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근사한 헤드파이를 위한 선물 - Simaudio Moon 430HA 헤드폰앰프

조회수 2021. 4. 1. 12:1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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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udeze LCD-2 Classic 헤드폰

필자는 2년째 오디지의 LCD-2 Classic 헤드폰을 사용 중이다. 평판 마그네틱 헤드폰인데 들을수록 그 섬세한 고역과 강력한 저역, 그리고 은근히 따뜻한 소리에 만족하고 있다. 물론 스마트폰 직결로는 제 소리를 들을 수 없고 현재 마이텍의 Manhattan II DAC에서 헤드폰 출력해 쓰고 있다. 맨하탄 II DAC은 원래 DAC으로 쓰라고 나온 제품이지만 헤드폰 앰프와 프리앰프 성능도 딱히 흠잡을 데가 없다.

최근 LCD-2 Classic이 더욱 근사한 소리를 들려줬다. 캐나다의 오디오 명가 심오디오(Simaudio)에서 나온 헤드폰 앰프 430HA에 물린 결과다. 필자의 머리 속을 맑고 가지런한 음들이 아무런 스트레스도 없이 왔다 갔다 하는 쾌감이 상당했다. 무대는 투명했고, 음들은 저마다 깨끗했으며, 보컬은 이가 시릴 만큼 살가웠다. 지금 이 바쁜 포터블 시대에 왜 거치형 헤드폰 앰프가 필요한지 430HA는 소리로 입증했다.


430HA : 헤드폰 앰프, DAC, 프리앰프

430HA는 거치형 헤드폰 앰프다. 가로폭이 42.9cm, 높이가 8.9cm, 안길이가 35.1cm이며 무게는 9.5kg이 나간다. 디자인은 누가 봐도 심오디오 문(Moon) 제품이다. 전면 패널의 1대2대1 분할, 여러 개의 작은 버튼, 큼직한 볼륨 노브, 훈장처럼 박힌 ‘MOON’ 로고, 블랙 디스플레이와 붉은 폰트의 조화 등등. 확실히 하프사이즈의 헤드폰 앰프 230HAD에 비해 보는 맛이 더 좋다.


전면을 보면 왼쪽에 스탠바이, 게인, 디스플레이, X피드(Xfeed) 버튼, 오른쪽에 입력(2), 뮤트, MP(Media Player) 버튼이 마련됐다. 설명이 필요한 버튼은 3개 정도. 게인은 14dB, 20dB 중에서 고를 수 있고, X피드(크로스피드)는 좌우채널 신호를 일부러 약간씩 뒤섞어 조금 더 편안한 소리를 들려주며, MP는 바로 밑의 3.5mm 잭 입력에 대응한다. 3.5mm 잭 밑에는 6.35mm 언밸런스 헤드폰 출력잭이 마련됐다.

“뭐야? 헤드폰 앰프인데 출력잭이 6.35mm밖에 없네?”라고 하실지 모르겠다. 필자 역시 그랬다. 그런데 매뉴얼을 보기 전, 디스플레이 오른쪽에 이상한(?) 손잡이가 보여 왼쪽으로 밀자 히든 카드가 등장했다. 3핀 XLR 출력단자 2개와 4핀 XLR 출력단자 1개가 나타난 것이다. 맞다. 이 정도는 갖춰야 전문 헤드폰 앰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출력은? 헤드폰의 부하 임피던스를 기준으로 해서 600옴에서 667mW, 300옴에서 1.33W, 50옴에서 8W를 낸다. 심오디오에 따르면 20옴부터 600옴 헤드폰까지 모두 커버할 수 있다고 한다. 필자의 LCD-2 Classic은 70옴짜리이니까 거의 소출력 앰프에 물렸다고 보면 된다. 물론 헤드폰 앰프는 이 같은 출력도 관건이지만 출력 임피던스가 낮아야 하는데 430HA의 출력 임피던스는 1.25옴에 그친다.


여기서 잠깐. 430HA의 출력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필자가 리뷰했던 몇몇 헤드폰 앰프만 추려봤다. 참조하시기 바란다.


