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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실록] 성불하지 못하고 떠도는 똥겜의 망령, The War Z

조회수 2018. 3. 9. 15:1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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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 그 두번째! The War Z

지난 시간에 이야기 했듯, ‘빅 릭스’는 게임 커뮤니티에 엄청난 충격(?)을 주고 제작사 스텔라스톤과 함께 게임 역사의 저 편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빅 릭스’의 유산은 여전히 게임산업을 떠돌고 있다. 대충 만들어 대충 팔아먹자는 ‘빅 릭스’의 정신을 잇는 게임은 지금 이 순간에도 만들어지고 있다. 그리고 ‘빅 릭스’의 책임자였던 세르게이 티토프 역시 게임산업을 떠돌고 있다.

▶ 세르게이 티토프(Sergey Titov)

빅 릭스, 그 후

2004년, ‘빅 릭스’는 전설적인 쓰레기 게임의 반열에 드는 영예를 안았다. 스텔라스톤이 ‘빅 릭스’ 다음으로 내놓은 ‘미드나잇 레이스 클럽’도 완벽한 쓰레기 게임이었다. 스텔라스톤의 이런 실체가 폭로(?)된 이상 더 이상의 게임 사업은 불가능했고, 2006년 스텔라스톤은 해체되었다. 명목상의 공동 소유주였던 세르게이 티토프는 다른 게임 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티토프가 자리를 옮긴 곳은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 모니카에 있는 신생 게임 기업이었다. 그 기업의 게임은 라이엇게임즈(Riot Games). 그렇다.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를 만들어낸 바로 그 곳이다. 티토프는 라이엇 게임즈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는지 ‘리그 오브 레전드’ 출시 직전까지 기술 책임자(테크니컬 디렉터, Technical Director)로 근무했다.

▶ 세르게이 티토프는 라이엇 게임즈의 초창기 멤버였다.

하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 출시 직전 2008년, 세르게이 티토프는 다시 라이엇 게임즈를 떠났다. 티토프는 유로게이머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리그 오브 레전드’가 속한 AoS(혹은 MoBA) 장르 자체를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티토프의 주장에 따르면 그가 ‘진짜’ 좋아하고 만들고 싶던 장르는 슈팅 게임이었다.


    

세르게이 티토프는 라이엇을 떠난 그 해 아크토스 엔터테인먼트(Arktos Entertainment)를 차리고 스스로 CEO가 되었다. 게임 업계에서 회사를 떠나 새로운 회사를 차리는 일은 별로 새로운 일도 아니었기에 그의 독립은 그다지 화젯거리도 되지 못했다. 하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세르게이 티토프는 게임산업에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썩 명예로운 일은 아니었다.

스팀을 뜨겁게 달군 The War Z 사건

2012년 12월, 스팀에서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해머포인트 인터렉티브(Hammerpoint Interactive)가 제작한 좀비 서바이벌 게임 ‘The War Z’의 컨텐츠가 너무나 부실하다며 환불을 요구하는 게이머의 항의가 잇달았다. $14.99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었음에 불구하고 환불을 요구하는 게이머의 항의는 실로 격렬했다.


   

이 ‘The War Z’의 총 책임자가 바로 세르게이 티토프였다. 티토프는 12월 28일 ‘The War Z’ 가입자들에게 장문의 메일을 발송해 게이머들의 부정적인 의견에 대해 좀 더 귀 기울이겠으며 현재 상황을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 ‘사과’ 메일에도 환불에 대한 구체적인 약속이나 부실한 컨텐츠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 The War Z

또 하나 불길한 문장이 있었다. 티토프는 현재 ‘판매 중’인 ‘The War Z’가 ‘최종 배포판(Final Release)’가 아니라 전반적인 게임의 토대가 되는 ‘파운데이션 릴리즈(Foundation Release)’라 주장했다. “온라인 게임의 특성상 최종 배포판이란 있을 수 없으며, 우리가 판매한 것은 앞으로 추가될 수많은 기능의 토대가 될 버전이다.”라는 주장이었다. 물론 이런 궤변에 속을 게이머는 얼마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The War Z’ 자체는 2012년 가을 알파테스트 단계부터 수많은 문제점을 떠안은 채 출발한 상태였다. ‘The War Z’의 알파버전을 체험해 본 웹진 PCWorld의 리뷰어는 “알파테스트 단계임에도 상상 이상으로 끔찍하다.”는 평을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토프는 그 해 10월 ‘The War Z’의 공개 테스트를 강행했다.


