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날아갈 듯한 스마트 사운드타워

조회수 2020. 8. 31. 11: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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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son Benesch Eminence 스피커

위대한 A.C.T.

▲ 2012년 출시된 윌슨베네쉬 카디널

2012년 출시된 카디널의 위용은 대단했다. 90년대말 비숍이 등장했을 때의 그 심리적 경이의 정도를 뛰어넘었다. 그때는 다른 것 보다도 시청자를 외면한 채 돌아서있는 유닛이 도발적으로 보이기도 했지만 저렇게 해도 소리가 들리는건가? 싶었던 의구심이 더 컸다. 하지만 마치 새로 지은 초고층빌딩이 바꾸어 놓는 위계처럼 얼마전 카디널은 새로운 플래그쉽 에미넌스에게 왕관을 넘겨주어야 했다. 둘을 나란히 놓고 보았을 때, 디자인이나 제품 컨셉에서 그런 직속 구도가 느껴진다. 사실 윌슨 베네시의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윌슨 베네시로서는 내부적으로는 업데이트가 되지만 전체 글로벌 산업과 소재 부문에서 보았을 때 카본과 관련된 신기술의 기록이 경신되고 있는, 좀더 반경이 넓은 산업계의 진보라고 할 수 있다.

스피커 제조사로서 윌슨 베네시의 업적은 카본을 독선적 영역으로 편향시켜 파고들어간 게 아니라 보편화시켰다는 데 있다. 처음 필자가 A.C.T One을 시청했던 90년대 시점에서 필자에게 들려왔던 이 스피커는 정말 독특했다. 제대로 드라이브하는 방법도, 제 소리가 나오고 있는 지도 판단하기 어려울 만큼 낯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이로운 입체감 하나만으로도 오랫동안 뇌리에 남아 있게 되었다. 그래서 윌슨 베네시의 제품이 늘어갈 때마다, 하이엔드 스피커의 신기술이 확장되어감에 따라 A.C.T. One 이 얼마나 선도적인 존재였는 지 서서히 파악되었다. 탄소나노튜브와 알루미늄합금의 조합 - 인클로저 형태를 갖추고 있었지만 인클로저를 의식할 수 없는 경이적인 스피커였고 그 사운드 컨셉의 핵심에는 카본섬유기술이 스며들어 발휘되고 있었다.


잠시 환기시켜보면, 카본섬유의 미덕이란 고강도와 경량의 장점을 발휘해서 상대 에너지에 대한 뛰어난 물리적 관용도를 구현한다는 데 있다. 스피커에서는 진동에너지가 그 대상이다. 진동을 그냥 삭제시키는 개념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실제의 어쿠스틱을 위한 소재와 기술이다. 여하튼 윌슨 베네시는 안정적인 기조 위에 한편으로는 스피커 사이즈를 점점 키워가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다른 구조의 스피커를 생성하기도 했으며 그때마다 새로운 기술과 방식을 소재로 투입시켜왔고 그 30년 궤적의 맨 앞에 에미넌스가 우뚝 서 있다.


복합 구조물 에미넌스

10개의 유닛으로 구성된 2미터 높이 카본 모노코크 바디. 에미넌스를 시청한 이래 이 장대한 스피커의 구조를 파악하는 데도 시간이 좀 필요했기에 윌슨 베네시 홈페이지에 있는 제품소개 내용을 항목별로 이미지로 저장해 놓고 수시로 꺼내 읽어내려가기를 몇 번 반복하다 보니 에미넌스의 윤곽이 조금씩 파악되기 시작했다. 트위터를 제외한 모든 유닛의 구경이 7인치라는 배려가 된 건 다행이다. 그마저 사이즈를 조금씩 달리했다면 제작이나 디자인이 지금보다 복잡해졌겠지만, 제품을 파악하는 리뷰어 또한 난감했을 것이다. 이 장대한 스피커의 구조를 우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트위터와 미드레인지를 각 하나씩 세로 기둥의 중심에 두고 베이스를 위치상의 세 구간 - 하이 베이스, 로우 베이스, 아이소바릭 베이스 - 으로 나누어 각 위치마다 두 개씩 편성했다. 각 베이스간 대역은 크로스오버를 둔 것이 아니라 스피커 상의 물리적 높이와 방식에 따라 그렇게 구분을 하고 있어 보인다. 이렇게 파악을 시작하는 에미넌스의 유닛 구성, 내부 재질과 외부 마감, 전체 인클로저 구조와 어쿠스틱 등을 하나씩 살펴보자.

