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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1급 청정수 같은 스트리밍 음원의 신세계 - 반오디오 Sylphid 네트워크 플레이어

조회수 2021. 3. 16. 16: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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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제작사 반오디오(Bann Audio)가 네트워크 렌더러 실피드(Sylphid)를 내놓았다. 안에 DAC이 없어서 렌더러다. 이더넷 단자를 통해 스트리밍 음원 정보를 가져온 후 USB-A 단자를 통해 디지털 오디오 신호로 출력하는 역할만 한다. 전원은 안에 내장한 리니어 전원부를 통해 공급받는다.


따라서 네트워크 렌더러로서 실피드는 이런 관점에서 따져보는 것이 옳다.


첫째. 스트리밍 음원을 처리하는 컴퓨팅 성능은 어느 정도인가.

둘째. 이더넷 칩과 USB 칩 각각에 마련된 디지털 클럭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셋째. 전원부는 어떻게 이뤄졌는가.

넷째. 진동 제어와 관련, 섀시는 제대로 만들어졌는가.

다섯째. 지원하는 네트워크 프로토콜은 무엇인가.

여섯째. 그래서 어느 정도 대단한 음질을 선사했는가.


마지막 다섯번째와 여섯번째 질문에 대한 답부터 하면 이렇다. 실피드는 스트리밍 음원을 즐길 수 있는 대표 프로토콜인 UPnP/DLNA를 지원한다. 때문에 버블유피앤피나 엠커넥트 같은 UPnP/DLNA 범용 앱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에 깔아놓으면 타이달과 코부즈 음원 등을 오디오 시스템을 통해 들을 수 있다. 또 RAAT 프로토콜을 지원하기 때문에 룬(Roon) 코어만 있으면 룬을 통해 코부즈와 타이달 서비스를 만끽할 수 있다.


음질은 정말 대단했다. 필자의 개인 시청실에서도 들어보고, 외부 수억원대 오디오 시스템에서도 들어봤는데, 어느 경우에나 맑고 깨끗한 ‘윗물’을 선사했다. 마치 뜰채로 노이즈를 모두 건져올린 듯한 순결한 음이 나왔다. 또렷한 음상, 확장된 무대, 고와진 입자감 등 실피드 투입으로 인한 음질적 이득이 생각 이상으로 컸다. 이 정도 되면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제대로 된 네트워크 렌더러라 할 만하다.


Sylphid 팩트 체크

반오디오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홍진표씨가 2010년 10월에 설립했다. 한때 피씨파이 입문서의 바이블로 통하던 ‘PC-Fi 가이드북’의 저자가 바로 반오디오의 대표 홍진표씨다. 그는 앞서 삼성전자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며 멀티미디어 사업 기획일을 맡았고, 아르테크에서는 기술이사로 재직하며 초박형 MP3 플레이어 제작에 참여했다. 2004년부터 6년 동안은 상명대 전임교수로 재직하기도 했다.


반오디오의 현재 주력은 이번 시청기인 실피드와, 뮤직센터 타이탄(Titan), 그리고 현재 개발 중인 파이어버드(Firebird) MK3 DAC이다. 파이어버드의 경우 국내에서 흔치 않은 R2R 래더 타입의 DAC이라 큰 화제를 모았는데 올해 안으로 출시예정인 파이어버드 MK3가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애호가들의 기대가 높다. 필자 역시 그 애호가들 중 한 명이다.


실제로 본 실피드는 크지 않고 단단하며 매끈했다. 최대 두께 20T(mm)의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섀시는 가로폭이 330mm, 안길이가 250mm, 높이가 65mm(풋 포함 80mm)를 보인다. 전면 패널 왼쪽 상단을 일부 파내고 그 위에 반(Bann)을 양각한 디자인이 멋지다. CNC 마감한 섀시 표면은 매끈하기 짝이 없다. 볼트도 딱히 보이지 않는다. 후면에는 전원 소켓과 이더넷 단자, USB-A 단자밖에 없다.


반오디오에서는 실피드를 이렇게 설명한다.


