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SF판 다크소울!? 꿈 깨시라! '더 서지'

조회수 2017. 7. 7. 16:0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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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디스토피아 풍의 다크 소울류 게임, 차라리 다크 소울을 하자
다크 소울류 게임은 유행의 영역을 벗어나, 이제 어엿한 장르로 정립되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다크 소울류 게임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무지막지하게 어려운 게임? 죽을 때 기분 나쁜 폰트로 ‘넌 죽었다’를 띄워주는 게임? 단순한 조작으로 무장한 게임? 함정으로 가득한 게임? 글쎄. 다크 소울류 게임이 무엇인지 정확히 콕 집어내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한눈에 봐도 다크 소울류 게임인 걸 알아채기는 매우 쉽다(적어도 다크 소울 시리즈를 한 번이라도 해봤다면 말이다). ‘인왕’이 그랬고, ‘로드 오브 더 폴른’이 그랬으며, 이번에 새로 발매된 ‘더 서지’또한 그렇다. 누가 보더라도 다크 소울류 게임이고, 게임 플레이도 ‘다크 소울’과 크게 다를 것도 없다. 그렇다면 ‘더 서지’의 정체성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정체성

‘더 서지’는 ‘다크 소울’의 거의 모든 것을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다. ‘다크 소울’의 사소한 것들부터, 게임의 경험과 플레이 구성까지. ‘더 서지’가 ‘다크 소울’과 유사한 점을 골라내는 것보다는, ‘더 서지’가 ‘다크 소울’과 다른 점을 찾아내는 게 훨씬 빠르고 쉬울 것이다. 



당신이 ‘다크 소울 시리즈’의 플레이 경험이 있다면, ‘더 서지’가 익숙하다 못해 지겨움마저 느껴질지 모른다. ‘더 서지’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다크 소울’에 대한 그리움이라고 하기엔 애매하다.



‘더 서지’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게임이 ‘다크 소울’ 같다는 점이다. ‘더 서지’의 개발사인 덱 13이 원하는 목표가 ‘다크 소울’ 같은 게임을 만드는 것이라면, 개발 목표는 확실히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누가 보더라도 다크 소울류 게임이고, 게임 속의 많은 것들이 ‘다크 소울’과 비슷하니 말이다. 



자신들만의 ‘다크 소울’을 만들겠다는 목적은 확실히 이뤄낸 셈이고. ‘다크 소울’과 직접적인 비교를 해도 될 경지의 작품을 만들어 낸 것에 대해선 높게 평가한다. 

▲ 물론 '더 서지'만의 독자적인 시스템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 만족해서는 안된다. 첫째, 덱 13은 인디 개발사가 아니며, 이번이 첫 번째 작품도 아니다. 덱 13은 전작인 ‘로드 오브 더 폴른’을 통해서 ‘다크 소울’ 같은 게임을 만들겠다는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하였다. 


물론 다음 작품에서 그 꿈을 좇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그 꿈을 계속해서 노리겠다면 다음 작품에서는 더 높은 목표를 노려야만 했다.



‘다크 소울’ 같은 게임은 높게 평가해도, 다크 소울류 같은 게임이 될 뿐이며. 대부분의 경우는 ‘다크 소울’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게임이라 불리거나. 개발진들이 ‘다크 소울’을 너무 재미있게 즐긴 나머지, 게임의 정체성을 인간성과 맞바꿔 먹은 게임이 될 뿐이다. 



덱 13이 인디 개발사라면 자신들이 만들고 싶어 하는 게임을 계속해서 만드는 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은 ‘다크 소울’과 엇비슷한 경험을 주는 게임을 풀 프라이스에 내놓았다. 

둘째, ‘다크 소울’과 같은 게임을 만들겠다고. 그게 꼭 ‘다크 소울’의 모든 걸 똑같이 재현해야 될 필요는 없다. 아니, 절대 그래서는 안 된다. ‘모던 워페어’이후 많은 FPS 게임들이 콜 오브 듀티 스타일의 연출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모던 워페어’와 같은 연출을 보일지 망정, 똑같은 게임 구성을 담아내고 있지는 않다.


