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먀하의 그루브하게 열린 감성
야마하의 챌린지
야마하의 챌린지
정확하군요. 하지만 음악적이지 않은데요?
밀레니엄을 지난 어느 해, 야마하 제품을 평가한 유럽 평론가의 이 말은 야마하를 일대 혼란에 빠뜨렸을 것이다. 앰프가 정확하면 됐지 음악적인 건 또 뭐란 말인가? 자존심은 차치하고라도 글로벌 하이파이 시장에 입성하려던 오디오 브랜드로서의 야마하를 원점으로 돌리는 사건이었다. 2000년대 중반, 오디오 브랜드로서의 야마하의 위상은 이미 매우 높았다. 90년대 이래 전세계의 안방과 거실을 석권한 수많은 AV리시버들의 산실이었으며 지구촌 방방곡곡에서 사람들은 야마하 앰프로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들었다. 그런데 뭐가 음악적이지 않았을까? 이 장면을 좀더 가까이에서 살펴보면, 야마하 리시버로 음악을 들었던 사람들은 영화감상용 앰프의 연장 혹은 부가기능으로 음악을 들었을 것이다. 음악까지 좋게 들렸다면 바랄 게 없었겠지만, 그렇지 않다해서 야마하 리시버를 흉보거나 포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이들은 하이파이 그룹과는 조금 다른 이유로 야마하 앰프를 사용하고 있었을 뿐이다.
야마하는 음악감상전용 앰프를 새로 일으켜야 했다. 하지만 야마하가 하이파이 앰프 개발을 위해 맨땅에 헤딩을 할 브랜드는 아니었다. 미국 오디오계에서 하이엔드 운동이 일어나기 이전인 70년대 초반에 이미 클래스 A 증폭 방식 앰프를 완성시켰던 야마하는 리시버 앰프들 뒤쪽에 먼지가 쌓여가던 봉인된 상자를 다시 꺼내들었다. 이 때부터가 음악을 진지하게 시청하는 앰프로서의 야마하의 새로운 챌린지이자 실질적 시작이었다.
야마하 인프라
야마하가 최초의 클래스 A 앰프를 제작한 것도, 리시버 앰프 시장을 주도한 것도 모두 야마하 패밀리내에 반도체 부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야마하는 70년대의 시작부터 반도체 사업에 착수해서 전자악기용 칩과 AV앰프용 DSP, 그리고 출력 트랜지스터를 자체 생산했다. 일찌기 오르간과 피아노가 주도한 세계최대 악기제조사 부문과 모터사이클과 반도체 부문까지 영역을 넓힌 글로벌 브랜드로서 각 사업부문을 계열사로 분리시키지 않고 야마하 코포레이션(Yamaha Corporation)에 속한 여러 사업부제로 운영하는 대형 단일기업형태를 유지시켜왔다. 야마하가 인터내셔널 브랜드로 우뚝 선 상징적인 사건은 설립 200년을 앞두고 있던 유럽 피아노의 상징 뵈젠도르퍼를 흡수통합한 일이었다. 이로써 야마하는 이성적 기술 뿐만 아니라 클래식 연주의 감성까지 주도하는 지위를 확보했다. 그 새로운 시야에서 보니 하이파이를 끌어올리는 작업이 좀더 필연적으로 다가왔을 것으로 짐작되며 그게 야마하 A 라인업의 새로운 시작이 되었다.
야마하 A 라인업
본 제품을 시청실에서 몇 번 마주치면서 필자의 눈길을 끌었던 건, 벌써 6년이 되어가는 야마하 앰프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집에 도착한 박스를 보며 ‘웬 야마하?’라고 무심코 파워를 올렸던 필자는 놀라운 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리고 그 제품의 자료를 서둘러 찾아보는 중에 AB 클래스 증폭방식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바로 A-S3000 이었다. 야마하에서 그런 소리가 나온다는 것을 필자도 미처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후 다시 야마하는 종적을 감추었다. 그 스토리가 다시 이어진 건 재작년 5000시리즈 시연을 하면서부터였다. 플래그쉽 프로젝트였던 5000시리즈 - C5000/M5000/NS5000 - 는 약 6년만에 야마하의 A 라인업에 업버전을 출시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5000시리즈는 곧바로 A-S3200, 2200, 1200 3형제에게로 트리클 다운이 이어졌다.
A-S2200은 2000의 3세대 버전이며 A-S 라인업의 중앙에 위치하는 야마하의 주력 2채널 하이파이 전용 인티앰프이다. 다른 A-S 라인업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본 제품의 핵심설계는 제품설계에 14년을 투입한 플래그쉽 파워앰프 M5000의 핵심 포인트들을 대거 내려받았다. 제품의 인터페이스 등 제품스펙 관련 내용들은 굳이 말로 다시 옮기지 않으며 필자가 보는 본 제품의 주요 특징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본다.
