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타노스가 직접 나선 느낌 - Wattson Audio Emerson Digital & Analog 네트워크 플레이어

조회수 2021. 2. 26. 16: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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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재미있게 본 마블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쿠키영상에서 타노스가 이런 말을 했다. “이제, 내가 나서야 할 때가 됐군.” 그동안 막후에 있던 괴력의 타노스가 곧 전장에 나설 것을 알려준 대목이라 마블 팬들은 열렬히 환호했다. 게다가 이런 타노스 옆에 엄청난 파워의 원천인 건틀릿(장갑)까지 등장했으니 이 쿠키영상이 전해준 강도는 생각보다 컸다.
▲ Wattson Audio Emerson Digital & Analog

뜬금없이 타노스 이야기를 꺼낸 것은 최근 리뷰한 스위스 왓슨오디오(Wattson Audio)의 에머슨 디지털(Emerson Digital)과 에머슨 아날로그(Emerson Analog) 때문이다. 신생 왓슨오디오가 처음 내놓은 네트워크 플레이어이지만, 이들의 이력을 조금이라도 짚어본다면 이번 에머슨 제품은 타노스의 단독 출격에 다름 아니다. 이들이 만든 스트리밍 보드가 이미 CH프리시전, 소울루션, 다질, 나그라 등 스위스 하이엔드 기기에서 맹활약 중이기 때문이다.


애너그램, 오르페우스, ABC PCB, 엔지니어드 SA, 그리고 왓슨오디오

▲ Wattson Audio Emerson Digital & Analog

왓슨오디오는 스위스 제작사 엔지니어드(Engineered SA)에서 2020년에 출범시킨 독자 브랜드다. 타깃은 이들의 주력인 네트워크 플레이어. 그러면서도 착한 가격을 내세웠다. 실제로 에머슨 디지털이나 아날로그 모두 200만원이 안된다. 이 조그만 기기들이 왜 이리 비싸냐고 하실지도 모르지만, 이들이 만든 같은 사양의 스트리밍 보드가 수천만원짜리 소스기기나 DAC, 앰프에 장착된 것을 감안하면 이는 애호가 입장에서 수지맞는 장사다.


엔지니어드 SA는 애너그램(Anagram Technologies) 이야기로 시작된다. 애너그램? 맞다. 훗날 플로리안 코시와 함께 CH프리시전을 설립하게 되는 소프트웨어 디자이너 티에리 히브가 1998년 스위스 제네바에 설립한 디지털 전문업체다. 티에리 히브가 개발한 애너그램의 ATF(Adaptive Time Filtering) 24비트/192kHz 업샘플링 모듈은 소울루션을 비롯해 오디오에어로, 린데만, 나그라 등에 채택됐을 정도로 성능을 인정받았다.


애너그램은 자신들이 개발한 DSP 및 디지털 엔진, 앰프 모듈의 성능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2001년 독자회사 오르페우스 랩(Orpheus Lab)을 설립했다. 지금의 엔지니어드가 왓슨오디오를 출범시킨 것과 비슷한 맥락. 이후 오르페우스를 떠난 티에리 히브는 2005년에 또다른 디자인 하우스 ABC PCB를 설립했고, 플로리안 코시가 하드웨어 설계를 맡았다. ABC PCB에는 훗날 새 엔지니어 알렉상드르 라방시(Alexandre Lavanchy)가 합류했다.

▲ Wattson Audio Emerson Digital & Analog 의 회로기판

그리고 2008년, 여러 일이 발생했다. 티에리 히브와 플로리안 코시는 ABC PCB를 떠나 CH프리시전을 설립했고, ABC PCB는 알렉상드르 라방시가 100% 지분을 인수해 독자 설계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ABC PCB가 만든 네트워크 스트리밍 모듈 ‘MR-MOD’가 2010년에 출시된 CH프리시전의 스트리밍 DAC C1에 투입된 것은 이같은 배경에서 비롯됐다.


