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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작은 거인이 펼쳐낸 실연 같은 음 - Focus Audio FS-68 LE 스피커

조회수 2021. 2. 26. 11:4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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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귀가 참 신기한 게 좋은 소리, 별로인 소리를 금방 구분한다. 이는 듣는 사람의 오디오 경력이 얼마나 되었는지와는 거의 상관이 없다. 실연 같은 음이 나올수록 좋은 것이고, 유닛이 빽빽 소리를 지르면 별로인 것이다. 이는 참으로 단순 명쾌한 팩트다. 인류는 이 귀신 같은 소리 감별 능력으로 오랜 세월을 버텨온 것이다.


최근 근사한 스피커를 하나 만났다. 2000년대를 전후해 오디오 생활을 한 분들이라면 잘 아실 캐나다 포커스 오디오(Focus Audio)의 FS-68 LE 스탠드마운트 스피커다. 오프셋 트위터 말고는 아주 두드러진 외관은 아니었는데, 나오는 소리가 깊고 그윽하고 풍윤했다. 단번에 유닛들과 인클로저를 사라지게 하는 기품 가득한 음이었다.


포커스 오디오와 FS-68의 계보

▲ Focus Audio 설립자 겸 엔지니어 캠 룽(Kam Leung)

포커스 오디오는 명문 홍콩대를 졸업한 엔지니어 캠 룽(Kam Leung)이 1993년 캐나다로 이민을 가서 온타리오주 마캠(Markham)에 설립한 오디오 제작사다. 처음에는 스피커를 제작했고 이후 자신들의 스피커를 울려줄 앰프로 리스트 소나타(Liszt Sonata)나 리스트 프렐루드(Liszt Prelude) 같은 진공관 앰프까지 만들고 있다.

▲ Focus Audio의 전체 라인업

현재 스피커 라인업은 플래그십인 마스터(Master) 시리즈부터 시작해 프레스티지(Prestige), 시그니처(Signature), 클래식(Classic) 시리즈로 짜였다. FS-68 LE가 속한 시그니처 시리즈는 현재 FS-9 SE, SF-8 SE, FS-7 SE, FS-6 SE 등 스페셜 에디션(SE)으로 진화한 상태. 리미티드 에디션(LE)은 FS-68 LE가 유일하다.

FS-68 LE는 초창기 포커스 오디오를 세상에 알린 시그니처 시리즈, 그 중에서도 스탠드마운트 FS-68의 직계 후예다. 오리지널 FS-68의 경우, 트위터에 덴마크 스캔스픽(Scanspeak), 미드우퍼에 독일 에톤(Eton) 특주 유닛을 쓰는 등 현 LE 모델의 원형을 제시했다. 스캔스픽 D2905/9500 소프트 돔 트위터와 에톤의 5.5인치 커스텀 미드우퍼를 장착해 45Hz~22kHz(+/-3dB)라는 믿기 힘든 주파수응답특성을 보인다.


2002년에는 상급 모델로 FS-688이 나왔다. 상급 모델인 만큼 트위터가 스캔스픽의 최상위 라인인 D2905/9900 레빌레이터 트위터로 업그레이드됐다. 덕분에 고역 상한이 25kHz로 늘어났다. 트위터 위치가 오프셋(offset)에서 온셋(onset)으로 바뀐 점도 큰 차이. 달리 생각하면 상급이 아니라 전혀 다른 스피커로 봐야 한다. 미드우퍼는 커스텀 제작한 에톤의 5.5인 노멕스/케블라 헥사콘 유닛을 썼다.


설립 10주년을 맞은 2003년에는 FS-68 SE가 나왔다. 말 그대로 스페셜 에디션(Special Edition)이다. 가격대로 보나 포지셔닝으로 보나 FS-688의 아랫 모델인 관계로, 스캔스픽 트위터는 스캔스픽의 일반 D2905/9700 유닛으로 등급이 내려갔지만 커스텀 에톤 5.5인치 미드우퍼는 그대로 유지했다. 트위터는 다시 오프셋 트위터가 되었다. 오리지널과 비교해보면 크로스오버 주파수가 2.7kHz에서 2.5kHz로 내려갔다.

▲ 20주년 리미티드 에디션(Limited Edition)

그리고 설립 20주년을 맞은 2013년에 FS-68 LE가 나왔다. 인클로저 사이즈와 유닛 구성, 스펙, 오프셋 트위터 등은 동일하지만 리미티드 에디션(Limited Edition)인 만큼, 내부 네트워크 회로 부품을 고급으로 바꿨다. 초기 버전에는 스피커케이블 커넥터가 바이와이어링 단자였지만, 이번 시청기를 포함한 후기 버전에는 카다스 싱글 와이어링 단자로 바뀌었다.

현행 시그니처 시리즈 중 유일한 스탠드마운트인 FS-6 SE는 임피던스와 주파수응답특성, 싱글 와이어링 단자 등은 FS-68 LE와 동일하지만 온셋 트위터, 전면 배플 디자인 등이 다르다. 무엇보다 5.5인치 미드우퍼 자체가 바뀌었다. 제작사에서는 덴마크 제품이라고만 밝히고 있지만 필자가 봤을 때 SB어쿠스틱스의 세라믹 특주 유닛으로 짐작된다.


