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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세 할머니 사장님의 1인 쿠키 가게 장사 노하우 3

조회수 2017. 11. 27. 14: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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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게 사장입니다>
72세 할머니의 1인 쿠키 가게 장사 노하우 3_<1인가게 사장입니다>


* P r o f i l e *


이정애 사장님(72세)

긍정적이고, 에너지 많은 할머니 사장님

부산 영어교사 출신

수원에서 7년간 프랜차이즈 음식점 운영


계동에 위치한 '정애쿠키' 가게 정보와 평면도_출처: <1인가게 사장입니다>
계동에 위치한 '정애쿠키' 가게 정보와 평면도_출처: <1인가게 사장입니다>


두 번의 음식점 폐점, 

그리고 다시 자영업으로


셀프 인테리어로 완성한 정애쿠키의 내부는 할머니댁에 놀러온 듯 아늑하고 정감 있다. _출처: <1인가게 사장입니다>

72세의 쿠키 가게 사장이 체크무늬의 베이지색 셔츠 위에 짙은 고동색 앞치마를 두르고, 머리는 헝클어지지 않도록 실로 짠 모자를 눌러썼다.



그 단정한 모습이 '나는 진지합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 작은 가게에, 직접 만드는 음식에, 이곳에 들어

오는 손님들에게.



부산에서 영어교사로 교편을 잡았던 이정애 사장은 결혼을 하면서 일을 그만두고 서울로 올라왔다.



"1972년에 결혼해서 전업주부로 지내다가 1988년에 압구정동에서 '동키치킨'이라는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했어요. 오랫동안 주부로 생활해왔지만 젊은 시절 교편을 잡기도 했고, 물건이나 매출 관리에는 자신이 있어서 재밌게 5년 정도 했어요. 7평짜리 아담한 크기에 주방, 배달, 홀 서빙을 담당하는 직원 3명을 두었고요."



그러다 집을 분당으로 옮기면서 자연스럽게 가게를 접었다.



그 뒤 몇 년간 일을 쉬었는데, 다시 몸이 근질근질해졌다. 마침 그맘때 남편이 회사를 그만두면서 일을 해야 하는 목적이 더욱 뚜렷해졌다. 두 번째 경험이라 이번에는 규모를 좀 더 키웠다.



7년 정도 수원 남문 쪽에서‘ 명인만두’라는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운영했다. 30평 정도 되는 가게에서 10명 가까이 되는 직원들과 일했다. 그때 수원 남문 쪽 상권이 꽤 괜찮았다. 부동산 시세가 서울보다 더 높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권리금 1억 3천만원에 보증금 5천만원, 월세가 8백만원이었다. 건물주까지도 만두 팔아서 월세 낼 수 있겠느냐고 걱정했는데, 초반 매출이 월 4~5천만원 정도는 나왔다.



하지만 한 해, 두 해 지나면서 남문 쪽 상권이 주변으로 분산되었고, 매출이 줄기 시작했다. 인건비도 한 달에 천만원 이상이었고, 여기에 재료비, 가스비, 전기료 등 유지비가 있으니 나가는 돈이 상당했다.



"장사가 잘되면 힘들어도 재밌어요. 근데 매출이 떨어지고 어려워지면 몸도, 마음도 힘들더라고요. 결국 가게를 접게 되었죠. 자식들은 이제 집에서 좀 쉬라고 했지만, 노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나가서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혼자서 해보는 건 어떨까? 

1인 가게를 열자


북촌 계동의 중앙탕_사진: Gentle Monster의 플래그십 스토어

다시 뭔가를 하고 싶었는데, 나이도 나이이고 예전처럼 큰돈을 투자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혼자 혹은 한 사람 정도가 더 필요한 소규모 창업을 생각하게 되었다.



"처음엔 요리 중에서 이것저것 생각했어요. 빵집을 할까도 했고요. 그러면서 소규모로 하려면 품목을 단일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생각을 조금씩 좁혀갔어요."



그간 연마해온 요리 가운데 정작 가게를 차릴 아이템이 되었던 건 아이들에게 자주 만들어주던 쿠키였다. 미술을 가르치는 딸의 제자를 위해, 또는 작품 전시 오픈일에 '엄마표 쿠키'를 내놓을 일이 심심찮게 있었는데 반응이 무척 좋았다.



가게 자리를 찾던 중, 어느 날 교차로를 보는데, '북촌 4평 상가'라는 광고가 보였다. 곧바로 찾아갔는데 여기다 싶었다.



북촌한옥마을과 삼청동이 관광지와 데이트 장소로 인기를 끌면서 주목받게 된 주변 동네 중 하나가 바로 계동이다. 오래된 참기름집, 사진관, 목욕탕이 그대로 남아있던 작은 골목에 3~4년 전부터 카페, 레스토랑, 작은 공방들이 차례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2013년, 처음 들어올 때 월세 60만원에 보증금 천만원이었어요. 권리금이 3천만원이었는데 집주인 딸이 제가 하려는 가게를 좋게 봐줬어요.



나이 많은 사람이 직접 쿠키를 구워 파는 가게가 이 건물이나 골목과 잘 어울릴 것 같았던지 권리금을 깎아줄 테니 꼭 들어오라고 하더라고요. 저도 정말 마음에 들었고, 곧바로 계약을 했죠."



한 달에 8백만원의 월세를 7년간 낸 경험이 있었던 이정애 사장에게 월세 60만원은 오히려 자신감을 주었다.



