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 시리즈와 어려움을 즐기는 사람들

조회수 2018. 3. 15. 11: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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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 시리즈는 단순히 '짜증나는 게임' 일까?

YOU DIED(유다희)

▶ 짤방으로 볼 땐 웃겼지만, 막상 직접 겪으면 짜증이…

몇 년 전만 해도 소울 시리즈를 플레이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게임 내에 등장하는 사망 문구인 ‘YOU DIED’가 오히려 게임보다 더 유명했을 정도였죠. 한국어로 번역하면 ‘너는 죽었다’라는 매우 불친절한 문구에다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한번 더 강조해주는 붉은색의 문구, 그리고 소울 시리즈에서 자주 겪게 되는 ‘비참한 최후’까지. 소울 시리즈의 ‘YOU DIED’는 하나의 유행이 되었습니다.

   

인터넷에서 ‘YOU DIED’로 유행을 타기 시작한 ‘다크 소울’은 거듭된 성공을 거쳐. 15년 8월 시점에선 ‘다크 소울’의 1편과 2편의 판매량만 800만 장이 돌파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PS4로 독점 발매한 ‘블러드 본’ 또한 많은 인기를 모았고, 16년에 발매한 ‘다크 소울 3’에 와서는 메이저 장르 수준의 판매량과 인지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는 소울 시리즈를 모르는 사람을 찾기가 힘들 정도지요.

▶ 15년 8월에 발표된 다크 소울 시리즈의 실적

생각해보면 웃긴 일이긴 합니다. 소울 시리즈는 ‘어려운 난이도’로 입소문과 유행이 퍼진 셈인데. 우리가 게임을 즐기는 이유는 즐거움을 위해서지, 게임에서도 어려운 난관에 고통 받고 싶지는 않거든요. ‘YOU DIED’를 짤방으로 봤을 때는 웃기지만, 막상 직접 겪으면 엄청 짜증 나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우리가 고통을 받아 가면서도, 소울 시리즈를 즐기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번 편에선 소울 시리즈의 난이도를 즐기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소울 시리즈의 ‘짜증 나는’ 난이도

▶ 이 정도는 빙산의 일각일 뿐

지금이야 소울 시리즈를 플레이하는 게 ‘진짜 게이머의 상징’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이 줄긴 했지만. 한때는 소울 시리즈를 해야 ‘진짜 게이머’라고 불릴 자격이 생긴다고 여기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진짜 게이머’라고 불리는 것에 구체적인 조건이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진짜 게이머라면 도전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라는 주장에는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같은 연도에 발매된 RPG 대표작 스카이림과는 많은 비교가 되었습니다.

프롬에서 발매한 게임들을 보면 동년도의 작품들과 비교할 때, 정말 어려운 난이도와 불친절한 접근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령 ‘스카이림’과 같은 년도에 발매된 ‘다크 소울’을 보더라도, 두 게임의 차이는 너무나 뚜렷합니다. 프롬에서 만든 ‘아머드 코어 V’만 봐도, 같은 년도에 이만큼의 난이도를 가진 게임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죠. 

   

어려운 난이도와 스스로의 힘으로 게임을 깨야 된다는 점 때문인지. 소울 시리즈는 여태껏 ‘못 깨 본 게임이 없다’라는 자부심을 가진 게이머들에게도 꽤 어려운 도전이었습니다. 대신 어려운 난관을 돌파하고 나서 얻는 성취감과, 발전한 자신의 실력을 돌아보며 느끼는 감정은 다른 게임에선 찾기 힘든 프롬 만의 성취감이었죠. 

▶ 세간에 알려진 것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물론 이렇게 ‘어렵다거나 불친절하다’라는 말들과는 다르게, 막상 실제로 플레이해보면 ‘생각보다는’ 할 만 한 게임이긴 합니다. 어렵긴 어렵지만, 도저히 못 깰 정도는 아니거든요. 단지 내 컨트롤과 욕심이 나쁠 뿐이지…  

80세 할아버지도 즐기게 하는 다크 소울의 성취감

‘데몬즈 소울’부터 ‘블러드 본’ 까지, 소울 시리즈는 컨트롤이 중요한 게임인 건 변함이 없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끈기와 인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죽음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야말로 소울 시리즈의 핵심이라 생각하는데요. 일본의 방송(よ~いドン!)을 통해 유명해진, 카산 키요시 씨의 이야기를 보면 더욱 공감이 됩니다.

