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차세대 게임기와 함께 열린 SRPG의 전성시대

조회수 2018. 1. 8. 11:0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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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패미컴, 세가 새턴,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이어진 SRPG 전쟁
2D 게임기의 완성형 ‘슈퍼패미컴’과 SRPG

닌텐도는 1990년 가을 신형 게임기인 ‘슈퍼패미컴’을 일본에 출시했다. 경쟁사인 세가의 ‘메가드라이브’보다 2년 늦은 출시였지만, ‘슈퍼패미컴’의 그래픽과 사운드 품질은 메가드라이브가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이었다. 슈퍼패미컴은 출시되자 마자 30만대가 팔리며 돌풍을 일으켰다.


 

‘슈퍼패미컴’ 돌풍의 중심에는 역시 RPG가 있었다. 일본 게이머의 입장에서 가정용 게임기에는 당연히 대작 RPG가 있어야 했다. 슈퍼패미컴의 우수한 그래픽/사운드 품질은 이 대작 RPG를 만들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스퀘어의 ‘파이널 판타지4(1991)’, 에닉스의 ‘드래곤 퀘스트5(1992)’ 등 슈퍼패미컴의 성능을 살린 대작 RPG가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 파이어 엠블렘: 문장의 비밀

이 과정에서 신흥 세력(?)으로 떠오르던 SRPG도 하나 둘 슈퍼패미컴 기종으로 등장했다. 닌텐도는 1994년 SRPG ‘파이어 엠블렘’ 시리즈의 최신작인 ‘문장의 비밀’을 내놓았다. 

 

이 게임은 크게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작인 ‘암흑룡과 빛의 검’을 슈퍼패미컴으로 리메이크한 1부와 1부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 2부로 구성되어 있다.

패미컴 기종으로 시작된 ‘파이어 엠블렘’ 시리즈는 이 ‘문장의 비밀’에서 완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천재 게임 디자이너 요코이 군페이가 프로듀서로 참여해 제작을 지휘한 만큼 닌텐도에서도 ‘파이어 엠블렘’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었다. 슈퍼패미컴의 성능을 한껏 활용한 그래픽과 한층 더 정돈된 시스템은 ‘문장의 비밀’을 최고의 SRPG 반열에 올려놓는 역할을 했다.


 

1994년과 1995년은 슈퍼패미컴 최고의 해였다. 1994년 봄 스퀘어의 ‘파이널 판타지 6’, 1995년 에닉스의 ‘드래곤 퀘스트6’ 등 최고의 2D RPG가 이 시기에 등장했다. 그리고 그 틈에 SRPG도 끼어 있었다. 1995년 2월 스퀘어는 SRPG ‘프론트 미션’을 내놓았다. 이전까지 등장했던 유명 SRPG가 판타지 세계관 위주였다면 ‘프론트 미션’은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밀리터리 풍 SRPG였다.

▶ 스퀘어의 프론트 미션

스퀘어는 새로운 게임인 ‘프론트 미션’에 제작 역량을 총 동원했다.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유명한 아마노 요시타카, 파이널 판타지 1~5까지 디렉터를 맡은 사카구치 히로노부, ‘스트리트 파이터2’와 ‘라이브 어 라이브’의 작곡을 맡았던 시모무라 요코, ‘랑그릿사’의 프로듀서를 맡았던 츠치다 토시로 등 투입할 수 있는 최고의 인재를 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구성이었다.

하드코어 한 느낌의 미래를 배경으로 로봇병기로 전투를 벌이는 컨셉의 SRPG ‘프론트 미션’은 기존 SRPG, 아니 어지간한 대작 RPG와도 다른 다른 신선한 충격이었다. ‘프론트 미션’에 일본 게이머들은 열광했다. 발매 첫 주에만 50만장이 팔려나갔고 스퀘어는 이 ‘프론트 미션’을 시리즈로 키워나가게 된다.

