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맛 나는 모바일 액션 RPG, 헌드레드 소울

조회수 2019. 1. 22. 18:2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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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7일 구글 플레이스토어, 애플 앱스토어에 출시한 모바일 액션 RPG '헌드레드 소울' 체험기

'뱅드림! 걸즈 밴드 파티', '고딕은 마법소녀'. 국내 출시 시점부터 꾸준히 즐기고 있는 모바일 게임들입니다. 장르는 각각 리듬게임과 슈팅게임으로 장르도 마이너하고, 주요 과금 모델도 뽑기라 요즘 그렇게 인기 있을 법한 게임은 아니죠.


왜 그런 마이너한 게임을 하냐면 당연히 재미있어서에요. 각각의 게임마다 재미 포인트가 다르지만 공통점을 꼽자면, 요즘 모바일 게임에 필수라고 여겨지는 자동 기능이 없어서 플레이어의 조작 실력이 게임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입니다.


뽑기 게임이니 좋은 캐릭터를 보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높은 성적을 얻으려면 실력이 받쳐줘야 가능합니다. 실력 게임이니 내 실력이 부족할 때도 있어서 스트레스가 될 때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게임을 할 때 '게임을 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즐겁게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고딕은 마법소녀는 대략 이런 게임입니다.


사실 이런 느낌을 받길 원했던 장르는 모바일 액션 RPG였습니다만, 그동안은 만족할 만한 게임을 만나진 못했습니다. 나중에는 자동 전투를 활용한 스테이지 반복 게임이 되는 일이 많았으니까요. 수동 조작을 요구하는 콘텐츠가 의무적으로 있긴 했지만 재미는 없었죠.


17일 출시된 '헌드레드 소울'도 처음에는 그런 모바일 액션 RPG처럼 보였습니다. 티저 페이지를 보면 '상대성 액션 이론'이라면서 '당신은 인류의 마지막 희망입니다. 100여 가지에 달하는 장비와 2명의 부관을 조합하여 마물을 무찌르고 세상을 구해주세요'라는데, 이게 너무 상투적이라는 느낌이었죠.


그래도 SNK에도 맨날 속는데 처음 보는 개발사에 속지 못할 건 없었기에 주말 동안 집중해서 플레이해봤습니다.


전투력보다는 장비 준비와 컨트롤이 중요!

보통의 모바일 액션 RPG, 아니 전투가 있는 거의 모든 모바일 게임에서 '전투력'은 매우 중요합니다. 전투력이 권장 수치보다 1이라도 모자라면 스테이지 통과를 불허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라 그런 게임에서는 전투력을 권장보다 높이는 게 목적이 되곤 합니다.


그런데 헌드레드 소울은 좀 다릅니다. 권장 전투력은 정말 권장 전투력일 뿐, 그보다 조금 낮아도 컨트롤이 되면 충분히 클리어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권장 전투력보다 전투력이 높더라도 플레이어의 컨트롤 실력이 별로라면 클리어하기 힘들거나 클리어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상대하게 될 몬스터에 적합한 장비와 부관 세팅, 실제 전투에서 타이밍에 맞게 스킬을 사용하는 게 훨씬 중요하거든요.


헌드레드 소울에서 몬스터를 공략하려면 약점을 파악해 상태이상을 걸고, 해당 상태이상에 걸렸을 때 높은 대미지를 입힐 수 있는 스킬을 사용해야 합니다. 그래서 전투 전에 가장 신경 써야 하는 건 상태이상 스킬과 관련된 주무기, 보조무기, 부관 세팅이죠.

▶팀 관리 화면. 왼쪽이 몬스터 공략에 필요한 주무기, 보조무기, 방어구, 부관입니다. 플레이어 역시 상태이상에 걸릴 수 있으므로, 부관이나 방어구를 이용해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무기는 주로 적에게 상태이상을 걸거나 상태이상에 걸린 적에게 사용했을 때 큰 효과를 발휘하는 스킬을, 보조무기, 부관은 적을 상태이상에 빠뜨리거나 상태이상에 걸리기 쉬운 상태로 만드는 스킬을 관장합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는 상태이상 공격의 속성을 통일하는 게 좋습니다. 주무기는 기절 상태이상인 적에게 특효인데, 부관이나 보조무기는 공중 상태이상을 거는데 특화돼 있으면 제대로 된 위력을 발휘할 수 없는 식이죠.


그리고 장비, 부관은 어떤 몬스터를 상대할 지에 따라 다르게 가져가야 합니다. 기절에 약한 적에게는 기절 상태이상을 쉽게 걸고 기절 상태일 때 높은 대미지를 입힐 수 있는 장비, 부관을, 공중에 약한 적에게는 공중 상태이상을 쉽게 걸고 공중 상태일 때 높은 대미지를 입힐 수 있는 장비를 가져가면 되죠.

