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A, 그리고 폭력성 [下(하)]

조회수 2018. 3. 15. 11: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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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당신이 부모이고, 우리 게임 중 하나를 자식에게 사준다면 당신은 나쁜 부모다"

▼ 전편에 이어 계속 


애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GTA 탓이야!

그런데 ‘GTA 4의 폭력성’은 출시 이후 의미하는 바가 점점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바이스 시티’나 ‘산 안드레아스’ 같이, 게임 속의 콘텐츠가 불건전하거나, 범죄를 미화하는 것을 의미했지만. 점차, ‘GTA 같은 게임을 하면 플레이어가 폭력적으로 변하게 된다’로 의미가 바뀌게 됩니다.

   

이런 ‘폭력성’의 의미가 변하게 된 원인으론 모방 범죄와 황색언론(Yellow Journalism)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모방 범죄는 가십거리로 좋은 소재가 되며. 특히 모방 범죄의 특성상, 모티브를 따온 소재가 유명하면 유명할수록 더 관심을 끌게 됩니다. 여기에 황색언론의 핵심인, 교묘한 편집과 재미를 위한 추측까지 더해지면, 아주 완벽한 기사가 완성됩니다.

   

또한 모방 범죄의 특성상,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형태와 존재, 장르를 무관하고- 매체에 영향을 받는데. 다양한 대중매체들을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현대 사회의 특성상, ‘GTA 시리즈’를 비롯하여, ‘콜 오브 듀티 시리즈’, 심지어 영화 ‘다크 나이트’ 같은 인기 매체들은 이런 모방 범죄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 충격적인 경험을 준 만큼, ‘노 러시안’은 수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결국 뛰어난 현실 묘사가 강점이었던 ‘GTA 4’는 아이러니하게도, 뛰어난 현실 묘사가 범죄를 일으킨다는 비난을 받게 되었습니다. 반대 측에서는 사실적으로 묘사된 가상공간이 현실감각을 무너트린다고 주장했으며, 이런 의미 없고 소모적인 논쟁은 계속되어가게 됩니다.

2009-2013 GTA 5가 나오기까지

▶ ‘GTA 4’의 확장팩인 ‘에피소드 프롬 리버티 시티’

‘GTA 4’의 발매 이후, 다음 작품인 ‘GTA 5’가 나오기 전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영화 ‘아바타’를 비롯해, CG와 실사의 경계는 구분하기 힘들어진 수준에 도달했고, 새롭게 성장한 스마트폰 시장을 통해 게임 산업과 IT 산업은 비약적인 성장을 맞이하게 됩니다.

   

항상 휴대한다는 특성과 쉬운 접근성(및 플레이 방식)이 더해져, 모바일 게임은 점차 생활의 일부가 되어 갔습니다. 모바일 게임이 남녀노소, 직장 상사와 선생님, 그리고 부모님과 조카까지 즐기는 상황이 되자. 자연스럽게 게임에 대한 여론과 인식도 점차 변해갔습니다.

▶ ‘GTA 4’에 도입된 휴대전화 시스템. 이젠 피처폰을 보면 어색하기만 하다.

여론의 인식은 바뀌어, 이전처럼 게임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게 되었고. ‘그나마’ 찬반 측 간의 토론이 진행되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이제야 반대 측이 게임을 직접 해보며 언급을 시작하게 됐으니깐요. ) 게임 산업이 생각보다 ‘돈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자 예전처럼 얕잡아 보는 일도 줄게 됩니다.

   

또한 대중들이 황색언론의 찌라시보다는, 가치 있고 제대로 된 기사를 선호하기 시작했습니다. 바쁜 시간을 들여가며 클릭을 유도하는 기사 따위를 볼 여유는 없기 때문이지요. 이제 사람들은 억지로 사건과 게임 등을 엮는 기사에 실증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그런 찌라시를 반겨주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주장에 활용할 근거로 사용하는 소수만 남게 되었습니다.

“폭력 게임이 발매된다”

하루가 멀다 하고 기술이 발전하고 새로운 것들이 등장하는 시대. ‘락스타 게임즈’는 ‘GTA 4’의 성공에 고무되어, 2010년 ‘레드 데드 리뎀션’과 2011년 ‘L.A. 느와르’까지 3년 연속 성공을 거둡니다. 기술적인 부분에서의 다양한 발전을 비롯하여, 다양한 취향의 게임으로 유저의 사랑을 받는 제작사 및 배급사로 성장하게 됩니다. 

