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뮬라카, 낯선 신화를 품은 진지한 모험과 이야기

조회수 2018. 12. 7. 12: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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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낯선 멕시코 원주민 '타라후마라' 부족 구전신화를 바탕으로

전 세계에는 다양한 신화가 전해져 내려온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흔히 알고 있는 단군 신화, 게임 내 소재로 많이 쓰이고 있는 그리스-로마 신화,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를 통해 전해지는 켈트 신화, 서구를 대표하는 북유럽 신화 등 세계의 신화는 전집이나 구절, 엔터테인먼트 요소 등으로 꾸준히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이번에 인트라게임즈가 한국어화를 거쳐 출시한 신작 액션 어드벤처 '뮬라카'(Mulaka)도 신화를 소재로 한 게임이다. 이름에서도 느껴지듯 우리에게는 낯선 멕시코 원주민 '타라후마라'(Tarahumara) 부족에서 구전되어 내려온 신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별에서 온 사람들로 인해 인류가 만들어졌다는 내용의 신화다.

타라후마라족은 멕시코 바란카스 협곡의 은둔자로, 자연 그대로의 삶을 살고 있는 부족이다. 우리나라에서 21.6%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에 나온 부족이 바로 타라후마라 족이다.

  

타라후마라족은 스스로를 '라라무리'라고 칭한다. 이는 '달리는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그들의 구전 신화에서 나온 이름이다. 태어나자 마자 걸음마 대신 달리기부터 배운다는 그들은 사냥 방식도 독특하다. 목표로 삼은 동물을 여러 날 동안 추적하고, 그 동물이 탈진했을 때 맨손으로 잡는 것이다.

▶극장판은 2010년에 개봉했고 큰 화제를 모았다.

특히, 밤새도록 축제를 즐긴 뒤 동이 틀 때부터 이틀 동안 잠도 안 자고 쉼없이 달리는 '라라히파리' 축제가 유명하다. '라라히파리' 축제는 AP 통신의 유명 종군기자이자 논픽션 작가로 잘 알려진 크리스토퍼 맥두걸(Christopher McDougall)이 2009년 5월 출간한 '본 투 런'(Born to Run)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졌다.

  

그는 자신이 직접 만난 타라후마라족의 삶과 그들이 달리게 된 이유를 부족의 전설과 신화, 구절 등을 통해 해석했다. 그리고 소수 부족의 삶을 알리고 그들을 지켜내는 것이 자연을 지키고 인류를 아름답게 만드는 길이라 전했다.

  

'뮬라카'는 타라후마라족이 왜 달리게 됐는지,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탐욕과 폭력, 범죄가 없는 삶을 살며 공동체를 유지하고 있는지를 풀어내고 있다.

"그들의 춤으로 세상은 탄생했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멸망의 시기가 초례한다"

고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선택된 주술사(Sukuruame) 뮬라카는 아직 세상에 남아 있는 힘을 되찾고 멸망의 기로에 놓인 세상을 구하기 위해 달리기 시작한다. 사막부터 정글, 고립된 마을 등 다양한 지역이 등장하는데, 각 지역마다 존재하는 3개의 희귀한 돌을 찾아낸 뒤 그곳을 지키는 거대한 존재를 제압하는 게 목적이다. 그 과정에서 뮬라카는 여러 인물을 만나 힌트를 얻거나 숨겨진 비밀을 풀어 성장하기도 한다.

▶주인공인 뮬라카는 약 공격과 강 공격을 조합하는 일명 ‘무쌍식’ 액션을 선보인다.

신화를 바탕으로 전개되는 이야기, 당시 부족들의 실제 모습과 옷감, 색조, 춤과 풍습 등을 충실히 재현한 마을과 등장인물은 '뮬라카' 특유의 감성은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자신들이 섬기는 신에게 바치는 춤은 꽤 재미있다.

출처: 사우스월드 페이지
▶실제 타라후마라족의 모습.
▶게임 내에서 재현된 모습.

'뮬라카'의 그래픽은 그렇게 정교하지 않다. 처음 보면 아쉬울 수도 있다. 하지만 특유의 공간감과 현장감, 각종 사물의 느낌을 잘 구현해 보는 재미를 잘 이끌어냈다. 사막과 절벽, 정글, 어두운 도시 등 게임을 진행할수록 초반의 아쉬움이 많이 사라지는 느낌을 받았다. 스테이지 구성도 만족스럽다.

