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된 게임중독 질병등록,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조회수 2019. 6. 3. 13:4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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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보는 시각

모든 유희적 행동에는 중독 즉 탐닉이 따릅니다. 인간은 편하고 즐겁고 좋아하는 것을 계속 하도록 설계된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재미의 강도가 커질수록 중독의 강도 역시 커지게 됩니다.

  

지난 5월 25일 세계보건기구 WHO는 만장일치로 게임중독을 질병에 등록했습니다.

▶ WHO는 만장일치로 게임중독을 질병에 등록했다

WHO가 게임중독을 치료의 대상으로 정했다 하더라도 그 결정을 받아들일지는 각 나라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보건복지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입장차가 나뉘고 게임계가 절대 반대하는 것도 우리가 받아들일지 아닐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시작부터 꺼림직한 결정

 

WHO의 게임중독 질병등록은 시작부터 꺼림 직한 면이 있습니다. 우선 게임중독에 대한 연구가 부실하기 때문입니다.

 

WHO는 DSM이라는 진단기준을 바탕으로 게임중독을 판단했습니다. DSM은 미국정신의학협회가 출판하는 서적으로 정신질환진단에 있어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게임이라는 일종의 문화를 즐기는 것을 정신의학자들로만 구성된 단체에서 판단을 내리는 것이 적절한가 입니다. 어떤 문화에서 발생하는 사이드 이펙트를 단순히 특정 집단의 목소리로만 정의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한 2019년 갱신된 DSM-5에서 게임중독에 대한 증상과 내성을 제대로 증명하지 못했습니다. 알코올 중독이나 도박중독은 금단현상이나 내성에 관한 증상을 측정했지만 게임중독은 측정하지 못했습니다.

WHO는 과거에도 동성애를 질병으로 분류했다가 삭제했으며 사춘기의 아이들이 가출하는 것도 질병으로 분류한 전적이 있습니다. 확실치 않은 근거임에도 일단 올려놓고 보자는 식이죠. 이번 게임중독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 동성애가 질병분류에서 삭제되기까지 20년이라는 긴 세월이 걸렸다

WHO는 일단 등록을 시켜놓으면 관심이 집중돼 연구가 활발해 질 것이기 때문에 해결책이 나올 것이다 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습니다. 스스로 연구가 덜 되었다 인정하는 꼴이죠. 연구가 덜 됐다는 건 게임중독의 명확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원인도 모르는데 치료부터 하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따라서 게임을 병이라고 미리 규정한 뒤 근거를 짜맞춘 건 아닌지 의심되는 부분입니다.

애매한 기준

  

중독에 대한 연구 특히 신체적으로 어떤 변화나 영향이 없을 경우 그것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는 정말로 쉽지 않습니다.

  

마약으로 인한 뇌 활성화와 게임으로 인한 뇌의 활성화는 같은 부위라고 밝혀졌습니다. 그런데 사랑을 했을 때도 마약, 게임과 같은 부위가 활성화 된다고 합니다.

  

이 말은 게임중독을 MRI나 다른 의학적 기술로 입증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뇌를 촬영한 것만 놓고 보면 이것이 마약중독인지 게임중독인지 사랑에 빠진 건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게임중독을 판단하는 기준은 결국 일상에서의 관찰, 추적 조사 밖에 없습니다. 그 기준이 되는 것은 얼마나 오래 하느냐가 되겠죠.

▶ WHO의 판단기준은 애매모호하다

그럼 이런 경우는 어떨까요?

  

출근해서 모바일 게임을 켜고 오토를 걸어 놉니다. 게임은 게임대로 돌아가고 나는 일을 합니다. 중간중간 짬이 나면 한번씩 클릭해 줍니다. 점심을 먹으러 가서도 게임은 돌아가고 있습니다. 점심 먹는 중간 클릭 몇 번 해줍니다. 퇴근하고 집에 올 때까지 모바일 게임은 계속 돌아갑니다. 집에 와서 잠을 잘 때도 잠을 잔 이후에도 모바일 게임은 돌아갑니다. 

 

이런 행동이 지속되면 게임중독인 걸까요? 실제 클릭질 몇 번 해준 시간 즉 내가 게임을 직접 플레이 한 시간은 많아야 2시간 정도고 그냥 오토를 돌리기만 했습니다. 일도 했고 밥도 먹었고 잠도 잤습니다. 

  

고3 수험생이 오토를 켜놓고 공부를 하다가 중간중간 클릭 몇 번 합니다. 그런데 우연찮게 엄마가 클릭 때마다 보게 되죠. 이게 한 6개월정도 지속됩니다. 어머니는 큰일이다 싶어 게임중독 검사를 받으러 갑니다. 아들은 클릭 몇 번 밖에 한 게 없는데도 수치상으로는 게임중독자가 될 수 있습니다.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사람이어서 게임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미래를 위한 열정이라고 봐야 할까요 게임 중독이라고 봐야 하는 걸까요?

▶ 페이커의 뒤를 잇는 프로게이머를 더 이상 못볼 수도 있다

또한 유튜브를 하루 종일 본다거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하루 종일 댓글을 단다면 그것 또한 중독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게임중독, 유튜브중독, 커뮤니티중독 세상에 중독 아닌 일이 없을 것입니다.