‘더 서지’는 ‘다크 소울’의 게임 구성과 다른 점을 찾기가 힘들 정도다. 구석진 곳에 숨어있는 적, 갑자기 천장과 등 뒤에서 나타나는 적, 아이템 뒤에 숨어있는 적, 낙사를 유발하는 곳에 등장하는 적 등등. 이것들은 ‘다크 소울’에서 플레이어를 다급하게 만들고 당황스러움을 주는 구성들이다.


하지만 ‘다크 소울’에서 이런 구성들은 적절한 곳에 납득이 될 정도로 구성되어 있었고, 플레이어에게 ‘다크 소울’만의 경험을 제공했다. 그러나 ‘더 서지’는 다크 소울스러운 게임 구성이 한 여름의 모기떼 수준의 빈도로 등장하며, ‘다크 소울’과 비교했을 때 새롭다는 느낌을 받기도 힘들었다.
덱 13이 만들고 싶은 결과물이 이런 게임이라거나, 덱 13 스스로가 결과물에 만족한다면 모르겠다. 그러나 ‘더 서지’는 플레이어 입장에선 영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물이다.

‘더 서지’를 플레이할 정도의 유저라면, ‘다크 소울’을 비롯해 여럿 게임을 해봤을 것이고, 이들이 원하는 경험은 ‘더 서지’만의 독특함이지. ‘다크 소울의 훌륭한 카피’는 절대 아니다. 이런 게임을 할 바엔 그냥 ‘다크 소울 시리즈’의 다른 게임을 하거나, ‘다크 소울’을 한번 더 하면 될 일이다.
더 서지

‘다크 소울’이라고 너무 많이 언급했으니, 이제는 ‘그 게임’의 언급 없이 ‘더 서지’를 중심으로 이야기해보겠다. 문제는 ‘그 게임’의 언급 없이는, 아쉽게도 ‘더 서지’에 대해서 더 써내는 게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앞에서 혹평한 것과 달리, ‘더 서지’는 생각보단 잘 만들어진 편이고. ‘그 게임’에 대한 경험이 없다면 꽤 괜찮게 플레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부터는 ‘그 게임’이란 단어도 쓰지 않겠다.) 


무엇보다 10GB도 안 되는 검소한 용량임에도, 그래픽과 퍼포먼스는 매우 훌륭하다. ‘둠’처럼 게임 하나에 60GB를 넘어가는 게임이 하나 둘이 아닌 세상에, ‘더 서지’의 검소함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어쩌면 게임의 용량이 작으니 하드디스크에서 지우지 말고, 생각날 때마다 하라는 숨겨진 의도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더 서지’는 틈틈이 할 만한 게임이 아니다. ‘더 서지’가 매력적이지 못한 이유는 복잡하거나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그냥 지루하다. 정확히는 재미가 느껴지지를 않는다.



필드를 탐험하고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학습하는 것은, ‘더 서지’ 같은 게임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게임을 진행하며 숨겨진 길을 발견하고, 화톳ㅂ… 아니, 휴식공간으로 돌아갈 지름길을 개척하며, 중간중간 숨겨진 이벤트나 아이템을 찾아내는 재미는 중독성이 강하다. 


‘더 서지’는 레벨 디자인을 꼼꼼하게 잘 구성한 편이며, 플레이어가 다양한 장소를 탐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 두었다.

필드를 꼼꼼하게 탐험할 수 있게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더 서지’는 새로운 필드를 개척하는 재미가 없다시피 하다. 원인은 단순하다. 게임이 너무 반복적이다. 1챕터에 등장했던 적과 필드 구성이 2챕터에도 나오고 3챕터에도 나온다.

물론 망치를 든 적과 톱을 든 적 그리고 중무장을 한 적 등으로 사소한 점에서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인간형 적’이라는 점에선 변함이 없다. 그렇다고 적들의 디자인이 눈에 띄게 차이가 느껴지는 것도 아니다. 챕터를 넘어가니, 지역은 완전히 새로운 느낌인데. 적은 이전 챕터와 별로 다르지가 않다. 구성과 연출도 계속 반복적이다.


