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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직접하는 '로빈슨 크루소' 옥탑방 라이프스타일

조회수 2020. 3. 19. 16:0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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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방 인테리어] '로빈슨 크루소' 라이프스타일

인테리어 대백과, 꿀하우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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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 : 인스타그램 '꿀하우스' @ggulhouse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리빙 브랜드를 운영하고 작품 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20대 후반 남자입니다. 제 라이프스타일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로빈슨 크루소' 라이프스타일입니다. 네, 제가 지은 말이에요. 고양이를 키우고, 식물을 재배하고, 불을 피워 바비큐를 구워 먹는가 하면, 제 주거공간도 직접 뜯어고쳐서 살고, 제가 만든 물건으로 먹고사는 저의 모습이 무인도에서 살았던 로빈슨 크루소라는 작중인물과 닮지 않았나 해서 떠올려본 단어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게임과 티브이는 저와 거리가멀고 퇴근 후 저의 안락한‘동굴’에 돌아와향하나 피워 놓고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 편입니다. 술도 굉장히 좋아해서 주말이면 친구들을 초대해 옥상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거나 방 안에서 촛불 하나 켜놓고 담소를 나누곤 합니다.
옥탑방에 입주하다
제 집은 광진구에 위치한 낡은 옥탑방입니다.저한테는 3번째 자취방인데요. 비록 아주 낡고 지저분했지만 넓은 단독 옥상공간과 채광,부엌 분리형 원룸, 혼자 살기에는 나쁘지 않은 집 평수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때 방을 보자마자 뜯어고친 후의 모습이눈앞에 아른거려 바로 입주했는데.. 뜯어고치느라 고생하는 모습은 미리 안 보였나 봅니다...
약 한 달 반 동안 모든 과정을 저와 제 친구들이 카카오 농장의 노예처럼 고생해 만든 제 집을 소개할게요.
인테리어 컨셉, 계획
제 감성은 결코 깔끔함, 미니멀함과는 거리가멀어요. 어릴 때부터 모아온 기념품들과 각종 소품들을 잘 담아낼 수 있는 인테리어가 필요했어요. 그러면서 전체적인 통일감이 필요했기 때문에 기본 화이트, 그레이로 컬러를 잡고, 공간별로는 조명 밝기를 조절해서 서로 다른 분위기를 내려 했습니다.
침대 : metzeler / 침구 : lau-federn 헝가리 구스이불 / 서랍장 : 마켓비_FIHA 서랍장 6단(블랙) / 블라인드 : 블라인드나라_알루미늄 B-130 / 카펫 : 이케아_HOVSLUND 단모러그, 다크그레이 / 벽걸이 시계 : 이케아_DEKAD 벽시계 22cm 블랙 000.626.63 / 와인 랙 : 이케아_VURM와 인랙4홀, 스테인리스
가장 밝은 공간인 화장실을 빼고는 전부 레일 등과 간접조명을 이용했습니다. 모든 걸 셀프로 가장 저렴하게 인테리어를 하려다 보니,가구나 선반은 목재를 가져와 직접 짜 넣기도 하고, 기존에 있던 집기를 시트지를 이용해서 리폼하는 방식으로 꾸몄어요.
너무 낡아버린 기존의 밤 옵션은 다행히도 집주인 분이 새로 갈아주셨답니다. 최종적으로 집주인 분이 160만 원(도배장판, 세탁기, 세면대, 싱크대, 보일러) 제가 140만 원 정도의 비용이 지출되고 약 한 달 반 정도의 기간이 들었습니다.
화장실 면도거울 : 이케아 FRÄCK 거울, 스테인리스 / 세면대 하부장 : 제작
부엌
직접 요리해 먹는 걸 좋아하는 저는 작은 꿈이 있었어요. 스테인리스 싱크대와 스테인리스 주방용품으로 둘러싸인 저만의 부엌에서 요리를 하다 벽에 종류별로 걸려있는 칼의 눈부신 반사광에 시력을 잃는 작은 꿈이요.
타공판 : 주움 / 부엌 장식동물 : Junhyun Park 작가님의 작품 / 대나무 조명 : 베트남 기념품
부엌 시공
부엌은 작은 이 집에서 가장 부엌은 작은 이 집에서 가장 많은 노고가 들어간 곳이에요. 옛날식 천장 다락이 있어 허리를 못 펴는 구조였고, 바닥은 화장실 타일을 공유하고 있었어요.
천장부터 바닥까지 전부 드러내야 했죠. 천장도 화장실까지 연결되어 있어 전부 부수고 벽도 부숴야 했어요.
나름 벽 타일도 하나하나 떼어내다가 떼어진 부분이 멋있어서 페인트 텍스처를 내서 노출식으로 포인트를 주었습니다.