    

공개 테스트 단계에서도 이미 ‘The War Z’는 수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었다. 형편없는 게임의 품질은 테스트 단계니 넘어갈 수 있다고 쳐도, ‘The War Z’에는 알파 테스트 단계부터 복잡한 과금 모델이 적용되어 있어 논란이 되었다. 아직 게임이 완성되려면 멀었는데, 게임의 품질보다는 각종 과금에만 매우 공을 들이고 있었다.

▶ WarZ의 사용자 약관에 리그 오브 레전드의 그것을 그대로 복사 붙여넣기 했다가 걸리기도 했다.

세르게이 티토프의 막말도 사태의 악화에 한 몫 거들었다. 티토프는 테스트 초기 The War Z포럼에서 캠퍼(Campers)들을 싸잡아 ‘Faggots’라 비난했다. (Faggots는 우리말로 아주 거칠게 옮기면 “씨X 게이새끼야”라는 비속어다.) 이 단어는 뉘앙스 그대로 동성애자에 대한 심한 공격의 의미를 담고 있어 서양에서는 금기에 가까운 욕설이다.


    

이런 티토프의 막말에 게이머들은 거세게 항의했고, 부랴부랴 홍보팀이 나서 “세르게이 티토프가 동성애자 비하의 의미로 해당 단어를 사용한 것이 아니며, 매우 부적절한 단어 선택임을 인정한다.”고 해명했다. 동성애자 비하든 아니든 총책임자라는 지위의 사람이 포럼에 직접 글을 쓰며, 특정 유저 집단을 가리켜 거친 욕설을 사용했다는 자체가 문제였다.

그 다음은 상표권 문제가 불거졌다. 2012년 11월, 미국 특허청(United States Patent and Trademark Office)은 아크토스 엔터테인먼트에 서한을 보내 ‘The War Z’ 상표권이 중지되었음을 통지했다. 파라마운트 영화사가 제작 중인 ‘World War Z(국내에는 월드워Z라는 이름으로 개봉됨)’와 ‘The War Z’가 유사함을 지적한 것이다.


   

‘World War Z’의 상표가 훨씬 먼저(2006년 영화의 원작에 해당하는 동명의 소설이 출판) 등록되어 있고, ‘The War Z’라는 게임 제목이 단어 자체의 유사성은 물론 유사한 소재(좀비)까지도 가리키고 있었으니 특허청이 서한을 보낼 만 했다. (티토프는 ‘The War Z’라는 이름이 여전히 “자신들의 실질적인 상표”라고 주장했으나 이후 게임의 이름은 ‘Infestation: Survivor Stories’라는 제목으로 바뀐다.)

이 게임보다 더 용서받지 못할 게임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 게임스팟

용서받지 못할 게임

그리고 마지막으로 ‘The War Z’를 둘러싸고 터진 문제가 바로 스팀 런칭이었다. ‘The War Z’의 ‘런칭 버전’을 평가한 게임 매체들은 일제히 이 게임에 매우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빅 릭스’를 평가했던 게임스팟은 ‘The War Z’에 대해 “이 게임보다 더 용서받지 못할 게임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It's hard to imagine how any game could be more unforgiving than The War Z.)”라는 평가를 내렸다.


   

게임스팟의 지적 그대로 ‘The War Z’는 스팀 런칭 당시까지 아무것도 완성되지 않은 텅 빈 깡통에 불과했다. 제대로 된 튜토리얼조차 없으며, 게임에 긴장감을 부여해야 할 좀비의 A.I.는 머저리나 마찬가지였고, 한 물 간 그래픽을 대충 발라 놓은 상태였다. 오직 소액결제시스템만이 덕지덕지 붙어 그나마 ‘완성되어’ 있었다.

▶ The War Z 스팀 판매 초기에 '게임 기능'이라고 소개해 놓은 것들. 대부분이 구현되지 않았거나, 거짓말이었다. 한 예로 광대하다는 맵의 크기는 실제로는 10제곱킬로미터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래놓고서 메일에서는 '파운데이션 릴리즈'라고 주장했으니 난리가 날 수 밖에 없었다.

