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GOTY후보 1순위 <레드 데드 리뎀션 2>와 서부개척 판타지
레드 데드 리뎀션 2
개발사: 락스타 샌디에이고
유통사: 락스타 게임즈
장르: 오픈월드액션 어드벤처 게임
발매일: 2018년 10월 26일
발매기종: PS4, Xbox ONE
락스타 게임즈의 신작으로 올해 가을에 출시될 <레드 데드 리뎀션 2(이하 레데리2)>는 약 10년전에 발매된 <레드 데드 리뎀션>의 후속작으로, 미국의 서부 개척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게임이다.
<레드 데드 리뎀션>은 2010년 가장 많은 그해의 게임상(GOTY) 1위를 차지할 만큼, 작품성과 게임의 재미면에서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은 게임으로 유명하다. 드넓은 서부 황야를 배경으로 오픈월드 게임의 장점과 GTA의 제작사인 락스타 답게 스토리도 충실해서 호평을 받았다.
국내 유저들에게도 어느 정도 인기를 모으긴 했지만 흥행에 한계가 있었다. 헐리우드에서는 현재도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한 많은 영화들이 만들어지긴 하지만, 한국은 이 시대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으므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러나 한국에서도 1960~1970년대엔 서부 영화 붐이 일면서, 국내에도 이런 이미지를 차용한 일명 ‘만주 웨스턴’이란 영화들이 잔뜩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런 만주 웨스턴을 최근에 와서 살린 영화가 바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일명 놈놈놈)>이다. 우리가 전혀 모를 만한 장르는 아니지만 대가 끊겼던 것이다.
지금 미국의 서부는 LA가 있는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한 서부해안을 말하지만, 서부개척시대의 서부는 지금 기준으로는 해안가가 아닌 중부에서 약간 서부로 치우친 위치를 이야기한다. (지도 참조)
1783년,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했을 때의 미국 영토는 동부에 한정되어 있었으나, 1803년 루이지애나를 프랑스로부터 매입하고, 1845년 텍사스를 합병했으며, 1846년 캘리포니아를 미 연방으로 합병하면서 영토가 크게 넓어졌다. 하지만 이때도 중서부 지역은 빈 공간이었으니, 이곳을 개척하게 된 시기가 바로 서부개척시대라고 한다.
서부개척시대는 새로운 땅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는 개척자들과, 유럽에서 온 이민자들도 있었지만, 수많은 무법자들도 있었다. 아무래도 땅이 넓다 보니 치안이 허술할 수 밖에 없었고, 오로지 힘으로 해결되는 그런 무법천지가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불안한 시대일수록 영웅과 전설이 나오기 좋은 시대인 것이다.
RDR2가 나오기 전, 전작인 RDR을 살펴보며 서부개척시대가 어떤 시대였는지 알아보자.
1편의 주인공 존 마스턴은 죽을 위기에서 맥팔렌 농장의 딸, 보니 맥팔렌에게 구출되어 보답을 하기 위해 랜처(Rancher), 즉 카우보이의 역할을 하게 된다. 미국 중서부의 기후는 건조하고 척박해서 목축업이 주를 이루었는데, 게임 내에서도 소를 방목해서 그걸 몰고 다니는 역할을 주인공을 조종해서 할 수 있다. 아무래도 무법자가 많은 서부인 만큼, 카우보이들은 자체적으로 무장을 하고 다녔으나, 이걸 이용해서 강도짓을 하거나 다른 목장의 소를 도둑질하는 일도 많았다고 한다.
서부 영화하면 먼저 생각나는 것은 두명의 건맨이 동시에 총을 뽑아서 결투하는 장면이다. RDR에서는 주변 사람과 시비가 걸리면 1:1 결투 모드에 들어간다. 이렇게 서부영화하면 언뜻 생각나는 1:1 결투에서 사람을 죽이는 것은 마치 무죄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재판을 거쳐, 정당방위임이 인정될 때에만 무죄방면이 되는 것이었다.
