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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많은 덕후, 새로운 흐름을 만들다

마이크로트렌드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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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슨 가족〉에 등장하는 괴팍한 만화책 가게 주인부터 〈프릭스 앤 긱스Freaks and Geeks〉의 사회성 부족한 고등학생들에 이르기까지 기존 대중문화에서 덕후는 기껏해야 귀여운 낙오자요, 심하면 뭔가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아웃사이더로 그려졌다.


하지만 요즘 덕후들은 실리콘밸리의 기술 스타트업이 주목받고, 만화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지금 같은 시대에 이른바 ‘덕질’은 오히려 멋진 것으로 취급된다.


예전에는 기껏해야 마니아들의 취미 정도로 여겨졌던 기술이 현재의 정보화 경제에서는 10만 달러가 넘는 연봉을 받게 해준다. IT 매니저를 예로 들자면 연봉 중앙값median(자료를 크기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앙에 오는 값. 평균과 다르다)이 13만 달러를 웃돈다. 그리고 현재 의사, 변호사, 금융 분석가, 기업 중역 중에서 상당수가 어릴 때 <스타트렉> 잡지를 보고 던전 앤 드래곤 게임을 즐기며 자랐다.

과학/공학의 즐거움을 알리는 미디어, 긱블에서 제작한 '아이언맨 광자포'

출처긱블 페이스북 영상 캡처

그러면 이들 덕후 세대가 성인이 되어 상당한 실소득을 확보한 지금은 어릴 적에 광적으로 좋아했던 것들을 한쪽으로 치워버렸을까? 그런 사람은 거의 없다. 돈 많은 덕후들은 게임, 영화, 관련 상품, 행사 등에 전에 없이 많은 돈을 쓰고 있다. 주류와 비주류를 막론하고 덕후 문화가 일대 산업으로 발전했다.


주류 덕후 문화가 성장한 것은 무엇보다 SF와 판타지 영화 프랜차이즈의 열풍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는 전 세계에서 흥행 수익으로만 120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고, 관련 상품을 비롯한 부대 매출까지 합하면 그 규모가 더욱더 커진다. 〈스타워즈〉 완구의 매출액은 2015년에 7억 달러에 달했다고 한다. 같은 해에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가 극장가를 강타하며 순식간에 전 세계 입장권 판매 수익 20억 달러를 돌파함으로써 수익이 더욱 증가했다.

출처『마이크로트렌드X』 p305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는 전 세계에서 흥행 수익으로만 120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고, 관련 상품을 비롯한 부대 매출까지 합하면 그 규모가 더욱더 커진다.

영화계/방송계, 덕후들을 향해 급선회

진성 덕후들은 CBS의 〈빅뱅이론〉이 세간의 고정관념을 답습했다며 비웃을지 몰라도, 이 시트콤은 그간 〈스타트렉〉과 만화책 덕후들 사이에서만 통하던 유머를 수많은 미국인에게 전파했다. 〈빅뱅이론〉은 최근 몇 시즌 동안 매 시즌 평균 시청자가 1,500만 명을 넘어서 〈선데이 나이트 풋볼Sunday Night Football〉 다음으로 많은 사람이 보는 방송으로 등극했다.


한편 케이블에서는 좀비 만화책을 원작으로 한 〈워킹데드〉가 가장 중요한 연령대인 18~49세에서 매번 최고 시청자 수를 기록했다. 그래서 광고주들은 〈워킹데드〉의 중간 광고 시간 30초를 사기 위해 1회 광고비로 50만 달러쯤은 아무렇지 않게 쓴다. 이 정도면 모든 프로그램을 통틀어 최상위권에 속한다. HBO의 판타지 드라마 〈왕좌의 게임〉은 수년째 ‘최다 불법 다운로드 드라마’라는 영예 아닌 영예를 누리고 있다. 그렇다고 정식 시청자 수가 적은 것은 아니며, 시리즈가 새로 나올 때마다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워킹데드 한 장면

출처워킹데드 공식 홈페이지

돈 많은 골수 덕후들은 덕후 문화를 수동적으로 소비하지만 않고 그것으로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든다.

이처럼 덕후들의 영상 문화는 어마어마한 인기를 자랑한다. 이를 910억 달러 규모인 전 세계 비디오 게임 산업과 연관 지어 생각하면 마이크로트렌드가 아니라 대형 트렌드에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돈 많은 덕후 마이크로트렌드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영화나 드라마만 살펴봐서는 안 된다. 돈 많은 골수 덕후들은 덕후 문화를 수동적으로 소비하지만 않고 그것으로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든다.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드는 골수 덕후들

일본 애니메이션을 주제로 하는 카츠콘Katsucon은 매년 약 2만 명이 참가한다. 비슷한 성격의 애니메유에스에이AnimeUSA와 오타콘Otakon은 각각 5,000명과 2만 7,000명 정도가 모이고, 음악과 게임의 축제인 맥페스트MAGFest에는 1만 7,000명이 모인다.


워싱턴DC 최대의 만화・SF・판타지 행사인 오섬콘Awesome Con의 경우 2017년에 무려 5만 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이런 대형 행사들이 이미 스포트라이트를 다 차지하고 있는 와중에도 새로운 행사들이 미국의 수도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각양각색의 행사를 원하는 덕후들의 식욕에는 끝이 없는 듯하고, 이들은 이 식욕을 채우기 위해 큰돈을 쓰고 있다. 소규모 행사는 1일 입장권이 20~30달러쯤이며, 대규모 행사는 주말 이틀간 입장권이 보통 100~200달러이거나 그 이상이고 훨씬 비싼 VIP 패키지도 판매된다. 그런데 이것만으로 참가자들이 행사 때 쓰는 비용을 논하는 것은 곤란하다.


