 의미들을 

진지하게 마주하게 된다.


자신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아니 그래야만 하는 시간이 

눈앞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작가소개

오상용
(Krsangyong@gmail.com)


군대에서 읽은 책 200권이 계기가 되어 전역 후 지금까지 이야기를 찾아 세상을 누비는 배낭 여행가. '배낭돌이'라는 닉네임으로 여러 매체를 통해 여행 중 만난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지금은 NGO 활동가이자 사회적 기업 대표로 활동 중이다.



죽기 전 꼭 가고 싶은 여행지


라오스에는 형언할 수 없는 편안함이 있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이 세상과는 단절된 듯 라오스의 시계는 매우 느리게 흘러간다.

20세가 되던 해 한 잡지에서 재미있는 기사를 발견했다. 유럽에 살지만 매년 한 달 이상 라오스에서 생활하는 일본인 부부의 인터뷰였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인터뷰와 함께 실린 사진이었는데, 강가 바로 옆 방갈로 발코니에 해먹을 걸고 누워서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었다. 


사진 속 그 모습이 얼마나 평온한지 보고만 있어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꼭 라오스에 가서 편안한 여유를 만끽해 보리라 다짐했다. 그렇게 나의 버킷리스트 속 여행지 하나가 추가되었다.



그 래 , 라오스로 떠나야겠다!

꼭 한 번은 가겠다고 다짐했건만 실행은 쉽지 않았다. 20대 초반엔 학업에 아르바이트, 친구들과 어울리며 노느라 여유가 없었고 이후엔 군대 입대로 2년 2개월을 보내야 했다. 전역 후 떠난 장기 여행에서는 금전적 문제로 라오스를 포기해야 했었기에 여전히 꿈의 여행지로만 간직될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채널을 돌리다 익숙한 음악에 귀가 번쩍 뜨였다. 여행을 좋아하거나 여행에 대한 로망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NO.1으로 손꼽히는 여행 프로그램 재방송이 시작되려는 참이었다. 


오늘 소개되는 지역은 라오스.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였기에 무척이나 반가웠다. 1시간 남짓한 방송을 보며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내가 그토록 바라고 꿈꿔왔던 여행지 라오스로 오라는 계시 같았다. ‘그래, 라오스다. 라오스로 가야겠다!’


일본인 부부의 인터뷰 내용을 떠올리며 인터넷을 뒤져 사진 속 장소를 찾아냈다. 그곳은 바로 돈 뎃Don Det. 라오스는 캄보디아와의 경계인 남부 지방에 약 4,000개의 섬이 모여 있는데, 그 중 자연환경이 가장 좋은 돈 뎃은 감성 넘치는 여행자들이 늘 손꼽는 동남아 인기 여행지였다.


목적지도 결정했으니 다음은 돈 뎃까지 가는 교통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인천국제공항에서는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까지 항공편이 운행하고 있으며, 더 저렴하게 가고 싶다면 경유 항공을 이용하거나 육로(국제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몇 날 며칠을 항공사 사이트를 뒤지고 검색해 가장 저렴한 루트를 찾았다.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캄보디아 프놈펜을 거쳐 국제 버스를 타고 라오스 남부로 이동하는 육로 이동을 계획했다.



평화롭고 조금은 촌스러운, 여기 정말로 국경 맞아요?


“우엑!!!”

두통을 동반한 멀미로 초주검 상태다. 비용을 조금이라도 절약하려 선택한 육로였는데 결과적으론 최악의 선택이었다.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돈 뎃 근처 마을까지 거리는 약 600km. 도로가 잘 정비된 우리나라라면 5~6시간이면 충분한 거리지만 도로 상황이 좋지 않은 동남아에서는 10시간 이상이 걸린다. 거기다가 도로 공사는 어찌나 많은지. 잠이 들 만하면 공사 구간이 나타나 덜컹거리는 통에 뇌가 튕겨 나가는 줄 알았다.


우여곡절 끝에 국경에 도착했다. 국제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을 때는 각 나라의 출입국 관리소에 도착할 때마다 버스에서 내려 입출국 신고를 하고 다시 버스를 타야 한다. 


북한을 제외하면 육로 국경이 없는 우리에게는 낯설고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육로 국경 출입국이 공항 출입국보다 빠르고 단순하다. 먼저 들른 캄보디아 국경은 캄보디아 전통 양식 건물에 대기자를 위한 휴식 공간까지 제법 시설을 잘 갖추고 있다.