  

물론 극단적인 예도 포함되어 있지만 이만큼 게임중독에 대한 판단 기준은 애매합니다. 오토가 난무하는 요즘 게임의 경우, 과연 내가 실제 플레이 한 시간이 게임 내 플레이 시간과 일치하는 가가 문제가 될 것이고 열정과 중독의 판단도 모호하며 컨텐츠에 대한 과몰입마다 중독이라 낙인을 찍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명확하지 못한 잣대로 과몰입과 중독을 판단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판단이 명확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열이 몇도 이상이고 기침이 나고 온몸이 쑤시는 명확한 증상이 있어야만 약을 처방할 수 있습니다. 애매한 기준으로 게임중독이라는 “병”을 제대로 고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게임을 산업으로만 보는 시각

  

WHO의 게임중독 질병 등록에 관한 기사의 대부분은 게임산업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습니다. 14조 시장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수출에 어려움이 생긴다.

  

오로지 산업적 측면에서만 바라보고 있죠.

 

이는 게임업계도 마찬가지 입니다. 게임중독 질병등록 반대를 주장하면서 주구장창 산업붕괴 만을 외치고 있습니다.

▶ 대부분 게임의 산업적 부분만 부각시키고 있다. 출처 노컷뉴스, jtbc, sbs

게임중독의 질병등록으로 인해 게임산업에 상당한 타격이 온다는 논리는 그렇게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사실 지난 정권 때 게임이 마약과 더불어 4대악으로 치부되는 굴욕적인 상황에서도 게임산업은 성장을 했고, 알코올 중독 역시 WHO에 질병으로 등록되었지만 오늘도 녹색병은 수천 병씩 팔려 나가고 있습니다.

  

물론 게임업계는 소위 죄악세 명목의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수익이 줄겠습니다만, 그 동안 양산형 확률게임만을 주구장창 뽑아낸 게임회사들이기에 이런 식의 앓는 소리는 대중들에게 공감을 얻기가 힘듭니다.

  

주장의 대부분이 게임산업이 타격을 입는다 밖에 없다는 것은 현재 우리나라 게임이 어떤 상태인지를 알려줍니다. 하나의 놀이문화보다는 그냥 돈 버는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죠. 만약 영화나 음악에서 이러한 이슈가 터졌다면 산업적 충격과 함께 문화로써의 이슈도 같이 나왔을 것입니다.

▶ 과거 스크린쿼터 시위 때 영화는 영화의 문화적 가치를 부각시켰다

노는 것은 노는 것이다

100분 토론에서 엄마대표로 나온 패널은 이런 말을 합니다. “게임은 뇌의 다양한 부분을 자극하지도 않고, 게임에서 맺은 파티는 사회성을 높여주지 않는다.” 노는 것에 까지 뭔가를 배우고 깨우쳐야 할까요? 그냥 놀면 안되나요? 학교에서 배우고 학원에서 배우고 집에서 숙제 하면서 계속 배우는데 꼭 놀면서까지 배워야 되나요? 매 순간 매초마다 뭔가를 배워야 한다면 미치지 않을까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하든 간에 뭔가 생산적인 것을 얻으려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하면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고 멍청한 짓으로 치부합니다. 그들이 보기에 게임은 가장 생산적이지 못한 행위라고 생각하겠죠.


앞서 말했듯 모든 유희적 행동에는 중독이 따릅니다. 미친다고 말하는 그런 과몰입 기간이 있죠. 바둑에 미칠 때, 기타에 미칠 때, 낚시에 미칠 때도 있습니다. 이런 것도 과몰입을 넘어 식음을 전폐할 정도로 빠진다 하면 병원에 가야겠죠. 그렇다고 스포츠 중독이라고 하면서 질병으로 분류하지는 않습니다.

  

게임중독 질병 등록에도 이러한 사고가 저변에 깔려 있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게임을 하는 것은 인생에 있어 아무런 이득을 주지 않는다라는 생각이죠. 그래서 근거가 약함에도 불구하고 특정 놀이문화를 콕 집어 질병으로 분류했는지도 모릅니다.

  

노는 것은 노는 것입니다. 놀이에서 뭔가를 꼭 얻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그냥 논다고 해서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 나아가서는 노는 것 자체에 대한 인식이 변했으면 합니다. 그냥 즐기는 것에 대해 알러지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면 합니다. 쾌락은 삶의 일부고 쾌락을 탐닉한다고 해서 죄스럽거나 쓸데없는 짓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 노는 것은 노는 것이다. 신나게 잘 놀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방안에 틀어박혀 게임만 하고 있다면 그것은 게임만의 문제가 아닌 다양한 원인이 있을 것입니다. 게임에게만 그 원인을 떠 맡기는 것은 가혹한 일인 동시에 올바른 치료가 될 수도 없습니다.

 

게임에 대한 색안경을 벗고 바라봤으면 합니다. 게임은 태어날 때부터 재미를 위해 태어났으며 재미는 몰입을 부르고 재미에 대한 탐닉은 지극히 정상적인 삶의 한 부분이라는 것. 이것이 이해가 된다면 선량한 게임에게 억울한 주홍글씨를 새기는 잘못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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