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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주의] 고전 명작의 저력,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

조회수 2020. 4. 14. 15:5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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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가지'와 '현대적 재탄생'

* ‘FINAL FANTASY VII REMAKE(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본 콘텐츠는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의 리뷰를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공식적으로 전달받은 게임 리뷰 코드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파이널 판타지'라는 이름을 받아들이는 느낌은 게이머마다 다를 것이다. 아주 오래전 투박한 그래픽 시절의 턴제 JRPG를 떠올리는 게이머도 있을 것이고, 온라인 MMORPG를 떠올리는 게이머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파이널 판타지'가 묶을 수 있는 게이머들의 경험은 방대하고 다양하다.

  

물론 모든 시리즈가 성공적이었으면 좋았겠지만 다 잘 될 수는 없는 일. 대다수의 게이머들과 '파판'을 사랑하는 팬들 사이에서 명작으로 꼽을만한 시리즈는 많지 않다.

  

그중에서도 '명작', '스퀘어 에닉스의 확실한 승부수'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시리즈가 하나 있다. 바로 '파이널 판타지 7'이다. '파판 7'은 20년도 더 된 오래된 게임이지만, 그 당시 게임을 즐겼던 게이머라면 누구나 '명작'이라고 꼽을 만큼 많은 인기를 얻은 게임이다.

  

그만큼 '파판'에 애정이 있는 게이머들이라면, 누구나 현대의 트렌드에 맞춰 게임이 재발매 되길 원했을 것이다. 그리고 개발사 스퀘어 에닉스는 이런 게이머들의 염원에 보답하기라도 하듯,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 소식을 알렸다.

  

드디어 고전 게이머들에게는 향수를, 새로운 게이머들에게는 명작의 재탄생을 느껴볼 수 있는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가 출시됐다. 정말 오랫동안 기다렸다. 과연 '고전 명작'은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그 시절의 감동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을지 조금만 살펴볼까 한다.


이번 '파판 7 리메이크'는 원작과 마찬가지로 '클라우드'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신라 컴퍼니'는 별의 원동력이 되는 '마황'이라는 물질을 추출하는 기업이다. 이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취하고 있으며,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달리 안으로는 거대한 음모를 꾸미고 있는 기업이다.

  

전형적인 악덕 기업 '신라 컴퍼니'에 대항하는 조직은 슬럼가의 저항군 세력 '아발란치'다. 주인공 '클라우드'는 원래 '신라 컴퍼니'의 '솔저'라고 불리는 상위급 용병이었으나, 알 수 없는 이유로 일을 그만두고 '아발란치'의 일을 돕게 된다.

  

단순히 '신라 컴퍼니'에 대한 악의적인 감정 때문만은 아니다. 단순히 '정의'를 위한 것보다는 '의문의 한 남자'와 얽힌 이야기가 더 중요하다. 그 남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환상으로 계속 나타나며 '클라우드'를 괴롭힌다.

  

주인공인 '클라우드'와 모든 일의 중심에 있는 남자와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이번 '파판 7 리메이크'의 핵심 스토리다. 


게임의 배경이 되는 세계 '미드가르'는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반적인 '미드가르'의 모습이나 초반에 마주치게 되는'신라 컴퍼니'의 마황로 시설, 그리고 슬럼가 특유의 분위기는 원작의 세계관을 유지하면서 더 자세히 발전시킨 모습을 보여준다.

  

주목할 부분은 인물 간의 관계다. 이는 파티원으로 참여하는 캐릭터뿐만 아니라 주변 NPC와의 관계에서도 파악할 수 있다. 이번 '파판 7 리메이크'의 가장 큰 특징이 바로 이 부분이다.

  

새롭게 추가된 다양한 '사이드 퀘스트'를 통해 원작에서는 느끼기 어려웠던 도시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고, 퀘스트를 의뢰한 NPC와의 대화를 통해 스토리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됐다. 큰 틀은 유지하면서, 이야기의 폭과 깊이를 더하고자 노력한 것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이번 리메이크의 가장 큰 특징이다. 