한편, 실제로 동시에 총을 뽑아 겨루는 정당한 결투보다는, 먼저 총을 뽑아 쏘는 것에 반응해서 총을 쏘고, 결국 둘다 못 맞춰서 총격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한다. 또 유명한 총잡이로 알려지면 절대 결투를 하지 않고 오히려 등 뒤에서 쏘는 등의 암살이 더 많았다고 하니, 멋진 1:1 결투 장면 같은 것은 각종 창작물에서 미화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미국 영화를 보면 한국에서의 경찰 업무를 수행하는 ‘보안관’이란 직업이 자주 등장하는데, 우리가 보기엔 보안관과 경찰의 차이를 알 수 없다. 또, 한국어로 ‘보안관’이란 단어는 단 하나 뿐이지만 원어로는 마샬(Marshal)과 셰리프(Sheriff)가 있어서 두개가 철저히 구분된다.
간단히 말해서 마샬은 주 전체 또는 미국 전체에 있어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미연방정부 소속이며, 셰리프는 카운티(주보다 작은 미국의 행정구역) 단위로 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직업이라서 그 권한은 그 카운티 안에서만 발휘할 수 있다. 지금도 미국은 대도시 지역등은 경찰이 치안을 담당하지만, 아직 셰리프를 선출하는 지역도 남아있다. 만약 이후 서부 영화를 볼 때 보안관으로만 번역되는 마샬과 셰리프를 구분해서 보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서부영화를 보면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요소는 인디언(아메리카 원주민)이지만, RDR에서는 인디언과의 전투 같은 것은 나오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RDR의 시대배경은 20세기 초(1911년)로, 서부시대의 막바지로 1873년 이후로 인디언과의 대규모 전투는 벌어지지 않았으며, 이 시기에는 이미 대부분의 미국 원주민들은 전투에 패배해 보호구역 등으로 쫓겨난 때였다.
서부시대 초기인 19세기의 총들은 아직까지 전방으로 화약과 탄환을 넣은 후 발사하는 머스켓 타입의 무장들이었다. 그래서 숙련된 사수들도 1분에 2발 정도 밖에 못 쏘는 무기였다.
1836년, 천재적인 발명가 콜트에 의해 발명된 리볼버 권총들은 개인 화기의 개념을 바꾸어 놓았다. 리볼버는 닻을 감아올리는 캡스턴 장치라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따와서 총알이 장전된 실린더를 회전시키며 연속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개인화기로, 지금까지도 기본적인 구조는 그대로인 최고의 발명품이었다. 단, 초기의 리볼버들은 아직 탄약과 화약이 일체화된 탄환이 나오기 전이었기 때문에, 실린더에 일일이 화약을 넣고 탄환을 넣은 후 밀랍으로 봉인해야 했다. 지금처럼 빠른 리로딩이 가능한 장치도 없었기 때문에 권총을 2자루씩 가지고 다니는 경우도 많았다.
RDR에서 게임 초반에 사용되는 리볼버들은 일명 싱글 액션 리볼버라고 한다. 싱글 액션 리볼버는 방아쇠를 당기는 행동이 공이를 격발시키는 단 하나의 행동만 수행한다고 해서 싱글액션이라고 불렀다. 즉 방아쇠를 아무리 당겨도 공이를 뒤로 젖히지 않으면 총이 발사되지 않았다. 즉 싱글액션 총은 공이를 엄지 손가락 또는 반대쪽 손으로 당긴 후 방아쇠를 당겨야 총이 발사된다.
이후에 나온 더블 액션 리볼버는 방아쇠로 두가지 행동을 할 수 있다고 해서 더블 액션이라고 한다. 방아쇠를 당기면 우선 공이가 뒤로 젖혀지며, 끝까지 방아쇠를 당기면 공이를 놓는다. 즉, 방아쇠만으로 총을 바로 발사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더블액션의 약점은 공이를 젖히는 행동이 들어간 만큼 방아쇠가 무겁다는 것이다. 그래서 속사를 해야할 때는 싱글 액션과 마찬가지로 공이를 젖혀주는 행동을 하는 것이 좋다.