돈 많은 덕후들은 유명 인사와 사진을 찍거나 기념품에 사인을 받는 데 현찰 수백 달러를 주저 없이 쓴다. 2017년 뉴욕 코믹콘에서 많은 사람이 〈닥터 후〉의 스타인 피터 카팔디Peter Capaldi에게 사인을 받기 위해 125달러씩 내고 줄을 서서 기다렸다. 〈스타워즈〉에서 루크 스카이워커를 연기한 마크 해밀Mark Hamill과 사진을 찍을 때도 250달러를 냈다.

출처http://theconmunity.com

돈 많은 덕후 중에는 사인을 받는 데서 그치지 않고 옷으로 팬심을 표출하기 위해 큰돈을 쓰는 이들도 있다. ‘코스튬 플레이’의 준말인 코스프레는 어쩌면 팬심을 가장 극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일 것이다.


1980~1990년대에 일본에서 시작된 코스프레는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폭발적인 성장을 거두며 이것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 되어 전 세계로 확산됐다.


이들이 코스프레라는 취미 생활에 쓰는 돈은 얼마나 될까? 천차만별이다. 일례로 ‘진정한 모험가를 위한 코스프레 가발점’을 표방하는브루클린의 히어로헤어Hero Hair에서는 장인이 천연 인모를 한 올 한올 심어서 영화용 소품급의 가발을 제작한다. 이곳의 가발 가격은 최저 500달러에서 시작하고, 고객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해 정교하게 만든 제품은 무려 4,500달러나 한다.


마이크로트렌드는 연예인들이
영화나 드라마를 선택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마이크로트렌드는 연예인들이 영화나 드라마를 선택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친다. 만약 어떤 드라마 배우에게 경찰 드라마와 ‘장르’ 드라마의 주연 역할이 동시에 들어온다면, 혹시 출연료가 더 낮더라도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그 드라마가 히트하면 이후 수십 년 동안 주말마다 팬 행사에 나가 몇 시간 사진을 찍고 사인을 해주는 것만으로 수만 달러씩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SF와 판타지물이 이류 배우와 감정 과잉인 배우 지망생들의 무대로 치부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내로라하는 배우들도 촬영에 적극 임할 것으로 보인다. 돈 많은 덕후들이 행사장에서 손짓하고 있으니 말이다. 영리한 기업가들은 돈 많은 덕후들의 마음을 살 묘안을 더욱더 많이 생각해낼 것이다. 물론 지금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수많은 매장에서 덕후를 겨냥한 상품을 팔고 있긴 하지만, 돈 많은 덕후들은 단순히 상품으로만 만족하지 않는다. 이들은 체험을 원한다. 대표적인 예가 2017년 여름에 워싱턴DC를 강타한 〈왕좌의 게임〉 바 행사다. 이 바에서는 드라마 속 공간처럼 직접 철왕좌에 앉아 저 앞에서 입김을 뿜는 용을 보며 14달러짜리 칵테일을 마실 수 있었다. 이곳에 들어가기 위해 행사 기간 동안 매일 수백 명의 마니아가 몇 시간 동안이나 줄을 서서 기다렸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스타워즈〉 바 행사도 큰 인기를 끌었다. 이에 고무된 업주가 아예 할리우드대로에 스컴앤빌러니Scum & Villainy라는 상설 바를 만들었을 정도다. 이런 몰입형 행사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다. 

The Shire - A Brief Hobbiton Tour in Matamata New Zealand, LOTR The Hobbit

국제적으로 보자면, 관광 업계에서도 돈 많은 덕후들의 환심을 사려고 할 것이다. 해리 포터 팬들은 J.K. 롤링이 첫 권을 집필할 때 작업실처럼 썼던 에든버러의 카페를 비롯해 스코틀랜드 곳곳을 탐방한다. 최근 아이슬란드 관광 열풍이 불고 있는데, 이곳에서 일부 촬영된 〈왕좌의 게임〉과 아이슬란드의 풍광을 모티프로 쓴 비디오 게임 〈스카이림〉의 성공에 힘입은 측면이 있다. 뉴질랜드는 〈반지의 제왕〉에 사용된 호빗 마을 세트를 영구적인 관광지로 만들었다. 그리고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를 방문하는 여행객은 그곳이 〈왕좌의 게임〉과 〈스타워즈〉의 촬영지로 사용되는 영예를 누렸다는 말을 심심찮게 듣는다. 앞으로 각지 관광청에서는 영화나 드라마 촬영시 주어지는 세금 혜택을 더 늘리라고 지방 정부를 압박할 것이다.


돈 많은 덕후들이 지역에 대거 유입돼 돈을 물 쓰듯 쓰고 가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돈 많은 덕후들이 문화와 자기표현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있다. 이들은 더는 낙오자나 아웃사이더가 아니라 막강한 재력으로‘멋진 덕후’라는 자신들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고 있다. 그리고 진취적인 사람들은 그들이 이끄는 대열에 용감히 합류해서 더욱 ‘덕후스러운’ 미래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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