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에서 깨어난 헤드폰이 날아가는 곳 - SPL Phonitor XE 헤드폰앰프

조회수 2021. 1. 29. 13: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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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같은 매직박스

본 제품의 시청기가 꽤 늦어진 몇 가지 이유 중에, 제품을 시청한 이후, 소위 까도 까도 새로운 게 계속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제품 시청시에는 알지 못했던 콘트롤 방식과 원리 등이 꽤 다양한 레이어로 늘어서고 필자에게 낯선 방식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히스토리와 여러 버전이 존재하는 ‘포니터’의 오랜 사용자들이라면 익숙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소 신기한 음감을 체험하며 하나씩 심도를 더해갈 제품이다.  

필자는 SPL의 제품을 처음 봤을 때 프리앰프의 레이아웃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예전에 파라비치니가 설계한 EAR912나 맨리의 SLAM 등의 제품에서도 사운드 이전에 느껴지는 조작과 보는 즐거움이 컸지만 SPL은 그보다 좀더 정돈되고 세련된 레이아웃과 칼라톤을 선사해서 좋았다. 좋은 만듦새와 노브 하나 하나의 정밀한 내외부 조작감촉은 이런 류의 디자인을 좋아하는 사용자에게 어필하는 바 커 보인다. 포니터 xe는 안팎으로 다양한 기능과 작동원리들이 흐르고 있다. 하지만 필자가 본 지면을 통해 전할 내용은 제품 매뉴얼을 말로 설명하기보다는 본 제품이 무엇인지, 사용자에 따라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 지, 그리고 결정적으로 어떤 소리가 나는 지 등에 대한 것이어야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우선 SPL 브랜드부터 시작한다.


SPL의 두 얼굴

▲ Peter Waschke (왼쪽), Wolfgang Neumann (중간), Hermann Gier (오른쪽)

원래 SPL(Sound Performance Lab)은 스튜디오에 기원한다. 앰프 설계가이자 스튜디오 엔지니어였던 볼프강 노이만(Wolfgang Newmann)은 70년대말부터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사용할 제품을 개발해오면서 1984년 프로페셔널 오디오 전문제작사로 SPL을 설립하게 되었다. 뛰어난 앰프제작자였던 볼프강은 80년대를 지나면서 SPL 자사 개발 제품을 늘려가는 동시에 젠하이저, 제네렉, MB 쿼트 등의 회사에 OEM 납품사로서 명성을 쌓아갔다. 오디오파일들이 알고있는 앰프설계가가 설립한 브랜드들과 유사한 경로를 따라 이후 SPL은 개발과 운영 각기 두 부문의 대표를 둔 기업체로 성장해갔으며 제품의 반경과 디자인, 품질의 깊이를 심화시켰다. 경영과 디자인을 맡고 있는 대표 C/O 헤르만 기어(Hermann Gier)가 ‘하나의 문으로 출근해서 둘로 나뉘어 일한다’고 전하고 있는 회사 소개 영상을 보면 SPL의 회사 문화가 잘 전해진다. 전시회나 기타 시연회 등에서 보여지는 헤르만과 볼프강 - SPL의 두 축이 되는 이 둘의 모습은 이상적인 운영 시스템의 케미를 선사한다.


멀티플레이어 포니터 XE

본 제품은 SPL의 라인업 중에서 프로-파이(pro-fi) 카테고리에 속해있다. 포니터만 해도 첫 제품이 개발된 지 10년이 넘는 히스토리를 발전해왔다. 오디오 마스터링용으로 개발되었지만 음악감상용 등급으로 제작되었다는 의미이다. DSP 등의 가상 앰비언스나 인터페이스로 효과를 주는 제품이 아니다. 헤드폰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순수 아날로그 증폭과 제어로 헤드폰의 지평을 넓혀 스피커에서 구현할 수 있는 공간감과 어쿠스틱을 실현시키고자 한 제품이다. 기본 포맷은 스튜디오 마스터링용 프리앰프인 ‘포니터 II’를 플랫폼으로 해서 아날로그 출력단을 축소시키고 기능을 단순화시킨 후 헤드폰 시청을 위한 기능들을 투입시킨 전용앰프로 트랜스폼되어 있다.