맨리 Absolute : 12옴 1W

바쿤 HDA5230 : 32옴 400mW

퀘스타일 CMA600i : 300옴 630mW, 32옴 1.9W

올닉 HPA-3000 MT : 3W

올닉 HPA-5000 : 5W

SPL Phonitor xe : 600옴 1W, 300옴 2W, 120옴 3.7W, 47옴 2.9W, 32옴 2.7W

그런데 430HA는 헤드폰 앰프만 되는 게 아니다. DAC과 프리앰프로도 쓸 수 있다. 이는 후면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우선 가운데에 디지털 입력단자가 4개 모여 있다. 광 1개, 동축 2개, USB 1개다. 심오디오에서는 안에 모듈 타입의 DAC 보드를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고 하는데 리뷰 제품은 DAC이 내장됐다. 미국 ESS의 9018K2M 칩을 써서 DSD는 DSD256까지, PCM은 32비트/384kHz까지 컨버팅할 수 있다(이상 USB 입력기준)

왼쪽에는 아날로그 입력단자와 프리아웃 단자가 마련됐다. 입력단자는 언밸런스(RCA)가 2조, 밸런스(XLR)가 1조 마련됐고, 프리아웃 단자는 고정(FIX)과 가변(VAR) 각 1조씩 마련됐다. 고정은 출력레벨이 고정되는 것으로 레코딩 장비와 연결할 때 쓴다. 일반적인 프리앰프로 쓰려면 가변 출력단자에 파워앰프를 연결하고 전면의 볼륨 노브와 입력 버튼을 건드리면 된다.


430HA 설계디자인 : M-LoVo 정전압 회로, M-eVOL2 볼륨단, 트랜스컨덕턴스 회로

430HA에는 상급기에서 트리클 다운한 여러 테크놀로지나 회로가 가득하다. 대표적인 것이 600이나 700 시리즈 등에서 가져온 M-LoVo(Moon Low Voltage) 정전압 회로와 M-eVOL2 볼륨단이다. M-LoVo는 리니어 전원부에서 만든 DC 전기의 전압변동폭을 최소화하는 회로로 무려 4단 구성으로 짜였다. 잘 아시는 대로 정전압 회로를 제대로 거친 DC 전원은 노이즈 플로어를 낮추는 일등공신이 된다. M-eVOL2 볼륨단은 0.1dB씩 530스텝으로 작동한다.


다음으로 살펴볼 것은 심오디오가 강조하는 트랜스컨덕턴스(transconductance) 회로다. 이는 14dB 혹은 20dB의 전압게인을 확보하는 전압증폭단을 트랜스컨덕턴스 회로로 짰다는 뜻이다. 트랜스컨덕턴스 회로는 ‘전압’이 입력되면 증폭된 ‘전류’가 출력되는 회로로, 무엇보다 네거티브 피드백을 안 걸어도 되는 이점이 크다. 네거티브 피드백을 걸지 않으면 음의 뉘앙스가 살아나기 마련이다. 이에 비해 일반적인 OP 앰프 회로는 입력 ‘전압’, 출력 ‘전압’, 네거티브 피드백 구성이다.


아날로그 버퍼회로, 그러니까 전압게인을 확보한 신호에 최종 전류를 보태 출력을 얻는 회로에는 바이폴라 트랜지스터가 투입됐다. 온세미컨덕터의 4H11G(NPN), 5H11G(PNP)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다. 430HA 내부 사진을 보면 오른쪽 기판 하단에 똑 같은 패턴의 4개 회로가 보이는데 이것이 바로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들이 투입된 풀 밸런스 디퍼런셜(fully balanced differential) 버퍼 회로다. 좌 채널 플러스, 좌 채널 마이너스, 우 채널 플러스, 우 채널 마이너스, 이렇게 해서 4개 회로다.


한편 왼쪽 기판에는 리니어 전원부가 보이는데, 25VA 용량의 토로이달 전원트랜스가 2개, 니치콘의 평활 및 정전 커패시터가 14개 박혀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전용량은 총 3만5000uF에달한다. 주파수응답특성은 5Hz~100kHz(-3dB), 왜율(THD)은 0.005%, 신호대잡음비(SNR)는 120dB, 크로스토크는 110dB를 보인다. 어디에 내놓아도 전혀 꿇리지 않는 스펙이다.


시청

풀레인지 시청실에서 이뤄진 시청에는 소스기기로 오렌더의 A30, 헤드폰으로 오디지의 LCD-2 Classic을 동원했다. 430HA의 내장 DAC 성능도 파악할 겸 A30에서 USB케이블로 디지털 출력을 했다. 음원은 오렌더 앱을 이용해 주로 타이달(Tidal) 스트리밍 음원을 들었다.

Charlie Haden & Pat Metheny ‘Cinema Paradiso Love Theme’(Beyond Missouri Sky)

의자를 바싹 당겨 430HA 앞에 앉은 다음 오디지 헤드폰을 뒤집어 썼다. 베이스는 굵고 기타는 구수하고 은은하게 잘 들린다. 특히 기타 현을 누르는 손가락의 압력이나 마찰음이 작은 번개가 내려치듯 생생하다. 같은 기타인데도 저음은 고소하고 고음은 톡 쏘는 맛이 기막히다. 이처럼 음을 가까이서 듣고 맛볼 수 있는 헤드파이의 쾌감을 간만에 만끽했다. 음 알갱이 하나하나가 기분좋게 톡톡 터진다는 인상. 헤드폰 진동판이 움직여 내는 소리라기보다는 헤드스테이지가 그냥 필자의 머리 속을 관통하는 것 같다. 웬만한 헤드폰 앰프로는 이 경지에 오르기가 쉽지 않다. 

