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시르 제국의 몬테크리스토 백작, 시라노 번스타인

조회수 2019. 9. 15. 22: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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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고전문학 찾기

세기의 고전이라고 불리는 다양한 콘텐츠들이 있습니다. 문학부터 영화, 음악까지 폭넓은 분야에서 우리는 '클래식(Classic)'이라고 일컬어지는 많은 콘텐츠들을 알고 있죠. 모차르트의 음악부터 셰익스피어의 문학작품, 무성영화 시절의 찰리 채플린까지 참 다양한 작품들이 존재해 왔습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는 세상이 되었다고들 하죠. 이제 완전한 창조라기보다는 재창조의 시대가 맞는 것 같습니다. 콘텐츠 창작에 있어서 요즘은 완전히 새로운 뭔가를 제시하는 참신함보다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는 재창조로서의 기준이 자리 잡혔습니다.


재창조의 시대가 된 지금, 게임의 역사 속에도 이런 고전의 영향을 받은 작품들이 많습니다. 이 시리즈는 게임의 많은 요소들 가운데에서도 특히 스토리 면에 집중해, 고전 작품들의 어떤 요소들이 게임에 영향을 주어 왔는지를 짚어 보려 합니다. 


추억 속 그 타이틀,
서풍의 광시곡

한국의 PC게임을 이야기하면서 이 타이틀을 빼놓기는 어렵습니다. 작금에 와서는 언급하기조차 비극적인 타이틀이 되기는 했지만, PC 패키지게임 시절을 주름잡았던 타이틀로서 '창세기전'은 수많은 유저들에게 추억이 되어 있죠.

오늘 다룰 타이틀은 창세기전 시리즈의 많은 타이틀 중에서도 명대사와 명장면으로는 둘째가라면 아쉬울 게임 '서풍의 광시곡'입니다. 


창세기전의 외전 타이틀로 시라노 번스타인의 복수극을 다룬 이 이야기, 최초의 근원은 19세기에 쓰인 복수극의 명작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복수극을 다룬 이야기는 몬테크리스토 백작 이후에도 무수히 창작되었습니다. 한 인간의 파멸과 재기, 복수에 이르는 이야기는 확실히 카타르시스를 자극하는 데가 있으니까요. 


사실 복수극을 소재로 하는 거의 모든 이야기가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원형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데요, '서풍의 광시곡'의 시라노 번스타인이 걸어 온 일대기는 특히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주인공인 에드몽 당테스의 일대기와 흡사하게 닮아 있습니다.

FGO(페이트 그랜드 오더)의 암굴왕 에드몽 당테스

요약하면, '인생의 찬란한 순간을 눈앞에 두었던 촉망받는 인재인 주인공이 주변인들의 시기와 질투로 얼룩진 음모에 휩싸여 감옥에 장기간 투옥되었다가 탈옥해, 다른 신분으로 돌아와 화려한 복수극을 벌인다'는 것이 내용입니다. 


원작과 게임 모두 이 루트로 진행되고, 투옥 중 조력자를 만나게 된다는 것 역시 동일하죠.


찬란했던 행복,
순간의 몰락

시라노 번스타인,
악마 숭배자로 투옥되다

시라노는 번스타인 가문의 영주인 루크 번스타인의 외아들로 어린 시절부터 문무를 겸비한 뛰어난 영재로서 이름을 날렸고, 열 넷이라는 나이에 게이시르 제국의 학술원 학자로 임명되었을 만큼 장래가 촉망되는 청년이었습니다.

제국 학술원에 자주 방문했던 추기경 체사레 보르자는 딸인 메르세데스를 대동할 때가 많았는데,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사랑에 빠지게 되고 평생가약의 연을 맺으려 합니다. 하지만 약혼식이 거행되던 바로 그 날 시라노는 제국의 금서였던 '창세비록'을 읽었다는 죄명으로 체포되고 맙니다.


시라노는 창세비록이 금서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발견되지 않았던 역사서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시라노를 시기해 왔던 이스카리옷과 루벤, 그리고 예비 장인이었던 체사레 보르자의 음모에 휘말려 시라노는 악마 숭배자로 낙인찍혀 사형선고를 받습니다. 