RDR 게임 내에서도 여러 타겟을 빠르게 제거할 수 있는 ‘데드아이’를 발동하면, 리볼버를 허리춤에 놓은 채로 왼손으로 공이를 뒤로 젖혀주는 행동, 즉 패닝(Fanning)을 한다. 오버워치의 캐릭터, 맥크리의 필살기가 바로 이 패닝이다. 패닝을 하면 방아쇠는 그대로 당긴 상태로, 공이만 반대쪽 손으로 빠르게 젖혀주면 자동적으로 빠르게 총을 발사할 수 있다.
서부시대의 대표 무기라면 역시 앞서 말한 리볼버지만, 실제는 물론 게임에서도 명중률도 좋고 사정거리도 긴 리피터나 라이플이 더 많이 쓰였다.
리피터의 모습을 보면 탄창이 안 보이기 때문에 단발만 사격할 수 있는 무기로 착각할 수 있으나, 많은 리피터들은 개머리판 뒤쪽의 구멍으로 탄환을 일렬로 줄지어 장전했다. 재장전은 방아쇠가 있는 방아쇠 우리를 아래로 젖혔다가 올리면 재장전이 되었다. 리피터는 우수한 개인화기였지만 군대에서는 외면 당했는데, 그 이유는 재장전할 때 방아쇠 우리를 아래로 젖혀야 하기 때문에 군대처럼 엎드려 쏴를 많이 하는 경우엔 사용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을 타고 다니면서 총을 쓰는 일이 많은 서부시대 카우보이와 건맨들에게는 단점이 되지 않았다.
RDR에서 개틀링 기관총은 총 3번 등장해서 큰 활약을 한다. 옛날인데 무슨 기관총이 있느냐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밀리터리 매니아들은 다 잘 알고 있듯 개틀링은 서부 개척시대 즈음에 개발된 것이다.
개틀링을 발명한 사람은 리처드 개틀링 박사로, 그는 본래 의사였지만 1861년 남북전쟁 당시 무수한 사상자들을 보고 충격받아 ‘병사의 숫자를 줄이면 사상자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개틀링 기관총을 발명한다.
개틀링은 1898년 미국-스페인 전쟁에서 처음 사용되었는데, 상대 보병과 기병을 상대로 큰 활약을 하긴 했지만 1분에 200발이나 되는 탄환을 발사하는 바람에 잦은 고장이 문제였다. 이것을 개조한 것이 1883년 하이람 맥심이 개발한 기관총이었다. 개틀링은 여러 총신을 돌려가며 쓰면서 빠르게 쏘지만, 맥심이 개발한 기관총은 총이 발사될 때의 반동을 이용해서 자동으로 장전되는 것이었다. 맥심은 이후 유럽으로 건너가 이 무기를 팔아 큰 부자가 되었으며, 사람을 구하고자 만들었던 이 무기는 1차 세계대전을 지독한 참호전으로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한다. 기관총 때문에 사람은 전진할 수도 없었고, 이 기관총을 막기 위해 또 전차(탱크)가 개발되고… 이처럼 당시의 기술발전은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대가로 발전했다. 처음 기관총을 발명한 개틀링 박사의 취지와는 정 반대로 흘러간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서부시대의 이미지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의 일명 ‘와일드 웨스트 쇼(일종의 서커스)’에서 비롯되었다. 총 빨리 뽑기(패스트 드로우)나 묘기 사격, 로데오 묘기 등을 보여주는 이 쇼는 별다른 오락거리가 없던 시대에 큰 인기를 모았고 여기에서 정의의 카우보이와 보안관, 무법자의 이미지가 고착되었다. 유명한 과거와 최근의 서부 영화를 간단히 알아보며 서부시대에 대한 잡상식 코너를 마치도록 하겠다.