올해로 80세이신 카산 키요시 씨는 방송을 통해, 자신이 ‘다크 소울 2’와 게임에 대한 애정을 이야기 했습니다. 방송은 일본 말고도 해외에서도 꽤 화제가 되었는데, 80세 할아버지가 게임을 즐기는 것도 신선하지만, 플레이한 게임이 ‘다크 소울 2’인 게 특별했지요.

   

20년 전부터 게임을 즐겨오며, 다양한 게임을 모아오던 카산 키요시 씨는 요즘엔 ‘다크 소울 2’에 얼마나 빠져있는지를 인증했는데요. 1400번씩 죽어가면서도, 1000시간 동안 플레이를 하면서도 키요시 씨가 ‘다크 소울 2’를 하는 이유는, 현실에서는 느낄 수 없는 성취감이 가장 크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電ファミニコゲーマー

특히 키요시 씨는 인터뷰에서, “수천 번 죽었지만, 죽음을 두려워해선 다크 소울2를 할 수 없다”라고 다른 게이머들에게 조언을 했는데, 일본을 비롯한 해외의 게이머 커뮤니티에서도 멋있고 존경스럽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 오사카 지역 방송국과의 인터뷰 이후, 電ファミニコゲーマー와 이뤄진 인터뷰

프롬 게임의 설정 덕후들, 프롬신자(フロム信者)

▶ 이번 여름 일본 여행 중 아키바에서 발견한 ‘따봉맨’의 모형

위의 키요시 씨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 일본 내에서도 프롬 소프트웨어의 게임은 어려운 난이도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습니다. ‘블러드 본’으로 소울 시리즈에 입문한 사람들이 많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마니악하고 접근성이 높긴 합니다.

   

‘파이널 판타지’나 ‘페르소나’, ‘몬스터 헌터’등에 비하면 인지도와 판매량이 적은 게 사실이지만, 일본 인터넷 문화에서 ‘소울 시리즈’의 영향은 무시하지 못 합니다. 한국이나 서양처럼, ‘하드코어 게이머들을 위한 게임’이란 인식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프롬 소프트웨어의 홈그라운드(?)인 만큼, 프롬 소프트웨어의 다양한 게임들을 해본 팬들이 많은 점이 큰 특징이지요.

   

일본의 프롬 소프트웨어 게임 팬들은 스스로를 ‘프롬신자’ (フロム信者)라고 부르는데요. 무신론적인 성향과 종교에 부정적인 분위기가 강한 일본에서 ‘신자’라는 단어를 자칭해서 사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게임에 대한 팬심이 깊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 프롬신자들 사이에서 유명한 ‘아머드 코어 V’의 변태적인 컨트롤러 그립 법

이들 ‘프롬신자’들이 프롬 소프트웨어의 게임들을 좋아하게 된 이유들은 각기 다양하지만. 대부분의 ‘프롬신자’들은 프롬 소프트웨어의 철학과 독특한 스토리텔링 방식 그리고 기묘한 게임 분위기를 최고의 매력이라고 뽑습니다.

   

만약 ‘프롬신자’들에게 ‘다크 소울’이나 ‘블러드 본’의 무엇이 좋았냐고 물어본다면, 기묘한 설정과 아름다우면서도 퇴폐적인 미적 감각, 알쏭달쏭하고 흥미로운 세계관 들을 뽑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태양 만세를 외치는 Sunbro들

물론 소울 시리즈를 즐기는 이유가 위에서 말한 것들만 있는 건 아닙니다. 사실, 위에서도 말했듯. 게임은 재미를 느끼는 게 일차적 목표이기 때문에, 성취감이나 세계를 탐험하는 재미 같은 건 사실 부가적인 재미지요.