여권을 주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통과. 다음에 또 놀러 오라며 인사까지 건넨다. 그리고 약 1~2분을 달려 라오스 국경에 도착했다. 도착 비자 발급과 입국 신고를 하려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너무 당황스러웠다.


“여기 진짜 라오스 국경 맞아?”
“응 맞아. 저기 가서 여권 보여주고, 거기 가서 입국 도장 받아.”

보이는 거라곤 차량 통행을 막기 위해 걸어 놓은 막대기와 작은 나무 구조물 두 채뿐. 심지어 라오스 쪽에서 오는 오토바이를 탄 아저씨는 빈약한 장애물을 피해 캄보디아로 질주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국경의 긴장감이라곤 1%도 찾아볼 수 없는 평화로운(?) 이곳이 정말 국경이 맞나 의심이 갈 정도였다. 하지만 그곳은 진짜 라오스의 국경이었고, 나무 구조물에서 여권과 비자 요금을 내고 입국 도장을 발급받아 라오스 여행을 시작했다. 시작부터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



본능에 충실한 돈 뎃에서의 행복


여행지에서의 첫날이 밝았다. 꿈에 그리던 곳에 왔기에 무진장 행복한 아침이 될 거라 기대했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새벽녘부터 울어대는 라오스 시골 토종닭의 우렁찬 알람에 잠을 깨버려 쉬어도 쉰 게 아니었다. 애써 웃으며 문을 열고 나와 해먹에 누워본다. 사진만 보고 상상했던 돈 뎃의 평온함을 느껴보기 위함이다.


머리카락을 살짝 흔들 정도로 불어오는 자연 바람과 메콩 강의 잔잔한 물결 소리! 그리고 빠짐없이 들려오는 토종닭 알람 소리. 젠장. 라오스 토종닭은 낮에도 울어 재끼는 이상한 녀석이다. 침대에서 빠져나와 스마트폰을 꺼내 음악을 틀고 책을 챙겨 해먹에 눕는다.


영화 속 장면에서는 주인공이 일상에서 벗어나 책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거나 여유를 즐기곤 하는데, 막상 해보니 잠이 쏟아져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 


수능 시험공부를 할 때도 하지 않았던 허벅지 꼬집기를 해봐도 결국 곯아떨어졌고 그대로 3시간은 잔 듯했다. 어기적거리며 일어나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마을 어귀를 둘러보기로 했다. 


“안녕. 어디서 왔어?”

“응, 안녕. 한국에서 왔어.”


마을 상점에는 주전부리를 찾아 마실 나온 여행자들로 가득했다. 피부색과 외모 등 모든 것이 달랐지만, 공통적인 것이 하나 있었다. 머리가 심하게 엉켜 있다는 것. 녀석들도 나와 같이 로맨틱한 장면을 꿈꾸며 해먹에서 책을 읽다 잠들었나 보다. 아닐 수도 있겠지만, 괜히 동병상련을 느꼈다.


그때도 지금도, 라오스는 내 안식처

돈 뎃에 머무는 동안 거의 모든 날들이 비슷했다. 닭이 울면 깨고, 배고프면 먹고, 잠이 오면 자고, 심심하면 산책하고. 매일 저녁마다 바에 모여 여행자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게 일상의 전부였다. 


그렇게도 꿈에 그리던 여행지였지만 정말 딱히 기억에 남는 게 없다. 어찌 보면 한국에서의 생활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한 가지 달라진 것이 있다면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그 안에서 나름의 소소한 행복과 즐거움, 그리고 편안함을 찾을 수 있는 노하우(?)가 생긴 것이다. 


사회적 동물이 아닌 자연 속 본연의 동물이 된 나는 라오스에서 긴 하루를 보내며 자연을 감상하고 그 속의 나를 관찰하며 복잡했던 머리를 정리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인생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실행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50대 영국인 아저씨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50대에는 그보다 조금 더 평온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하루하루 후회 없는 시간을 보내기로 약속했다. 30대가 된 지금, 특별할 건 없었지만 여전히 라오스 여행은 마음의 안식처로 자리 잡고 있다.


나는 오늘도 그 시간을 떠올리며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나만의 행복과 즐거움을 찾으려 노력하고 오늘 하루도 멋지게 보내리라 다짐하고 있다.



반짝반짝 빛나는 청춘의 시간에
그저 여행이 좋아서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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