하지만, 최근에 출시되는 게임에서 '사이드 퀘스트'라는 개념은 '플러스알파'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게임 진행에서 그냥 지나쳐도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는 정도의 수준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파판 7 리메이크'에서는 하나의 '옵션'이라는 느낌보다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하는 '필수 코스'에 가깝다.

  

메인이라고 하기엔 사소하고, 그렇다고 그냥 넘어가기엔 손해 보는 느낌이다. '클라우드'가 풀어갈 큰 흐름에서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들이며, NPC들의 단순 심부름을 해결해 주는 정도일 뿐 큰 의미는 없다. 하지만, 그냥 지나치기에는 보상이 아깝고, 또 진행의 방향에 약간의 영향을 미치는 퀘스트들도 있다.

  

이런 퀘스트를 통해 부족했던 부분을 새롭게 다듬고, 게임의 디테일을 높여줄 수도 있겠지만, 방식이 익숙하지 않은 게이머는 굉장히 피곤한 느낌을 받는다. 단조로운 진행과 '뺑뺑이' 때문에 게임의 템포가 늦어지고, 지루하다. 달리고 싶은데, 곳곳에 방지턱이 설치된 도로 위에 있는 것 같다.

  

물론 사소한 것까지 놓치고 싶지 않았던 개발사들의 마음을 이해할 순 있다. '파이널 판타지'라는 방대한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한 게임인 만큼, 그리고 오랫동안 준비했던 만큼 많은 것을 보여주고자 노력한 부분은 훌륭하다.

  

하지만 그 욕심 때문에 걷어내도 괜찮을 부분까지 모두 담았다. 이를 통해 게이머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오히려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어디까지나 '거품'이라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고전의 가치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최신 트렌드를 도입한다' 말은 그럴싸하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이도 저도 아닌 결과물'이 탄생하기 딱 좋은 말이다. 그만큼 두 가지 모두를 가져가기란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파판 7'에서 고전의 가치를 꼽는다고 한다면 바로 '턴제 전투'다. 여기에 최근의 게임 방식인 '액션 RPG'를 도입했다. '파판 7 리메이크'의 전투는 이 두 가지 요소를 아주 적절하게 조합했다. 전작의 가치를 지키면서도 현재의 트렌드를 도입한 것에는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적과 내가 서로 다른 시간을 보냈던 '턴' 방식에서 이제는 동시간 대위에 있는 '실시간'으로 전투가 진행된다. 여기에 '파판 7'의 고유가치였던 '턴제 전투'는 'ATB 게이지'라는 요소로 변화했다.

'ATB 게이지'는 일종의 '스킬'을 사용하기 위한 자원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전투 중에 회복되는 게이지를 통해 어빌리티, 마법, 아이템 등을 사용할 수 있다. 'ATB 게이지'를 사용하는 순간 전투의 속도는 거의 멈춘 것처럼 느려진다. 이때 조종하고 있는 캐릭터뿐만 아니라 파티 내의 다른 캐릭터의 능력도 사용할 수 있다.

  

파티에 포함되는 캐릭터들은 근접 공격, 원거리 공격, 회복 등 서로 다른 공격 특징이 있다. 같은 적이 등장한다고 해도 전장은 항상 다르기 때문에 매번 다른 패턴의 전투가 전개된다. 게임의 등장하는 적들 역시 각자 특성이 있고, 속성이나 공격 방식에 따른 약점이 모두 존재한다.

  

단순히 최근의 액션 RPG처럼 평타 몇 번 때리고, 스킬을 누르는 것만으로는 절대 원활한 전투를 할 수 없다. 적들의 약점이나 속성의 정보를 꾸준히 파악하고 정보를 얻어야 한다. 등장하는 적들의 타입과 속성에 맞춰 대응하다 보면 자연스레 턴제 전투 방식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턴제 JRPG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파티원의 유연한 구성과 아이템 돌려쓰기에 있다. 표면적으로는 탱커, 힐러, 딜러의 개성을 가진 캐릭터들이지만, 육성하는 방법과 사용하는 아이템에 따라 그 역할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이번 '파판 7 리메이크' 역시 예전 '고전의 가치'를 크게 바꾸진 않았다.