▶몬스터에게 '공중' 상태이상을 걸고 시그널 스킬로 추가타를 넣는 장면. 공중 공격인 킬링 슬래쉬는 5대를 때리는데, 5타 중 언제 든 또 다른 시그널 스킬 스카이 드롭으로 연계할 수 있습니다. 높은 대미지를 주고 싶다면 가급적 5타를 다 때린 뒤에 바로 스카이 드롭을 사용하는 편이 좋죠.

다만, 단순히 맞는 장비만 들고 갔다고 해서 쉽게 깨지지는 않습니다. 상태이상을 걸 수 있는 조건이 다 다르거든요. 특정 동작을 하기 전에 약점을 노출하는 평범한(?) 녀석이 있는가 하면, 공격을 근거리에서 가드 해 상태이상 수치를 낮춰야만 약점을 노출하는 녀석도 있는 식이죠. 그래서 몬스터의 약점을 노릴 수 있는 공격 패턴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전투력이 권장 수치보다 높은 상황에서도 체력을 제대로 깎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너무 어려운 게 아닌가 싶지만, 조작 자체는 간단합니다. 버튼 누르는 타이밍만 맞춰주면 되거든요. 헌드레드 소울의 전투 양상은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습니다.


- 우선은 '기본 공격'.

- 몬스터가 약점을 노릴 수 없는 패턴으로 공격하면 회피로 피하면서 기본 공격, 상태이상과 관련 없는 주무기 스킬로 공격한다.

- 몬스터가 약점을 노출하는 패턴을 사용하면, 상태이상을 걸 수 있는 스킬을 사용한다.

- 성공적으로 상태이상에 걸리면 해당 상태이상에 즉효인 주무기 스킬로 높은 대미지를 입힌다. 상태이상에 걸린 적 근처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시그널 스킬'을 사용하면 더 큰 대미지를 입힐 수 있으며, 공격에 따라서는 추가 상태이상을 걸어 공격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 위에서부터 반복


단순히 공격 준비 동작으로는 약점을 노출하지 않는 몬스터들에게는 근접 방어 시 상태이상 내성을 낮추는 보조무기, 부관을 사용하거나, 슈퍼아머 게이지를 깎는 무기로 빈틈을 만들어 상태이상을 걸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3챕터부터 패턴 파악이 어려워 첫 회 클리어가 안되더라구요. 그래도 중도 포기, 재시작에 페널티가 없어서 감을 잡을 때까지 장비나 부관을 바꾸기도 하면서 몇 번이고 도전할 수 있습니다. 처음엔 '이걸 깨라고 만들었나'하는 생각도 들지만, 고생 끝에 딱 맞는 조합을 찾아내 몬스터를 공략하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애매한 타겟팅, 보스 몬스터 임팩트 부족 아쉬워

상대의 약점을 노려 상태이상을 거는 헌드레드 소울의 전투는 재미있습니다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먼저, 타겟팅입니다. 헌드레드 소울은 조작은 모바일 환경에 맞게 간소화된 편이지만, 스킬을 원하는 상대에게 맞히는 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플레이어 캐릭터가 주목하고 있는 게 어떤 몬스터인지 알기 어려렵기 때문이죠. 일반적인 3D 액션 게임에서는 카메라가 타겟팅하고 있는 몬스터를 자동으로 따라가거나, 혹은 시야에서 몬스터가 사라졌을 때 빠르게 몬스터의 방향으로 시점을 돌릴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곤 합니다. 그러면서 현재 바라보고 있는 몬스터가 어떤 녀석인지도 알려주죠. 그리고 스킬은 플레이어가 지정한 방향, 혹은 가까운 방향으로 스킬을 사용하죠.


헌드레드 소울도 타겟팅한 몬스터를 카메라가 알아서 따라가는 기능은 있지만, 정작 어떤 몬스터를 타겟팅하고 있는지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또, 타겟팅을 직접 설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보이지 않는 우선순위에 따라 자동으로 몬스터를 타겟팅합니다. 때문에 종종 원하지 않는 상대에게 스킬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통은 보스 몬스터를 중심으로 카메라가 돌아갑니다만, 정확히 누굴 보고 있는지는 공격해보기 전까진 알 수 없습니다.

1:1 승부가 기본인 토벌 미션 등에서는 괜찮지만, 탐색미션의 중간보스는 졸개들과 같이 나옵니다. 일반 난이도라면 솔직히 스킬 대충 써주면 알아서 다 죽지만, 졸개들의 체력도 높은 상급, 최상급 전투 지역은 스킬 한 번 한 번을 신중하게 사용해야 하죠. 그런데 목표로 하는 몬스터가 아니라 다른 몬스터에게 상태이상 공격이 분산된다거나 하는 일이 생기곤 합니다.


제대로 상태이상을 걸지 못했으니 적의 공격을 피하며 다시 스킬 쿨타임을 기다려야 하지만, 보통 그전에 부관이 죽으므로 퀘스트를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게 다반사입니다. 20번 정도 재시도 하고 나면 스킬을 한 번 쓸 때마다 '하운드13님, 이번엔 제발 상태이상 걸리게 해주세요'라며 기도까지 합니다. 실력 게임이라고 해서 왔는데 이상한 곳에서 운에 의존해야 하는 게 스트레스네요.


