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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고 지스타? 도떼기 시장의 좌판부터 걷어라!

조회수 2018. 11. 20. 19:4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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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수에 집착하는 사이, 게임에 대한 대접은?

올해의 지스타가 끝났다. 부산에서만 10주년을 맞은 지스타는 23만 명 이상의 관람객을 동원하며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또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부산의 흥행파워를 과시한 셈이다. 내친김에 부산시는 지스타를 영구 유치하겠다는 속내를 비추었다. 시장까지 나서 천억 원을 들여 부산 게임산업을 적극 육성할 것이라 밝혔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영원히 품에 안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소리가 적잖다. 사람들은 이번 지스타를 가리켜 “사람은 많은데 게임이 없다”고 말한다. 관객들은 인산인해를 이루는데 참가업체의 라인업은 밋밋한 느낌이다. 관객들의 눈을 잡을 만한 ‘한방’의 콘텐츠가 적었다는 지적도 있다. 매회 지적됐던 좌판 깔아 놓 듯한 나열식 전시장 분위기도 여전했다.

  

그중 ‘A3:STILL ALIVE’, ‘마비노기 모바일’, ‘커츠펠’ 등 몇몇 신작이 나왔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대신 배틀그라운드, 포트나이트 같은 익숙한 게임들이 행사장 메인을 차지했다. 굳이 전시장을 찾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게임들이다. 특히 배틀그라운드는 가관이다. 카카오게임즈, 펍지를 합치면 전시장 한 면을 다 차지할 정도다. 모바일과 PC 게임이란 차이가 있지만 어차피 똑같은 게임이다. 부스 내용도 부실하다. 사람들 모아 놓고 하루 종일 게임대회 하는 게 고작이다. 고작 배그 게임 대회나 보자고 몇 시간씩 줄 서 기다린 게 억울할 정도다.

▶ 카카오와 펍지의 꼴라보인가? 배틀그라운드 하나만으로 전시장 한면을 다 차지할 정도. 정말 볼 것도 없고 할 것도 없고 자리만 차지하는 부스였다.
▶ 개성 없는 대부분의 부스와는 달리 포트나이트 부스는 그나마 게임 분위기에 맞춰 부스를 구성했다.

압권은 블루홀 부스다. 작년에 이어 부스를 꾸린 블루홀은 아예 게임도 내놓지 않았다. 전시장 한가운데 대규모 부스를 마련했지만 자사 브랜드 홍보에만 그쳤다. 게임이 없는 게임 부스, 이 어색한 부조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긴 시간을 줄 서 기다렸던 유저들이 게임 없는 게임 부스에서 무슨 생각을 할까. 차라리 작년에 전시했던 ‘AiR’라도 가지고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전시장 구성도 아쉽다. 그냥 나열식이다. 각 부스의 특징도 없고, 꼭 해봐야 할 주요 게임이 무엇인지 설명도 없다. 도떼기시장 좌판 깔 듯 펼쳐 놓고 골라잡으라는 식이다. E3 같은 유명 게임전시회는 그 해 행사를 대표하는 테마가 있다. 차세대 플랫폼, 혁신적인 타이틀, 미공개 신작 발표 등 가슴을 두근두근하게 할 만한 한방이 있다. 그러나 지스타 전시장을 돌고 있는 내내 뭘 봐야 할지 갸웃거려진다. 그저 아무 줄이나 끼어들어 기다리고 또 기다릴 뿐이다.

  

이번 지스타의 또 다른 주인공은 게임 스트리머다. 포트나이트, 배들그라운드, 트위치, 아프리카 등의 업체는 아예 리스트까지 내놓으며 게임 스트리머들을 총동원 했다. 특히 일부 유명 스트리머들이 팬들을 몰고다니는 통에 전시장의 혼란이 가중 됐다. 아무래도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 넥슨 부스, 이 부스에서 어떤 게임을 시연하는지 한눈에 알수 있을까? 이런 천편일률적인 좌판식 시연대에서 과연 게임의 개성이 얼마나 발휘될 수 있을까.

게임 편중 현상은 여전했다. 모바일 게임이 아닌 다른 플랫폼 게임들은 여전히 언저리에서 맴돌았다. 한두 군데 보였던 콘솔 타이틀은 이번 행사에서 사라졌다. 국내에서 콘솔 시장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 지스타는 시대를 역행하는 것 같다. 최소한 소니나 닌텐도 같은 콘솔 업체 한 군데라도 나와줬어야 그림이 된다. 다른 플랫폼에 배타적인 게임쇼가 글로벌 흐름에 어떻게 적응할 수 있을까? 주최 측의 노력이 아쉽다.

▶ 넷마블 부스. 게임의 개성이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은 양산형 부스에 관람객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다! 전시장 입장도 반나절 줄서 기다렸는데, 시연도 서서하란다.

언제부터인가 지스타의 트레이드 마크는 벡스코 광장에 빽빽이 들어찬 군중들이 됐다. 해마다 수많은 군중들의 행렬들을 보며 성공을 자축해왔다. 2002 월드컵 응원이나 광화문 촛불집회 등 우리가 광장을 채운 군중들의 모습에 열광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관객 수에 집착사는 사이, 정작 전시장 안의 게임은 주인공 대접을 못 받고 있다.

  

과연 지스타에 출품된 수많은 게임 중 어떤 게임이 게임 시장을 주도할까? 위기의 한국 게임업계에 어떠한 해법을 제시했는가? 이번 지스타에선 그 대답을 들을 순 없었다. 부산 10년의 지스타, ‘국제게임전시회’의 의미부터 점검해 봐야 할 것이다.

▶ 주말의 매표 대기열. 이 많은 사람들은 지스타에서 무엇을 보고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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