전술했듯이 제품의 만듦새와 디자인감각도 뛰어나다. 바디는 스틸 섀시로 견고하게 제작되어있고 전면패널의 노브는 알루미늄 재질이다. 무광마감의 칼라톤으로 꽤 세심하게 마감되어 있는데 본 제품의 칼라옵션은 블랙, 레드, 실버 세 가지로 제작된다.


120V 드라이버 ‘볼트에어’ (Voltair)


포니터 xe의 증폭단은 일반적인 헤드폰 앰프의 약 4배 정도에 달하는 120볼트의 고압 드라이브를 증폭의 축으로 해서 설계되어있다. 다른 사안들이 기능을 수행한다고 한다면 사운드의 스타일을 주도하는 핵심에 볼트에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전압레벨을 높이 설정해서 다이나믹 레인지를 올리지만 디스토션을 제한하고 S/N비를 높이는 효과를 거두기 위한 설계이다. 이 기술을 기반으로 전류-전압 컨버터와 TP 필터가 동작하도록 제작되었다.


트랜스폼 브레인 ‘포니터 매트릭스’


본 제품의 시그널출력은 순수아날로그회로기반이다. 음향신호는 DSP나 D/A변환을 거치지 않고 오리지널 파일 그대로를 전류와 전압신호만으로 제어해서 헤드폰으로 스피커 등급까지 끌어올리는 퍼포먼스를 구사하는데 그 키를 쥐고 있는 기술이 바로 ‘매트릭스’ 설계이다.


간략히 말해서 스피커를 듣는 상황과 마찬가지로 시청앵글을 20도~50도까지 4단계로 설정할 수 있고 그 심도레벨(Crossfeed)을 6단계까지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이다. 이 레벨은 단순한 음압레벨이 아니라 룸사이즈와 반사음 및 흡음특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된 어쿠스틱 레벨이라고 할 수 있다. 사용자는 시청각을 먼저 결정한 후 레벨을 맞추는 순서로 최종 어쿠스틱을 설정하며, 시청기에 언급하겠지만 음원에 따라 최적화시킬 수 있는 매우 특별한 시청환경을 선사한다.


정밀 앰비언스 기반 밸런스 ‘래터럴리티’


본 제품의 래털러리티(laterality)기능을 굳이 밸런스와 구분한 이유는 간단하다. 다르기 때문이다. 역시 헤드폰의 메커니즘적 특성에 기반해서 제작한 좌우 밸런스 조절기능이다. 표면적인 현상은 한 쪽 정보량이 늘면 다른 쪽은 줄어드는 구조와 음향으로 느껴지는데 실상은 이보다 복잡하다. 스피커로 듣는 실제 어쿠스틱은 좌우 각 채널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사람의 좌우 귀에 도달하는 정보가(사람의 머리가 반대편 귀로 가는 음향을 반사시키기 때문) 서로 다르다. 실제 어쿠스틱에서 좌우 소리의 차이는 볼륨레벨 및 주파수 대역의 차이까지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포니터 xe는 500Hz, 10kHz 지점의 상하대역특성을 서로 다르게 설정해서 좌우 음량의 변화를 실제에 가깝게 설정했다.


DAC 768


원래는 옵션이지만 필자가 시청한 제품에는 기본장착되어 있었다. 밸런스 및 언밸런스 출력으로 연결이 가능한 본 DAC는 네이밍에서 짐작되듯 PCM 32비트 768kHz까지, DSD512(DSD4)까지 음원파일을 프로세싱할 수 있다. 아사히카세이의 프리미엄 칩셋인 AK4490EQ를 탑재하고 있다. 소위 ‘벨벳사운드’라 칭하는 하이파이 기기에서 발견되는 최상급 칩셋 중 하나이다.


