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커 곳곳에 스민 혁신 '음악을 만드는 스피커'

조회수 2020. 12. 29. 11: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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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C Twenty5i 탐구 1편

2019년 초 영국 PMC의 플래그십 스피커 fenestria(페네스트리아)를 리뷰하다가 깜짝 놀랐다. 높이 170cm에 유닛이 총 6개나 달린 대형 스피커가 음악이 시작되자마자 감쪽 같이 사라진 것이다. PMC의 트레이드 마크인 ATL(Advanced Transmission Line)과 라미네어(Laminair) 벤트, 그리고 중고역 유닛을 수납한 파격적인 디자인의 알루미늄 하우징과 고층건물 제진설계에서 착안한 TMD(Tuned Mass Damper) 패널은 오로지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 투입된 듯했다. ‘재생음이 아니라 레코딩 현장음을 들어라’.

사실 아드리안 로더(Adrian Loader)와 피터 토마스(Peter Thomas)가 1991년에 PMC를 설립하게 된 것도 “음악에 담겨 있는 감정과 현장의 느낌을 착색과 왜곡 없이 전달하는 스피커”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이러한 이들의 이데아적인 바람이 마침내 결실을 맺은 것이 페네스트리아였고, 이에 투입된 빛나는 창의와 혁신, 기술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트리클다운한 것이 Twenty5와 Twenty5i 시리즈였다. 이들의 전신이라 할 TB2i Signature 모델을 한동안 집에서 썼던 필자가 보기에 Twenty5와 Twenty5i는 그냥 레벨이 다른 스피커들이다.


Twenty vs Twenty5, Twenty5i

우선 팩트부터 체크하자. PMC는 1997년 소형 스탠드마운트 스피커 TB1을 선보였다. ‘Tiny B’라서 TB였다. 2001년에는 이를 대체하는 TB2, 2005년과 2008년에는 업그레이드 버전 TB2+과 TB2i(i는 improved의 약자), 2010년에는 스페셜 버전 TB2i Signature가 등장했다. 시그니처는 모델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피터 토마스의 사인이 들어간 한정판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버전별로 트위터 진동판 재질과 그에 따른 소리성향이 달랐다는 점. TB2 때는 메탈 돔을 사용, “토템과 JBL의 고역을 닮았다. 음장 표현이 뛰어난 ‘영국산 미국 스피커’”라는 평을 받았다. 그러다 TB2i 버전이 되면서 다시 소프트 돔을 채택했고 이 때부터 ‘토널 밸런스 갑’이라는 상찬을 받았다. 메탈 돔의 차갑고 영혼 없는 소리는 싫지만, 그렇다고 일부 소프트 돔 트위터의 먹먹한 소리는 더욱 싫은 애호가들이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그러다 2011년 전혀 다른 폼의 2웨이 모델들이 나왔으니 그게 바로 Twenty(트웬티) 시리즈였다. 무엇보다 인클로저를 평행사변형 모양으로 뒤로 경사지게 한 점이 파격에 가까웠다. 드디어 타임 얼라인먼트에도 신경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ATL 출구가 전 모델 모두 전면으로 이동한 점도 큰 변화였다. 트위터의 경우, 소프트 돔 진동판은 유지했으나 명료도가 높아졌다는 평을 받았다.

2016년에는 또 한 번의 도약이라 할 Twenty5 시리즈가 나왔다. ATL 출구 디자인을 라미네어 벤트로 바꿔 배기 공기의 난반사를 완화했고, 미드우퍼 진동판을 25년만에 페이퍼에서복합 유리섬유 직조 콘(g-weave cone)으로 바꿔 강도를 높이고 무게는 줄였다. 기존 페이퍼 콘이 ATL과 커플링될 때 쉽게 변형되는 점을 개선한 것. 하지만 PMC의 마초 기질을 사랑했던 일부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음이 지나치게 섬세하고 여성적이어서 다소 실망했다는 반응도 잇따랐다.


Twenty5, Twenty5i 공동 키워드 1. ATL

PMC의 소형 스탠드마운트 스피커를 무심히 듣던 사람들 중 8할은 그 풍성하고 단단한 저역에 깜짝 놀란다. 심지어는 어디 서브우퍼를 숨겨놓았냐는 의심까지 한다. 이게 다 미드우퍼 후면파가 지나가는 음구를 길게 설계한 ATL 덕분이다. 필자는 지난 2018년 한국을 찾은 피터 토마스씨를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ATL과 관련해 직접 확인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PMC의 ATL은 예전 IMF 스피커의 트랜스미션 라인 설계에 큰 영향을 받았다. 피터 토마스씨는 1970년대 초에 쿼드 정전형 스피커와 IMF 트랜스미션 스피커를 사용했는데, 두 스피커 모두 저역 왜곡이 낮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후 피터 토마스씨는 트랜스미션 라인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후 직접 ATL을 만들게 됐다.