■ 유닛 구성

에미넌스는 총 10개의 유닛으로 전 대역을 구성하고 있다. 대역별로 보자면 스피커의 세로축의 거의 중앙 높이에 위치한 트위터로부터 시작된다. 1인치 구경 돔을 중심으로 바로 아래 미드레인지가 있고 그 나머지는 모두 듀얼 구성의 베이스 유닛들이다. 위치에 따라 트위터 위쪽 두 개는 하이 베이스, 미드레인지 아래 두 개는 로우 베이스, 그 아래 두 개는 안쪽에 마주보는 똑같은 유닛을 커플링한 아이소바릭 구조를 하고 있다. 트위터를 제외한 모든 유닛은 동일하게 7인치 구경으로 일관되어있다. 전 유닛은 일일히 개별 인클로저에 밀봉되어 있으며, 유일하게 맨 하단의 아이소바릭 4개의 유닛(전면에 두 개, 내부에 두 개)만 아래쪽 리플렉싱 홀을 두어 개방되어 있다.

■ 유닛 - 소재 & 기술
▲ (좌) 트위터 세미스피어(Semisphere) 패브릭 돔, (우) 택틱 3.0 드라이버

유닛의 소재와 기술은 본 제품의 핵심이다. 크게 보아 트위터는 세미스피어(Semisphere) 패브릭 돔이며 나머지 9개의 전 유닛은 윌슨 베네시 고유의 택틱 3.0 드라이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카본섬유와 실크를 섞어 짠 세계최초의 하이브리드 돔으로 기록되는 본 트위터는 네오디뮴 마그넷 시스템으로 드라이브된다. 소프트돔과 하드돔의 특성을 병행하기 위해 이질적인 두 소재를 혼합해서 고강도 시너지와 댐핑을 향상시키고 있다.


베이스와 미드레인지에 사용된 콘은 폴리머 중에서도 물성이 뛰어난 아이소택틱(isotactic) 폴리프로필렌로 제작되었는데 자체적으로 강도가 뛰어나며 외부진동에 대한 댐핑이 우수해서 미드레인지 이하의 대역에서 별도의 크로스오버를 생략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모든 유닛에는 윌슨 베네시가 얼마전부터 적극 반영하고 있는 피보나치 패턴이 투입되어 있는데, 트위터는 주변 페이스 플레이트, 미드레인지와 베이스에는 콘의 중앙 플레이트에서 이 독특한 기하학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카본섬유와 폴리머의 합성물을 3D 프린팅으로 제작한 이 피보나치 플레이트는 콘과 돔에서 발생한 윌슨 베네시의 고품질 어쿠스틱을 넓게 확장시키는 동시에 음이 소멸할 때까지 최적의 디퓨징으로 점감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 인클로저 - 구조 & 재질

유닛의 재질에서 시야를 넓혀서 본 스피커 전체의 재질 또한 다양한 복합 소재를 부위별로 조합시켜 제작되어 있다. 소재 뿐만 아니라 상하 및 전후좌우에 꽤나 복잡한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에미넌스의 구조를 살펴보면 전면배플에서 뒤쪽으로 가면서 좁아지는 구조를 하고 있다. 크게 보면 일체형 모노코크 프레임으로 성형한 4개의 바디를 전후방향으로 접합시킨 구조이다. 소위 A.C.T. 3ZERO라 칭하는 이 모노코크 바디는 윌슨 베네시의 FEA(Finite Element Analysis) 설계를 기반으로 중심에 고강도 코어를 두고 카본섬유를 샌드위치 겹패널로 붙여나간 구성을 하고 있다. 그래서 기존 A.C.T. 방식보다 강도 대비 댐핑 수치가 30% 향상되어 지금껏 가장 가볍고 강하며 댐핑이 강한 윌슨 베네시의 인클로저가 완성되었다.