한편 최상위 플로어스탠딩 마스터 2(Master 2)의 경우, 스캔스픽 레빌레이터 실크 돔 트위터 2개, 에톤의 노멕스/케블라 헥사콘 5.5인치 미드레인지 2개와 11인치 우퍼 2개가 가상 동축 방식으로 투입됐다. 공칭 임피던스는 4옴, 감도는 92dB, 주파수응답특성은 20Hz~25kHz(+/-3dB).


FS-68 LE 본격 탐구

풀레인지 시청실에서 만난 FS-68 LE는 몇가지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일단 트위터 위치가 오프셋(offset)이라는 것. 트위터 중심축이 미드우퍼 중심축에서 약간 벗어났다는 얘기다. 이는 트위터에서 나오는 중고역 음파가 배플에 맞아 일으키는 회절(diffraction) 왜곡을 줄이기 위한 설계다. 회절은 반사면이 등거리일 때 가장 많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참고로 오프셋 트위터는 좌우 스피커가 거울처럼 대칭형태로 디자인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왼쪽 스피커의 트위터가 왼쪽 배플쪽에 있다면, 오른쪽 스피커의 트위터는 오른쪽 배플쪽에 있다. 그리고 필자의 경험상 오프셋 트위터가 안쪽을 향하면 보다 정교한 음상, 바깥쪽으로 향하면 보다 넓은 사운드스테이지가 얻어진다. 어쨌든 제작사 입장에서는 2종의 인클로저를 제작해야 하기 때문에 원가 상승은 어쩔 수 없다.

 

또 하나 눈길을 끈 것은 5.5인치 미드우퍼 진동판 앞에 달린 페이즈 플러그(phase plug). 정확히 12개의 조그만 홈이 파졌다. 제작사에 따르면 이는 원래 페이즈 플러그의 역할과 함께 콘 내부에서 발생한 열을 식히기 위한 용도라고 한다. 페이즈 플러그는 콘형 진동판 가운데에 박아넣어 서로 180도 반대 방향에서 몰려오는 음파들의 상호 간섭 및 교란을 막아준다. 주로 중역대까지 커버하는 미드우퍼에 많이 사용된다.


이런 몇가지 점을 빼놓으면 FS-68 LE는 일반적인 2웨이, 2유닛, 베이스 리플렉스 스탠드마운트 스피커의 교과서라고 할 만하다. 오프셋 트위터는 스캔스픽의 1.125인치 실크 돔 트위터, 미드우퍼는 커스텀 제작한 이튼의 5.5인치 노멕스/케블라 헥사콘 유닛이다. 벌집 모양의 노멕스(Nomex) 콘을 가운데에 두고 얇은 케블라(Kevlar)를 앞뒤에서 샌드위치처럼 감싸고, 겉에는 폴리머(Polymer)로 코팅했다.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는 후면 상단에 있으며, 하단에 있는 싱글 와이어링 단자는 카다스(Cardas)의 금도금 바인딩 포스트를 썼다. 공칭 임피던스는 8옴, 감도는 85dB, 주파수응답특성은 45Hz~25kHz(+/-3dB), 권장 앰프 출력은 20~200W를 보인다.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따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오리지널 모델이 2.7kHz, SE 모델이 2.5kHz였다.


끝으로 살펴볼 것은 인클로저. 재질은 MDF이지만 전면 배플 두께가 무려 2인치에 달한다. 트위터와 미드우퍼가 달리는 곳이 배플인 만큼 이에 대한 제진 대책을 철저힌 세운 것이다. 나머지 면의 두께는 1인치. 인클로저 사이즈는 가로폭이 25.4cm, 높이가 33cm, 안길이가 17.7cm, 무게는 9kg을 보인다. 마감은 피아노 블랙과 피아노 로즈우드 중에서 고를 수 있다.

 


시청

풀레인지 시청실에서 진행된 FS-68 LE 시청에는 오렌더의 네트워크 뮤직서버 A30, 오디아플라이트의 솔리드 인티앰프 FL3S를 동원했다. FL3S는 8옴에서 100W, 4옴에서 160W를 낸다. 음원은 오렌더 앱을 이용해 주로 타이달(Tidal) 스트리밍 음원을 들었다.

Sting ‘Shape of My Heart’(Ten Summoner’s Tales)

스피커 몸이 완전 풀린 소리가 나왔다. 음끝은 싱싱하고 탄력적이며 탱글탱글 살아있다. 음에서 약간 계피향이 난다고 느낀 것은 아마 미드우퍼 콘의 독특한 색깔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평범하거나 단조롭지 않은 소리이며, 그렇다고 극단적으로 끈끈하거나 퍼석거리지도 않는다. 뭔가 2웨이 북쉘프 스피커의 끝판을 본 듯한 느낌.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표가 어느 정도 납득이 간다. 무엇보다 스팅의 목소리가 오디오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진짜 앞에서 부르는 것 같아 만족스럽다. 일단 트위터와 미드우퍼의 물성 자체가 좋고, 20년 넘게 이어져온 네트워크 튜닝 솜씨, 그리고 쓸데없는 공진을 추방한 두터운 인클로저가 크게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첫 음이 나오는 순간부터 ‘이거 소리 왜 이리 좋아?’라고 메모한 경우, 흔치 않다.