일본의 명 감독, 구로사와 아키라의 ‘7인의 사무라이’를 오마쥬한 작품으로, 가난한 마을 사람들을 괴롭히는 무법자들을 상대로 떠돌이 총잡이(율 브린너)가 마을 사람을 돕기 위해 7명의 총잡이를 이끌고 무법자들과 맞선다는 내용이다.
최근 한국 배우 이병헌이 나온 헐리우드 영화 <매그니피센트7>이 바로 이 작품을 리메이크한 것이다.
황야에서 서로 마주 보고 선 두 건맨, 바람소리만 들리는 정적이 흐르며 두 총잡이가 서로를 노려보본다. 과연 누가 먼저 총을 꺼낼 것인가, 그리고 누가 쓰러질 것인가… 이런 장면은 서부영화의 대표적인 이미지지만, 이런 연출이 시작된 것은 헐리우드가 아니다.
1960년대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한 일명 ‘스파게티 웨스턴’이란 장르는, 보안관이 정의를 지킨다는 고전 서부영화와는 다르게, 무법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안티 히어로 물이 많았다. 게다가 더 재밌는 점은 미국에서 만든 것이 아니었다는 점.
이런 영화들은 스페인에 있는 타베르나스 사막 등지에서 촬영되었는데, 미국 서부와 완전히 같은 환경을 지니고 있었기에 이곳에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서 저렴하게 촬영되었다. 스페인에서 만들었는데 왜 스파게티 웨스턴이냐하면 출연진들이 주연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 조달된 엑스트라들이었으며, 이 장르의 대표적인 감독이 바로 이탈리아 출신의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이었기 때문이다.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은 일본 사무라이 영화의 영향을 받아, 마치 두 사무라이가 폼만 잡고 언제 벨 것인지 서로를 노려보는 것처럼, 건맨들이 서로 폼만 잡고 있다가 단 한번의 사격으로 싸움이 끝나는 연출을 자주 사용했다. 언뜻 지루할 거 같지만 등장인물들의 표정과 연출로 정적인 씬에서도 큰 긴장감이 느껴지는 것이 이 감독의 특기였다.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대표작은 ‘무법자’ 3부작으로, 지금은 헐리우드 대표 감독이 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인공인 3개의 작품, 황야의 무법자(A Fistful of Dollars), 석양의 무법자(For a Few Dollars More), 돌아온 무법자(The Good, The Bad, and The Ugly)의 3개 작품을 일컫는다.
이 중에서 황야의 무법자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명작 요짐보(1961)의 스토리를 그대로 따와서 만든 작품으로, 당시 구로사와 감독의 허락을 받지 않고 만들어 표절 논란이 있었지만 이후 라이선스라 지급했다고 한다.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돌아온 무법자의 원제는 <좋은 놈, 나쁜 놈, 못생긴 놈>으로,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가? 바로 한국의 김지운 감독이 만든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 모티브를 제공한 작품이다.
한국에서는 서부개척시대 이야기가 현재는 큰 인기까지는 못 얻고 있지만, 미국에서 스파게티 웨스턴 붐이 일었을 당시에 국내에도 많은 작품들이 만들어졌다. 서부와 비슷하게 황량한 일제 강점기의 만주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로, 무법자들도 등장하지만 대부분 독립군과 일본군이 얽힌 이야기들이 많았다. 임권택 감독의 데뷔작인 <두만강아 잘 있거라>도 만주 웨스턴 장르에 속한다.
만주 웨스턴은 1970년대 이후 그 명맥이 끊겼다가 2008년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과 <다찌마와리 :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를 통해 부활했지만 그 뒤로 만주 웨스턴 작품은 찾아보기 힘든 형편이다. 만주 웨스턴 장르가 이후로 더 많이 만들어져서 한국 영화의 장르가 좀 더 풍성해졌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개인적인 바램이다.
글/ 곰선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