디지털 입력단과 아날로그 출력단 두 개의 보드를 분리시켜 구성했으며 아날로그단에 바로 볼트에어 기술로 제작한 로패스필터가 장착되어있어서 다이나믹레인지와 헤드룸을 최대로 수행하도록 설계되었다.

커스텀 트랜스 기반 리니어 전원 & 디스크리트 증폭단


본 제품은 시작부터 풀 아날로그 시스템으로 동작한다. 자사에서 제작한 안정적인 토로이덜 트랜스에 빌트인 뮤메탈로 쉴딩처리해서 물리적 험 제거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도록 했다. 전원에서 출발한 고품질 증폭시스템은 본 제품의 모든 증폭단에서 디스크리트 보드는 수직으로 배치시켜 서로 다른 전압으로 동작하는 본 증폭단 각각이 여타 보드와의 간섭을 최소화시키는 독특한 구성을 하고 있다.


VU미터


두 개의 원형 디스플레이창이 패널 우측으로 배치되어 있는 본 제품의 VU미터는 BBC 규격에 따라 캘리브레이션이 되어있다. 이에 따라 0dB에 도달하는 시간이 300ms - 굼뜨지 않고 꽤 빠르고 절도있게 동작한다. 비트가 빠른 곡을 재생해보면 감탄스러울 만큼 정동작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 가지, 본 디스플레이의 알려지지않은 기능 중 하나가 바로 학습형 리모콘의 센서를 품고 있다는 점이다. IR 리모콘의 볼륨버튼을 인식해서 리모콘을 인식하면 본 VU미터가 세 번 깜빡이며 세팅을 완료한다. 이렇게 세팅한 리모콘으로 -20dB ~ +5dB 구간 볼륨을 조절할 수 있다.


사용자 편의 설계  


소위 세심한 어거노믹스에 기반한 설계가 느껴지는 제품이다. 무엇보다 헤드폰 출력을 전면 및 후면 패널에 듀얼로 구성해서 상시 사용하는 제품과 수시로 교체하는 제품을 편하게 병용할 수 있으며 토글 스위치로 시청 출력을 전환할 수 있다. 또한 뒷면 패널을 제품의 상단 너머로 내려다볼 경우 글자를 편히 읽을 수 있도록 입출력단 구간별 레터가 정방향으로도 180도 뒤집힌 방향으로도 적혀있다. 전원케이블 인렛과 파워스위치도 뒷패널의 상단에 배치해서 제품을 배치한 채로 굳이 움직이지 않고도 파워케이블을 교체하거나 전원을 온오프시킬 수 있다.


이외에도 본 제품에서 기본적으로 언급할 내용들만 해도 여럿이 남아있다. 알프스사의 RK27 소위 ‘빅 블루’ 포텐시오미터’를 사용한 볼륨이라든가, SPL 전용 Supra op앰프라든가, 그리고 입출력 인터페이스는 현존 단자 포맷을 모두 지원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제품의 구간별로 사용빈도를 감안한 기타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빼곡하다. 제품의 바닥면에도 두 개의 딥 스위치가 있는데 1은 헤드폰 게인, 2는 RCA 입력감도를 조절할 수 있다. 아마 모니터시 밸런스 입력과의 음압 혹은 음량조절을 위한 배려로 보인다. 그러면 어떤 소리를 들려주는 지 살펴보기로 한다.