Collegium Vocale ‘Cum Sancto Spiritu’(Bach Mass in B minor)

첫인상이 좋으니 모든 게 좋아보인다. 합창곡을 들어보면, 분명히 작은 스탠드마운트 스피커에 미드우퍼 사이즈가 5.5인치에 불과한데도 무대의 스케일이 크고 음수는 무진장 많다. 더 이상의 유닛이 필요할까, 더 이상의 웨이(way)가 필요할까 싶다. 또한 마치 인클로저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음들이 스르륵 방사되는 모습이 듣기에 좋다. 시청 내내 상쾌하다, 쾌적하다, 이런 느낌이 계속된 이유다. 여성 소프라노의 고음 또한 투명하고 예쁘게 들리는데 이는 역시 스캔스픽 실크 돔 트위터의 매력이라 할 것이다. 엘라 피츠제럴드의 ‘Ella in Berlin’ 앨범 중 ‘Summertime’을 들어보면 화장기 없는 엘라의 맨 얼굴을 본 듯 라이브 음원의 구석구석을 만끽했다. ‘재생음 같지 않다’는 것, 이번 FS-68 LE의 대단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Gilbert Kaplan, Wiener Philharmniker ‘Mahler Symphony No.2’(Mahler 2)

너무 칭찬만 한 것 같지만 FS-68 LE에도 한계는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번 말러 2번 같은 클래식 대편성곡. 첼로와 베이스가 일궈내는 1악장 초반의 타격감이 예상대로 묵직하지는 않았다. 또한 총주 파트에서는 어부가 던진 그물이 조금 좁다는 인상. 역시 인클로저 내부용적과 우퍼 사이즈라는 물리학의 법칙은 결코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대신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의 효과를 거둔다는 경제학의 법칙은 충실히 따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한 음 한 음을 보무당당하게 지켜내고 들려주고 있다. 대충 또는 허투루 소리를 내는 스피커가 절대 아니다. 안드리스 넬슨스가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쇼스타코비치 5번에서는 해상력과 스케일이 3웨이 스피커의 80% 정도에 근접하는 성과를 보였다. 팀파니 스킨의 질감도 잘 표현됐다.

Keith Jarrett ‘Part II A’(The Koln Concert)

피아노 음이 선명하고 깨끗하며 투명하다. 이것이 FS-68 LE 스피커의 커다란 사운드 시그니처다. 음의 윤곽선에서 색번짐이 거의 없다. 그러면서도 다양한 피아노 아티큘레이션을 면밀히 들려준다. 타건의 힘 역시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이처럼 음에 밀도와 무게, 볼륨이 있으니 듣기에 좋다. 무기질이 아니라 오가닉하고 건강한 음이라는 느낌. 어쨌든 이 스피커는 허약하거나 비명을 지르는 타입은 절대 아니다. 당연한 얘기이지만 100만원대 스피커와는 비교 불가다. 분위기를 바꿔 나윤선의 ‘Mystic River’를 들어봐도, 박력과 에너지가 대단했다. 역시 오디오적 쾌감은 이처럼 파워가 작렬할 때 고조된다. 마이클 잭슨의 ‘Jam’에서는 이 스피커가 작은 거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것저것 신경써서 튜닝까지 잘 끝낸 스피커다.

 


총평

‘세월을 견디다’는 말이 있다. 스피커의 경우, 한 세대나 최소 20년 이상 약간씩의 수정을 거쳐가며 롱 런을 한 경우 이 말을 붙일 수 있을 것이다. 스피커처럼 경쟁이 극심한 세계에서 롱 런은 결국 고품질 사운드와 동의어다. 현행 모델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하베스의 P3ESR XD, B&W의 805 D3, 탄노이의 Stirling GR, JBL의 4312G, 프로악의 Tablette 10, 스펜더의 2/3이나 3/1 등이 세월을 견뎌낸 대표적인 스피커들이다.


필자가 꼽은 이 리스트에 이제 포커스 오디오의 FS-68 LE가 포함되어야 할 것 같다. FS-68, FS-688, FS-68 SE를 거쳐 현행 모델이 되면서 벌써 20년이 훌쩍 넘었다. 맥락 없이 따져봐도 크기를 배반하는 풍윤한 저역과 섬세한 고역, 넘쳐나는 에너지는 2웨이, 2유닛과 이 가격대 것이 아니다. 작정하고 따지자면 흠결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무엇보다 재생음이 아니라 실연처럼 들리게 하는 마력이 돋보인다. 다시 필자의 청음메모가 떠오른다. ‘이 스피커, 소리가 왜 이리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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