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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주의] ‘사냥의 시간’? ‘졸음의 시간’!

팝콘 리뷰 '사냥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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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PC로 넷플릭스 영화를 볼 때 마우스를 자주 움직이면 그 영화는 재미가 없는 영화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우스를 움직인다는 뜻은 영화가 앞으로 얼마나 남았나를 확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재미있는 영화는 끝날 때까지 모니터를 집중하게 되는 반면 그렇지 않은 영화는 앞으로 얼마나 더 봐야 되나 라는 생각에 계속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죠.


그리고 아쉽게도 영화 ‘사냥의 시간’은 계속 마우스에 손이 가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잘못된 선택으로 사냥감이 되어 버리다

‘사냥의 시간’ 속 대한민국은 나라가 망했다해도 과언이 아닌 상태입니다. IMF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상태이며 원화는 휴지조각으로 전락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달러를 통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총기 소지도 허가된 상태죠.


미래가 없는 사회에서 청춘들의 삶은 더욱 고달플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은 이 땅에서 미래를 꿈꿀 수 없고 결국 범죄자로 전락하게 됩니다.

▶시대는 암울하기만 합니다


주인공인 준석(이제훈), 장호(안재홍), 기훈(최우식), 상수(박정민) 역시 마찬가지죠. 한국에서는 미래가 없다 생각한 이들은 준석의 지인이 있는 대만으로 가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사설 도박장을 털게 됩니다. 이 선택으로 인해 그들은 사냥감으로 전락해 사냥꾼에게 쫓기게 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되죠.

▶준석은 사설 도박장을 털 계획을 합니다

개연성을 부여하려 했지만

IMF 구제금융 상태의 대한민국은 주인공이 왜 범죄를 저질러야 하는지에 대해 그리고 총기 소지가 자유로워진 이유에 대해 개연성을 부여합니다. 할렘가처럼 변해버린 도시와 무너져버린 치안으로 총이 없으면 안되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을 영화 초반 잘 표현하고 있죠. 하지만 여기까지 입니다. 그 이후 끊임없이 개연성을 부여하려 노력하지만 불행하게도 영화는 점점 개연성을 잃어갑니다.



준석이 교도소에서 알았다는 이유만으로 중화기를 선뜻 건내 주는 것은 준석의 매력이 엄청나니 그럴 수도 있다 여기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만 중화기로 둘둘 말고 있는 주인공들(그것도 3명이나 되는)을 향해 시종일관 걸어가기만 하는 한(박해수)은 멋있다기 보다는 실소를 자아내게 합니다. 


여기에 더해 자신을 죽이러 오는 한을 향해 영화가 끝나기 30분전까지 총 한번 못 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물론 좀도둑에 나이도 어리고 사람에게 총을 쏴 본적도 없으며 악마 같은 한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으로 중화기에 방탄조끼까지 입고 있어도 총을 못 쏠 수 있다라고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당장 죽을지도 모르는 급박한 상황에서 손에 무기가 있음에도 마냥 도망만 간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영화 막바지 한에게 거의 완벽에 가까운 자세로 조준사격을 하는 장면은 얘들이 정말 지금까지 총을 못 쏜 것인지 안 쏜 것인지 아니면 대한민국 예비군 훈련의 쾌거(?)인지 헛갈릴 정도로 혼란스럽죠.

도무지 알 수 없는 장르, ‘돌아오지 않는 해병’에서나 봄직한 감성

‘사냥의 시간’은 스릴러 장르 영화입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는 내내 도대체 장르가 뭔지 알 수가 없게 만듭니다.


스릴러의 가장 큰 매력은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있습니다. 얽히고 설킨 인간관계와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심장 쫄깃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있어야 하죠.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처럼 눈을 자극하기 보다는 뇌를 자극하는 장르가 스릴러입니다.


그런데 ‘사냥의 시간’은 뇌를 자극할 만한 그 어떤 이야기도 없습니다. 사설 도박장을 터는 것이야 곁가지이니 빠르게 진행된다 쳐도 그 이후 한이 사냥을 시작하고 나서의 이야기는 이게 스릴러 장르가 맞나 싶을 정도로 밋밋하기 그지없습니다. 스릴러 장르에서 가장 중요한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장면도 거의 없죠.


준석 일행을 사냥하기 위해 병원에 침투한 한. 어두운 병원 복도를 걸어가는 한의 모습은 충분히 위협적이죠. 주인공의 위치를 알기 위해 휴대폰 통화버튼을 누르고 들리는 벨 소리를 따라 갑니다. 하지만 벨 소리가 들리는 곳에는 휴대폰만 남아있죠. 준석 일행은 그사이 엘리베이터를 통해 빠져나갑니다. 상당히 긴장감 넘치는 장면이 연출될 수도 있었건만 이렇게 딱 한번만으로 위기를 탈출합니다. 계단으로 내려가면 될 것을 긴박한 상황에 엘리베이터를 끝까지 기다리고 있는 우직함이야 그냥 넘어간다 치더라도 단 한번의 기지로 모든 긴장상황이 해소될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도 심장 쫄리는 느낌 즉 아슬아슬한 연출이 전혀 없어 스릴러 장르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그렇다고 화끈한 액션씬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앞서 언급했듯 총은 그저 짐일 뿐 1시간30분이 넘어가도록 제대로 된 총격전은 없습니다.


여기에 더해 영화에 흐르는 감성마저 옛 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영화 전면에 흐르는 준석 일행의 우정은 감독의 전작 ‘파수꾼’보다 훨씬 평면적이며 코끝을 찡하게 하는 것 대신 약간 유치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특히 압권이었던 것은 영화 막바지 준석이 한의 총에 맞고 쓰러지자 장호가 “이 개XX야”라며 총을 난사하면서 돌진하는, 60년대 ‘돌아오지 않는 해병’에서나 봤음직한 장면입니다. ‘파수꾼’에서는 우정에 대해 그렇게 촘촘하고 입체적으로 표현했던 감독이었기에 뻔하디 뻔한 국뽕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장면에 당황스러워지기까지 했습니다.


‘사냥의 시간’은 스릴러, 액션, 드라마 모두를 잡으려다 하나도 못 잡은 느낌입니다. 스릴러치고는 긴장감이 거의 없고 액션영화라 하기엔 때리고 부수는 장면이 부족하죠. 또한 사람간의 관계, 우정에 대한 드라마라고 하기엔 모든 캐릭터가 평면적입니다. 이렇다 보니 어느 하나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변죽만 울리다 마는 형국이 되어버렸죠. 그래서 ‘사냥의 시간’이라는 자극적인 제목과 영화 ‘로보캅’처럼 디스토피아를 잘 표현해 시선을 끌어도 이내 지루해지는 영화가 되어버린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차라리 총을 없애고 끈끈한 이야기에 집중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라이징 스타들이 총 출동합니다


이제훈, 최우식, 안재홍, 박정민, 박해수 포스트 송강호, 최민식으로 대한민국 영화의 미래를 책임질 배우들을 보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긴 합니다만 그들의 고군분투도 내려가는 눈꺼풀을 막기엔 역부족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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