노하우 1) 1인 가게, 

이것만은 알고 시작하자


1 | 1인 가게에서 주인은 가게의 얼굴과 같다. 유행이나 전문가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자신과 잘 어울리는 콘셉트를 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2 | 비슷한 업종을 돌아보거나, 물건을 구입하는 일은 발품을 많이 팔수록 좋다. 인터넷보다는 직접 상가를 둘러보는 게 더 좋다.



3 | 메뉴는 욕심부리지 말고 혼자 할 수 있는 선에서 정하라.



4 | 가능한 처음 약속한 영업시간과 가격을 지켜라. 급한 일이 생겨도 오전이나 오후에는 꼭 문을 열어라.



5 | 하루 매출 결과에 너무 흔들리지 마라. 장사는 오늘 안되다가 내일 잘되고 또 오전에 안되다가 오후에 괜찮아지는 법이다.



6 | 주변 상권 전체의 매출이 떨어졌다면 경기의 문제일 수 있지만, 본인의 가게만

그런 거라면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메뉴


"제가 만드는 쿠키가 차별성이 있겠다 싶었죠."_출처: <1인가게 사장입니다>

쿠키로 아이템을 정한 후 서울 시내의 유명하다는 쿠키집을 돌아다녔다. 영국에서 왔다는 수제쿠키, 합정동과 망원동에서 잘 나가는 쿠키 가게에 들러 쿠키를 먹어보면서 느낀 결론은 '되겠다.'였다.


"맛이 있고, 없음을 떠나서 대부분의 쿠키는 버터나 설탕 등을 많이 넣다 보니 맛이 강했어요. 제가 만드는 쿠키가 차별성이 있겠다 싶었죠."


정애쿠키의 쿠키 종류는 딱 세 가지다. 정애쿠키, 초코칩쿠키 그리고 고추쿠키. 이정애 사장이 혼자 하루에 만들 수 있는 종류이다. 쿠키의 레시피 역시 단출한 메뉴만큼 간단하다. 세 가지 쿠키의 반죽은 동일한데, 기본 반죽만으로 만들면 정애쿠키, 쿠키 안에 초콜릿을 넣어 만들면 초코칩쿠키, 그리고 평소 맛있다고 생각했던 사돈집의 고추부각을 쿠키 위에 뿌려 만들면 고추쿠키가 된다.


가격을 정하는 것도 예전에 장사를 했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30% 정도의 마진을 가정하고, 밀가루, 설탕, 초콜릿 등의 식재료 가격에 그램당 나오는 쿠키 개수, 여기에 월세나 유지비 등의 비용까지 포함해서 가격을 결정했다. 가격대를 정하는 어려움은 계산법도 그렇지만, 한 번 정하면 바꾸기 힘들다는 데 있다. 가격은 가게의 신뢰와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일단 대충 정해놓고,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할 거리'는 아닌 것이다.



노하우 2) 1인 가게 메뉴 정하기


1인 가게에서 메뉴 선정의 기준은 명확하다. 바로 '혼자 감당할 수 있는가'이다.



모든 종류에 자신이 있다며 욕심껏 메뉴를 늘려놨는데 주문이 밀려 시간에 쫓기면 음식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나오는 시간이 늦어져 서비스도 엉망이 된다. 결국 손님과 본인 모두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된다.



가게에 꼭 필요한 것, 주력해야 할것에만 힘을 쏟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매출이 적어도 걱정이 덜하니까


1층 접시에는 초코칩쿠키, 2층 접시에는 기본 반죽으로 만든 정애쿠 키와 고추부각을 뿌려 만든 고추쿠키를 올려두었다.

"엄마가 아이에게 쿠키를 만들어주는 따뜻한 집 같은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아이들에게 그렇게 만들어주던 쿠키니까요. 소박하고 아날로그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화려한 인테리어는 안 했어요."



가게의 간판을 다느라 사람을 부른 것을 빼고, 거의 다 직접했다. 페인트칠부터 청소까지 가족들이 와서 도와줬다. 물건을 살 때는 황학동부터 남대문까지 다니며 직접 발품을 팔았다.


"오픈 후 몇 달 운영하면서 어느 정도 일이 손에 잡혔어요. 그 좁은 공간에 다른 사람을 들인다는 게 부담스러웠죠. 바쁜 순간이 있긴 하지만, 그 짧은 시간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쓰는 게 비효율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요. 혼자면 상관없는데, 사람을 쓰면 끼니 때 마다 뭘 먹어야 할지 고민도 되고요."


사장이기 전에 엄마이기에 인건비만큼 신경 쓰이는 게 아르바이트 학생의 끼니를 챙기는 일이 아니었을까.


게다가 그녀는 7년간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면서 사람을 관리하는 일의 번거로움 과 어려움을 겪었다. 작게 시작하는 가게에서 이제 그런 불편함은 그만 겪고 싶었다.





노하우 3) 동네 분위기와 어울리는 취향 돋는 가게


동네나 건물과 어울리는 가게가 있다. 사람이야 더 많이 몰린다지만 술집과 클럽이 즐비한 홍대 거리에 일흔 살의 할머니가 직접 구워 파는 쿠키 가게가 어울릴까.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골목, 그 안에 자리한 소박한 2층짜리 건물. 주인장의 눈에도, 하물며 그 골목을 좋아하는 사람들 눈에도‘ 정애쿠키’는 골목의 경관과 잘 어울리는 공간이다.



계동을 찾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가게가 딱 그런 가게였다.



위 내용은 도서 <1인가게 사장입니다>에 소개된

가게 창업기 중 일부를 발췌 · 재구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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