“실피드는 네트워크 오디오 재생만 가능한 특수 목적 기기다. 일반 컴퓨터와 달리 디스플레이 화면이나 키보드/마우스를 연결하는 단자가 없다. 오직 외부통신용 LAN과 DAC을 연결할 USB 단자 1개씩만 있다. 그렇기에 오디오 PC나 뮤직서버 형태로 활용할 수 없다. 범용적인 목적보다는 오디오 렌더러(Audio Renderer)라는 음악 재생만 가능한 전문 기기다.”

맞다. 필자가 더 보탤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정확히 표현했다. 여기에 굳이 보탠다면 실피드가 지원하는 네트워크 프로토콜이 UPnP/DLNA와 RAAT, 인터넷 라디오(KBS MBC SBS), 스퀴즈박스 플레이어(SqueezeBox Player)라는 점 뿐이다. 어쨌든 실피드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이 2가지가 명확하다. 이는 예전 필자가 이 제작사의 파이어버드(Firebird) MK2 DAC이나 오베론(Oberon) 뮤직센터를 리뷰할 때도 이미 확인했던 바다. 엔지니어가 세운 회사들이 대개 이렇다.


Sylphid 본격 탐구

이제 실피드를 본격적으로 살펴본다. 위에서 언급한 여섯가지 관점에서다. 참고로 모델명에 대해 제작사가 따로 밝힌 것은 없지만, 실피드(Sylphid)는 16세기 연금술사 파라켈수스가 제창한 4대 정령 중 공기의 정령 이름이다. 반오디오의 USB 허브 운디네(Undine) 역시 물의 정령 이름인 것을 보면, 실피드 역시 정령 이름과 관련이 된 것으로 보인다.

첫째. 스트리밍 음원을 처리하는 컴퓨팅 성능은 어느 정도인가.

실피드 내부를 공개한 유튜브 영상을 보면, 핵심 컴퓨팅 칩으로 삼성전자의 아틱(Artik) 710 모듈을 투입했다. 아틱은 강력한 무선통신 기능과 멀티미디어, 리눅스, 보안 기능을 한 곳에 모은 초소형 사물인터넷(IoT) 모듈. CPU 프로세서는 64비트 TI ARM Cortex A53(1.4GHz), 메모리는 1GB DDR3(800MHz), 저장장치는 4GB eMMC 플래시를 쓴다. 한마디로 스트리밍 음원을 처리하는 총괄 칩으로는 현 시점 거의 플래그십 수준이다.


참고로, 소울루션 인티앰프 330이나 CH프리시전의 DAC C1 등에 투입된 스위스 엔지니어드 SA의 스트리밍 모듈에는 TI ARM Cortex A8 프로세서, 512MB DDR3, 16GB eMMC 플래시 등이 투입됐다. 브라이스턴의 BDA-3.14 네트워크 DAC에 투입된 라즈베리파이(Raspberry Pi) 네트워크 플랫폼은 TI ARM Cortex A53(1.2GHz), 1GB DDR4 RAM 등을 쓰고 있다.


둘째. 이더넷 칩과 USB 칩 각각에 마련된 디지털 클럭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디지털 신호를 처리하는 곳에는 어김없이 디지털 클럭(clock)이 있기 마련이다. 심지어 이더넷 입력단자-USB A 출력단자로 이뤄진 애플의 3만5000원짜리 ‘이더넷 to USB 어댑터’ 안에도 클럭이 2개나 들어가 있다. 이더넷용 25MHz와 USB용 12MHz 클럭이다. 어쨌든 이 클럭에서 정확히 기준점을 제공해줘야 들어오는 신호, 나가는 신호를 모두 엄정하게 처리할 수 있다

.

반오디오에 따르면 실피드에는 초저잡음 TCXO(온도보상 수정 오실레이터. Temperature Compensation Crystal Oscillator)가 2개 투입돼 이더넷 칩셋과 USB 칩셋 각각에 디지털 클럭을 제공한다. 클럭 신호의 지터(시간축 오차)는 펨토 세컨드(femto second. 1000조분의 1초) 수준. 한편 TCXO는 수정 발진을 통해 클럭 주파수를 생성하고 이 과정에서 온도변화에 따른 주파수 오차를 외부 커패시터 등을 이용해 줄인다는 개념이다.


셋째. 전원부 설계는 어떻게 이뤄졌는가.


