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적화.. 이제 그만할 때도 됐는데

조회수 2019. 6. 7. 22:5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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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헬적화 논란

해외에서 서비스된 게임이 한국에 뒤늦게 서비스를 시작하는 경우, 대부분의 유저들이 우려하는 이유가 하나 있다. 바로 헬적화다.

언제나 그랬지만, 요즘은 더더욱 할 게임이 무궁무진하다. 거기다 모바일이라면 엄청나게 많은 세상이다. 같은 장르에 같은 시스템의 게임만 고르더라도 무수하게 많다. 


이런 세상에서 기대작으로 꼽힌다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 어려움을 뚫었는데, 서비스 초반부터 논란이 터진다? 유저와 개발사 모두 바란 적 없는 전개다.


출시하자마자
논란에 휩싸인 그대

비극이 아닐 수 없다. 기대작이라고 손꼽혔던 데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고, 매력포인트가 효과적으로 작용했다는 뜻이다. 게임이 괜찮은데도 불구하고 헬적화 논란 때문에 미운털부터 박히고 시작하는 건 참 안타까운 일이다.

'일령계획'은 한국형 캐릭터까지 참전시킨 데다, 비주얼을 무기로 하는 미소녀 게임치고는 장르도 독특한 편이다. 디펜스라는 장르가 모바일게임 전체를 놓고 보면 꽤 흔하긴 하지만, 비주얼을 앞세운 '귀여운' 디펜스게임이라는 점만은 나름 독특했다. 거기에 선택지에 따라 이야기가 바뀐다는 캐치프레이즈 역시 유저들의 호감을 얻을 만 했다.


그러나 정말 이런 기대가 무색하게도, 일령계획은 출시와 거의 동시에 헬적화 논란에 휩싸인다. 문제는 헬적화가 게임 콘텐츠와 시스템 전면에 걸쳐 있었다는 점이었고, 이에 이어 개인정보 유출 루머까지 퍼지면서 사태는 더욱 심각해졌다.


현지화가
헬적화로 변하는 순간

문제가 된 사항은 대략 이렇다. 스테이지 보상이 해외서버와 비교해 낮은 것은 물론, 원하는 캐릭터가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뽑기를 돌릴 수 있는 시스템인 선별 소환이 해외와 달리 무료가 아니라 유료로 판매되고 있다는 점, 마지막으로 유료 상품이 국내만 유독 비싸다는 것이었다.

논란 이후 수정사항의 일부인 데일리팩 보상 조정

이에 대해 룽투코리아측은 국내 빌드가 해외 버전과 달리 업데이트 사항과 콘텐츠가 전면 수정된 버전이므로 밸런스 면에서 큰 차이가 있고, 이에 따라 패키지 역시 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선별 소환이 유료로만 제공되는 점에 대해서는 메인스테이지를 2-5까지 클리어하면 최초 1회에 한해 무료로 진행할 수 있도록 수정되었다. 또한 보상 수량 역시 전면 수정으로 상향되었다.


요약하면 '일령계획'의 한국 버전은 해외 서버에서 제공되고 있는 버전과 기본적으로는 같지만, 콘텐츠나 밸런스 측면에서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고 그에 따라 게임 경제를 새로이 구성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유료 콘텐츠에 대해서도 차이가 있었다는 이야기.

이용약관 중 일부
해당 권한은 기본적인 게임 구동을 위해 필요한 것들로 개인정보 유출과는 관계가 없다

개인정보 유출 문제의 경우 약관상 명시적으로 밝혀둔 점이 오히려 문제가 된 셈으로, 유저들 사이에 퍼졌던 개인정보 침해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때문에 룽투코리아 측에서는 해당 루머 유포에 대해 강경대응을 하겠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오해와 진실

가장 이슈화되었던 것은 루머에 지나지 않았던 개인정보 유출 문제, 그리고 선별 소환이 유료로만 제공된다는 점이었다. 즉 유료 판매 상품이 가장 민감하게 작용한 셈이다.