맨 뒤쪽 꼬리 부분이 ‘등뼈’라고 칭하는 삼각기둥이다. ‘V’자 모양으로 에미넌스의 수평방향을 지지하기 위해 두터운 알루미늄 합금으로 제작되어 있다. 탄성이 뛰어난 특성으로 불필요한 잔향을 처리하는 전체 스피커의 댐핑빔 역할을 한다.


그 앞쪽으로 이어진 두 개의 바디가 스피커 측면을 구성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생겨난 내부 공간은 14mm 구경의 3개의 강철심이 수직방향으로 서로 당겨 진동을 억제시키도록 제작되어 있다. 윌슨 베네시의 다른 라인업에도 응용된 이 방식은 스피커벽을 두껍게 하지 않고도 인클로저를 내외부 진동으로부터 견고하게 유지시키며 제품의 중량을 최소화하는 윌슨 베네시 특유의 댐핑방식이다.

전면배플은 전체 인클로저에서 가장 두텁게 제작되어있으며 알루미늄합금을 코어로 해서 그라파이트로 마감시켰다. 에미넌스를 마주하고 자세히 살펴보면 양쪽 모서리를 곡면으로 디자인해서 흘러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물론, 평면에서 발생하는 스탠딩 웨이브를 제거하기 위한 디자인이다.


제품의 인클로저는 카본섬유를 꼬아서 만든 윌슨 베네시의 차세대 카본섬유 방식이다. A.C.T. 3ZERO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본 인클로저의 기본 플랫폼은 A.C.T. one 에 기반하고 있으며, 여기에 세계최초로 칼라 카본섬유 스피커인 A.C.T. One 이볼루션 P1의 컬러사출 방식이 전격투입되어있다. 고광택마감과 뛰어난 발색이 블랙톤으로 일관해오던 카본 스피커에 인테리어적 생명력을 불어넣어준다.


인클로저 디자인은 전후방향으로 직선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매끄러운 흐름을 따르고 있는데 기본적으로는 직선 스피커에서 발생하는 스탠딩웨이브를 소거하기 위한 디자인이며 제품의 원색칼라와 더불어 시각적으로도 편안함을 주는 구조를 하고 있다.

■ 바닥 & 정상

에미넌스가 플래그쉽인 이유로서 최신 기술은 물론 론칭시부터의 자사의 모든 기술이 철두철미하게 동원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제작사상은 제품의 말단까지 멈추지 않고 있어서 바닥은 물론 제품의 최상단에 이르기까지 저왜곡 어쿠스틱과 고도의 S/N비를 추구해서 제작되었다.


상기한 에미넌스의 첨단 인클로저는 제품의 맨 아래쪽에서 좀더 철저하게 마무리하고 있다. 유난스러울 정도로 그렇다. 2미터 높이의 이 장대한 스피커에게 있어서 이를 수직으로 지탱하는 서스펜션 시스템은 매우 중요한 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우선 무겁고 견고한 바닥을 마련했다. 통 알루미늄을 NC 가공으로 16시간 동안 깎아서 38kg 중량의 바닥 플레이트를 만든다. 마치 터키의 파묵칼레를 연상하듯 층층이 계단모양으로 굽이치는 디자인의 이 바닥 플레이트는 본체 인클로저와 접합되어 상기한 강철빔으로 수직방향으로 당겨진다. 여기까지가 플레이트의 위쪽 상황이고, 그 다음 아래쪽이 사실상의 본편이다. 바닥의 전용 스파이크 슈 내부에는 베어링이 들어있어서 스파이크 샤프트를 지지하게 된다. 최초 자사 턴테이블에 사용된 그 유명한 볼 베어링 ‘키네마틱 베어링’이다. 이런 설계를 통해 에미넌스는 145kg의 무게를 4개의 스파이크 각각 1밀리 미터의 접촉면으로 지탱하고 있다. 이 방식의 효과는 물론 상하공진의 최소화를 넘어 대부분 소멸시키는 데 있다.