 

SRPG의 영원한 전설, ‘택틱스 오우거’의 등장

그러나 1995년 최고의 SRPG는 따로 있었다. 그 해 가을 퀘스트가 내놓은 ‘택틱스 오우거’다. 퀘스트는 이미 1993년 슈퍼패미컴으로 SRPG ‘전설의 오우거 배틀’을 내놓아 40만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한 적이 있었다.


 

‘전설의 오우거 배틀’이 거둔 성공에 만족한 퀘스트는 1994년 출시를 목표로 새 SRPG를 내놓으려 했지만 그래픽 품질을 올리기 위해 발매연기를 거듭했고 1995년 가을에야 ‘택틱스 오우거’를 내놓을 수 있었다.

▶ 전설이 된 SRPG '택틱스 오우거'. 부제인 Let Us Cling Togerher은 락 밴드 '퀸(Queen)'의 노래에서 따왔다. 게임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택틱스 오우거’는 SRPG의 전형적인 배경인 ‘판타지 세계관’을 적용한 게임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현실을 반영한 치밀한 스토리가 있었다.

 

‘택틱스 오우거’는 해양무역의 중심으로 번영했던 발레리아라는 가상의 군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군도에서는 서로 다른 민족간의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외세를 끌어들인 정치 분쟁, 강제수용소, 인종청소 등. 현실의 ‘유고슬라비아 내전’을 연상시키는 부분이다.

치밀한 이야기뿐 아니라 슈퍼패미컴의 성능을 극한까지 끌어낸 아름다운 2D 그래픽, 게이머의 결정에 따라 달라지는 멀티 엔딩, 아군을 강제 공격하거나 적군을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 캐릭터마다 속성이 부여되어 있으며 ‘충성도’에 따라 배반하는 등 다양한 시스템이 ‘택틱스 오우거’에 집대성되어 있었다.

▶ 플레이스테이션 버전 '택틱스 오우거'. 미국에도 출시되었지만 극히 적은 물량만이 출시되어 프리미엄이 붙은 채 팔리고 있는 상태다.
▶ '택틱스 오우거'는 15년 후 PSP로 이식되기도 했다.

‘택틱스 오우거’는 발매와 함께 영원한 전설이 되었다. 슈퍼패미컴으로만 50만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이후 세가 새턴, 플레이스테이션 등 차세대 게임기에도 잇달아 이식되었다. 

 

심지어 15년 후인 2010년에도 휴대용 게임기 PSP로 이식되어 약 27만장의 판매량을 기록했을 정도다. ‘택틱스 오우거’가 SRPG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차세대 게임기 시대에도 이어진 SRPG 경쟁

닌텐도의 슈퍼패미컴은 승승장구 하고 있었지만 새로운 시대의 문은 이미 열려 있었다. 1994년 말 세가의 ‘세가 새턴’과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이 등장하며 차세대 게임기 전쟁의 막을 올렸다. 이들은 각자 게임기 전쟁에서 승리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치열한 경쟁에 돌입한다.


 

세가는 ‘세가 새턴’의 성능을 과시하기 위해 직접 새로운 SRPG의 제작에 돌입했다. 가상의 일본을 배경으로 한 ‘사쿠라 대전’의 출발이다. 스퀘어가 ‘프론트 미션’ 제작 과정에서 그랬던 것처럼, 세가도 ‘사쿠라 대전’을 위해 최고의 인재를 모았다.

▶ 세가의 '사쿠라 대전'

명작 RPG ‘천외마경’을 제작했던 히로이 오지가 디렉터를 맡았고, 만화 ‘오! 나의 여신님’을 그린 후지시마 코스케, 애니메이션 ‘마동왕 그랑조트(한국명: 슈퍼 그랑죠)’에 참여한 작곡가 타나카 코헤이 등 당대의 명장이 ‘사쿠라 대전’을 제작하기 위해 참여했다.