네트워크 렌더러 역시 오디오 기기인 만큼 전원부의 중요성은 두 말 하면 잔소리다. 실피드 내부 사진을 보면 2개의 토로이달 트랜스를 비롯해 평활 커패시터 등 리니어 전원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반오디오에 따르면 내부의 80%가 전원 관련 부품이다.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리니어 전원부는 물론 커패시터를 종류별로 다양하게 사용했다”고도 한다. USB 리제너레이터(regenerator) 파트에 전용 트랜스를 마련하고, 정전압 부품의 경우 스위칭 레귤레이터가 아닌 리니어 레귤레이터를 사용한 점도 눈길을 끈다.

넷째. 진동 제어와 관련, 섀시는 제대로 만들어졌는가.


다른 오디오와 마찬가지로 펨토급 클럭이 들어간 실피드 역시 진동 제어가 관건. 전면 패널의 경우 20T(mm)에 달하는 두터운 알루미늄 합금으로 섀시를 만든 것은 내외부 진동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두터운 섀시는 외부 전자파노이즈(EMI, RFI)가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쉴드 역할도 한다. 전용 풋(foot) 역시 CNC 가공한 특주품이다.


다섯째. 지원하는 네트워크 프로토콜은 무엇인가.


실피드는 가장 호환성이 높은 MPD 기반 UPnP/DLNA 프로토콜과, 룬(Roon)의 RAAT(Roon Advanced Audio Transport) 전용 프로토콜을 지원한다. “룬 브릿지는 룬에서 제공한 오브젝트 코드를 수정없이 사용했다”고 한다. 실제 실피드 테스트는 룬으로만 진행했는데 실피드를 ‘룬 레디 디바이스’(Roon Ready Device)로 인식했고, 어느 곡을 재생하더라도 신호경로는 예외없이 무손실(lossless)로 떴다.


여섯째. 그래서 어느 정도 대단한 음질을 선사했는가.


필자의 개인 시청실에서 이뤄진 실피드 시청에는 프리마루나의 EVO 100 DAC과 EVO 300 인티앰프, 맨리의 ML10 스피커를 동원했다. 음원은 룬으로 코부즈 스트리밍 음원을 들었다. 실피드는 또한 에이플랫폼의 시청실에서도 또 한 차례 들어볼 수 있었는데, eMM랩스의 DA2 DAC, PRE 프리앰프, TRMX 모노블록 파워앰프와 윌슨오디오의 Sasha DAW로 이뤄진 초호화 시스템이었다. 이때는 M Connect 앱(UPnP/DLNA)을 이용해 타이달 음원을 들었다.

Kat Edmonson ‘Lucky’(Way Down Low)

그냥 처음부터 SN비가 높고 깨끗한 음이 나온다. 필자가 개인 시청실에서 쓰고 있는 네트워크 렌더러는 솜(SOtM)의 sMS-200 Ultra인데 이보다 노이즈가 더 많이 휘발된 것 같다. 배경이 조용해지고 음색 자체가 맑아진 느낌. 외부 어댑터에서 전원을 끌어온 것(솜)과 내부 리니어 전원부를 쓴 것(반오디오)의 차이가 크다고 본다. 보컬이 시작되자 그 맑은 목소리 덕분에 필자의 어금니마저 시렸다. 보컬과 악기들의 앞뒤 레이어감도 대단했다. 두번째로 다가온 것은 입자감이 아주 곱고 음이 뽀송뽀송하다는 것. 눅눅한 구석이 1도 없다. 그러면서 음을 이루는 알갱이 하나하나가 단단하고 따뜻하며 빽빽하다. 이어 파트리샤 바버의 ‘Lost In This Love’를 들어보면, 어쿠스틱 기타와 드럼의 분해능과 레이어감이 장난이 아니다. 아주 작은 소리들까지 모조리 들렸다.

Brian Bromberg ‘Come Together’(Wood)

무대 가운데에 음상이 단단히 맺힌다. 한 귀에 듣기에도 정보량이 무척 많다. 현 오디오 시스템이 ‘네트워크 렌더링’이라는 첫 단추를 잘 꿰고 있다는 증거다. 노이즈는 세스코 직원이 와서 해충 잡듯 박멸한 수준. 이 곡에서도 잘 마른 천 기저귀를 볼에 댄 듯한 기분 좋은 감촉이 계속됐다. 실피드가 룬 네트워크를 뒷단인 EVO 100 DAC에 잘 넘겨주고 있음이 분명하다. 말 그대로 훌륭한 가교역할(bridge)인 셈. 어쨌든, 베이스 현들이 전해주는 묵직하면서도 싱싱한 타격감을 만끽했다. 음의 윤곽선은 흐물흐물하지 않았고, 칠흑 배경은 그야말로 아무렇지도 않게 펼쳐졌다. 닐스 로프그렌의 ‘Keith Don’t Go’에서는 까마득한 공간감과 함께 보컬의 촉촉한 목소리가 두드러졌다. 발음도 분명하게 잘 들린다. 선명함, 투명함, 깨끗함의 잔치다.