2015년 알렉상드르 라방시는 ABC PCB 본사를 제네바에서 이베르동 레뱅으로 옮기고 회사 이름도 바꿨으니 그것이 바로 지금의 엔지니어드(Engineered SA)다. 이후에도 이들의 스트리밍 모듈 인기는 식지않아서 2017년에는 소울루션의 330 인티앰프의 옵션 보드에 투입됐고, 성능과 기능을 대폭 업그레이드한 2세대 스트리밍 모듈 ‘eR-MOD v1’은 소울루션 330과 CH프리시전 C1에 교체 투입됐다.


따라서 지금까지 장황하게 언급한 것의 핵심은 이것이다.


첫째, 20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 기술력을 가진 엔지니어드가 독자 브랜드 왓슨오디오를 출범시켰고,

둘째, 이 왓슨오디오에서 처음 내놓은 네트워크 플레이어가 에머슨 디지털과 아날로그이며,

셋째, 에머슨 제품의 엑기스는 이들의 2세대 스트리밍 모듈 ‘eR-MOD v1’이다. 


Emerson Digital, Analog 본격 탐구

▲ Wattson Audio Emerson Digital

쌍둥이처럼 닮은 에머슨 디지털과 아날로그는 초소형 네트워크 플레이어다. 무게가 400g이 안된다. 두 모델 모두 입력단은 이더넷 단자뿐이고, 출력단은 에머슨 디지털이 동축과 AES/EBU, 에머슨 아날로그가 RCA 1조다. 짐작하셨듯이, 에머슨 아날로그에는 스트리밍 디지털 음원을 아날로그 신호로 바꿔주는 DAC이 내장됐으며 그 중심에는 시러스 로직의 WM8742 칩이 버티고 있다.


관심은 ‘에머슨 두 제품으로 무엇을, 어디까지 할 수 있느냐’로 모아진다. 일단 두 모델 모두 UPnP/DLNA, 에어플레이, 그리고 결정적으로 룬(Roon) 프로토콜 RAAT를 지원한다. 따라서 동일 네트워크에 있는 스마트폰으로 타이달과 코부즈, 그리고 최근 국내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스포티파이 같은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룬의 경우 직접 테스트를 해보니 룬 레디(Roon Ready) 인증을 받았다.

▲ Wattson Audio Emerson Analog 로 네트워크 플레이를 하는 모습

지원하는 음원 포맷은 WAV, FLAC, AIFF, ALAC, MP3, AAC, Ogg Vorbis, WMA 등을 망라한다. 에머슨 디지털은 최대 24비트/192kHz PCM 음원을 지원하고, 에머슨 아날로그는 PCM은 24비트/384kHz까지, DSD는 DSD64만 지원한다. 에머슨 디지털의 출력 임피던스는 동축이 75옴, AES/EBU가 110옴이며, 에머슨 아날로그의 출력 전압은 2V rms를 보인다. 셋 모두 업계 표준 스펙이다.


이제 설계디자인을 살펴볼 차례. 두 모델 모두 전원(DC 5V)은 기본 제공되는 의료등급 어댑터를 통해 얻는다. 워낙 초소형 모델이니 아무리 쉴딩 대책을 잘 세워도 전원부를 본체 안에 집어넣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가로폭 87mm, 높이 38mm, 안길이 104mm에 불과한 초소형 몸체는 또한 독특한 기판 설계를 낳았는데, 스트리밍 모듈을 오디오 기판 위에 설치한 것이다. 물론 ‘eR-MOD v1 모듈이다.


실제로 내부를 보면, 붉은 오디오 보드 상단에 역시 붉은색의 작은 PCB가 또 하나 얹혀있고 ‘eR-MOD v1’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보인다. 자세히 보면 네트워크 렌더링을 위한 CPU(TI Sitara 프로세서)를 비롯해 512MB DDR3 칩, 16GB eMMC 메모리 컨트롤러 칩, 그리고 이더넷 신호 송수신을 위한 트랜시버 칩 등이 보인다. 1세대에 비해 스트리밍 음원 처리의 안정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하는데, 이는 CPU 업그레이드와 훨씬 커진 메모리 용량 덕분으로 보인다.