부엌의 벽은 스테인리스가 돋보일 수 있는 짙은 그레이로 칠하고 기존의 싱크대는 스테인리스 질감의 시트지를 바르는 것으로 대체했습니다. 생각보다 감쪽같더라고요.
화장실
어디를 가든 저에게 감동을 주었던 공간은 넓고 쾌적한 화장실이었던 것 같아요. 배설 공간에서 자칫하면 잃어버릴 수 있는 인간의 존엄이 지켜지는 모습이라고 할까요.
제 화장실도 저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밝고 하얀 공간에 사우나 테크제를 이용하여 따뜻한 느낌이 들도록 구성했습니다.
화장실 시공
이 집의 화장실은 전체 면적대비 화장실의 크기가 꽤 큰 편입니다. 곰팡이 배양실을 연상케하는 벽은 키친타월에 락스 물을 묻혀 하루 동안 붙여놓는 방식으로 제거했어요. 그 과정에서 버린 제 옷만 세 벌... 천장은 다루끼 작업 후에 pvc 패널로 마무리했습니다. 그다음 가장 강력한 욕실 페인트를 써서 3번에 걸쳐 발랐고요.
타일은 덧방 쳤습니다. 타일 덧방은 맡겨만달라던 제 친구는 사실 그날이 처음이었고, 화장실 바닥은 백시멘트 늪이 돼버리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2년 가까이 지금까지 잘 살고있는 걸 보면 별문제 없나 봅니다.
세면대 하부장은 코팅제를 열 번은 바른 목재로 직접 짜 맞추었고요. 하나밖에 없는 배수구가 변기 앞에 있어서 썩지 않는 사우나 데크제를 주문하여 발받침 겸 가리는 용도로 짜 넣었습니다. 겨울에도 발이 따뜻하고 좋더라고요.

인테리어가 멋진 방, 호텔 룸이 멋져 보이는 이유는 살림살이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제 집 같은 6평 남짓한 원룸 자취방에서 미니멀을 꿈꾸기란 쉽지 않죠. 같은 공간에서 책 읽고 일 하 고 먹고 자고 옷 입는 등 모든 생활을 해야 하니까요.
더군다나 저는 여태껏 소중히 모아온 잡동사니(예쁜 쓰레기)들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당장 필요한 몇몇을 빼놓고는 전부 서랍장, 침대 밑장을 이용해 수납으로 감추었어요. 대신 예쁜 쓰레기들로 선반을 꾸몄어요.
헌팅 트로피, 뼈 : 파우스트아틀리에 / 장식장 : 이케아_LERBERG 선반유닛, 화이트 / 벽걸이 시계 : 이케아_DEKAD 벽시계 22cm 블랙
방 시공
방은 페인트와 선반설치, 조명설치 이외에는 별로 손대지 않았어요. 전체적으로 화이트/그레이로 톤을 맞 춰서 예쁜 쓰레기들이 많아도 정돈되어 보이도록 노력했어요. 침대에 누워있을 때 전구가 보이지 않도록 피해서 레일을 설치했습니다.
저희 집에 넓은 창문들은 알루미늄 미색 블라인드를 설치했고요 한국식 인테리어에 빠질 수 없는 나무색 장판은 널따란 카펫으로 감췄습니다. 카펫이 있고 없고가 정말 큰 차이를 내는 것 같아요.
블라인드 : 블라인드나라_알루미늄 B-130
레일등 외에 펜던트 조명으로 포인트를 줬는데 전부 을지로 시보리집에 가서 조명갓만 따로 주문해서 제작했더니 개당 만 원이 안들었어요.
펜던트조명 : 제작 / 카펫 : 이케아_HOVSLUND 단모러그, 다크그레이 / 벽걸이 시계 : 이케아_DEKAD 벽시계 22cm 블랙
옥상공간
이 집의 가장 큰 메리트는 넓은 단독 옥상 공간이에요. 바비큐를 할 수 있고, 노을을 볼 수 있으며,(일출은 못 봐요. 제가 그때 못 일어나서요..) 하늘을 보고 바람과 햇빛을 느끼며 제가 지구에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이불빨래도 할 수 있고, 뭐니 뭐니 해도 쓰레기는 일단밖에 둘 수 있으니 조금 게을러도집 안이 쓰레기로 꽉 차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비 오는 날엔 방에서 창문을 열어놓으면 빗소리를 들으며 잘 수 있어요. 처음에는 천막 없이 사용하다가 지금은 천막을 설치해서 비도 피하고 활용도를 높였습니다.
바베큐 그릴 : 코스트코_마스터빌트 바베큐그릴
옥탑방 생활 - 힐링
옥탑방에 살면서 저만의 힐링 방법이 생겼어요. 주로 청승떨기인데요. 비가 오면 완벽합니다. 첫 번째는 비 오는 저녁에 창문을 열고 빗소리와 함께 재즈를 들으며 초와 향(레인포레스트 향)을 피우고 약한 간접 등 아래서 와인 마시기.