  

플레이어는 다양한 스킬, 속성을 가지고 있는 '마테리아'를 비롯해 게임에서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을 제한 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단순히 레벨이 높은 것, 공격력이 좋은 것처럼 단순한 스펙 위주의 아이템만 사용하는 것보다, 각종 스킬과 옵션을 취향에 맞춰 장착할 수 있다.

전반적인 캐릭터 육성 방식과 무기의 강화, 개조는 다양하게 조합할 수 있지만, 전투는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만큼, 모든 파티원을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순 없다. 하나의 캐릭터를 조종하는 동안에는 다른 캐릭터를 믿고 그냥 맡겨야 한다.

  

AI가 조종하는 캐릭터의 움직임은 못 쓸 수준은 아니지만, 전투 도중 적의 위치와 움직임을 파악하고 각 파티원을 그에 맞춰 대응하기에는 조금 복잡하고 귀찮은 면이 있다. 캐릭터의 육성과 조합을 잘 짜는 것도 중요하지만, 'ATB 게이지'가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적절히 사용하는 것도 익혀야 한다. 


원작으로부터 20여 년이 흘렀고, 사용하는 엔진도 바뀌었다. 금수강산이 두 번이나 바뀔 만큼의 시간 동안 'PS1'은 이제 'PS4 PRO'가 되었고, 곧 있으면 'PS5'를 달게 될 예정이다.

  

그동안 '박스 그래픽'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그래픽은 엄청나게 발전했다. 사실 이 정도면 '격차'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할 정도다.

  

원작의 고유 감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인물의 세밀한 감정 표현으로 이야기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됐다. 사실 원작 '파판 7'은 고유의 파란 박스와 흰색 텍스트를 보는 것이 이야기의 중심이었다. 당시에는 등장하는 인물, 배경만으로는 게임의 분위기를 느끼기에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리메이크'의 진정한 가치는 이런 부분이다. 오래전, 그 당시에 느꼈던 감성과 감동을 그대로 이어나가고도 충분할 만큼 훌륭한 그래픽 퀄리티를 보여준다. 단순히 '리메이크'라는 타이틀을 떼고 봐도 게임의 배경이나 오브젝트, 그리고 전투 도중에도 등장하는 컷신 등 신경을 많이 쓴 게 느껴진다.

  

단순한 폴리곤 덩어리와 텍스트만으로 표현해내지 못했던 캐릭터의 개성을 이제는 확실하게 체험할 수 있다. 그래도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지금에 보기엔 어쩔 수 없이 '촌스러운' 느낌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특히 '클라우드'의 헤어스타일.


'파판 7 리메이크'는 확실히 오랫동안 준비했다는 게 확실히 느껴지는 게임이다. '고전의 가지'와 '현대적 재탄생'이라는 어려운 도전과제를 '스퀘어에닉스'는 어떻게 풀어냈는지 자신 있게 보여준다.

  

개발사 입장에서도 상당한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특히나 개발사의 확실한 카드, 고전 게이머들의 추억과 높은 기대감, 그리고 신규 유입 게이머들의 새로운 평가를 모두 만족시키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파판 7'이 가지는 가치와 무게를 짐작할 수 있다.

  

이번 리메이크는 '파이널 판타지 7'의 세계관을 확장하고 깊이를 더했다는 면에서 높게 평가하고 싶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너무도 많은 것을 챙기려고 했다는 점이다. 긴장감을 덜 하면서, 힘을 좀 뺐다면, 버릴 것은 그냥 과감하게 버렸다면 어땠을까 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팬들을 안달 나게 만드는 마무리다. 이번에 발표된 내용만으로는 떡밥이 전부 회수되지 않는다. 서브 퀘스트의 파도에 휩쓸려 스토리의 끝을 확인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시작은 좋았지만, 확실한 결말을 원한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하는 아쉬움이 있다. 물론 20여 년 넘게 기다린 것에 비하면 짧겠지만, 엉뚱한데 힘을 뺀 느낌이 드는 점은 어쩔 수 없다.

글/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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