 


사운드 품질

본 제품은 스피커와 같은 어쿠스틱을 재현하기 위한 목표를 담고 있다. 그리고 이 퍼포먼스가 꽤나 놀라웠다. 포니터 xe의 사운드 기조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겠다. 사운드 스타일이 첫 번째, 그리고 기능적 퍼포먼스가 그 다음. 이에 따라 여러 곡을 이 두 가지 측면에서 테스트해봐야 했는데, 처음 몇 곡을 시청하는 동안 앵글과 크로스피드를 변경해가며 차이를 비교해보았다. 곡에 따른 최적화 조합도 조금씩 달랐다. 예를 들면, 필자의 기준으로 잔향정보가 많은 음원의 경우는 앵글이 40도 이상으로 세팅했을 때 원곡의 품질이 잘 나타났으며 크로스피드 또한 3-4 단계 정도가 적당했다. 시청은 포컬의 스텔라와 유토피아 두 제품으로 비교했는데 두 제품의 품질은 생각보다 많은 차이가 있었지만, 제품의 공정한 평가를 위해 스텔라를 기준으로 시청을 했다. 맥북 프로에서 포니터 xe의 USB로 출력을 해서 타이달 MQA 등급 음원들로 시청했다.


기본적으로 본 제품의 사운드 스타일은 거침없다. 볼트에어기술의 양면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게인이 높을 때의 앰프에서 느껴지는 것과 유사한 팽압같은 게 있어서 긴장감이 돌 때가 있다. 하지만 그 한 편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정확한 앰프라는 게 시청음원을 늘려갈 수록 공통적으로 확연히 드러난다. 다이나믹스와 음색에서 그러하며 높은 음압으로 거침없지만 왜곡이 낀 소란스러운 순간은 발견하기 어렵다는 게 독특하다. 바람을 가득 넣은 타이어에서 전해오는 탄력과 특유의 안정감의 느낌이다.

 

Green Day - 21 Guns

그린데이의 ’21 Guns’ 는 기본적으로 과도하게 부풀지도 않고 고탄력 펀치와 분해력이 거침없이 쏟아지는 기조를 유지하는데 특이하게도 날뛰지 않고 소위 윤곽이 확인되는 구간내에서의 운행이 느껴지는 안정적 사운드가 들려온다. 50도 앵글에 크로스피드를 3정도만 줬는데도 놀라운 건 이 평범한 곡에서 좌우 분리와 입체감이 스피커를 뛰어넘는다는 사실이었다. 그것도 인위적인 입체음향과는 차원이 다른 홀로그래픽한 스테이징이 드라마틱하게 감싸온다. 고운 음색의 스타일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다이나믹스가 강렬하면서도 고급스럽게 그려진다는 점도 좋았다.

Smashing Pumpkins – Today

록음악을 또 하나 듣게 된다. 스매싱 펌킨스의 ‘Today’ 도입부의 섬세한 기타 프레이징은 헤드폰의 소리인지 앰프의 품질인지 잘 분간이 가지 않지만 매우 뛰어난 해상도로 새김이 깊은 묘사를 하고 있다. 그냥 같은 헤드폰을 맥북에 연결해서 시청한 것과 비교해보자면 저돌적 베이스가 깔리는 순간을 유심히 들어보면 디테일이 좀더 표면에 올라와서 보다 도전적이고 쇄도의 강도가 크다. 스트록과 입자의 주변을 둘러싼 공기층이 하나 더 생겨난 듯? 뭔가 버퍼링이 입혀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Diana Krall - Autumn In New York

다이아나 크롤의 ‘Autumn In New York’ 은 이 녹음 특유의 배경에 끓는 소리 잘 들린다. 해상도가 좋은 시스템에서 느껴지던 현상이 그대로 나오면서 거친 느낌을 이쁘게 만들지는 않는다. 스트레이트하고 직설적인 앰프, 이 곡에서 특히 스튜디오 출신의 면모가 언뜻 느껴졌다. 음원에 대한 노출은 대단하다. 이 곡의 베이스에서도 고급의 쾌감이 느껴진다. 헤드폰앰프를 쓰는 의미가 가장 크게 나타나는 부분이라 생각됐다. 미세신호를 잘 캐어내서 정확한 비율로 정교하게 확장시키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악기수와 음원정보가 늘어날 수록 대응력은 좀더 안정적으로 느껴진다. 오케스트레이션이 들어오면 시청자를 드라마틱하게 감싸며 입체감을 형성한다.

