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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가 따로 없었던 와우 소장판 구매일기+언박싱

조회수 2019. 10. 14. 21:1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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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돈 쓰면서 8시간 반 노동하는 기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15주년 기념 소장판이 출시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필자도 와우저지만, 필자가 모시는 여친님께서 클베부터 와우를 즐겨오신 터라 이것이야말로 공물에 적합하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여친님은 딱히 필자가 사드리지 않아도 소장판을 쭉 사온 블리자드의 프로호갱이시기에, 이번에도 반드시 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보다 빨리 구매해
여친님을 기쁘게 해 드려야 한다!

사지 않을 수 없었다. 지갑이 열리는 속도가 두뇌의 회전보다 빨랐다. 가격은 11만 5천원, 라그나로스의 12인치 스펙 스테츄를 비롯해 30일 게임이용권, 아제로스 세계지도 마우스패드, 아트워크 프린트 등 꽉 찬 구성이다.

특별 소장판의 선판매 물량은 총 1515개 중 800개로 반 이상의 개수였다. 하지만 지갑이 열린 와우저가 나뿐일 리 없었다. 전날인 11일부터 줄을 선다는 이야기가 커뮤니티에 가득했다. 


일단 현생의 과업을 끝내야 했기에 전날부터 기다릴 수는 없었다. 전날 연차라도 냈으면 좋았겠지만 휴가라는 게 없는 슬픈 직종이라 어쩔 수 없었다. 


일이 끝나고 잠시 눈을 붙인 후 다섯시 반에 코엑스에 도착했다. 하지만 난관이 들이닥쳤다. 

도대체 어디서 파는지 모르겠다!
여기가 어드메란 말이오
지도를 봐도 알 수가 없었다

필자는 한번도 코엑스에 가본 적이 없었다. 거기에 네비게이션 능력도 거의 없음에 가깝다. 결국 한시간여를 헤맨 끝에 겨우겨우 6시 40분쯤 현장에 도착해 대기표를 받을 수 있었다. 375번이었다. 어쨌든 구매는 가능한 것이었다.

200인 한정 무선 장패드
받으신 분들 존경합니다

솔직히 당연히 장패드는 받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앞에 175명이나 더 있었다. 아! 내가 한국의 와우저들을 무시했구나! 어쨌든 대기표를 받고 나서 보니 스텝으로부터 9시 30분에 오라는 말을 들었다.


꽤 시간이 남은 터라 근처에서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삼성역 근처에서 쉴 곳은 마땅치 않았고 그냥 기다리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홉시 반까지만 기다리면 된다는 생각에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패착이었다.

화장실도 못 가고 두시간째 서있는데, 스텝들이 나와서 판매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코미디 활극은 여기서 시작됐다. 일단 현금 결제는 불가능했다. 정확히 11만 5천원을 들고 오지 않으면 현금결제는 애초에 가능하지 않았으며 전부 카드결제로만 된다는 거였다.


거기에 200번 이후 번호는 11시에 오라는 말을 이제야 해 주는 게 아닌가. 이 얘길 미리 들었더라면 근처 카페에라도 가는 거였는데...나는 다시 두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거기에 9시 반부터 스텝들이 나와 포스기를 설치했는데, 딱 두 대였다. 800개를 파는데 포스기가 두 대! 대단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포스기는 충전도 안 된 상태라서 바로 결제도 불가능했다. 어제부터 기다린 사람들에게 이게 뭐하는 짓이란 말인가.

게다가 번호표를 나눠주었으니 번호대로 줄을 서는 게 맞는 일인데,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으면 얼마나 좋았겠냐만은 그렇지 않았다. 사람들은 별다른 얘기가 없었기에 번호표대로가 아닌 무작위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다들 피곤함에 지친 데다 포스기가 달랑 두 대뿐인 걸 보고 조금씩 열받아 있던 상황이었다.


무작위로 서 있던 줄에 대고 번호대로 줄을 서달라기에, 앞번대 번호인 사람이 앞으로 갔지만 앞에는 뒷번대 번호표를 받은 분이 있었다. 두 사람은 새치기 논쟁으로 싸우기 시작했다. 이건 과연 누구의 잘못인가? 일단 줄 선 사람과 스탭 말 듣고 앞으로 나간 사람은 죄가 없다!

그렇게 불합리한 진행 속에서 두시간을 기다린 끝에 결국 소장판은 살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피곤이 정수리 끝까지 올라온 상태로 집(코엑스에서 한시간 반 거리)으로 가고 있는 길, 혹시 몰라 확인해본 커뮤니티에는 불량품을 받았다는 글이 속속 올라오기 시작했다. 불안해졌다.


라그나로스의 조립식 날개가 오른쪽만 두 개 왔다는 글이 제일 많았고 스테츄 박스 보관 상태 불량으로 곰팡이 냄새가 난다는 글까지 아주 가지각색이었다. 반나절을 통으로 쓴 11만 5천원짜리 제품이 대체 이럴 수 있단 말인가.

집에 가자마자 눕지도 못하고 박스를 까 봐야 했다. 여친님이 오픈하는 그 순간에는 절대로 문제가 없어야 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필자의 소장판에는 별 문제가 없긴 했지만,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하자마자 기절해 그대로 12시간을 시체처럼 잤다.

토요일인데 여친님과 연락이 안 돼 일어나자마자 욕을 먹었다는 건 보너스인데.... 어쨌든 기막히고 코막히는 소장판 구매였다. 15년을 한결같이 함께해준 와우저들에게 블리자드는, 대체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물건을 팔아제껴도 되는 부분인가.


어쨌든 언박싱을 해본다

솔직히 정말 무거웠다. 들고 오느라 죽을 뻔 했다. 아마 잠을 못 잔게 강력한 이유였을 것이다. 필자는 그렇게 연약한 사람이 아니다.
불량품이 엄청나게 많다는 그 라그나로스부터 확인해야만 했다. 일단 박스는 멀쩡해 보인다...
스테츄 구성이 그렇게 복잡한 것도 아니다. 날개 두 쪽이랑 몸체, 무기, 손 합쳐서 고작 다섯 개였다.
몸체를 제외한 파츠는 네 개. 이게 다다. 그런데 이걸 다 챙겨주는게 그렇게나 힘들었을까....!?!!?!?!?!!!!!
다행히 뽑기운은 나쁘지 않았다. 좌우날개가 한쌍 제대로 들어 있었다. 여기까지 확인하고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일단 잤다.

정신차리자마자 조립을 해 봤다. 결합도 정상적이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눕자마자 결합 여부가 걱정됐지만 그냥 기절했고 악몽까지 꿔서 더 그랬다...다행이다.........
나머지도 까본다
이것저것 들어있는데 사실 제일 중요한건 라그나로스라 대충 확인했다
디테일이 돋보인다. 하지만 이런 디테일 신경쓸 시간에 날개 두짝 제대로 들어있는지부터 확인하지 그랬냐.
뱃지도 나름 사랑스럽다.
여유를 갖고 아트워크를 확인해본다. 리단이형...아서스...지금은 호구처럼 파템전사에게도 썰리는 한때의 호걸들이다
박스는 어느새 주인님의 것이 되어 있었음...
나도 정말 순수하게 축하해 주고 싶었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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