이 지경의 게임을 $14.99를 받고 팔았으니 게이머의 환불 항의가 폭주할 수 밖에 없었다. 일부 게이머는 아크토스 엔터테인먼트와 해머포인트 인터렉티브를 고소하겠다며 나서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봉합하기 위해 세르게이 티토프가 다급하게 메일을 보낸 것이었다. 메일도 거짓으로 가득 차 있었다. 티토프가 ‘우리가 판 것은 파운데이션 릴리즈’라 주장한 말은 완전한 헛소리에 불과했다.


   

이 상황에서도 세르게이 티토프는 “일부 게임 언론이 혹평을 일삼고 있다”라 주장했지만 ‘The War Z’를 평가한 게임 매체 중 최소한 보통의 점수라도 준 매체는 극소수에 지나지 않았다. 게임스팟은 ‘The War Z’에 세르게이 티토프의 전작(?)인 ‘빅 릭스’보다 1점 높은 10점 만점에 2.0점을 매겼다. 유로게이머는 10점 만점에 3점을 매겼다. IGN 역시 10점 만점에 3점을 주었다. 

▶ 내 돈 돌려줘!

사태가 불처럼 번지는 와중에도 세르게이 티토프는 게임스파이와의 인터뷰에서 “대체 뭐가 잘못됐다는건지 모르겠다”며 뻔뻔스러운 반응을 보였고, 스팀 페이지에서 여론 조작까지 시도하다 걸려 더욱 상황을 악화시켰다. 밸브는 게이머들의 항의에 못 이겨 ‘The War Z’의 스팀 판매를 하루만에 중단했다. 밸브는 스팀 고객 지원팀에 연락하면 ‘The War Z’의 환불을 처리해 주겠다고 했다. 사상 초유의 사태였다.

The War Z를 둘러싼 미스테리

지난 시간에 ‘빅 릭스’를 만든 스텔라스톤의 회사 구조가 괴상하다는 언급을 잠시 했었다. ‘The War Z’를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해머포인트 인터렉티브와 세르게이 티토프의 관계는 더욱 괴상했다. ‘The War Z’의 제작사는 해머포인트 인터렉티브라는 회사다. 이 게임의 운영사는 Op Production이라는 회사였다. 세르게이 티토프는 이 모든 것을 총괄(?)하는 아크토스 엔터테인먼트의 CEO였다.


    

복잡한 구조 뒤에 숨겨진 진짜 문제가 있었다. 아크토스를 제외하면 The War Z에 관련된 회사는 모두 정체가 모호했다. 제작사인 해머포인트 인터렉티브부터 그 실존 자체가 의심스러운 회사였다. 누가 거기에 고용되어 일하고 있는지, 사무실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하나도 없었다.

▶ 링크드인에 등재되어 있는 해머포인트 인터렉티브의 정보. 뜬금없게도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다고 나온다. 단지 동명의 회사일까? 그런데 오른쪽에 비슷한 회사가...

그저 어느 날 갑자기 ‘The War Z’를 들고 나타났고, 세르게이 티토프가 그 회사에 대규모 투자를 했다는 정보만 알려져 있었다. 아무도 거기서 일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없었고, 사무실 주소조차 미스터리였지만 어쨌든 해머포인트 인터렉티브는 캘리포니아에 근거지를 둔 스타트업 회사라는게 티토프의 주장이었다.

▶ ???

더욱 이상한 것은 ‘The War Z’ 게임 자체는 ‘온라인 워몽거 그룹(Online Warmongers Group Inc.)’이라는 또 다른 회사가 만든 ‘War Inc. Battlezone’라는 그저 그런 슈팅 게임과 매우 유사했다. 사실 유사 정도를 넘어서 The War Z의 초기버전은 이 게임에 스킨을 씌운 수준이었다. 온라인 워몽거 그룹 역시 ‘캘리포니아’ LA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회사였고, 마찬가지로 세르게이 티토프가 투자를 한 ‘스타트업’ 회사였다.


   

‘The War Z’의 운영사라고 주장하는 OP Production은 처음에 회사 주소가 미국 델라웨어로 되어 있었는데, 델라웨어는 미국 내에서 영리 법인을 만들기 가장 쉬운 곳으로 꼽히는 주다. $50만 내면 누구나 법적으로 회사를 세울 수 있다. 게다가 OP Production의 델라웨어 내 주소는 실제로는 문을 닫은 신문 보급소 즉, 페이퍼컴퍼니였다.