자체제작하는 대형 트로이덜 트랜스와 대용량 커패시터들은 모두 납땜방식이 아닌 핀 모양의 브라스 러그로 연결되어 있다. 정면에서부터 뒤쪽으로 전원트랜스와 커패시터로 일렬로 이어지게 배열되어 상단을 별도 프레임으로 고정시키고 있다. 또한 본 제품은 이런 전원구조를 기반으로 입력에서 출력까지 풀 밸런스 구성으로 설계되었다.
본 제품을 특징짓는 대표적 설계로서, 전 신호경로에서 의욕적으로 저 임피던스 전송을 표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와이어링 케이블의 단면적도 대폭 확장되어 있다. 프리앰프단과 파워앰프단의 연결, 전원트랜스로부터의 그라운딩, 스피커 터미널로의 와이어링 등에 저 임피던스 전송이 구현되어 있다. 또한 출력단에는 자체생산하는 저임피던스 MOSFET을 특주해서 출력석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방식으로 본 제품은 8옴 기준 90와트의 출력을 낸다.
본 제품의 밸런스단은 특히 플로우팅 설계로 외부진동으로 보호되어 있으며, 전원트랜스를 중심으로 하는 파워서플라이와 커패시터는 전기적으로도 그렇지만 기계적으로도 다른 입출력단과 분리시킨 미캐니컬 그라운딩(Mechanical Grounding) 방식에 따라 제품의 중앙을 흐르는 섀시에 장착되어 있다. 트랜스의 하단은 황동 플레이트로 지지되어 열과 진동을 효율적으로 흡수하고 발산한다. 제품의 바닥을 지지하는 인슐레이터는 메인 섀시에 용접되어 고정시켰으며 외부는 크롬도금처리되어 2중 플로우팅 구조로 파워서플라이로부터의 중량을 지지하고 있으며 높이를 조절할 수 있다.
각 입력신호들이 상호 크로스톡으로부터 철저히 방지되어 있기도 하지만 출력 경로에서도 서로 다른 경로와 신호차폐가 이루어진다. 볼륨과 병렬로 작동하는 톤 콘트롤은 12시 방향 중립에 있을 때는 신호 흐름이 없다가 좌우로 가감을 하게 되면 릴레이가 딸깍 하고 떨어진다.
헤드폰 사용자에게 많은 배려가 되어있다. 역시 저 임피던스 신호 전송을 기반으로 출력단을 디스크리트로 구성하고 있으며 다른 입출력신호로부터 차폐시켜 헤드폰 출력에 단자를 꽂으면 스피커로 출력되는 신호가 단락된다.
본 제품의 각 노브는 알루미늄 재질로 일신했다. 노브 디자인도 올드스쿨을 기반으로 해서 정교하게 다듬었는데 외주제작하지 않고 야마하에서 직접 제작했다고 한다. 플라스틱으로 사출했던 2100 으로부터 큰 변화 중의 하나이다.
기본적으로 본 제품 라인업이 초기부터 지향했던 레트로 디자인이 억지스럽지 않게 잘 녹여져 있다. 형광색 VU 미터 니들도 눈에 뜨이지만 그 안쪽으로 살짝 보이는 황동의 노랗고 녹색인 칼라톤도 이쁘다. 측면 하이글로시 마감도 야마하 피아노에서 특별히 제작해주었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실버톤을 바탕으로 하는 레트로 디자인의 흐름이 정교한 아름다움을 주기도 하지만 몇 번 조작을 하면서 보니 전면패널 뒤쪽으로는 온통 견고해 보인다. 상단에 두 개의 큰 볼트가 전후 대칭을 이루고 있는 것 이외에는 거침없이 광활하다.
그 외에도 포노단은 MM/MC 입력을 모두 지원하며, 뒷 패널에서 프리아웃과 외부 프리입력을 동시에 지원하고 있다는 점도 특기할만하다. 소리를 들어본다.
사운드 품질
제품에 전원을 넣으면 딸까닥거리며 들려오는 소리가 유쾌하다. 이걸 시끄럽다거나 기계적이라고 해서 싫어하는 사용자라면 이미 본 제품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 로봇이 깨어나는 듯한 소리가 듣고싶어 찾아도 보기 힘든 근래의 앰프들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이다.
