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창업, 나만의 브랜드를 만든 1인 디자이너 사장 이야기

조회수 2017. 12. 19.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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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게 사장입니다
* P r o f i l e *

정희정 사장님(34세)
순수미술을 전공한 디자이너

문구 회사 디자인팀& 가방 브랜드 상품기획실에서 근무했음

제품의 완벽을 추구하는 장인 정신의 소유자

출처: 성산동에 위치한 '필기' 가게 정보_출처:<1인 가게 사장입니다>

하고 싶은 거 말고, 잘하는 것
출처: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긴 고민 끝에 결국 가장 잘할 수 있는 걸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_출처: <1인 가게 사장입니다.>

"퇴사한 직후에는 뭐든지 잘할 것 같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어요.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긴 고민 끝에 결국 가장 잘할 수 있는 걸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까지 했던 것 중 떠오르는 게 직전 회사에서 했던 가방이었어요. 


만드는 것도 좋아했고, 그동안 회사를 다니면서 가방 디자인부터 기획과 생산 분야까지 접해서 제가 직접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거든요."


순수미술을 전공한 정희정 사장은 졸업 후 문구 디자인 회사인 아트박스에 입사했다. 회사에서 새 브랜드 론칭을 준비하면서 내 브랜드를 직접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디자인을 하는 사람은 늘 좀 더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그러다 보면 일하는 환경에서 한계도 느끼게 된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마음으로 회사를 나온 동료와 함께 진지하게 창업을 준비하기로 했다. 먼저 아이템 선정이 급선무였다. 미술을 전공한 그녀는 그림을 좋아하고 팬시 회사를 다닌 덕에 문구 디자인에도 자신이 있었다. 무언가 만드는 걸 좋아해 회사를 다닐 땐 미싱을 배우기도 했고, 꽃과 잎을 눌러 말린 압화에도 관심이 있었다.


좋은 가방이 잘 팔리나, 잘 팔리는 가방이 좋은 가방인가
출처: 필기의 시그니처 가방으로 캔버스의 빈티지한 느낌을 살리고, 그 위에 '기록하다.'라는 뜻의 브랜드 이름이 가진 느낌을 살리기 위해 큼직한 글씨를 넣었다_출처: <1인 가게 사장입니다.>

필기의 베스트셀러이자 시그니처 모델은 빈티지한 캔버스 천 위에 'LOVE', 'TRUE'라는 영문을 큼지막하게 수놓은 파우치와 토트백이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그녀의 이름과 필기(Feelki)라는 브랜드를 알린 일등공신이다. 언뜻 보면 평범한 에코백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집스러울 만큼 꼼꼼한 디자이너의 손길이 구석구석 느껴진다.

"처음엔 그저 제가 갖고 싶은 가방을 만들겠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창업스쿨에 있을 때 처음 냈던 사업 계획서에는 가방 위에 그림을 그리겠다는 내용을 적었어요. 


그 계획서를 가지고 창업 스쿨 담당 강사님과 얘기를 해봤는데 반응이 안 좋았어요. 지극히 주관적이라는 의견이었죠. 


저에겐 좋은 제품일지 모르지만 잘 팔릴 제품은 아니라는 거였어요. 그때 그분이 물어보셨어요.‘ 잘 팔리는 제품이 좋은 제품인가, 좋은 제품이 잘 팔리는 제품인가.’ 고민이 많이 됐죠.”


디자이너로서의 만족 이전에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생각해야 한다는 첫 피드백을 받고 난 뒤 정희정 사장은 동대문 종합시장을 제 집 드나들 듯이 다녔다. 수많은 종류의 원단과 자재들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고, 샘플로 얻어온 원단으로 여러 가지 모양과 크기의 가방을 수차례 만들어봤다.


“가까운 사람들이 가장 솔직하게 판단해주니까 지인이나 가족들에게 가방을 메보라고 주고, 느낌이 어떤지 많이 물어봤어요. 또 홍대 플리마켓에 나가 직접 만든 가방을 팔아보기도 했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았어요. 그걸 보고, 다시 동대문에 나가서 아이디어를 얻고 디자인을 바꿔보면서 지금의 디자인을 완성했어요.”


다시, 연습게임 1년
출처: 성산동에 위치한 필기의 사무실, 곧 쇼룸으로 꾸며질 예정이다_출처: <1인 가게 사장입니다.>

퇴사 후 2년간 창업 공부를 했고 사업장을 낸 건 2014년 봄이었다. 물론 사업장을 냈을 뿐 버젓한 브랜드로 자리를 잡기까지는 할 일이 태산이었다. 


다행히 착실히 창업을 준비하고, 탄탄한 사업 계획서를 만들어 놓은 덕분에 정부 지원 프로젝트에 선발되었고, 한 달에 50만 원씩 1년 동안 지급되는 사업 보조금과 작은 사무실을 지원받았다. 금액은 적지만 책상이나 간단한 집기류까지 지원해주는 사무실은 정말 큰 도움이 됐다.