    

이런 사실이 게이머들에 의해 폭로된 다음, OP Production의 주소는 캘리포니아 로스엔젤레스로 수정되었다. 그러나 OP Production이 ‘자리잡고 있다’고 주장하는 곳에는 대체의학 병원이 자리잡고 있다. 결국 아크토스를 제외하면 위의 세 회사 모두 세르게이 티토프가 임의로 세운 페이퍼컴퍼니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런 괴상한 모습은 어디서 많이 본 구조 아닌가? 그렇다. 지난 시간에 다루었던 ‘스텔라스톤’의 그것과 매우 유사하다. 오직 경영만을 위한 작은 사무소가 몇 개 있고, 실제 게임 제작은 동유럽 등지에서 대충 개발자를 고용해 게임을 찍어내는 그런 구조 말이다. 게이머들은 ’빅 릭스’를 낳은 스텔라스톤의 망령이 다시 한 번 ‘The War Z’를 낳았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진실은 밝혀지지 않은 채 흐지부지 되었다.

우리는 아무것도 숨기지 않았다. – 세르게이 티토프

The War Z 사태 그 이후

이 난리를 치고도 세르게이 티토프는 포기하지 않았다. ‘The War Z’는 2013년 3월 ‘다시 출시’ 되었다. 그러나 개선했다며 다시 내놓은 버전조차 빈 깡통이라며 다시 한 번 혹평을 받았다. 4월에는 해커의 공격을 받았다. 공식 포럼은 일시 중단되었고, 서버 소스가 프리서버 사이트에 올라오는 치욕까지 겪었다.


    

앞서 설명했듯 ‘The War Z’라는 상표명은 ‘World War Z’와의 유사성 때문에 무효화 되었다. 결국 게임 제목은 2013년 6월, ‘Infestation: Survivor Stories’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이름을 바꾸며 스팀에서 75% 할인 판매에 들어갔지만 게이머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제 ‘The War Z’에 두 번 속을 바보는 없었다.

환불과 해킹 사태까지 겪었지만 ‘Infestation: Survivor Stories’는 몇 년을 더 버텼다. 하지만 운영사인 OP Production은 지난 2016년 12월 15일 ‘Infestation: Survivor Stories’의 서비스를 종료했다. 드디어 ‘The War Z’의 망령은 완전히 죽은 것일까? 아니다. OP Production이 서비스 종료를 발표한 바로 그 날 새로운 버전인 ‘Infestation: The New Z’의 서비스가 시작 되었다.

‘The War Z’의 새로운 버전인 ‘Infestation: The New Z’는 스웨덴의 독립 게임 개발사인 Fredaikis AB에서 개발하고 OP Production과 공동 운영 중이다. 스웨덴 사이트를 검색해 보면 Fredaikis AB는 스웨덴 Rosersberg 에서 22살과 20살의 두 청년이 운영하는 기업으로 나온다. 왜 새로운 ‘The War Z’는 뜬금없이 스웨덴에서 개발하는 것일까? 

▶ Infestation: The New Z는 Fredaikis AB라는 스웨덴 인디 게임 개발사가 제작하고 있다고 한다. 운영은 여전히 OP Production에서 하고 있다.
▶ 프리 리전 엔터테인먼트가 내놓은 게임들.

진실은 세르게이 티토프 만이 알 것이다. 그는 지난 2015년 프리 리전 엔터테인먼트(Free Reign Entertainment)라는 새로운 스타트업에 ‘투자’했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이제 아크토스 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다. 회사의 상세한 사항은 역시 베일에 싸여 있지만, 이번에도 ‘The War Z’와 유사한 생존지향 MMO 액션 게임을 몇 개 만들어 냈다.

▶ 빅 릭스 수준의 평가는 아니니까 괜찮은...걸까?

프리 리전이라는 회사가 진짜로 스타트업인지 아니면 티토프의 또 다른 꼭두각시인지는 그만이 알겠지만, 아무튼 “액션 게임을 좋아한다”는 세르게이 티토프의 말 자체는 사실인 것 같다. ‘The War Z’ 이후 똑 같은 형식의 액션 게임을 질리지 않고 찍어내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평가가 좋은 게임은 하나도 없다. 아무래도 망령은 생각보다 오래 떠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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