하지만 시라노의 약혼녀 메르세데스는 시라노를 살려주는 조건으로 촉망받던 영주인 프레데릭과 결혼하라는 아버지의 명령을 따르게 됩니다. 간신히 목숨을 부지한 시라노는 인페르노에 수감되지만, 이 또한 사형선고와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게이시르 제국의 북부에 위치한 인페르노는 죄수들에게 유황 채굴 강제노역을 시키는 감옥으로, 열악하기 그지없는 환경 탓에 인페르노 수감은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던 어느날, 시라노는 동굴을 헤매다 우연히 인페르노의 깊숙한 곳에 봉인되어 있던 마신 데이모스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되었죠.

음모에 휘말린 추락,
에드몽 당테스의 이야기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주인공인 에드몽 당테스 역시 시라노와 마찬가지로 장래 유망한 청년이었습니다. 일등 항해사로서 미래가 보장되어 있었고, 절세미녀로 유명했던 메르세데스와 약혼까지 했습니다.


거기에 선장으로 승진하면서 승승장구할 일만 남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약혼식 직전에 했던 항해에서 했던 한 가지 일이 그의 발목을 잡게 되었죠. 

작중 배경인 1815년경은 프랑스를 쿠데타로 점거하고 스스로 황제의 자리에 올랐던 독재자 나폴레옹이 워털루 전투에서 패배하고 세인트헬레나 섬으로 유배당한 그 해입니다. 이런 역사적 배경에 기반해, 에드몽 당테스는 항해 중 유배당한 나폴레옹이 쓴 편지 한 통을 비밀리에 배달하는 임무를 맡게 됩니다.

평소 에드몽에게 시기와 질투를 품고 있던 이들의 계략에 의해 약혼 피로연장에서 체포당한 에드몽은 정치범 수용소였던 이프 성채에 수감되고 말죠.

이프 성채 역시 천연 요새로 불리우는 섬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환경이 열악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탈옥은 꿈도 꿀 수 없는 조건이었습니다.


희망이라곤 없는 상황에서 수감생활을 이어 가던 중 에드몽은 우연히, 자신의 재력을 이용해 탈옥하려 하지만 늘 실패하고 간수들에게는 '미친 신부'라 불리던 파리아 신부와 만납니다.


재기의 시작,
조력자의 도움

미친 신부? 천재 신부!
파리아 신부와의 만남

에드몽 당테스가 만난 파리아 신부라는 사람은 독특한 인물이었습니다. 명석하고 능력도 많은 데다 온갖 학문을 섭렵한 사람이었는데, 이탈리아 독립 운동을 벌이다 수감되어 있었죠. 


재력이 대단한 사람이었던지라 간수장이나 감옥 관리자가 올 때마다 뇌물 탈옥을 제안했지만 아무도 그의 재력을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미친놈 취급당하고 있었습니다.

출처: 영화 '몬테크리스토 백작'

하지만 파리아 신부는 능력으로만 보면 거의 먼치킨 수준의 능력자인데, 모든 재료와 수단이 제한적인 감옥에서도 필요한 물건을 뚝딱 만들어내는 것은 물론이고 언어에도 능했으며 결정적으로 몬테크리스토 섬에 숨겨져 있는 보물의 위치까지 알고 있었죠. 죄수란 것 외에는 다 가진 사람이었지만 오랜 수감 생활로 인해 몸이 약해져 죽음이 머지 않음을 직감하고 있던 와중이었죠.

파리아 신부는 탈옥 영화의 마스터피스인 '쇼생크 탈출'의 주인공처럼 땅굴을 파서 탈옥할 목표를 세우고 있었는데, 이 땅굴 설계가 어긋나 버린 덕에 파리아 신부의 땅굴은 에드몽의 감옥방과 연결되어 버립니다. 


몸이 아픈 상황에서도 열심히 팠는데 다른 감방으로 연결되었다니 얼마나 우울했겠어요(...).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에드몽과 함께 탈옥할 계획을 다시금 세우게 됩니다.

출처: 영화 '쇼생크 탈출'
탈옥땅굴의 좋은예
앤디 듀플레인은 잘 팠고 파리아 신부는...

이 과정에서 에드몽은 파리아 신부에게 문학과 과학, 경제, 정치, 예술 등 다양한 학문과 기술, 귀족으로서의 기품있는 태도와 교양 등 그가 이후 백작 칭호를 사서 활약하는 데 문제가 없을 정도의 지식을 전수받게 됩니다. 