제품의 상단은 전방을 향해 기울어져 있는데 A.C.T. 3ZERO 인클로저 방식의 연장으로 카본 섬유 복합물로 제작되어 있다. 가상 그래픽 계측이 아니라 실제 목업 샘플을 제작해서 레이저 스캔을 통해 댐핑과 공진방지에 최적의 디자인으로 제작되었다. 평면이 아니고 기울어진 이유 또한 이런 슬림하게 높은 제품 디자인에 대한 정답이 된다.

■ 구성 & 구조

에미넌스는 2.5 웨이 구성이다. 그러니까 트위터와 미드레인지, 그리고 우퍼 이렇게 세 구간의 대역이 크로스오버 된다. 전술했듯이 트위터와 미드레인지 이외의 모든 우퍼유닛은 크로스오버를 거치지 않고 앰프와 직결되어 동작한다. 얼핏 고전적인 관념으로 보아서는 이 규모라면 멀티앰핑을 떠올리는 오디오파일들이 많을 법한 구성이지만 그럴 리 없이 제작했다. 스피커 터미널도 그냥 바이와이어링 디자인이다. 공칭임피던스가 4.5 Ω - 드라이브가 어렵다기보다는 대전류의 원만한 공급이 관건인 스펙으로 느껴진다.


음악을 하나씩 듣기 시작하면서 관찰을 해보면 에미넌스의 정체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요컨대 제품의 폭이 30센티미터를 넘지 않는 슬림한 캐비닛으로 아래로는 24Hz까지 내려가는 초저역을 재생하면서 전체 대역에 위화감없는 코히어언트 소스를 달성하기 위해 에미넌스는 베이스를 상하로 원격 분리시켜 배치했다. 가상동축 구조는 아니지만, 그래서 마치 상하 2미터 구경을 갖는 거대한 우퍼의 퍼포먼스를 발휘하도록 설계된 것으로 보인다. 음악을 하나씩 들어보자.


사운드 품질

▲ 지난 2018 뮌헨 오디오쇼에 전시되었던 윌슨베네쉬 에미넌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신품 상태에서는 제 소리가 나오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베이스가 의외로 잘 풀려있었지만 음색은 아직 풀 퍼포먼스를 펼치지는 못하고 있는 듯 다소 심심하게 느껴졌다. 또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아직 위치를 정확히 잡기 이전이라 스파이크를 내리지 않고 휠이 달린 전용 플레이트에 올려놓은 상태로 시청했다. 키네틱 베어링이 실력발휘를 하지 못한 채 시청해야 했다. 이런 정황들을 감안해서 시청한 이 제품의 사운드 품질, 스타일을 하나씩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 베이스 일체감

베이스의 품질을 따지기 이전에, 이 스피커의 경이로움 중의 하나가 장장 8개의 베이스 유닛이 의식할 수 없이 일체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냥 한 개의 유닛, 그것도 굼뜬 대구경 우퍼가 아니라 산뜻하다고 할 만큼 경쾌한 동작을 하는 유닛의 느낌이다. 그래서 낮은 음이나 다이나믹스를 특징으로 하는 곡을 듣게 되면 과연 드라마틱하다. 쉽게 나오는 베이스가 광활하고 거대한 양감을 순간적으로 뿌렸다가 거두었다가 하는 경이로움을 느낀다.

Dua Lipa - Break My Heart
두아 리파의 ‘Break My Heart’에서는 굉장한 베이스가 나온다. 양적으로나 다이나믹스나 대역의 깊이면에서 공히 그렇다. 순간이동, 혹은 사이즈를 마음대로 키웠다 줄였다 하는 거인처럼 이 수많은 유닛이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게 놀랍다. 위켄드의 ‘Blinding Lights’의 베이스 그루브가 역동적으로 느껴지는 순간은 과연 거대한 스피커의 존재감이 느껴진다. 다른 대역과 선명하게 분리되어 보컬과 건반의 음상이 컴팩트하고 엷게 나타난다. 약간 콘트라스트가 덜한 느낌은 아직 스피커의 소리가 충분히 터지지 않고 있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자연스럽고 섬세한 프레즌테이션이 펼쳐지지만 이미징이 좀더 입체적으로 굴곡과 대비가 생겨나야 할 것 같았다.
■ 트랜지언트

베이스의 일체감을 근거로 해서 상위대역과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는 순간은 에미넌스의 좀더 심화된 품질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급격한 옥타브와 악기 규모의 변화에 대응하는 순간이 민첩하고 안정적이어서 마치 광대역을 품은 소형 스피커의 동작을 보는 듯 싶다. 실제로 그런 스피커는 본 적이 없지만 말이다.

