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왜 계속 금리를 올릴까

조회수 2018. 7. 4. 09:5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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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 상식사전>


미국이 출구전략을 펼친 이유


앞서 살펴본 것처럼 달러를 풀수록 정부부채가 증가하고 신용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미국도 달러를 계속 공급할 수는 없습니다. 언젠가는 유동성을 줄이고 회수해야 하는데, 유동성을 회수하는 전략을 출구전략이라고 합니다.



미국은 경기가 살아날 때까지 돈을 풀기로 했으므로 경기가 살아났다고 판단되면 출구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그럼 경기가 살아났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여러 가지 경제지표를 보고 알 수 있지만 대표적인 것이 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입니다. 미국의 목표 실업률은 5% 이하입니다. 미국에서는 실업률 5% 이하를 완전고용에 가까워졌다고 판단하죠. 다행히 미국의 실업률은 5% 아래로 하락했습니다. 확실히 고용상태가 좋아진 것입니다. 


고용이 좋아진 이유또한 미국의 물가상승률 목표는 2%입니다. 2%를 달성하면 경기가 회복됐다고 봅니다. 사실 미국은 실업률 5% 이하와 물가상승률 2%를 모두 달성하면 경기가 확실히 살아났다고 판단하고 가차 없이 출구전략을 쓸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세상일이 늘 생각처럼 되지 않듯이 미국은 물가상승률 2% 달성에 실패했습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물가가 원하는 만큼 상승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준은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출구전략을 감행했습니다. 연준은 미국 경제가 좋아졌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물가상승률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는데 연준은 왜 경기가 좋아졌다고 판단했을까요?



연준은 물가가 상승하지 않은 것이 미국 경기가 살아나지 않아서가 아니라 다른 요인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요인이란 바로 석유 가격의 하락입니다. 


금융위기 이후 한때 1배럴(bbl)에 100달러가 넘어가던 석유 가격이 2014년부터 하락하더니 30달러대까지 주저앉았습니다. 석유 가격 하락으로 우리나라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도 리터당 1,800원에서 1,300원대까지 하락했습니다.



석유 가격은 왜 내려갔을까요? 여기에는 크게 세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첫째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석유수요의 위축입니다. 수요가 늘어나지 않으면 가격도 상승하기 어렵습니다. 둘째는 셰일가스의 등장입니다. 


미국이 주도한 셰일혁명으로 셰일가스가 대량으로 생산되자 셰일가스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석유 가격을 낮춘것입니다. 셋째는 이란의 석유공급 증가입니다. 이란은 석유매장량이 풍부하지만 미국의 경제제재로 공급에 어려움을 겪어 왔습니다. 


그런데 오바마 정부가 경제제재를 풀어주면서 이란은 전보다 더 많은 양의 석유를 공급할 수 있게 되었고, 이러한 공급 증가는 석유 가격 하락을 부추겼습니다.



이와 같이 석유 가격이 폭락한 상황에서 물가상승률 2%를 달성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과제였습니다. 따라서 연준은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미국 경기가 충분히 회복되었다고 판단하고 출구전략에 나선 것입니다.




미국 연준의 테이퍼링 선택


연준은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출구전략을 시작했습니다. 출구전략은 어떤 방법으로 하는 것일까요? 앞서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법들을 배웠습니다. 


이를 거꾸로 하면 유동성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① 기준금리 인상, ② 지급준비율 인상, ③ 재할인율 인상, ④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및 종료, ⑤ 국채 및 자산 매각 등의 방법입니다.



이 중에서 연준은 테이퍼링을 먼저 실시했습니다. 연준은 왜 기준금리 인상이 아닌 테이퍼링을 먼저 했을까요? 그 이유는 유동성이 급격히 회수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갑자기 유동성이 크게 줄어들면 그동안 애써서 경기를 겨우 끌어올려놓은 것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유동성 회수는 아기 걸음걸이처럼 조심스럽게 천천히 해야 합니다. 이를일컬어 베이비스텝(baby step)이라고 합니다.



기준금리는 0.1%만 변경되더라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따라서 기준금리를 먼저 인상할 경우 유동성이 급격히 회수돼 금융시장이 큰 충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양적완화의 규모를 먼저 줄이면서 시장의 반응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기준금리를 올리기 전에 ‘간’을 본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14년 1월부터 테이퍼링을 통해 양적완화의 규모를 줄여오던 연준은 그 해 10월에 약 6년간 해왔던 양적완화를 종료했습니다. 그만큼 연준이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간보기가 끝난 연준은 이듬해인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미국 경제의 최대 이슈는 기준금리 인상이었습니다.