어떤 방식으로 판매하건 간에 결국 지갑을 열기 위해 가성비나 가격을 따져 보는 건 유저이기 때문에, 유료 상품이 얼마에 판매되는지와 확률에 관한 문제는 가챠가 게임에 들어가기 시작했던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유구하게 민감한 이슈였다.

좋은 게임이라면 과금도 아깝지 않다
Take my money와 Back my money는 실로 한끗차이

개발사 측면에서의 입장은 이렇다. 한국 유저들이 해외 유저들에 비해 콘텐츠 소모 속도가 유난히 빠른 편이기에 이에 맞추어 '적절한' 현지화를 거친다는 것이다. 


이 현지화에는 기본적인 번역과 이벤트 기획 등도 들어가지만, 콘텐츠와 과금 모델의 밸런스 변경 역시 한몫하게 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돈 쓰는 입장에서는
당연한 불만인데..

하지만 유저 입장에서 볼 때,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은 결국 과금모델의 격차다. 


환율의 차이, 국가별 서비스의 차이 등등 이유로 내걸 만한 것들은 많다. 국가별로 유저 성향에 차이가 있다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지갑을 여는 입장에서는, '해외서는 무료인데 한국에선 유료다'라는 건 차별받는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그 넷마블도
선별소환이 24시간 무제한이었다는 사실은..

일령계획 사건이 일파만파 커진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었지만, 단순히 뽑기 상품의 가격이나 구성의 문제가 아닌, 그냥 소환도 아니고 '선별 소환'이었다는 것이 제일 크다.


애초에 선별 소환이란 시스템은 뽑기가 갖고 있는 태생적인 확률싸움, 비확정 유료 상품이라는 유저들의 억하심정을 어느 정도 해결해 주기 위한 목적에서 나온 것이다.

거기에다, 국내 서비스되었던 게임들 중 선별소환 시스템을 채택한 타이틀들은 대부분 무료로 선별 소환을 할 수 있도록 제공해 왔다. 


'오버히트'의 경우 테이블 제한이 있기는 했지만 최초 한정으로 원하는 캐릭터를 적어도 1명은 들고 시작할 수 있었고, '스타리라'와 '킹오파 올스타'의 경우에는 아예 24시간동안 무제한으로 선별소환을 할 수 있었다. 


이런 시장 상황에서는, 같은 플랫폼인 데다, 같은 시스템을 채택했는데도 무료가 없다? 상대적 박탈감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빠른 사과는
언제나 옳습니다

문제가 일단 벌어지고 나면 중요한 건 해결이다. 원인에 대해 토론하는 건 한참 나중의 일이고, 유저들 사이에서 그것도 서비스 초창기(보통은 1개월 이내인 경우가 많다)에 터진 이 크리티컬한 이슈를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 어떻게? 적절하게!

유저들이 바라는 것은 한결같다. '차별받지 않고 동등하게' 플레이하는 것, 문제에 대한 적절한 사과, 문제시된 부분에 대한 수정. 그래서 해답은 이미 나와 있는 셈이다. 


너무 늦지 않게, 

적절하고 진심어린 사과는 물론이고, 

너무 짜지 않은 보상을 동반한, 

앞으로의 운영 및 서비스 방향성이 담긴 

진솔함이 느껴지는 공지사항과 함께 

인게임 업데이트를 하는 것이다.

정말 도덕책 문장 같은 해결책이지만 사실 이게 정답이다(그래서 만점자들이 그렇게나 교과서만 봤다고 하는 것이다…). 교과서적인 이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 온다는 것부터가 슬픈 일이긴 하지만… 어쨌든 이런 문제에 대한 답은 이미 나와 있다. 괜히 거짓말이나 변명 안 하고 사실관계 정확히 밝혀서 사과할 건 하고 넘어가면 된다.

앞으로 이걸 못하는 게임은
아이콘을 펭귄프사로 바꾸기로 합시다

좋은일도 아닌데
왜 자꾸 반복될까

헬적화 논란의 가장 큰 문제는 너무 여러 번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대부분이 과금모델의 문제에서 온다. '영원한 7일의 도시'에서도 과금상품 이슈가 있었고 '일령계획'도 마찬가지였다.