둘째. ATL은 PMC를 탄생케 한 주인공이다. 피터 토마스씨는 영국 캔터베리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뒤 1980년대 BBC 라디오에서 방송 장비를 선택, 점검, 보수하는 관리자로 일했다. 그러다 BBC 출신이자 스튜더 수입원의 엔지니어였던 애드리안 로더와 함께 ATL이 적용된 스피커를 개발, 5차례 테스트 끝에 BBC 인증을 받았으니 그게 바로 BB5다. 하지만 직원이 만든 스피커를 쓸 수 없다는 BBC 결정에 따라 피터 토마스씨는 BBC를 퇴사, 1991년에 PMC를 설립했다.

셋째. ATL과 트랜스미션 라인의 원리는 같다. 둘 모두 베이스를 컨트롤하는 기술인데, 100Hz 이상 주파수는 안에서 흡수하고 100Hz 이하 주파수는 그대로 통과시켜 포트(벤트)로 배출한다. 둘 모두 제2의 우퍼처럼 일을 하는 것. 이렇게 되면 우퍼의 부하가 적어져 왜곡이 줄어들고 유닛 자체가 작아지는 이점이 생긴다. 그러나 트랜스미션 라인은 100Hz 주변에서 응답특성이 고르지 않은 문제가 있다. 기존 우퍼 유닛을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저음의 양은 많아졌지만 속도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넷째. 이에 비해 PMC는 ATL에 맞춰 유닛을, 또 유닛에 맞춰 ATL을 설계한다는 점에서 트랜스미션 라인과 결정적인 차이를 보인다. PMC가 트랜스미션 라인 스피커보다 인클로저와 유닛을 훨씬 작게 만들 수 있는 배경이다.

그러면 현행 Twenty5i 시리즈의 5개 모델들은 구체적으로 ATL 길이가 얼마나 될까. 각 모델의 주파수응답특성 및 미드우퍼(26i의 경우 우퍼) 사이즈와 함께 비교해봤다.

Twenty5.21i : 46Hz~25kHz. 미드우퍼 5.5인치. ATL 1.72m

Twenty5.22i : 39Hz~25kHz. 미드우퍼 6.5인치. ATL 2m

Twenty5.23i : 28Hz~25kHz. 미드우퍼 5.5인치. ATL 2.4m

Twenty5.24i : 27Hz~25kHz. 미드우퍼 6.5인치. ATL 3m

Twenty5.26i : 27Hz~25kHz. 우퍼 6.5인치. ATL 3.3m


Twenty5, Twenty5i 공동 키워드 2. Laminair Vent

1955년생인 피터 토마스씨는 아들 자랑이 대단했다. 아들 올리버 토마스(Oliver Thomas)가 옥스포드대학에서 모터스포츠 엔지니어링을 전공했으며, 영국 레드불 레이싱 팀에서 엔진 쪽 엔지니어링 파트를 담당했다는 등 아들 칭찬이 끊이질 않는다. 그러면서 F1 레이싱카에 적용된 공기역학과 에어댐핑 기술에 놀라 이를 스피커에 도입하게 된 것이 바로 라미네어 벤트라는 설명도 잊지 않는다. 올리버 토마스는 현 PMC R&D 센터장이다.

이와 관련해 피터 토마스씨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벤트가 앞으로 온 것은 Twenty 때부터다. 사람들이 TV와 같은 위치에 놓일 수 있도록 스피커를 벽에 밀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DB1은 작은 북쉘프 스피커이기 때문에, ATL 길이를 확보하기 위해 뒤에 벤트가 나있다. 그리고 현재 PMC 스피커 벤트에는 모두 라미네어 기술이 베풀어져 있다. 이는 원활한 공기흐름을 위해 F1 레이싱 카 환기구에 적용된 에어 댐핑 기술인데, 차 바닥에서 생기는 와류(turbulence)를 막아줘 공기가 미끈하게 빠져나가게 해준다.”

“지난 2014년, 미국 LA의 캐피탈 스튜디오로부터 130dB라는 큰 소리를 낼 수 있는 스피커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이 왔다.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들어보니 벤트에서 엄청나게 큰 소리가 들렸다. 호기심에 소프트웨어를 돌려보니 정말 벤트 쪽에 난기류가 형성됨을 알 수 있었다. 그 때 아들 올리버가 F1 에어댐핑 기술을 적용해보자고 했던 것이고, 그 결과 왜곡이 확실히 줄어든 것이 확인돼 라미네어 벤트가 탄생하게 됐다. 라미네어 벤트는 이후 소형 스피커에도 적용되고 있다.”  