테이퍼링(tapering)
‘점점 가늘어지다’라는 뜻으로 양적완화의 규모를 점차 축소하는 것


조금씩 금리를 인상하는 미국


2014년부터 2018년 1월까지 재닛 옐런은 벤 버냉키에 이어 15대 연준 의장을 역임하였습니다. 벤 버냉키가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했다면 옐런의 임무는 시장에 큰 충격이 가지 않게 유동성을 조금씩 회수하는 것이었습니다. 옐런의 재임기간 중 연준은 여러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습니다.



첫 번째 인상은 2015년 12월이었습니다. 2008년에 금리를 내린 이래 7년만이었습니다. 그리고 1년 후인 2016년 12월 또 금리가 올랐습니다. 이듬해인 2017년에는 3월과 6월에 이어 12월까지 무려 세 차례나 금리를 인상했습니다. 


매회 인상폭은 0.25%로 동일했습니다. 연준은 시장을 주의깊게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조금씩 금리를 올리는 중입니다.



사실 연준은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기 어렵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 유동성이 빠르게 회수되면서 경기가 침체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수년간 애쓰고 공들여 겨우 끌어올려놓은 경기가 도로 주저앉을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미국의 과도한 국가부채 때문입니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 미국이 갚아야 할 이자도 덩달아 많아집니다. 지금도 이미 갚아야 할 이자가 산더미인데 더 늘어난다면 감당하기가 점점 어려워질 것이 뻔합니다. 따라서 앞으로도 미국의 금리는 큰 폭의 상승 없이 조금씩 올라갈 것입니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


재닛 옐런 이후 연준 의장을 역임하고 있는 제롬 파월 역시 몇 차례 더 금리인상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취임 한 달 만인 2018년 3월 기준금리를 인상했습니다. 이와 같은 미국의 금리인상은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앞서 돈은 금리가 낮은 곳에서 금리가 높은 곳으로 이동한다고 배웠습니다. 2009년 미국의 기준금리가 0%이고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2%일 때 달러캐리트레이드가 발생했습니다. 달


러캐리트레이드란 금리가 낮은 미국에서 달러를 빌려 금리가 높은 다른 나라에 투자하는 방식입니다. 당시 금리 차이를 노리고 우리나라에 많은 양의 달러가 유입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미국의 금리가 점점 올라가 우리나라와의 금리 차이가 줄어들면 우리나라에 들어왔던 돈이 미국으로 빠져나가는 자본유출의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 경우 주식시장에서 돈이 빠져 주가가 하락할 수 있고 유동성이 위축돼 경기가 침체될 수 있습니다. 


미국은 수차례에 걸친 금리인상으로 우리나라와의 금리 차이를 줄여 왔습니다. 그리고 2018년 3월 금리인상으로 우리나라보다 기준금리가 높아졌습니다. 결국 한·미간 금리가 역전된 것입니다.

출처: 사진 = <글로벌 경제 상식사전> 중

한·미간 금리가 역전되긴 했지만 미국 금리가 올라가는 동안 한국은행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습니다. 2017년 11월, 1.5%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입니다. 이로써 우리나라도 역대 최저 금리인 1.25%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우리나라 주가가 역대 최고점을 찍는 등 전보다 높은 경제성장이 기대된다는 점도 한몫 했습니다. 만약 우리나라 경기가 침체돼 있고 앞으로도 더 침체될 것으로 예상된다면 금리인상이 어려웠을 것입니다. 


금리를 올리면 유동성이 회수돼 경기가 더욱 나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한국은행은 금리를 추가로 더 올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이 금리를 더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도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섣부른 금리인상은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우선 금리인상은 내수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출금리가 올라 대출받은 사람들의 이자부담도 늘어날 것입니다. 이미 우리나라의 가계대출은 크게 증가해 1,300조원을 돌파한 상황입니다. 


또한 금리가 오르면 통화가치가 상승해 수출상품의 가격이 올라가므로 수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은행은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준금리를 결정해야 합니다. 앞으로 미국과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어떻게 변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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