'영원한 7일의 도시'의 경우, 한국 서비스 이전에 열린 중국과 대만 서버에서는 가챠에서 1.5%의 확률로 오팔을 얻을 수 있었다. 


오팔은 가챠를 돌릴 때 사용하는 재화로, 캐쉬인 수정으로 구매하거나 특정 조건을 만족해야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개당 가치가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한국 버전만 오팔 대신 골드를 지급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고, 결국 논란이 거세지자 골드 획득 횟수만큼 오팔을 뒤늦게 지급했다. 


한 달 후 열린 불꽃축제 이벤트에서는 매일 이벤트에 최대한 참여해도 최종 보상을 받을 수 없게끔 설계되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이중 논란에 휩싸인 '영원한 7일의 도시'는 유저들의 분노를 사며 헬적화의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되게 되었다.

최근에는 전격문고 출판사의 라이트노벨 24종 전체 캐릭터가 한꺼번에 등장한다고 해 화제를 모았던 게임 '전격문고: 크로싱보이드'도 논란거리였다. 


 4월 말 출시된 이 게임은 런칭 직후부터 최적화 문제와 과금모델의 국내/해외의 현격한 차이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하지만 공지사항도 늦은 편이었던 데다 가챠 포인트로 S급 캐릭터를 획득 가능하다고 쓰여 있던 문구 역시 그저 번역 오류 문제 정도로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과연 이게 제대로 된 마무리일까.


게임 서비스는
장기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주기를

콘텐츠는 동일한데 보상만 다르다? 난이도 밸런스의 차이는 유저가 명시적으로 느끼기 어렵다. 하지만 가격 차이는…? 누구보다도 유저가 민감하게 느낀다. 이거 뭐지? 왜 해외서버보다 비싸지? 이 생각이 드는 바로 그 순간 헬적화는 시작된다.


사람도 그렇지만 게임도 첫인상이 정말 중요한 법이다. 출시 초반의 마켓 평가를 한번도 읽어보지 않은 유저는 거의 없을 것이다. 또 어떤 게임이든 가챠가 있다고 하면 리세마라 정도는 검색해 보는 게 보통이기에, 이런 첫인상에서 실패한 게임은 초반부터 악평만 가득한 사태도 꽤 흔히 벌어진다.

헬적화, 그러니까 한국 서버에만 유독 과금모델을 비싸게 가져가고, 고등급 캐릭터를 얻기 더 힘들게 만드는 작업이 정말 매출에 도움이 될까? 최근 출시된 '랑그릿사 모바일'은 그 반례 중 하나다. 중국과 일본 서버에 비해 오히려 패키지 가격이 저렴한 이 게임은 여타의 게임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게임 서비스는 단타치기가 아닌 장기전이고, 지갑을 여는 건 게임사가 아니라 유저다. 돈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따져볼 수밖에 없다. 아무 생각없이 결제를 할 수 있는 사람은….많지 않다. 결국 지갑을 여느냐 마느냐는 유저의 선택에 달려 있는 법이다.

미쿠는 죄가 없다

헬적화 사태는 아무리 잘 마무리한다고 하더라도 서비스 내내 게임의 아킬레스건이 된다. 운영도 사람이 하는 일이니 언제든 실수는 생길 수 있다. 헬적화 논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한 번 이런 논란이 크게 번지고 나면, 헬적화 논란은 이미 과거의 일임에도 불구하고, 사소한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게임의 생명력을 갉아먹는다.


좋은 게임이라면, 재미있는 게임이라면 그만큼 운영도 좋기를 바라는 게 모든 유저들의 바람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심혈의 노력을 기울여 만든 게임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것을 누구보다도 원하는 건 바로 게임사다. 누구도 바란 적 없는 이 논란이 이제 더 이상 없기를 바랄 따름이다.

필자/김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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