Twenty5, Twenty5i 공동 키워드 3. g-weave cone

미드우퍼 진동판이 25년만에 페이퍼에서 복합 유리섬유 직조 콘(g-weave cone)으로 바뀐 점도 Twenty5 시리즈 때부터 이어져온 키워드다. 새 콘을 통해 강도를 높이고 무게는 줄임으로써, 기존 페이퍼 콘이 ATL과 커플링될 때 쉽게 변형되는 점을 개선했다. 또한 마그넷과 보이스코일, 스파이더 등 유닛 모터 시스템을 개선, 이전 Twenty 시리즈보다 파워를 80% 이상 높였다. 음질적으로는 자연스러운 음색을 유지하면서도 저역이 단단해졌다는 것이 중평이다. 


Twenty5i만의 핵심 키워드 : New Tweeter, New Crossover Frequency

지금까지 살펴본 ATL과 라미네어 벤트, 미드우퍼는 2016년 Twenty5 시리즈 때부터 이어져온 PMC의 시그니처. 그러면 2020년 초에 등장한 Twenty5i 시리즈만의 특징은 무엇일까. Twenty5i 시리즈 개발 책임자인 토비 리들리(Toby Ridley)에 따르면 2018년에 나온 페네스트리아가 새 시리즈 탄생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구체적으로는 새 트위터의 채택, 트위터 플레이트와 그릴 디자인의 개선, 크로스오버 설계 변화, 이렇게 3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새 트위터다. PMC에 따르면 상위 팩트 시리즈의 트위터에서 트리클 다운한 유닛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이전 Twenty5 시리즈 트위터와는 직경부터가 다르다. 그리고 잘 아시는 대로 PMC는 노르웨이 제작사 시어스(SEAS)와 공동으로 개발한 트위터를 쓴다.

Twetnty5 : 27mm Twenty5 series SONOLEX fabric soft dome

Twenty5i : 19mm Twenty5i series SONOMEX fabric soft dome, with 34mm surround and dispersion grille

패브릭 돔 진동판의 직경이 27mm(1인치)에서 19mm(0.75인치)로 줄었고, 진동판을 감싸는 롤 서라운드가 추가되었다. 이로써 작은 돔은 소구경의 이점인 넓은 분산력을, 주변부의 롤 서라운드는 높은 출력을 생성하는 큰 드라이버 역할을 수행한다고. 마지막으로 자세히 보면 스윗 스팟을 넓히기 위해 그릴과 플레이트 디자인도 달라졌다.

이처럼 변화된 트위터는 필연적으로 크로스오버 설계의 변화도 초래했는데, 무엇보다 크로스오버 주파수가 Twenty5 시리즈의 1.8kHz에서 1.7kHz로 내려갔다. 큰 차이가 아니라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2웨이를 기본으로 한 Twenty 시리즈 특성상 트위터 하한이 어디까지 내려가는지는 아주 중요한 문제다. 특히 미드우퍼 입장에서는 내려간 상한 주파수까지만 커버하면 되기 때문에 보다 명료한 저역을 낼 수 있고, 이는 곧바로 저역의 해상력 상승으로 이어진다. 


총평

필자에게 PMC는 언제나 선망의 대상이자 추억의 한 자락을 차지한 주인공이다. 선망은 사내다움을 뿜뿜 발산하는 MB2se이고, 추억은 추운 겨울날 EL34 진공관 앰프에 물려 듣던 그 감칠맛 나던 TB2i 시그니처다. 특히 TB2i 시그니처를 운용할 때는 그 무늬목으로 쓴 ‘로즈 팔리산더’(Rose Palissandre)가 도대체 어떤 나무인지 몇시간이나 인터넷을 뒤적이던 기억이 새롭다.

벌써 10년이 흘렀다. 그 사이 PMC는 Twenty, Twenty5, Twenty5i로 쉼없이 진화를 해왔고, 그 지난한 과정은 소리로 보답받았다. 특히 미드우퍼 진동판 재질을 바꾸고 라미네이너 벤트를 채택한 Twenty5와, 트위터 수비범위를 넓혀 전체적인 대역 밸런스와 저역 해상도를 높인 Twenty5i는 이미 TB2i 시절과는 궤를 달리한다. 특히 Twenty5i 에는 주로 진동 및 공진 대책과 관련해 페네스트리아에서 이룬 빛나는 성취가 담겼다. “음악을 만드는 스피커”(The speakers that make music)라는 PMC의 슬로건은 가정에서도 점점 현실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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