거기에다 본의 아니게(...) 에드몽이 투옥된 이유에 대해 듣는 과정에서 뛰어난 추론 능력으로 그가 배신당했음을 알려주는 바람에 에드몽이 복수심을 불태우는 계기도 만들어 줍니다.

에드몽의 스승이자 조력자였던 파리아 신부는 결국 나빠지는 건강을 이겨내지 못하고 감옥에서 병사하고 맙니다. 하지만 죽음 이후에도 에드몽을 도와주었는데, 파리아 신부의 시체 주머니에 들어가는 것으로 탈옥하는 데 성공하게 됩니다.


밀수선에 구조되어 항해를 도우며 자유를 되찾는 데 성공한 에드몽은 파리아 신부가 알려준 몬테크리스토 섬에 도착합니다. 숨겨진 보물을 찾아 재력까지 획득한 에드몽은 이탈리아로 넘어가 작위를 산 다음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되어 복수극의 전초전을 시작합니다.

암흑신 데이모스와의 만남
시라노의 새로운 시작
흑태자(칼 스타이너)

시라노 번스타인이 인페르노에서 만난 데이모스는 암흑신의 한 사람으로, 13암흑신의 수장인 '혼돈의 데이모스'가 그의 풀네임입니다. 마신교를 섬기는 게이시르 제국의 수호신이었죠. 데이모스는 일찍이 '창세기전 2'에서 봉인지를 찾아온 흑태자에게 궁극 그리마의 힘을 전수해 준 존재이기도 했습니다.

혼돈의 데이모스

흑태자에게 갖고 있는 힘을 전부 전수해 주고 빈 껍데기 상태가 된 데이모스는 옛 동료이자 같은 암흑신에게 또다시 봉인당해 인페르노에 묶여 있었던 것이죠. 또다시 봉인당한 채 시간만 하릴없이 보내고 있던 데이모스는 유황 동굴에서 혹사당하고 있던 시라노와 만나게 되었고 곧 가까운 사이가 됩니다.

데이모스는 시라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그에게 가르침을 주었고, 시라노는 그를 통해 자신이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를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체사레 보르자를 향한 복수심을 불태우게 되죠.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유황동굴에서 노역당한 나머지 건강 악화로 인해 심장발작을 일으켜 구덩이에 버려집니다.

죽음이 엄습해 오던 시라노에게 데이모스는 마지막 힘을 모아 암흑혈을 전수해 주었고, 폭풍도에 가서 흑태자의 검인 아수라를 되찾으라는 유언을 남기고 소멸합니다. 즉 원작에서 파리아 신부가 에드몽에게 지식과 재력을 주었다면, 데이모스는 시라노에게 지혜와 힘, 즉 암흑혈을 전수해 준 셈이죠.

이후 제피르 팰컨의 도움을 받아 인페르노를 탈출한 시라노는 아수라를 찾기 위해 폭풍도로 떠납니다. 이 과정도 순탄치는 않았는데(…) 탈진과 표류를 거듭하며 폭풍도에 도착했지만 역량이 부족해 아수라를 쥘 수 없었던 것이죠. 

폭풍도의 마검, 아수라
무섭다

그나마 데이모스가 전해 준 암흑혈 덕분에 버틸 수는 있었는데, 이를 본 이올린 팬드래건이 그에게 1년 동안이나 가르침을 준 결과 시라노는 아수라를 손에 넣게 됩니다.


여러 명의 조력자의 도움을 받아 시라노는 제피르 팰컨에 합류하게 되었고, 이후 제피르 팰컨의 부대장으로서 활약하며 흑태자 이후 제국 최강의 검사라는 호칭을 얻으며 수많은 전투를 거치게 됩니다. 비프로스트와의 전투에서 승리를 거둔 시라노는 드디어 제국으로 돌아가 원수들 앞에 섭니다. 


원수들에게 고통을,
복수극의 정점

밝혀진 진실,
추락하는 원수들

에드몽 당테스가 수감된 이유는 바로 나폴레옹의 편지를 소지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편지의 수신인은 누아르티에 드 빌포르였는데, 바로 에드몽의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의 친아버지였죠.


자신의 아버지가 나폴레옹과 내통했다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당대 상황으로서는 제라르 드 빌포르의 미래가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었고,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지키기 위해 빌포르는 에드몽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우고 투옥시키는 걸 택했던 겁니다. 