Pictures at an Exhibition: XIV. The Hut on Fowl's Legs (Baba-Yagá)
필립 조르당이 파리 국립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전람회의 그림’ 중에서 ‘Hut On BabaYaga’에서의 정확한 지점에 꽂혀오는 듯한 민첩성과 뛰어난 순발력이 돋보인다. 끝이 없는 공간 속에 광활한 왕복이 가능할 것 같은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다만, 권위감을 주장한다거나 극한까지 작열시키는 모습은 아직 조금 부족해 보인다. 윌슨 베네시가 자극적인 트랜지언트로 어필하지는 않지만 이보다는 좀더 낙차가 큰 트랜지언트가 나와야 할 것 같다. 마지막 곡 키에프의 문 도입부에서 슬램을 쿵 하고 내려찍는 순간도 좀더 강렬했으면 싶었다.
The Brand New Heavies - You Are The Universe
브랜드 뉴 헤비스의 ‘You Are the Universe’에서 다이나믹은 호쾌하고 정확해서 베이스 비트가 눈앞에 떠오르는 듯한 착각이 든다. 다만, 아직 풀스윙을 하고 있지는 않는 듯해서 왕복구간이 충분하지 않게 느껴진다.
■ 홀로그래픽 이미징

윌슨 베네시의 가장 큰 사운드 시그너춰가 뭐냐고 묻는다면 망설임없이 실제와 혼동될 만큼의 입체감이라고 할 것이다. 아직 몸이 덜 풀린 상태로 보이는 중에서 2미터 높이의 이 스피커는 순간 사라져 있곤 한다. 특별한 곡이 아니라면 소리가 나오는 순간 모두 스피커의 뒤로 간다. 높은 음도 앞으로 나오는 소리가 하나도 없다.

Adele - Hello
아델이 부르는 ‘Hello’ 도입부 피아노의 울림이 입체적으로 들려온다. 정교한 하모닉스가 일일이 잘 느껴진다. 보컬의 입에서 소리가 나오기 시작하자 이미징이 입체적으로 떠오르기도 하지만 시청공간에 아델이 그대로 서 있는 듯한 상황으로 만든다. 에너지의 왕복이 커지면 마치 필터링을 하듯 그라데이션을 만들어낸다.
Diana Krall - How Insensitive
다이아나 크롤의 ‘How Insensitive’처럼 운신의 폭이 크지 않은 곡들이 향후 확장된 다른 곡들의 품질이라 대입해서 보면 이미징이 대단히 정교하게 입체적으로 떠오른다. 공기의 흐름까지 느껴지는 홀로그래픽한 이미징이다. 뭔가 큰 구조물 중에 있는 작은 운동이랄까? 베이스의 탄력과 마감, 여운이 단정하면서도 상당히 감미롭다. 피아노와 기타의 끝이 잘 빛난다. 잘 뻗쳐올라가는 대역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Shostakovich Under Stalin’s Shadow : Symphon n.5 / Andris Nelsons, BSO (Studio Masters) 2016
안드리스 넬슨스가 지휘하는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3악장은 아직 굴곡이 크지 않지만 찰랑대는 현악기의 마감을 섬세하고 사실으로 들려준다. 입체감을 특성 위주로 하는 연주가 아니지만 악단의 음색과 연주하는 모습이 섬세한 떨림의 집합으로 느껴지며 눈 앞에 서서히 떠오른다. 음상이 꽤 독특하게 맺힌다. 스피커와 완전히 동떨어져서 뒤쪽 멀찍이 일어나는 일을보고 있는 듯하다.
Helene Grimaud Brahms: Piano Concerto No. 1 in D Minor, Op. 15 - 2. Adagio (Live)
엘렌 그리모가 연주하는 브람스 협주곡 2번 1악장의 독주가 마친 후 등장하는 오케스트라에서도 그렇다. 뒤쪽으로 많이 들어가는 깊이있는 스테이징은 독특한 고유의 영역이다. 일반 스피커들이 넘볼 수 없는 독특한 스테이징이다.
■ 세부묘사력