사무실 지원 외에 받은 매달 50만 원이라는 지원금은 언뜻 들으면 무척 적은 돈 같지만 서너 달이 쌓이면 나름 큰돈이 된다. 


이렇게 모은 지원금은 모두 원부자재비로 사용했다. “제조업에서 가장 많이 들어가는 비용이 원부자재비와 생산비예요. 처음부터 많은 양을 할 순 없으니 만들 수 있는 만큼의 원부자재는 지원받은 돈으로 구입해서 쓰고, 가장 필요한 미싱을 사서 생산은 직접 했어요. 직접 만들 수 있어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었죠.”


사무실도 차렸고, 만들 가방의 디자인도 정했고, 원부자재를 살 돈도 마련했고 비록 한 대의 미싱이지만 생산 설비까지 갖췄으나 결국 모든 사업의 관건은 유통이었다. 최선을 다해 만든 물건은 소비자에게 판매가 돼야 가치가 있다.


전시나 페어 등에서 생각보다 반응이 괜찮은 걸 보면서 필기 제품은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에서 사람들이 직접 보고, 만졌을 때 더 큰 인정을 받는다는 걸 느꼈다. 그 뒤로 첫 한 해 동안은 상업적인 판로를 찾는 대신 페어와 전시, 마켓 등에 꾸준히 나갔다.


장기 레이스 제조업의 매력
출처: 좋은 제품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과 열정으로 가방을 디자인하고 만들어온 정희정 사장_출처: <1인 가게 사장입니다.>

가게에서 물건을 파는 장사는 문을 열면 적든 많든 그날그날의 매출이 눈에 보이지만, 제조업은 그렇지 않다.

특히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고, 생산한 뒤 유통 경로를 개척해야 하는 브랜드 기업을 생각한다면 긴 시간을 참아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창업을 준비한 2년이란 시간만큼 사업을 시작하고도 시행착오를 겪는 시간이 있었다. 제조업 중에서도 특히 패션은 트렌드도 계속 바뀌고, 거기에 브랜드의 느낌까지 입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유통과 판매까지 이어지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전시회나 마켓을 계속 나갔던 이유는 제품 판매보다는 테스트 개념이었다. 그 기간이 정말 중요하다. 그 과정을 통해 반응도 좋아졌기 때문이다. 그 시간을 거치지 않았다면 지금 같은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초소형 브랜드의 힘
출처: 필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주 볼 수 있는 가방보다는 디자이너의 감성이 많이 반영된, 남들이 흔히 들지 않는 특별한 가방을 찾는 사람들이다_출처: <1인 가게 사장입니다,>

필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주 볼 수 있는 가방보다는 디자이너의 감성이 많이 반영된, 남들이 흔히 들지 않는 특별한 가방을 찾는 사람들이다. 


혼자 하는 걸 아니까 응원한다는 메시지도 많이 보내고, 가방을 사용하면서 이런 점이 좋았다며 피드백을 주기도 한다. 디자이너와 소비자가 이렇게 가까운 것은 초소형 브랜드의 장점이다.


요즘 트렌드는 예전과 달리 개개인의 맞춤에 집중되어 있다. 대량으로 생산해서 박리다매를 하는 대기업 브랜드와 소량으로 생산하는 소규모 브랜드는 시스템 자체가 다르다. SNS를 통해서 고객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니 규모가 큰 기업에 비해 고객의 니즈를 반영하는 범위가 크고 속도도 훨씬 빠르다. 또 대기업에 비해 제품 카테고리가 적다는 단점은 협업을 통해 장점으로 극대화시킬 수 있다.


“저희는 가방을 하니까 모자, 신발, 의류를 하는 소규모 기업과의 콜라보를 통해 하나의 브랜드를 론칭할 수도 있고, 토탈패션으로 전시회에 같이 나갈 수도 있어요. 이런 부분은 오히려 1인 기업의 장점이 될 수 있어요.”


긴 창업 준비와 시행착오를 거쳐 어느 정도 안정적인 궤도에 접어든 필기는 2016년 여름 마포구 성산동에 새로운 사무실을 열었다‘. 3년만 버티자.’라는 첫 계획대로 3년을 견뎌내고, 멋지게 독립한 것이다. 2017년부터는 창업 초기부터 힘이 되었던 동료와 함께 브랜드를 꾸려나가면서 규모를 좀 더 키울 계획이다.


“1인 기업은 내가 스스로 평생 고용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직업과 직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얻어낸 답을 통해서 자신을 믿고, 도전한다면 응원하고 싶어요. 요즘은 1인 기업의 환경이 좋아졌잖아요. SNS를 비롯한 온라인 홍보도 누구나 마음먹으면 할 수 있고요. 무엇보다 창업 지원 정보를 적극 이용해서 차근차근 공부하고 준비하면 좋을 것 같아요.” 


위 내용은 도서 <1인 가게 사장입니다>에 소개된 가게 창업기 중 일부를 발췌 · 재구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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