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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당한 천하’는 ‘토탈 워: 삼국’의 제대로 된 첫 번째 DLC다. 이전까지 발매된 3개의 DLC가 수준 미달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단지 황건적의 난, 팔왕의 난, 천명 DLC는 캠페인 경험을 유의미하게 바꿀 수준이 아니며, 숙련된 플레이어에게 도전욕을 불러일으킬 신선함 그리고 결정적으로 구매해야 할 이유가 없었을 뿐이다. 물론 새로운 콘텐츠를 추가하고 신규 요소로 게임을 다듬어가는 목적으로는 합격이며, 토탈 워 시리즈가 여태껏 발매했던 DLC 중에선 못해도 중간은 가는 DLC들이다.

  

그러나 같은 회사에서 발매한 같은 시리즈의 작품, ‘토탈 워: 워해머’의 DLC와 비교하면 어디까지나 합격일 뿐이다. 냉정히 말해 DLC 단어의 뜻 그대로 사도 좋고 안 사도 좋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 드디어 제대로 된 매력을 지닌 ‘토탈 워: 삼국’의 첫 DLC가 나온 점은 아주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배신당한 천하’와 기존 캠페인이 차별화되는 가장 큰 요인은 동기 부여에 있다. ‘토탈 워: 삼국’은 ‘토탈워’ 시리즈 중에서 유별날 정도로 팩션 고유 퀘스트가 부족한 작품이다. 긍정적으로 말하면 이는 자유로운 플레이를 권장하는 샌드 박스형 게임인 셈이며. 부정적으로 보자면 삼국지의 이야기나 역사를 좋아하는 플레이어에겐 몰입할 요소가 부족한 셈이며, ‘토탈 워’에 익숙지 않은 유저에게도 불친절한 게임이란 소리기도 하다.

  

이런 점을 조금이나마 해결하고자 천명 DLC에서는 더 많은 퀘스트와 선택지를 넣고, 본편과 DLC의 역사적 사건이 서로 연동되도록 변경하는 조치가 이뤄졌다. 그러나 ‘이 적을 무찌르세요’, ‘이곳을 점령하세요’, ‘이 팩션을 전멸시키세요’ 등의 퀘스트. 그리고 ’역사적으로는 이 선택지’, ‘입맛대로 하고 싶으면 이 선택지’ 수준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동기 부여가 빈약하다고 비판받는 ‘토탈 워 사가: 브리타니아의 왕좌’마저도 퀘스트를 다양하게 넣고, 스토리텔링에 힘쓴 점을 보면 이 점은 언젠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토탈 워: 삼국’의 단점이기도 하다.

‘배신당한 천하’에 등장하는 퀘스트와 역사적 사건은 ‘천명’이 보여준 것보다 조금 더 나은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배신당한 천하’는 조금 색다른 방법으로 동기 결핍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DLC의 주인공인 여포와 손책에게는 ‘토탈 워: 워해머’에 등장한 ‘노스카’와 ‘헌츠마샬의 원정대’를 연상케 하는 버킷리스트 비스무리한 시스템이 주어진다. 여포에게는 특정 장수들을 상대해 쓰러트릴 때마다 특수한 보너스가 주어지는 ‘위대한 전사들’ 시스템이. 손책에게는 실제 역사적 사건, 손책과 주유가 희망했던 사안을 달성하여 보너스를 획득하는 ‘오의 유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여포의 ‘위대한 전사들’이 어떻게 캠페인을 몰입시키는지 이야기해보자. 본편 캠페인도 그러하듯, 여포는 ‘배신당한 천하’ DLC에서도 혼자서 한 군단을 상대 가능한 가장 강력한 장수이다. 그러나 여포의 세력은 내정에 여러 악영향을 주는 부정적 효과 또한 가득한 세력이다. 이로 인해 여포는 다수의 군단을 보유하기 힘들며 여러 팩션과 동시에 전쟁을 진행할 역량을 갖추기가 매우 어렵다.

  

결국 플레이어는 캠페인을 진행할수록 여포를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 최강의 군단을 꾸릴 필요성을 느끼게 되며. 이를 위해 특정 장수들을 쓰러트릴 때마다 영구적 혜택을 제공하는 ‘위대한 전사들’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여포를 육성시킬 필요가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기회주의적으로 플레이하여 달성하기 쉬운 목표부터 노리거나, 아니면 가장 유용한 보너스를 주는 목표를 대범하게 노릴지는 플레이어의 선택이다.

  

제아무리 잘 만든 시스템이라 하더라도 플레이어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면 의미가 없고. 다양한 선택지와 게임 속 목표들은 플레이어가 하고 싶은 의지가 있어야만 빛을 발한다. 머릿속으로 가장 재미있게 플레이했던 RTS 게임들을 각자 떠올려 보자. 그 게임들은 모두 시스템을 활용할 필요성을 플레이어 스스로 자각하게 만들고, 플레이어가 직접 향후 목표와 전략을 계획하도록 만들지 않는가? ‘천명’ DLC에선 팩션 고유 시스템이 게임 플레이에 큰 영향을 끼치지도 않고, 다른 시스템들과 연동되지도 않았음을 감안하면 이는 장족의 발전이라 할 수 있다.

신규 업데이트로 변경된 지위 시스템은 기존의 급료 시스템보다 더 까다로운 만족도 관리를 요구한다. 캠페인 초기 만족도와 장수 녹봉 관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들어졌다(그래도 로마 2와 비하면 단순한 편이다). 하지만 기존의 만족도 시스템은 극단적인 경우들을 제하면 건들 필요가 없을 정도였는지라, 시스템을 더 활용하게끔 만드는 이런 변화는 매우 긍정적이라 생각한다.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콘텐츠는 딱 DLC 가격만큼의 구성들로 이뤄져 있다. 엄백호와 같은 콘텐츠들은 무료 업데이트로도 제공되니, 상대적으로 DLC의 콘텐츠가 빈약해 보이는 느낌마저 든다.

  

우선 여포와 손책 두 주인공 팩션으로 플레이할 때는 콘텐츠와 몰입도 면에서 큰 문제는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유비와 조조 같은 타 세력들은 새로운 시작 환경과 신규 사건의 추가 말고는 다시금 플레이할 큰 의미를 찾지는 못하였다.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볶짜면 같이 한 그릇에 2개의 메인 메뉴가 담겨 나오고 반찬과 국 등이 함께 나오는 구성에 가까운 DLC인 셈이다. 짬뽕 국과 단무지만으로 포만감을 느낄 순 없지 않은가?

  

한편 DLC는 DLC인지라, 캠페인 속 년도가 흘러 ‘배신당한 천하’가 준비해둔 콘텐츠가 소진되면 그 이후로는 조금 달라진 군웅할거 캠페인과 크게 다를 바 없게 된다. 당연하지만 엔딩 조건과 크레딧 영상도 동일하다.

‘배신당한 천하’가 ‘토탈 워: 삼국’ 플레이어라면 꼭 사야 할 DLC라거나, 없으면 후회하는 DLC인 건 아니다. 이번 ‘배신당한 천하’의 가장 큰 의의는 ‘토탈 워: 삼국’도 매력적인 DLC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증명한 것과 기존 DLC들로 쌓인 ‘비관적인 생각을 어느 정도 떨쳐낸 것이라 생각한다. 다음 DLC에는 더 많은 개선과 신선한 게임 요소들이 추가될 거란 희망도 들기 시작했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