만화 '암굴왕'

빌포르는 에드몽에게 선처해 주겠다고 약속한 다음 정작 편지는 태워버렸고, 절대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알려진 이프 성채 감옥으로 보냈던 것이죠. 에드몽은 이 모든 의문을 파리아 신부와 대화 끝에 그의 추론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를 수렁으로 밀어넣은 제라르 드 빌포르는 물론이고, 에드몽의 배에서 일하고 있었으나 에드몽을 질투했던 나머지 허위로 그를 밀고한 당글라르, 에드몽의 약혼녀였던 메르세데스를 사랑했던 탓에 에드몽을 몰락시키는 데 일조한 페르낭 몽테고까지 차례차례 비참하게 복수를 시전합니다. 

수감되기 전에도 능력있는 수재였지만, 돌아온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이전의 에드몽 당테스와는 비교할 수 없는 존재였죠. 


말하자면 먼치킨 급의 다 가진 자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일인 다역을 연기하면서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수준급의 뻔뻔함을 보여주기도 했고 직접 죽이는 방식 대신 원수가 더 비참해지는 방식을 선택하는 냉철함도 보여줍니다.

빌포르 검사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에서는 배우 조순창이 빌포르 역을 맡아 연기했다

에드몽은 복수극을 벌이는 내내 거의 무한에 가까운 재력과 더불어 파리아 신부로부터 전수받은 수많은 지식과 능력을 발휘하며 은인들에게는 그만한 보상을 하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복수를 끝낸 에드몽은 다시 자신의 행복을 찾아 잠적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됩니다.

독이 든 와인 두 잔,
연인의 비극적 결말

시라노 번스타인이 복수해야 할 대상은 아버지 루크 번스타인을 전사시킨 자인 동시에 사랑하는 메르세데스의 남편이 된 영주 프레데릭, 시라노의 재능을 질투한 나머지 그를 증오해 체사레 보르자의 꼬임에 넘어가 버린 루벤 번스타인과 이스카리옷, 그리고 이 모든 음모의 배후에 있었던 체사레 보르자까지 넷이었습니다.

체사레 보르자
실존인물이지만 창세기전에서는...

승전하고 돌아온 시라노는 가장 먼저 프레데릭에게 결투를 신청하고 승리합니다. 하지만 프레데릭 역시 스스로의 정의와 자신의 일에 충실했을 뿐이라는 말을 듣고 마음을 돌려 그를 죽이지 않고 산을 내려가게 합니다.

"신이 세상에 사랑을 주었고

그것을 질투한 악마가 있었지.

당신이 그들의 죗값을 

대신 치러야 할 이유는 없지.

어서 산을 내려가시오."

하지만 체사레 보르자의 음모는 계속되고 있었고 결투에서 패배한 채 지쳐 있던 프레데릭은 살해당하고 맙니다. 모든 이들이 시라노가 프레데릭을 죽인 것으로 오해했고 프레데릭의 아내가 되어 있던 메르세데스 역시 마찬가지였죠.


메르세데스는 시라노와의 추억이 담긴 곡을 연주하며 시라노를 비난합니다. 메르세데스조차 시라노를 믿어주지 않는 상황에서, 탁자에는 와인잔이 두 개 놓여 있었고 시라노는 그 잔에 독이 들어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한심하구나, 시라노 번스타인. 

고작... 독이 든 와인을 마시기 위해 

15년 동안을 기다려 왔단 말인가... 

뭐... 좋아. 이것이 운명이라면..."

시라노는 자신이 결백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과거의 연인 앞에서 진실을 이야기하기 위해 독이 든 와인잔을 마십니다. 그리고 메르세데스에게 절규합니다.

“기억해 내라, 메르세데스...

누가... 너에게 

프레데릭의 사망소식을 알려주었지?


누가... 너에게 독이 든 와인을 주었지?


누가 프레데릭을 죽인 이가 

나라고 말해주었지!!!!”


이 모든 이야기를 듣고서야 자신의 아버지인 체사레 보르자가 모든 음모를 꾸몄다는 것을 알아챈 메르세데스는 남은 한 잔을 들이키고 맙니다. 암흑혈의 영향으로 시라노는 죽음에 이르지 않을 수 있었지만, 메르세데스는 평범한 인간이기에 죽음을 피할 수 없었죠. 