Sting ‘If I Ever Lose My Faith In You’(Ten Summoner’s Tales)

eMM랩스 앰프와 윌슨오디오 스피커 조합으로 들어봤다. 첫 곡으로 들은 칼라 브루니의 ‘Stand By Your Man’부터 그냥 소름이 돋는다. 그녀가 바로 앞에서 노래를 하는 것이다. 안네 소피 폰 오터의 ‘Green Song’을 들으니 이번에는 오터를 시청실로 초대했다. 첼로 반주는 기름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스팅의 ‘If I Ever Lose My Faith In You’는 필자쪽으로 선을 넘지 않는 안정적인 무대에 감탄했다. 타이트하고 깔끔하며 말쑥한 음, 흐릿하거나 번지지 않는 음, 이 모든 것이 실피드가 선두에 서서 제 몫을 잘 해낸 덕이라고 생각한다. 에릭 클랩튼의 ‘Wonderful Tonight’에서 실피드의 지분을 찾아보면 역시 고운 입자감과 정교한 이미징으로 요약된다.

Mario Joan Pires, Augustin Dumay, Jian Wang ‘Piano Trio No.1’(Brahms Piano Nos 1&2)

앞서 램 오브 갓의 ‘Ashes of the Wake’나 오존 퍼커션 그룹의 ‘Jazz Variants’ 같은 센 곡들을 듣다가 브람스 피아노 3중주를 들으니 폭풍우가 가시고 고요한 새벽이 온 듯했다. 한 켠에서는 서서히 아침 햇살이 밝아오는 상황. 첼로는 현과 함께 바디까지 좌우로 흔들리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 왼쪽에서 등장한 바이올린은 ‘이 정도로 두 악기 거리가 멀었나’ 싶을 만큼 좌우 폭이 넓다. 실피드가 이미지와 공간감과 관련된 미시 정보들을 모조리 뒷단인 DA2 DAC에 전해주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 쟁쟁한 DAC과 프리, 파워, 스피커들이 실피드 한 대만으로 너끈히 제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인상. 끝으로 들은 듀크 조단의 ‘No Problem’에서는 막판 드럼의 사실적인 하이햇 소리에 깜짝 놀랐다.


총평

네트워크 플레이어는 천차만별이다. 몇십 만원짜리 네트워크 플레이어로도 룬과 UPnP/DLNA를 즐길 수 있고 USB는 물론 동축이나 AES/EBU 출력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관건은 역시 음질이다. 필자도 지난해 솜의 네트워크 렌더러가 펌웨어 업데이트시 용량문제로 잠시 멈춘 적이 있었고, 그래서 부랴부랴 나름 유명하고 저렴한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구매했다가 매우 실망한 적이 있다. 누가 들어도 금세 알 수 있을 만큼 음질이 형편없었던 것이다. 아무리 기능이 많고 전용 앱이 있어도 소리가 별로면 제품 자체가 별로인 것이다.


실피드는 그 반대였다. 디지털 출력은 USB 한 가지밖에 없지만, 이 실피드에 EVO 100이나 DA2 DAC을 물리자 전체 오디오 시스템에 화색이 돌았다. 네트워크 스트리밍이라는 날개를 단 것 뿐만 아니라, 그 엔진 자체가 가볍고 강력하며 조용했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한 톨도 남김없이 사라진 노이즈였다. 마치 오염물질이 전혀 없는 1급 청정수를 들이킨 기분. 덕분에 배경은 칠흑 같았고 악기와 보컬의 음상은 핀포인트로 맺혔다. 실피드 정도 되면 누구에게나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다. 필자 역시 차기 업그레이드 네트워크 렌더러로 실피드를 점찍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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