Pablo Beznosiuk - Bach Sonata No.1

파블로 베즈노시우크가 연주하는 바하 소나타 1번의 잔향이 정확하게 나타나서 특히 좋았다. 미학적으로 꾸며내고 듣기 좋게 만드는 음색이 아니라 가감없이 스트레이트하게 느껴지는 홀로그래픽한 잔향이다. 보윙의 묘사도 매우 디테일하지만 귀를 피곤하게 할 만큼이 결코 아니다. 이 곡을 들으며 생겨난 독일제의 인상? 그런 스타일이라는 게 시청을 계속 할 수록 느껴진다. 배경이 꽤 정숙하게 유지된다. 헤드폰만 괜찮은 걸 쓴다면 훌륭한 집중력을 발휘할 듯 싶었다.


밴 모리슨의 ‘Someone Like You’ 는 다소 이채로웠다. 특유의 포만감과 보송한 음색으로 채워진다기엔 상당히 거침없는 스타일이다. 아름답고 포근함이 아닌 다이나믹스가 사운드를 주도한다. 끓는 소리 음끝의 거친 느낌이 들었다.

약속시간이 다 됐다. 시간만 있다면 앵글과 크로스피드를 각각 다양하게 조합해보며 충분히 듣고 싶었다. 본 제품의 시청은 대학로 이어폰샵에서 진행했는데, 필자가 이 곳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주변에서 참 많은 얘기를 듣고 있던 곳이라 안에 들어와보니 이미 어느 정도 익숙한 기분이 되어있었다. 헤드폰 종류도 다양하고 별도 시청공간도 마련되어 있고, 필자처럼 대책없이 맥북 하나만 들고가도 시청을 하기 위한 다양한 변환단자와 케이블들이 준비되어 있다.


한가지 아쉬웠던 건, 이 정도의 인프라를 갖춘 대표적인 헤드폰 전문샵이라면 이제 레러펀스 스트리밍 플레이어 정도는 하나 갖추고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포니터 xe 정도의 제품과 기백만원하는 헤드폰들이 랙에 배치되어 있는 환경에 걸맞는 청취시스템이 완성될 것이다.


헤드폰 앰프의 의미

오디오파일 중에서도 헤드폰에 대한 시선의 스펙트럼은 꽤 넓어 보인다. 스피커 시스템 이력과 비례하지 않는 다소 다른 경로로 펼쳐져 있는 길이다. 헤드폰 이어폰이기 때문에 이동 중에 적당히 소리만 나면 된다는 미니멀한 생각부터 스피커가 무색한 막강한 얼터너티브로 칭송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좀더 객관적인 견해를 갖춰보자면 현재의 헤드폰이란 단지 스피커 시스템의 보조적인 수단에서 멈추지 않으며 헤드폰 또한 드라이브 혹은 콘트롤 시스템이 필요한, 장착용 스피커라는 인식이 필요해 보인다. 심각하게까지는 아니더라도 진지하게 고찰해보면 그렇다.


그런 이유로 감상용 등급으로 헤드폰을 격상시키는 헤드폰 앰프는 결정적이다. 헤드폰의 개념을 순간 점프업시킬 수도 있고 반대로 헤드폰 유저들로 하여금 스피커에 대한 생각의 지평을 넓혀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SPL 포니터 xe는 헤드폰 앰프를 자주 취급하거나 시청할 기회가 많지 않은 필자에게 꽤 감명깊은 제품이었다. 성능이 뛰어나거나 사운드가 다이나믹한 게 아니라 감명깊었다. 그것은 헤드폰 전문가가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스피커와 헤드폰 양쪽에 모두 정통한 선각이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시청한 이래 종종 생각이 떠오르는 포니터 xe는 어느새 갖고 싶은 제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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