   

이렇게 ‘락스타 게임즈’에 대한 신뢰와, ‘맥스 페인 3’에 대한 기대가 가득한 분위기 속에서, ‘GTA 5’에 대한 루머가 하나둘 생기기 시작합니다. 6여 년 전의 일이라 지금은 잘 기억되지 않지만, 정말 다양한 추측과 합성 그리고 루머들이 언급되었고, 이는 2011년 11월 ‘Grand Theft Auto V’의 트레일러가 공개되기 전까지 계속됩니다.

매번 다양한 시대와 인간 군상들을 다뤘던 ‘GTA 시리즈’. ‘GTA 산 안드레아스’를 통해 보여준 8~90년대의 LA도 호평 일색이었지만. ‘GTA 5’의 트레일레가 보여준 2013년도의 산 안드레아스 모습은 모두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런 기대 속에, 시리즈 최초 전 플랫폼 한글화라는 호재 덕에 한국에서 ‘GTA 5’의 관심은 더욱 높아져갑니다. 수많은 언론들이 ‘GTA 5’의 한국 발매에 대해 소식을 내보냈고, 언제나 그렇듯. 이번 ‘GTA 5’도 폭력 게임의 이미지로 소개되었습니다.

   

‘GTA 4’의 폭력성이 모방 범죄를 불러일으킨다며 수많은 비난을 들었던 게이머들은. 이번 ‘GTA 5’도 그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야 그럴 것이. 전편에서 말했던 대로, ‘GTA 시리즈’는 발매될 때마다 논란을 일으켜 왔으니깐요.

   

2013년 9월 17일, 게이머들의 기대 속에 ‘Grand Theft Auto V’가 PS3와 XBOX 360으로 발매됩니다. 어? 그런데 이번엔 상황이 좀 다릅니다. ‘GTA 5’의 폭력성이나 게임 속의 자극적인 장면에 대한 비판은 예전과 비교하면 매우 온순해졌으며, 비난 또한 예상보다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분명 ‘GTA 4’때만 하더라도, 미디어 매체와 폭력성의 논문 연구에 자주 사용될 정도였는데 말이죠.

셰익스피어, 비틀즈, 제임스 본드를 이은 영국의 수출품. Grand Theft Auto

2013년 9월 17일 전 세계에 동시 발매한 ‘GTA 5’는 하루 만에 8억 달러의 수익을 기록합니다. 전 세계에서 ‘GTA 5’ 구매 행렬이 이뤄졌고, 추석 기간에 발매된 한국에서도 구하지 못해 안달이 날 정도였습니다.

   

‘GTA 5’의 흥행 성공은 게임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마저 놀라게 하기 충분했습니다. 고작 ‘게임 주제’에 3일 만에 1조 1천억의 수익을 거뒀으니. 이건 분명히 둘 중 하나라 생각했을 겁니다. ‘사람들이 폭력성에 미쳤거나’ 아니면 ‘GTA 5라는 게 끝내준다거나’

   

많은 사람들이 ‘GTA 5’에 대한 인식에서 후자를 택했습니다. ‘앵그리 버드’를 비롯해, ‘마인크래프트’ 같은 게임들도 엄청난 수익을 올렸는데. ‘어벤저스’ 같은 영화 이상의 수익을 올릴 정도면 분명 엄청 잘 만들어졌다는 소리거든요. 

▶ 걸어 다니는 파괴와 폭력의 화신 그 자체

사람들은 이제 ‘GTA 5’의 폭력성이나 적나라함에 대해 인식을 달리하게 되었습니다. ‘GTA 시리즈’에서 보여주는 잔혹하고 비윤리적이며 부도덕한 모습들은. 사실, 우리가 마주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미 현실에서는 하루가 마다하고 벌어지는 일들이며, ‘GTA 시리즈’는 그런 현실들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고요.

새로운 문제들의 대두

‘GTA 5’의 흥행 덕에, 대중과 언론에서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은 이전보다 좀 더 건설적으로 바뀌었으며. 예전처럼 어쭙잖은 식견과 통찰력으로 게임에 대한 이슈를 다루기가 어려워졌습니다. 달리 말하면, 이젠 흥행하는 게임 하나로 게임 문화와 업계를 싸잡는 건 더 이상 불가능해진 셈이나 다름이 없게 된 셈이죠.

   

또한 여러 건의 모방 범죄와 묻지마 범죄를 겪으며, 우리 사회는 게임을 비롯한 대중 매체에 책임을 전가해선 아무런 문제도 해결할 수 없음을 점차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어떤 게임을 하는지 관심조차 없는 무책임함이 ‘GTA 시리즈’에서 묘사하는 폭력성과 선정성보다 문제가 있음도 깨닫게 되었고요.