 

‘사쿠라 대전’은 SRPG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스토리’를 매우 강조한 게임이었다. 기본적으로 애니메이션 풍의 그림을 바탕으로 한 ‘어드벤처’ 모드에서 히로인과 대화를 하며 스토리를 진행하는 방식이며, 각 이야기가 끝날 때 마다 TV 애니메이션과 유사한 ‘예고편’이 나오는 등 세세한 연출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전투 파트는 전형적인 SRPG의 그것으로, ‘택틱스 오우거’ 같은 최신 SRPG의 전투 시스템 보다는 간단한 시스템이지만 ‘사쿠라 대전’만의 ‘필살 합체 공격’ 시스템이 들어 있었다.


 

주인공 캐릭터와, 어드벤처 파트에서 가장 높은 호감을 쌓은 히로인이 근접해 있다면 두 유닛이 하나가 되어 특별한 필살기 공격을 사용할 수 있다. 어지간한 적은 한 방에 격파할 수 있고, 보스도 1/4 이상의 대미지를 받는 강력한 공격이다.


 

‘사쿠라 대전’은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세가 새턴의 독점 타이틀임에도 불구하고 1996년 한해 동안 36만장의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그 해 시작된 제1회 일본게임대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후속작인 ‘사쿠라 대전2’ 역시 50만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흥행 가도를 이어나갔다.

 

▶ 스퀘어의 '파이널 판타지 택틱스'

소니 진영에서는 한 때 닌텐도의 우군이었지만, 이제는 소니 진영의 일원이 된 스퀘어가 SRPG 흥행을 이어나갔다. 스퀘어는 1997년 ‘파이널 판타지 택틱스’와 ‘프론트 미션2’를 잇달아 내놓으며 ‘플레이스테이션’ SRPG 돌풍을 일으켰다.

 

1997년 6월 출시된 ‘파이널 판타지 택틱스’는 ‘택틱스 오우거’의 아버지 마츠노 야스미가 스퀘어로 이직한 후 내놓은 SRPG다. 마츠노 야스미는 퀘스트를 퇴사하며 ‘택틱스 오우거’ 제작에 참여한 동료 중 친한 사람을 스퀘어에 함께 데려왔다.

이들은 스퀘어의 간판 게임인 ‘파이널 판타지’의 세계관을 이용한 SRPG를 만들었고 이것이 ‘파이널 판타지 택틱스’다. ‘택틱스 오우거’의 아버지답게 마츠노 야스미는 ‘택틱스 오우거’에서 완성된 SRPG 시스템에 ‘파이널 판타지’의 몇몇 특징을 접목해 걸작 SRPG를 만들어 냈다. 물론 ‘택틱스 오우거’에서 선보였던 어딘가 현실의 어두운 면이 반영된 스토리도 잊지 않았다.

‘파이널 판타지 택틱스’는 반 년 동안 120만장이 팔려나가며 큰 성공을 거뒀다. 같은 해 1월 등장해 3일만에 일본에서 230만장을 판 ‘파이널 판타지7’에 비하면 못한 성과였지만 그래도 ‘파이널 판타지’의 명성에 부끄럽지 않은 성과를 거둔 것이다. 스퀘어가 같은 해 9월에 내놓은 ‘프론트 미션2’ 역시 3개월만에 50만장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대한민국에서 흥행한 SRPG?

이웃 나라 일본에서 SRPG가 이렇게 흥행할 동안 한국에서는 재미있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가정용 게임기 게임으로 인기를 얻던 일본의 SRPG와는 달리 한국에서는 PC 위주의 다소 마이너 한 게임이 한국어로 번역되어 상륙하고 있었다.


 

심지어 일본, 한국 외에는 발매되지 않은 SRPG도 한국어로 번역되어 발매되었을 정도다. 왜 그랬을까? 이는 한국과 일본이 서로 게임 시장의 배경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을 풍미한 SRPG는 ‘원조’인 일본 게이머 입장에서는 다소 마이너 한 게임이 많았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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