홀로그래픽한 현장구현력과 더불어 윌슨 베네시를 특징짓는 특성으로서 왜곡이 없는 고충실도 묘사력 또한 에미넌스의 특별함 중의 하나이다. 선예도를 주장하거나 시청자가 의식하게 하는 일 없이 자연스러운 스트록으로 음원에 있는 정보를 왜곡없이 빼곡이 드러낸다.

Helene Grimaud Brahms: Piano Concerto No. 1 in D Minor, Op. 15 - 2. Adagio (Live)
엘렌 그리모가 연주하는 브람스 협주곡 2번 1악장은 약하고 가늘다. 전체적으로 뭔가 터지지 않고있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요소둘이 그대로 다 나온다. 스피드가 순간 올라가도 피아노 건반이 낱낱이 구분되어 들리며 마치 슬로우모션으로 이어지는 장면을 보는 듯 화면이 세세히 연결된다. 대단히 섬세한 스피커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대바라지게 표현하지 않고 들릴 소리를 다 들리게 해준다.
■ 광대역

에미넌스가 하위 모델들에 비해 우위에 있는 영역 중의 하나로서 광대역을 빠뜨릴 수 없다. 낮은 대역 응답이 24Hz - 피아노의 마지막 옥타브의 절반, 파이프 오르간의 거의 끝까지 들을 수 있다.

Saint-Saëns: Symphony No.3 In C Minor, Op.78 "Organ Symphony" - 1b. Poco adagio
사이먼 프레스턴이 연주하는 생상의 교향곡 3번 ‘오르간’의 1b 악장 포코 아다지오 도입부의 깊은 바다의 흐름과 같은 낮은 저음은 들리는 시스템과 아닌 시스템이 구분되어 있다. 에미넌스의 큰 의미 중의 하나는 이런 곡을 첫 부분부터 풀 대역과 연주의 디테일을 체험할 수 있다는 데 있다.
Eiji Oue - Copland: Fanfare for the Common Man, Appalachian Spring & Symphony No. 3
에이지 우가 지휘하는 코플랜드의 ‘보통 사람들을 위한 팡파레’가 되니 다이나믹스가 조금씩 터지기 시작하며 초저역도 좀더 깊게 내려가고 있었다. 시청을 시작한 지 시간이 조금 지나기도 했지만 제품의 스레숄드를 넘어서고 있는 듯 싶었다. 대음량을 연속으로 이끌어 유지하면서도 파워풀하면서도 정교하다. 기본적으로 낮은 음의 일체감이 이 사라진 스피커의 존재감을 또렷하게 해주고 있다. 한편으로 대역밸런스가 안정적으로 잘 갖춰져 있고 금관악기의 높은 음이 앞으로 쏟아져 나오는 일이 없다는 점도 미덕으로 느껴진다.
※ 위 유튜브영상은 리뷰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영상이며 실제 리뷰어가 사용한 음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전술했듯이 아직 제품이 충분히 풀려있지 않은 듯 싶었고 지금의 위치가 최적이 아닌 듯한 생각도 들었다. 스피커를 바닥에 완전히 내려놓지 않은 상태이기도 하고, 향후 베이스가 원활히 나오고 낮은 중역대에서의 특정 대역에서 에너지가 도드라진다던가 하는 현상은 덜해지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그런 채로의 시청으로도 상기와 같은 결과가 느껴졌다. 시청공간은 충분해 보이지만 이 스피커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좀더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는 여지가 필요해 보인다. 이 스피커를 가장 먼저 리뷰한 TAS의 로버트 할리는 3개월 시청을 한 후에 리포트를 했다. 필자 또한 시간이 조금 지난 이후에 다시 한 번 시청해 볼 기회를 갖고자 한다.