이밖에 1) 44.1kHz와 48kHz 계열 음원에 각각 대응하는 2개의 디지털 클럭을 통해 지터를 크게 낮춘 점, 2) 동축과 AES/EBU 출력단 모두에 트랜스포머를 마련, 커먼모드 노이즈가 뒷단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도록 한 점, 3) 내부 회로에 흐르는 DC 전원의 노이즈가 1uV에 그치는 점이 눈길을 끈다.


끝으로 에머슨 제품을 통해 스트리밍 음원을 즐기는 방법 몇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왓슨오디오가 자체 개발한 스마트폰 앱 ‘왓슨뮤직’(Wattson Music)을 이용하면 된다. 현재는 아이폰에서만 쓸 수 있지만 타이달과 코부즈, 튠인 라디오를 다른 UPnP 앱을 이용하지 않고도 직접 플레이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앱도 올해 안에 나온다고 한다.


둘째. 버블유피앤피 같은 범용 UPnP 앱을 이용한다.


셋째. 아이폰이라면 에어플레이를 이용한다.


넷째. 룬 유저라면 룬 코어(core)를 활성화시키면 상태에서 룬 리모트 앱을 이용한다. 에머슨 디지털과 아날로그 모두 룬 레디 인증을 받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앱으로 신호경로를 확인해보면 모두 무손실(lossless)로 뜬다.

 


시청

필자의 개인 리스닝 룸에서 진행된 시청에는 프리마루나의 진공관 인티앰프 EVO300과 맨리의 ML10 스피커를 동원했다. 에머슨 디지털 테스트 때는 프리마루나의 EVO100 DAC과 동축케이블로 연결했고, 에머슨 아날로그 테스트 때는 RCA 인터케이블로 인티앰프와 연결했다. 음원은 룬을 통해 주로 코부즈 음원을 들었으며 1) 에머슨 아날로그, 2) 에머슨 디지털 순으로 음질비교도 해봤다.

Arne Domnerus - High Life(Jazz at the Pawnshop)

먼저 에머슨 아날로그를 투입해 들었다. 청감상 해상도는 섬세한 편이며 색번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음들 하나하나를 타이트하게 조여주는 것을 보면 역시 엔지니어드의 명성이 헛되지 않았다. DAC까지 내장한 룬 네트워크 플레이어로서는 정말 놀라운 가성비가 아닐 수 없다. 이어 에머슨 디지털+EVO100 DAC 조합으로 들어보면, 에너지감과 리듬감, 무대의 투명도 등이 보다 늘어난다. 게인과 음량 모두 증가한 듯한 인상인데, 이는 당연한 얘기이지만 EVO100 DAC 영향이 크다. 참고로 EVO100 DAC은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의 PCM1792A 칩을 쓴다. 어쨌든, 웰메이드 DAC이 있으면 에머슨 디지털을 구매하고, 웰메이드 앰프만 있다면 에머슨 아날로그를 구매하면 된다. 어느 경우든 초간단 하이 퀄리티 스트리밍 시스템이 완성된다.