▶ 실제 사람같이 반응하는 NPC들에게서 섬뜩함을 느끼는 플레이어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문제들이 생기고 맙니다. 게임의 시각적 묘사 능력과 표현력은 이제 현실을 촬영한 영상매체들과 별 차이가 없어졌습니다. 이렇다 보니 게임상의 윤리 행위도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고. 가상공간 윤리는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기존까지 윤리 문제는 개발사-및 배급사-의 선에서 신중을 가할 문제였습니다. 게이머들도 작품 속의 윤리관이 현실의 윤리와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을 줄 수 있음도 알았고요. 하지만 샌드박스 게임처럼, 유저가 자유로이 ‘콘텐츠를 즐기는 걸 즐기는’ 게임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 무질서하고 혼란스러운 플레이가 ‘GTA 시리즈’의 핵심 중 하나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가령 2015년 11월에 벌어졌던 파리 테러 사건. 파리 시가지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여진 총격과 폭발 테러는 전 세계를 공포에 휩싸이게 하기 충분했고, 한동안 공포 속에서 살아야만 했습니다. 

    

이런 비극과 분위기 속에도. ‘GTA 온라인’에서 IS의 성전가를 틀며, 테러의 표적이 되었던 장소들을 게임 속에서 방문하려 하고, 지하디스트에 이입하며 플레이한 스트리머가 있어 논란이 되었습니다. (해당 영상은 강한 혐오감과 불쾌함을 느낄 수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 ‘GTA 5’를 이용해 지하디스트를 모집하는 IS. 영상물의 퀄리티는 조악하지만 무시할 수 없다.

특히 ‘GTA 5’를 비롯한 게임의 묘사력은 테러 국가 IS에서도 주목하여,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IS는 사회적 및 정서적으로 불안한 10대와 청년층에게 “’GTA 5’에서 재미있게 한 것들 여기에서 직접 다 해볼 수 있다"라며 선전에 활용하고 있고. 그 성과는 밝혀진 바가 없지만, 이는 ‘GTA 5’가 10대와 청년층에게 어필하기엔 최고의 매체임이라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방식이나 플레이어가 어떤 생각을 가지는지는 자유입니다. 누구도 그에 대해 제한하거나, 제한받아서도 안 됩니다. 이건 우리 사회와 헌법이 지키고자 하는 바와 밀접하니깐요. 

   

하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이념이나 윤리, 사고관 등이 드러나게 되며. 이것이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플레이일 경우 이야기가 달라지게 됩니다. ‘GTA 시리즈’가 가지는 자유를 악용해서, 타인에게 혐오와 공포감을 심는 것이 과연 자유일까요? 

이런 일련의 문제들은 게임에 문제가 없더라도, 이제는 그것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게임이 가진 영향력이 이만큼 커졌다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달리 말하면 게임을 악용할 여지도 커졌다는 반증이니깐요.

결론

▶ 요즘에는 ‘GTA 온라인’에 집중해, 후속작 소식은 감감무소식이다만…

‘GTA 시리즈’는 최신 게임 산업과 문화를 보여주는 표지와도 같습니다. 좁은 관점에서는 시대상과 생활방식 그리고 도시 풍경 같은 우리의 삶을 게임 속에 반영하고 있지만. 넓은 관점으로 보면 게임이 만들어질 때의 시대상과 문화, 다양한 인식과 사고들을 살펴볼 수 있거든요.

   

가령 ‘GTA 산 안드레아스’의 ‘핫 커피’ 모드는 게임을 놓고 벌어진 해프닝이라거나, ‘GTA 산 안드레아스’의 선정적인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내는 자료에 불과하지만. 2005년 미국의 보수적인 성관념과 대중 매체에서 표현 가능했던 한계 등을 볼 수 있거든요.

   

반면 ‘GTA 4’가 네오리얼리즘적인 스토리로 트렌드를 바꿔 놓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런 암울하고 시궁창 같은 스토리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시작된 전 세계적인 우울 상태에서도 찾아볼 수 있고요.

지금은 오픈월드 게임과 게임 산업을 대표하는 위치로 자리 잡은 ‘GTA 시리즈’이지만. 새로운 작품이 발매될 때마다 커져가는 ‘GTA 시리즈’의 영향력을 감안해본다면, 먼 훗날에는 훌륭한 사료나 참고 자료로 사용되지 않을까요? ‘GTA 5’로 2013년도의 문화를 공부한다니, 지금으로는 상상이 되지 않긴 하지만요.

   

   


마지막으로 GTA 시리즈의 작가이며 프로듀서 그리고 성우인 Lazlow Jones가 인터뷰에서 한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긴 글 읽으신다고 수고하셨습니다.

“If you're a parent and buy one of our games for your child you're a terrible parent.” - Lazlow Jo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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