콘크리트 인센스 홀더 : 파우스트아틀리에_인센스홀더[여인]
두 번째는 며칠간의 고된 일을 마치고(굉장히 몸이 노곤해야 포인트) 화장실에 들어가 조명 대신 8개의 초를 켜고 프레그런스 향 하나를 피워놓고 God knows i tried 노래를 무한 반복 들으며 뜨거운 물로 샤워하기.
옥탑방 생활 - 향피우기
저는 향을 피우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후각에 민감한 편인데, 각종 디퓨저, 스프레이 방향제, 향초도 많이 사용해봤는데 아무래도 좀 인위적인 향이 저랑 맞지 않더군요. 벌써 이센스 스틱(향)을 애용한 지 7년이 돼가네요.거의 대부분은 제 브랜드 제품이긴 하지만 집에 있는 향초랑 인센스 홀더를 다 합쳐 세 보니 14개가 넘네요.
콘크리트 인센스 홀더 : 파우스트아틀리에_인센스홀더 시리즈 / 나무 인센스 홀더 : 인도_잘란 인센스 홀더 케이스 / 황동 캔들 : 파우스트아틀리에_브라스본(산양) / 파란색 성냥 : 불리1902 향성향
친구들이 집에 방친구들이 집에 방문하면 항상 절에 온 것 같다고 그래요. 그리 강하지 않은 향에 재 냄새가 은은하게 섞여 풍기는 게 마음을 잔잔하게 해주더라고요.
옥탑방 생활 - 바비큐파티
야외공간이 있는 옥탑 생활에서 바비큐는 빠질 수 없겠죠. 해질녘쯤 친구들을 불러 모아고기 파티를 시작하면 보통 새벽까지 이어지곤 합니다. 통 삼겹살부터 해산물, 비어 치킨,소시지, 꼬치 등등.. 그렇게 한 여름을 보냅니다.
옥탑방 생활 - 식물키우기
로빈슨크루소 라이프 스타일답게 여러 식물을 키워요. 그래서 옥탑으로 간 이유이기도 하고요.
겨울에는 어쩔 수 없이 방 안에서 힘든 기간을 보내지만 봄부터는 밖에 따사로운 햇볕 아래 무럭무럭 자라는 식물들을 보면 행복해요.
로즈마리나 애플민트는 즉석에서 수확해 요리에 이용하기도 하고요.
옥탑방 생활 - 요리
주로 서양식 요리를 많이 해요. 스테이크, 파스타, 볶는 요리 등 기념일 날 저녁은 주로 집에서 요리 해먹곤 합니다.
담는 식기도 저희 브랜드에서 나온 식기를 사용해서 감성을 챙긴답니다.
식기류 : 본아시시_코인트레이, 코인소스볼
옥탑방 생활 - 고양이
‘이비’라는 이름을 지어준 코리안 숏헤어 삼색 고양이가 제 동거묘에요. 이비는 제가 좋아하는 영화인 ‘브이포 벤데타’에 나오는 여주인공 이름이에요. 주인한테만 개냥이인 이비는 절대 집 물건을 쓰러뜨리지 않는 저희 집에 최적화된 고양이 입니다.
옥탑방 생활 - 술
방 사진마다 구석 어딘가 항상 술병이 보이는데요. 그만큼 술을 좋아해요. 주로 집에 초대해서 술을 먹기 때문에 각종 위스키, 보드카, 꼬냑, 와인 병이 많아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와인은 말벡 품종이구요. 위스키는 잭다니엘을 자주 마십니다.
나의 집, 내 집
제집을 모래성이라고 표현할게요. 저의 감성을 하나부터 열까지 표현한 집이자 모래를 가지고 놀듯 내 입맛대로 여러 가지를 시도해본 것, 그리고 모래로 지은 모래성처럼 언젠가는 떠날, 다음으로 가기 위한 좋은 경험이 담긴 곳입니다. 여러 번 SNS에 제집이 소개되면서 제일 많이 듣는 말이 있어요. "이 집에 그렇게 공들였으니 10년은 살아야 뽕 뽑겠다.","월세방에 주인만 좋은 일한다.”어차피 떠날 월세방에 갖은 노력을 한 저의 노고가 의미 없는일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신 분들이 많았는데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공사할 때 그 순간에 행복했고 새로운 도전이었으며 성공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값진 경험인데 이후 집은 저에게 안락한 공간을 마련해주었고(현재 2년째살고 있습니다), 제 집 사진을 본 많은 사람이 응원해주셨어요. 인테리어의 인자도 몰랐던 저에게 인테리어 제의가 들어오고 또 다른 도전도 시작하게 되었고요. 저에게 있어 제 집은 어린 시절 놀이터에서 만들었던 모래성 만큼이나 소중하고 모래성만큼이나 미련이 없습니다.

제보 : 인스타그램 @faustatelier_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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