Herbert Von Karajan, Berlin Philharmoniker ‘Beethoven Symphony No.3 1st. Allegro Con Brio’(Eroica)

해상력이 좋다. 오케스트라의 거의 모든 음들이 덤벼드는데도 어디 하나 뭉치거나 묻히지를 않는다. 특히 플루트 소리가 빼어날 정도로 잘 들린다. 맑고 깨끗하다. 일단 ES9018K2M 칩이 무척 선전하고 있다는 증거다. 음들이 저마다 가지런히 그리고 스트레스 없이 진동판을 빠져 나오고 있다. 흐릿하거나 색번짐이 없는 것은 DAC 파트 덕분이고, 시종 음에 강단이 있으면서도 소프트한 맛이 도는 것은 심오디오의 트랜스컨덕턴스 증폭단 설계 덕분이다. 여린 음이 파묻히지 않고 신나게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확실히 430HA의 노이즈 관리는 상위 레벨에 올랐다. 

Ernest Ansermet, Orchestra of The Royal Opera House & Covent Garden ‘Tarantella from La Boutique Fantasque’(The Royal Ballet Gala Performance)

심오디오 프리, 파워 앰프를 들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들의 주무기는 정신이 번쩍 날 정도로 음의 기세가 매섭다는 것과 그 윤곽선이 아주 또렷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번 헤드폰 앰프 430HA를 통해 확인한 것은 그 빠른 스피드다. 특히 이 ‘타란텔라’에서는 앞에 나간 음들의 그림자나 잔상이 전혀 남지 않고 사라지는 모습에 감탄했다. 이렇게 음들이 저마다 재빠르고 민첩하니 한 음 한 음이 분명하고 단단하며 선명하다. 관악기가 뒤에, 현악기가 앞에 위치한 모습도 헤드스테이지에서 잘 구현된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오디지 헤드폰에 끼어있던 얇은 필름을 비로소 떼어낸 것 같다. 이 투명함 역시 430HA의 큰 장점이다.

Eric Clapton ‘Wonderful Tonight’(24 Nights)

앞서 김윤아의 ‘Going Home’을 벅스 음원으로 들어보면 그녀가 이 정도로 필자의 머리 한 가운데로 쑥 들어올지는 짐작도 못했다. 심지어 피아노까지 제대로 자리잡아 저절로 눈을 감게 된다. 한마디로 이들이 만들어낸 메아리가 머리 안에서 울려퍼지는 느낌. 대단한 체험이 아닐 수 없다. 이어 에릭 클랩튼 곡에서는 크로스피드(Xfeed) 성능을 테스트해봤는데 크로스피드 버튼을 누르니 무대가 뒤로 물러서는 모습이 확연하다. 하지만 해상도가 약간 떨어지며 음을 대하는 태도 역시 소극적으로 바뀐다. 음량도 조금 줄어들었다는 인상. 그럼에도 음과 무대가 귀에 와 닿는 느낌이 편안해진 것은 분명하다. 오랜 시간 헤드폰을 들을 때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총평

심오디오 기기들의 외관과 내부 모습을 보는 일은 언제나 짜릿하다. ‘심오디오표’ 외관은 두말할 것도 없고, 대형 토로이달 트랜스와 큼직한 커패시터, 마치 도심 위성사진을 보는 것처럼 반듯하게 구획 정리된 PCB는 왠지 음을 듣기도 전에 신뢰감을 준다. 더욱이 이들이 내건 스펙은 지구별 최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언제나 1% 상위권이었다.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음, 단단하고 기세가 좋은 음, 분말처럼 쪼개지는 해상력이 돋보이는 음은 이런 외관과 내부 모습, 스펙을 빼닮았다.


이번 430HA 헤드폰 앰프는 여기에 헤드파이를 위한 세심한 배려를 곁들였다. 일단 입자감이 인티앰프나 파워앰프에 비해 한결 고왔고, 체감상 배경의 정숙도나 노이즈의 휘발 정도가 보다 높아졌다. 다양한 헤드폰 잭을 마련하고 크로스피드 기능을 준비한 것은 어쩌면 기본 중의 기본. 따라서 430HA를 이런 분들에게 추천한다. 아직 자신의 헤드폰이 보여줄 게 많다고 믿는 헤드파이 유저, 3핀, 4핀 밸런스 단자를 갖춘 헤드폰 헤비 유저, 헤드폰도 듣지만 가성비 만점의 DAC 겸 프리앰프가 필요한 애호가. 이들에게 430HA는 근사한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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