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
보드게임을 제작하는 '보드게임 포푸리'가 세 번째 역사 보드게임 '꺼내줘, 1987'을 발표했습니다.
보드게임 포푸리는 2016년 항일운동을 다룬 보드게임 '자유의 깃발 1919'를 제작하기 위한 동아리로 시작한 보드게임 제작사로, 2018년에는 4.3 사건을 주제로 한 보드게임 '꽃을 피워라'을 발표했습니다. 이번에 발표한 '꺼내줘, 1987'도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하는 보드게임입니다.
'꺼내줘, 1987'은 군사독재 시절 민주화운동이나 노동운동을 하던 민주화 인사와 학생, 일반 시민을 무단 검거해 고문하고 심지어 죽이기까지 했던 '남영동 대공분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1976년 건축돼 '00 해양연구소'로 위장해 앞서 언급한 일을 벌이고 있었죠.
보드게임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꺼내줘, 1987'은 1987년 남영동 대공분실을 비롯한 군사독재 정권의 민낯이 까발려지게 되는 계기이자, 같은 해 6월 민주항쟁을 비롯한 민주화 운동의 씨앗이 되었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1987년,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학생이었던 박종철 군이 남영동 대공분실로 끌려와 폭행과 고문으로 대공분실 509호에서 숨을 거두었습니다. 당시 경찰은 시신의 당일 화장을 시도해 부검을 막으려 하고, 박종철 군의 사망 경위에 대해서는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라고 거짓 시인을 하는 등 이를 은폐하려고 했으나 많은 이의 관심과 노력으로 진실이 대중에게 알려졌습니다.
보드게임 포푸리는 '꺼내줘, 1987'을 통해 그 당시 다양한 사람들이 경찰이 은폐하려 했던 진실을 드러내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이를 대공분실에 갇혀 있던 사람들이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탈출하는 모습으로 표현했죠.
'꺼내줘, 1987'에서 플레이어는 억울하게 갇힌 시민이 되어 대공분실을 탈출해야 하며, 실제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알려지기까지 도움을 준 여러 사람과 키워드를 표현한 '도움카드'를 통해 어떤 이들의 도움이 있었는지 경험할 수 있습니다.
'꺼내줘, 1987'은 지난 11월 25일 크라우드펀딩 중개 사이트 '오마이컴퍼니'를 통해 펀딩을 시작했습니다. 목표 금액은 200만원이지만, 목표 금액에 미달되어도 리워드를 받을 수 있는 형태로 진행됩니다. 보드게임 포푸리는 펀딩으로 모인 금액을 '꺼내줘, 1987'의 제작비로 사용하는 한편, 일부를 '(사) 민주열사 박종철 기념사업회'에 기부한다는 계획입니다.
지금의 대한민국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났던 1987년. '꺼내줘, 1987'을 통해 조금 다른 방법으로 기억해보는 건 어떨까요?
글/문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