Anne-Sophie Von Otter - Baby Plays Around(For The Stars)

에머슨 아날로그로 들어보면, 따뜻하고 차분하며 조용하고 깨끗한 음이 술술 흘러나온다. 스트리밍과 디지털 음원에 대한 아쉬움 따위는 전혀 없다. 앞서 며칠 동안 들었던 비슷한 가격대의 올인원 네트워크 앰프에 비하면 스트리밍과 DAC 성능 모두 에머슨 아날로그가 몇 걸음 앞선다. 기본 SMPS 어댑터 대신 고급 리니어 어댑터를 붙여주는 등 음질 개선의 여지도 많다. 이어 에머슨 디지털과 EVO100 DAC 조합으로 바꿔보면, 역시 소릿결이 보다 매끄럽고 해상력이 늘어났다. 진공관 DAC 특유의 온기와 윤기도 보태진 것 같다. 시각을 달리하면, EVO100 DAC이나 이보다 훨씬 비싼 DAC에 에머슨 디지털을 붙여주면, 곧바로 룬 스트리밍이라는 새 날개를 얻을 수 있다. 그렇다. 이러라고 엔지니어드가 왓슨오디오를 출범시킨 것이다.


Gilbert Kaplan, Wiener Philharmoniker - Mahler Symphony No.2(Mahler 2)

이렇게나 또렷하고 선명한 스트리밍 음원을 아날로그 앰프에 던져주는 에머슨 아날로그의 솜씨가 대단하다. 저 컴팩트한 사이즈에서 이 정도의 고퀄 사운드가 나오는 것을 보면 역시 연륜은 무시할 수가 없다. 특히 낮은 볼륨인데도 여린 음들이 묻히거나, 총주에서 허둥지둥대지 않는 점이 대단하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입자감이 좀 더 곱고 음의 무게감이 좀 더 있었으면 싶다. 이어 에머슨 디지털 조합으로 바꿔보면, 기대했던 대로 한 음 한 음을 보다 분명히 내주며, 총주에서 팍 터뜨려주는 맛도 크게 늘었다. 음의 형태가 보다 또렷해졌다고나 할까. 그러고 보니 스텝마저 경쾌하다. 고퀄의 DAC까지 갖춘 유저라면 크게 고민하실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에머슨 디지털이 눈앞에 있는 선택지다.


Nils Lofgren - Keith Don’t Go(Acoustic Live)

진공관 인티앰프가 에머슨 아날로그를 통해 룬과 코부즈를 제대로 체험 중이다. 무대 곳곳에서 음들이 쏟아지며 현장에 있는 듯한 실체감도 일품이다. 기타의 연주도 생생하기 짝이 없다. 이는 ‘eR-MOD v1’ 스트리밍 보드는 물론, 내장 DAC의 핵심 칩과 클럭, 전원, 아날로그 버퍼단 설계 등이 고루 잘 이뤄진 덕이다. 이어 에머슨 디지털로 바꿔보면, 보다 소프트해진 음과 노이즈가 더욱 사라진 무대가 두드러진다. 얼어붙은 대지에 봄비가 내린 듯 소릿결이 촉촉해진 점도 특징. 왜 그 비싼 소울루션 330 인티앰프나 CH프리시전 C1 DAC이 ‘eR-MOD v1’ 스트리밍 보드를 채택했는지 엔지니어드가 왓슨오디오를 통해 스스로 입증했다.


총평

에머슨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리뷰하는 동안, 다른 곳에서 패스의 인티앰프 INT 250을 리뷰한 적이 있는데 공교롭게도 그 앞단에 에머슨 아날로그가 물려있었다. 역시 웰메이드 인티앰프 유저가 간편하게 스트리밍 음원을 즐길 수 있는 솔루션 중 하나가 이번 에머슨 아날로그다. 여기서 좀 더 욕심을 내 하이엔드 DAC까지 갖춘 유저라면 에머슨 디지털이 정답. 그러고 보면, 넬슨 패스가 “내가 추구하는 음은 이것”이라며 퍼스트 와트 브랜드를 내놓은 것이나, 엔지니어드가 “스트리밍 회로에 대한 나의 기술력은 이 정도 레벨”이라며 왓슨오디오를 설립한 것이나 동일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다. 에머슨 아날로그 & 디지털은 스트리밍과 디지털 음원에 대한 가성비 만점의 솔루션이자, 건틀릿을 끼고 마침내 강호에 나온 타노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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