    

앞서 말한 ‘프롬신자’들이 분위기에, 카산 키요시 씨가 게임의 성취감에 빠졌다면. Sunbro로 대표되는 플레이어들은 소울 시리즈의 재미나고 정신 나간(…) 상황들과 인물들에 흠뻑 빠져 있습니다. 주로 서양의 게임 커뮤니티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이 Sunbro들은 소울 시리즈를 ‘엄청 신비롭고 상식이 통하지 않는 RPG’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어떻게 보면 이건 소울 시리즈이기 때문에 가능한 걸지도…

서양에서 소울 시리즈는 ‘다크 소울’부터 본격적으로 유명해졌는데요. 서양의 게이머들은 자신이 ‘다크 소울’에서 겪은 기묘한 경험과 웃긴 상황들을 Meme으로 만들고 그들만의 문화를 이루기 시작했습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태양의 기사 솔라’를 좋아하고 타인과 협동을 즐기는 플레이어들을 ‘Sunbro’라 부르는 문화였다고 생각합니다. 

   

‘솔라’의 의지를 이어받은 Sunbro들은 ‘다크 소울’의 분위기와는 이질적으로 느껴지긴 하지만. 오히려 주변의 눈치나 선입견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들만의 ‘다크 소울’을 플레이 한다는 것이 대단합니다. 어쩌면 서양에서 ‘소울 시리즈’가 큰 인기를 누리는 것도, 게임의 퀄리티 말고도, 서양권에서 바라보는 ‘소울 시리즈’의 인식이 나름대로 확립한 것도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런 ‘Sunbro’들은 소울 시리즈의 작품마다 다양한 양상을 보이는데, 가령 코즈믹 호러 분위기에 광기가 가득한 ‘블러드 본’에서는 보스 ‘미콜라시, 악몽의 주역’의 대사를 패러디 하기도 하고. 협동 플레이가 강화된 ‘다크 소울 3’에서는 단체로 다른 플레이어를 괴롭히는(?) 등. 이들은 소울 시리즈에 대한 선입견이나 인식에 구애받지 않고, 오히려 소울 시리즈를 가장 재밌게 즐기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게이머들이 어려움을 참아가며 플레이하는 이유는?

하지만 아무리 소울 시리즈를 즐겁고 가벼운 마음으로 플레이한다고 해도, 게임의 난이도가 내려간다는 뜻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별도의 난이도 조절이 없는 게임이니깐요.) 결국 성취감을 얻고 싶던, 설정을 알아보고 싶던, Meme을 즐기고 싶던, 결국 소울 시리즈를 하는 누구나 한 번씩은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 버려진 자식보다 더 무서운 버려진 개 2마리…

사실 저도 소울 시리즈를 할 때마다 마우스나 패드를 던지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차마 비싸서 못 던지겠지만요) 컨트롤이 문제인지, 내가 전략을 잘못 세운 건지, 레벨업을 더 해야 하는지, 아니면 원래 어려운 건지 같은 생각이 지나갈 때면, 이미 오기가 생기게 됩니다. 결국 몇 십 번을 죽던, 몇 시간이 걸리던 끝장을 보고 말겠다는 생각만 들게 되죠.

   

결국 이게 바로 소울 시리즈를 즐기게 되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른 게임들도 플레이어에게 난관을 주고, 플레이어가 그것을 극복하는 구간과 상황이 있지만. 소울 시리즈는 게임의 처음부터 끝까지 다양한 시련들로 가득합니다.

▶ 소울 시리즈의 상징적인 함정 중 하나인 미믹

하지만 시련이 가득하다고 그게 무조건 ‘짜증 난다거나, 일부러 못 깨게 만든 것’은 아닙니다. ‘다크 소울’을 비롯한, 소울 시리즈를 간접적으로 체험하신 분들이 많이들 오해하는 것이 이 점입니다. 소울 시리즈가 어려운 난이도와 불친절함에도 불구하고 게이머들이 시리즈를 사랑해오는 이유는 바로 ‘뛰어난 학습성과 단계별 성취감’에 있지, 단순히 어려워서 인기를 끌었다고 보기엔 힘듭니다.

계속된 실패 속에서 얻는 경험을 통해서, 마침내 시련을 돌파할 때. 그 때 얻는 성취감은 다른 게임들과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하거나, 동료와 협업을 해서 극복해낼 때의 성취감을 이루 말할 수 없죠. 

   

또한 소울 시리즈의 성취감이 값진 이유는, 시련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플레이어의 모든 것을 시험하게 되고, 매번 새로운 어려움을 주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게이머들이 소울 시리즈를 갓겜이라 찬양하는 이유는 요즘 게임들에선 찾아보기 힘든 값진 성취감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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