모든 것을 잃었지만 시라노에겐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었습니다. 체사레 보르자와의 결전이었죠. 체사레 보르자의 진짜 목표는 파괴신의 힘을 이용해 안타리아 대륙 전체를 손에 넣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인륜을 저버리는 일조차 아무렇지도 않게 행했죠.

크리스티나와 융합한 파괴신
아이고...

그 중에는 손녀인 크리스티나 프레데릭을 회유해 파괴신과 융합시킨다는 천인공노할 짓도 있었습니다. 시라노가 자신의 부모님을 모두 죽였으며 파괴신과 융합하는 것만이 복수할 길이라는 거짓말로 자기 손녀를 제물 삼은 것이었죠.


파괴신과 크리스티나를 분리하기 위해 동료였던 성녀 에스메랄다가 희생되었지만, 파괴신과 분리된 이후에도 크리스티나는 살아날 가망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시라노는 끝내 데이모스에게 전수받았던 암흑혈을 크리스티나에게 전수합니다. 암흑혈이 빠져나가자 메르세데스와 함께 마셨던 독이 든 와인이 시라노의 몸을 공격해 왔고 시라노는 결국 죽음을 맞고 맙니다.

창세기전 3의 크리스티나
이후 게이시르를 재건하고 황제에 즉위한답니다

시라노 번스타인의 경우에는 본작이 게임이기 때문에 선택지 분기에 따라 엔딩이 달라집니다. 끝까지 복수를 하지 않는 루트도 있죠. 일본에서 출시된 '서풍의 광시곡'에서는 죽음을 맞지 않고 참극의 원흉인 체사레를 용서하기까지 하며, 종국에는 새로운 세상을 향해 떠나는 것으로 엔딩을 맞기도 하죠. 본문에서는 국내판의 진엔딩을 기준으로 서술했고 이 내용이 향후의 시리즈에서도 채택된 역사입니다.


체적인 스토리가 보신 대로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에드몽 당테스와 흡사합니다만, '서풍의 광시곡'의 경우에는 몬테크리스토 백작과 비견되기보다는 표절시비가 더 컸습니다. 무협지 작가로 잘 알려져 있는 용대운의 '탈명검'이 주인공이었죠. 

복수극을 다룬 작품이 대부분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원형으로 하기 때문에 엄밀히 표절이라고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서풍의 광시곡'의 경우에는 스토리상의 여러 요소들이 풍월검의 인물과 사건 구성, 흐름까지 흡사해서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공식적으로 반쯤 인정하기까지 했고 후일담으로는 용대운 작가가 너그럽게 넘어가 줬다고 하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도 있는 스토리와 호흡으로 유저들의 기억 속에 감명깊은 게임 시나리오로 남아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게임으로서도 당대의 수준을 상회하는 퀄리티를 보여주었고 전작을 반영하는 외전으로서의 팬서비스에도 충실해, 시리즈의 입문작으로도 다수의 유저들을 끌어들인(...) 공로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출처: 창세기전 4
슬픔이 밀려온다

뭐.. 좀 슬픈 얘기이기도 합니다. '서풍의 광시곡'이 표절 시비가 엄청났던 작품인 건 사실이지만 이후에 이만한 흡인력을 가진 시리즈가 국내 게임 타이틀에 더 있었느냐고 묻는다면 대답하기가 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니까요.


창세기전 시리즈는 이 타이틀 이후에도 고전 작품의 요소를 오마쥬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문학 작품과 역사적 사실을 게임 시나리오에 반영해 왔습니다. 


사실상 시리즈의 마지막 타이틀이라고 봐야 할 '창세기전 3 파트 2'도 종교전쟁과 정치극을 다루었으며 우주로 무대가 넓어지면서부터는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의 작품들로부터 영향을 받은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죠.


게임 시나리오가 이제 더 이상 의미가 없는 게 아닌가 싶어진 요즘이지만, 그렇다고 시나리오가 탄탄한 게임 타이틀이 아주 없는 건 아니죠. 


그리고 이런 시나리오들은 다들 어디에선가 원형이 되는 고전 작품들의 영향을 받은 흔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유저를 매혹시키는 장대한 스토리가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시대가 다시 오기를 바라며, 게임 스토리의 원형을 찾는 여정을 계속해 보려 합니다.

필자: 희재

까칠한 잡덕이지만

해치지 않을 것을

약속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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