참고로 가상패드 방향키를 활용하면 스킬 사용 방향을 직접 지정해줄 수 있지만, 타겟팅이 여기저기 튀어서 카메라가 휙휙 돌아가는 탓에 그것도 어렵습니다. 타겟팅 중인 몬스터, 그러니까 스킬 사용 시 맞게 되는 몬스터에게는 표시를 해주거나, 아니면 플레이어가 직접 타겟팅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 있으면 훨씬 수월하지 않았을까요?



다음으로, 몬스터의 약점을 공략하는 게 게임의 주된 재미 요소입니다만, 헌드레드 소울은 플레이하는 내내 비슷비슷한 몬스터를 잡는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가장 큰 이유로는 탐색에서 등장하는 중간 보스 몬스터들의 외형이 탐색 마지막, 혹은 토벌 미션에서 잡을 수 있는 네임드 보스 몬스터의 외형과 동일하다는 점이겠죠.


네임드 보스 몬스터의 전용 패턴을 제외하면 기본적인 전투 패턴이 동일해 본 전투 전의 예습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외형이 똑같을 필요까지는 없지 않았나 싶습니다. 심지어 색이랑 일러스트도 같아요.

▶위쪽은 탐색 중에 만나는 몬스터, 아래 쪽은 토벌 몬스터. 힘의 차이가 느껴지십니까?

예습용 몬스터의 좋은 예시로는 [몬스터헌터]의 '얀쿡'이 있습니다. 리오레우스를 만들고 나니 너무 강해서, 초보 플레이어가 리오레우스의 패턴을 익힐 수 있도록 비슷한 패턴을 갖고 있지만 리오레우스보다는 허술한 얀쿡을 만들었다고 해요. 얀쿡은 리오레우스와 외형도 판이하게 다르고, 게임 내 종 분류도 '비룡종'인 리오레우스와 달리 '조룡종'이라 설정적으로도 패턴이 비슷한 게 납득이 되기도 합니다. 게다가 얀쿡은 초보 헌터들의 첫 번째 고비라 '선생님'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그런 걸 보면 개발팀의 의도가 정확히 들어맞았다고 볼 수 있죠.


헌드레드 소울도 뭐 설정 상 앞에 나오는 거랑 뒤에 나오는 거랑 다 같은 몬스터인데 마지막에 진짜 힘을 발휘하고 있는 걸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게임 내에서 그런 설정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부관들의 대화를 보면 네임드 보스 몬스터는 뭔가 특별 취급을 받고 있는데, 막상 생긴 걸 보면 이전 지역에서 주구장창 잡았던 녀석이랑 똑같습니다. 그러니 임팩트가 없죠.


만약 [몬스터헌터]에서 얀쿡을 만들지 않고 단순히 리오레우스를 약하게 했다가 나중에 이게 진짜 실력이라면서 강한 리오레우스가 나오는 식이었다면 지금처럼 재미있지는 않았을 겁니다. 헌드레드 소울도 네임드 보스 몬스터와의 전투가 게임의 백미인 만큼, 그들의 매력을 좀 더 살려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특수한 패턴을 가진 몬스터인 만큼, 첫 조우 시 부관들이 대화로 공략에 대한 힌트를 줍니다. 딱히 도움이 되는 건 아니지만, 지금 만난 상대가 뭔가 특별한 존재라는 건 알 수 있죠. 그런데 생긴 게 똑같으니...


매운맛 나는 모바일 액션 게임, 헌드레드 소울

지난 인터뷰(링크)에서 개발사 하운드13의 박정식 대표는 헌드레드 소울을 '자동 전투 기반 게임과 다른 맛을 주는 게임'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런 박정식 대표의 말에 맞춰 헌드레드 소울을 맛으로 표현하면 '매운맛'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상태이상'을 걸지 않으면 대미지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건 초반이나 후반이나 같아서 약하면 약한대로, 강하면 강한대로 컨트롤을 열심히 해야 하거든요. 또, 지난 지역에서 얻은 재료로 장비를 최대한 강화해도, 다음 지역에서는 권장보다 아슬아슬하게 높은 전투력을 유지하도록 설정돼 있어 뒤로 갈수록 긴장감이 더해지는, 마치 PC, 콘솔로 하던 싱글플레이 액션 게임과 비슷한 느낌을 줍니다.


솔직히 헌드레드 소울이 모두에게 잘 맞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헌드레드 소울도 제가 앞서 말한 게임들처럼 아주 메이저한 느낌은 아니에요. 그래도 그동안 즐겨 온 담백한 게임에 염증을 느낀다면, 꽤 매운 헌드레드 소울은 좋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이런 별식이 더 풍부한 게임 생활을 만들어주니까요.

▶게임 중 일시정지 후 스크린샷을 선택하면 멈춘 게임 화면이 나오는데, 여기서 시점을 이리저리 돌릴 수 있죠. UI를 날리는 기능도 있었으면 더 좋았을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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