그렇게 시작되는 본 제품 사운드의 첫 인상은 깔끔하다는 점이다. 부드럽고 거칠고가 없이 딱 중립적인 마감의 느낌이다. 음악 몇 곡을 들으니 특징이 바로 나타난다. 단정하게 마무리되어 스피커 드라이브가 훌륭하다. 베이스가 깔끔히 떨어지는 재미가 있다. 여러 반경의 진동을 탄력있게 운동한 후에 신속히 제자리로 돌아온다.
6년전의 기억으로 거슬러가보면 야마하의 A-S 시리즈가 필자에게 어필했던 이유는 여러 지표들을 고루 만족시키는 버라이어티 때문이었다. 머리 속이 맑아지는 느낌을 줄 만큼 투명하고, 세세한 표현에 능하지만 분석적인데 치우쳐서 곡의 뉘앙스를 잃는 일이 없고 명료하지만 질감표현하는 일을 잊지 않는다. 약음을 들어보면 음의 마감에서 온기가 느껴지지만 두터운 스타일이 아니라서 진하거나 강한 컨트라스트를 만들어내는 스타일은 아니다. 이런 효과로 인해 음의 감촉이 끈적이지 않고 쾌적해서 좋다. 또한 오래 시청해도 열이 별로 나지 않는다. 제품의 시청은 다인오디오의 이보크 50과 오렌더의 A30으로 진행했으며, 이보크 50과 같은 중형급 플로어스탠딩 스피커를 드라이브하는 데 그리 부족함을 느낄 수 없었다. 용적이 더 큰 스피커도 크게 무리가 없어 보인다.
글로벌 야마하
야마하가 유럽의 평단에서 받은 평가는 쓰렸지만 그로 인한 결과물은 좋은 계기를 마련했다. 이 제품을 통해 몇 가지 대표적인 음악들을 들어보면 야마하는 오디오파일들이 알고있는 일본의 사운드에서 다소 비껴서 있음을 알 수 있다. 상위에 A-S3200 이 있고 그 위에 C5000 M5000 페어가 있어서 위로 갈 계단도 적당히 경로가 서 있다. 이미 야마하 A 클래스에 대해 알고있는 경우들이 많겠으며, 리시버나 미니 콤퍼넌트를 만드는 브랜드로만 야마하를 알고있는 경우라면 우선 오디오파일들이 전형적으로 듣고 있는 스피커들에 본 제품을 한 번 연결해보면 이해가 빠를 것으로 보인다. 모호함이란 없는 명쾌한 제품이다.
야마하가 표방하는 세 가지 프레임 - 그루브하고 열려있고 감성적인 - 이 잘 구현되었다고 생각된다. 필자가 이 앰프가 갖고싶어진 건 단순히 80년대 감성을 담고있는 패널 디자인 때문은 아니다. 앰프의 덕목을 잘 따라 만든 매우 훌륭한 앰프이다.
■ S P E C I F I C A T I O N
Maximum Power (4 ohms, 1kHz, 0.7% THD, for Europe) | 160 W + 160 W |
High Dynamic Power/Channel (8/6/4/2 ohms) | 105 / 135 / 190 / 220W |
Damping Factor | ≧ 250 (1 kHz, 8 ohms) |
Frequency Response | +0 / -3 dB (5 Hz-100 kHz) , +0 / -0.3 dB(20 Hz-20 kHz) |
RIAA Equalization Deviation | +/-0.5 dB (PHONO (MM/MC)) |
Dimensions (W x H x D) | 435×157×463 mm; 17-1/8" x 6-1/8" x 18-1/4" |
Weight | 22.7 kg(50.0 lbs) |
■ Receiver / Integrated Amplifier
Rated Output Power | [20 Hz-20 kHz, 0.07% THD] 90 W + 90 W (8 ohms), 150 W + 150 W (4 ohms) |
Total Harmonic Distortion (20Hz to 20kHz) | [Input 0.5 V] PHONO MC→LINE2 OUT: 0.02 % (1.2 mVrms), PHONO→LINE2 OUT: 0.005 % (1.2 Vrms), CD, etc./BAL→SP OUT: 0.035 % (50 W/8 ohms) |
Signal-to-Noise Ratio | PHONO MC: 90 db, PHONO MM: 96 dB, CD, etc.: 110 dB, BAL: 114 dB |
Input Sensitivity | [1 kHz, 100 W/8 ohms] PHONO MC: 150 uVrms/50 ohms, PHONO MM: 3.5 mVrms/47 kohms, CD, etc.: 200 mVrms/47 kohms, MAIN IN: 1 Vrms/47 kohms, BAL: 200 mVrms/100 kohms |
Transformer | 625VA (Toroidal) |
■ I M P O R T E R & P R I C E
수입원 | 야마하뮤직코리아 (02 - 3467 - 3300) |
가격 | 380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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