스마트 사운드 타워

종종 윌슨 베네시 제품의 리뷰시에 언급하는 바, 윌슨 베네시의 성장동력은 특별하고 안정적이며 지원 인프라 자체가 포트폴리오 성격을 갖추고 있다. 전체 R&D 예산의 50%를 정부가 지원하고 있으며 영국의 국영사업체와 국책연구소, 기타 영국 유수의 소재공학자들이 기술지원을 하고 있다. 단순한 영국의 단일 기업체가 아니라 필자가 알고 있는 글로벌 강소기업의 성공모델이라는 관점은 오디오 브랜드 윌슨 베네시를 좀더 특별하게 한다. 대한민국 토종 오디오 브랜드들과 정부기관이 눈여겨 봐야 할 브랜드가 아닐까 싶다.


에미넌스를 보고 있자니 스피커라는 표현이 조금씩 바뀌어야 할 때가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즉흥적인 기분이 아니라 스피커라고 일괄하기에는 에미넌스는 너무 많은 것을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재와 구조공학을 기반으로 대역별로 다른 특성을 출구에서의 어쿠스틱적 일체화, 음의 자연스러운 생성과 소멸에 대한 물리적 접근, 낮은 대역의 구현에 대한 새로운 한 걸음, 그리고 현장음과 오디오적인 음에 대한 이상적 배합 등 사운드의 이상향에 근접한 이 스피커는 스마트 사운드 타워라는 표현이 어울려 보인다. 다만, 이 스피커의 구사가 그리 간단치 않다. 그 다양하고 심오한 특성을 발현시키려면 사용자의 이해와 노력 또한 필요해 보인다. 이 타워를 움직이게 하는 앰프도 적당하고 알맞는 스펙의 제품을 신중히 골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천정이 높은 쾌적한 공간도 필요하다. 그런 조건을 갖춰주면 스텔스 전폭기 혹은 크루즈 미사일과 같은 가공할 위력으로 물리적 사운드를 움직이지만 듣는 사람에게는 극히 자연스러우며 스피커를 의식할 수 없게 확장되고 치밀한 구간을 나누어 서서히 사라지는 일급의 공간감과 어쿠스틱을 선사한다.


제품의 칼라 포트폴리오도 넓다. 기본 카본 마감 이외에도 나무목 마감과 칼라마감까지 총 12가지 마감을 폭넓게 선택할 수 있다.


S P E C I F I C A T I O N
DRIVERS 1x 25mm (1”) WB Fibonacci Hybrid Silk-Carbon Tweeter
2x 170mm (7”) WB Tactic 3.0 Bass High
1x 170 (7”) WB Tactic 3.0 Midrange
2x 170 (7”) WB Tactic 3.0 Bass Low
4x 170 (7”) WB Isobaric Drive System Bass Low
CONSTRUCTION Poly-Alloy Hybrid Construction
High Bass: High Performance Carbon Composite A.C.T. 3ZERO Monocoque (Sealed Enclosure)
Midrange: High Performance Carbon Composite A.C.T. 3ZERO
Monocoque (Sealed Enclosure)
Low Bass: High Performance Carbon Composite A.C.T. 3ZERO Monocoque (Sealed Enclosure)
Isobaric Drive System: High Performance Carbon Composite A.C.T. 3ZERO Monocoque (Ported Enclosure)
PERFORMANCE 2.5-way, floor standing loudspeaker
Impedance: 4.5Ω nominal
Sensitivity: 89dB at 1 metre on-axis, 2.83V input
Frequency response: 24Hz - 30kHz +/- 2dB on-axis
Minimum amplification power recommendation: 100 W / channel
DIMENSIONS Height: 199cm (78“)
Width: 28cm (11”)
Depth: 68cm (27”)
Weight per Channel: 145kg (320 lbs)
FINISHES Graphite Baffle, Spine & Foot
High Gloss 2x2 Twill Carbon Fibre A.C.T. 3ZERO Enclosure
High Gloss Angled Carbon Fibre Top
Bespoke Side Cheek Options - see FINISHES above
Bespoke P1 Carbon Fibre Options - see FINISHES above
I M P O R T E R & P R I C E
수입원 소리샵 (02 - 3446 - 7390)
가격 2억 5천 2백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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