  

뮬라카의 앞을 가로막는 적들도 각각의 개성이 뚜렷하다. 작지만 점프력이 좋은 '전갈', 일반 공격은 통하지 않는 '스톤 카우', 잠깐만 방심하면 모습을 숨겨버리는 '레조이 시로', 평상시 모습을 숨기고 있다 기습하는 '루시와리' 등 적들의 특성을 파악해야 게임 플레이가 수월하다.

▶생긴 것 만큼이나 개성적인 특성을 가진 적들

각 스테이지 마지막에 나오는 보스 몬스터도 단순한 공격으로는 물리칠 수 없다. 특정 조건을 만족해야 공략이 가능한 식인데, 그 조건을 알아가는 과정이 재미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자세히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게임 내의 퍼즐 요소와 함께 파고드는 재미를 더해준다는 점은 확실하다.

"퍼즐 요소는 충실하고 즐거우며, 재미있다. 지루하지 않은 균형이 인상적이다"

'수쿠루아메의 눈(주술사의 눈)'이라 불리는 능력, 스테이지 진행마다 얻게 되는 동물 변신 능력, 실제 부족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약초 배합 등을 활용한 퍼즐 파트도 탄탄하다. 인상적인 건 퍼즐의 난이도가 스테이지 진행에 따라 서서히 올라가는, 균형 잡힌 구성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초반에는 퍼즐의 요소를 시각적으로 아주 쉽게 전달해주고, 별 다른 대사나 정보가 없어도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난이도가 낮은 건 아니다. 이런저런 시행 착오를 거치며 퍼즐의 단서를 입수하고, 이런 과정을 거쳐 자연스럽게 퍼즐을 풀 수 있는 식이다. 조금 헤매게 될 수도 있겠다.

▶게임 내 퍼즐 요소는 너무 쉽지도, 그렇다고 어렵지도 않다.

각 단계 별로 획득하는 새로운 능력은 각 부족의 신화 속 이야기와 실제 생활 속 지혜가 결합된 형태다. 동물로 변신하는 기능은 새로운 공간으로 가거나 퍼즐을 풀기 위한 수단으로 많이 쓰이지만, 그 외의 장소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등 쓰임새가 한정된 것은 아니다. 이미 클리어한 스테이지라도 다시 돌아가 숨겨진 요소를 찾아내고, 스테이지 내에 모든 퍼즐을 완벽하게 해결하는 과정은 꽤나 즐겁다.

  

여기에 '수쿠루아메의 눈'을 통해 찾을 수 있는 비밀과 플랫포머 액션 게임처럼 이곳저곳을 누비며 즐기는 액션식 퍼즐 요소도 재미있다. 게임을 하며 막히는 구간도 있었지만, 적절한 힌트를 적절하게 배치돼 있어 금방 해결할 수 있었고, 중간중간 가미된 액션은 지루함을 덜어준다. 덕분에 마지막 스테이지까지 늘어진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수쿠루아메의 눈.. 내 눈에 너만 보여~

성장이나 수집은 다소 단순하지만 게임의 맛을 더해주는 양념과도 같은 느낌이다. 성장은 초반부터 가진 능력을 더 유용하게 만들어주고, 수집은 퍼즐이나 전투에 활용되는 아이템을 만들 수 있다. 수집의 경우, 개수만 채우면 되고 사용도 쉽지만 스테이지 진행에 따라 추가되는 형태라 초반부터 모두 수집할 수는 없다.

  

액션과 퍼즐, 성장과 수집 등 '뮬라카'는 괜찮은 게임성으로 낯선 멕시코 신화에 대한 접근성을 낮춘다. 그리고 타라후마라 부족이 지금의 행복한 삶을 얻게 된 이유에 대해 인상적인 삽화, 이야기 전개로 플레이어를 끌어당긴다. 개발사인 리엔조는 '뮬라카' 수익의 일부를 멕시코 원주민의 문화를 알리는 문화 기금으로 기부한다고 하는데, '뮬라카' 자체도 멕시코 문화를 알리는 데 충분히 기여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태양 만세!

'뮬라카'는 저렴한 가격대에 만날 수 있는 나름 즐거운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 신화나 문화, 그리고 구전 등에 관심이 있고 천천히 즐길 수 있는 액션 어드벤처 게임을 찾는 사용자라면 만족스럽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글/ 임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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