세계 어디를 가든, 차이나타운은 그냥 차이나타운 일 뿐이다. ‘더 서지’가 딱 그렇다. 필드가 아무리 변하더라도, 몬스터의 구성에 큰 변함이 없다. 차이나 타운이 그 지역에 맞춰 적당히 음식이 변하듯. ‘더 서지’도 필드에 맞춰 몬스터가 아주 적당히 바뀔 뿐이다.


가장 어이가 없는 것은 적의 패턴이 한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에 불과하는 점이다. 필드의 잡몹부터, 중간 보스와 챕터의 보스까지. 패턴이라고 존재하는 게 네 다섯에 불과하다. 과장이 아니라, 정말 네 다섯 정도의 패턴밖에 없다. 패턴이 몇 없으니, 그걸 메꾸기 위해서인지. 적들의 행동은 괴상망측하게 느껴질 정도로 불합리하다. (플레이어를 죽이는데 최적화된 동작이라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겠다.)


적의 종류도 몇 없고, 플레이 볼륨(게임의 절반에 도달하는데 6~7시간이면 충분하다)도 적은 탓인지. 이를 만회하기 위해, 난이도를 지나치게 높게 설정해 놓았다. 물론 패턴이 몇 없고, 적의 종류도 몇 없으니, 적의 공격을 피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적과 보스의 공격 한방에 체력의 1/3에서 1/2가 사라지는 건, 플레이어를 헛웃음 치게 만든다.

불합리와 개발자의 악의로 가득한 ‘다키스트 던전’도 나를 이 정도로 헛웃음 짓게 만들지는 않았다.
그러나 게임을 중도에 포기하게 만든 가장 결정적 원인은 따로 있다. 조작감이 너무 뻑뻑하다. ‘더 서지’는 레고를 조립하는 것 마냥. 모든 동작이 딱딱하며 답답하다.

회피와 공격의 판정은 지나칠 정도로 엄격하고 까다로우며. 조작에 대한 반응도 부드럽지가 못하다. 내가 게임을 하는 건지, QTE로 점철된 게임을 하는 건지 의아할 정도다.


챕터 3에서 몇 없는 적들을 상대로 10여 분 동안 헛짓거리를 펼치다, 어처구니없게 낙사해버린 뒤로. ‘더 서지’를 그만두었다. 더 이상 못하겠다. 내 인내심은 한계를 맞이했다.

몬스터의 사지를 박살 내는 처형 시스템이든, ‘니어: 오토마타’에서 선보였던 칩과 유사한 시스템이든, 환상적인 퍼포먼스던. 그냥 더 이상 ‘더 서지’에 아무런 흥미를 느끼지 못하겠다. 시나리오고 세계관이고 나발이고, 그냥 ‘더 서지’에 대해 더 쓰지 못하겠다.
결론

‘더 서지’에 대해 개인적인 분노를 표출했다만, 객관적으로 봤을 때 ‘더 서지’가 나쁘다거나 최악의 게임은 아니다. 그저 게임에 대해 공감이 되지 않을 뿐이다. 


나와 같이 ‘언급하지 않기로 한 그 게임’을 많이 한 플레이어라면, ‘더 서지’를 플레이할수록 참을 수 없는 실망과 허탈함이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어려운 것을 사서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 기존 RPG 게임과는 다른 SF 풍의 하드코어 게임을 해보고 싶은 유저라면, 나쁜 선택은 아닐지도 모른다. 아니면 최근에 ‘엣지 오브 투모로우’를 감명 깊게 본 사람이라면, ‘더 서지’의 시각적인 디자인들이 마음에 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더 서지’에 관심을 가질 대부분의 플레이어에게, ‘더 서지’는 그다지 잘 만들어진 게임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높게 평가해도 ‘훌륭한 카피’에 불과하며, 비관적으로 평가했을 땐 ‘유행에 편승하려는 작품’에 불과하니 말이다.



글/믐늠음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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