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러 5번이 제대로 터진 8인치 혼 스피커
아름다움이 가진 자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일종의 법어였다. 일명 스님은 “어떻게 이런 가격대의 혼 스피커를 만드실 수 있었느냐?”는 필자의 우문에 이렇게 답했다. 지난 5월 일명 스님이 만든 최신 스피커 AM22를 처음 청음하러 간 자리였다. 그리고 최근 풀레인지 메인 시청실에서 다시 들어본 AM22는 오케스트라가 총력을 다해 음을 쏟아내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를 깨닫게 했다. 이 또한 아름다운 음이었다.
AM22 팩트 체크
AM22는 일명 스님이 주재하는 씨웨이브 어쿼스틱(SeaWave Acoustics)의 660만원짜리 신작 혼 스피커다. ‘살아있는 음악’(Alive Music)을 들려주는 ‘2웨이 2유닛’ 스피커라서 AM22라고 지었지만, 인클로저 상단에는 슈퍼 트위터가 있다. 고역은 컴프레션 드라이버 + 8인치 혼 조합이 책임지고, 중저역은 8인치 콘 타입 다이내믹 드라이버가 맡는다. 후면에는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와 싱글 와이어링 커넥터가 장착됐다.
외관에서 풍기는 AM22 첫 인상의 8할은 8인치 혼이 차지했다. 일명 스님은 1983년 PA 스피커를 만들 때부터 혼 스피커를 즐겨 제작해왔다. 지난해 5월 뮌헨국제오디오쇼에서 극찬을 받았던 플로티누스(Plotinus) 역시 혼 스피커였다. 혼을 생략한 2웨이 스탠드마운트 스피커 알레테이아(Alethia)가 오히려 예외였다. 2웨이 소형 스피커에 다시 혼과 컴프레이션 드라이버를 부활시킨 것이 바로 AM22이다.
다음은 일명 스님에게 직접 물어서 정리한 AM22의 신상명세다.
■ 슈퍼트위터 커버 대역 : 17kHz~35kHz
■ 인클로저와 혼 재질 : 주물 베이클라이트(Bakelite)
■ 컴프레션 드라이버 스펙 : 티타늄 진동판. 페라이트 마그넷. 가우스 2만. 감도 114dB
■ 커패시터 스펙 : 6N OCC 동박 커패시터. 20kHz 손실률 1000분의 1. 직접 제작
■ 코일 스펙 : 11AWG 두께의 6N OCC 구리 + 퍼멀로이 코어. 직접 제작
■ 저항 스펙 : 인덕터스(L), 커패시턴스(C) 측정불가. 직접 제작
■ 배선 방식 : 논 솔더링(Non Soldering). 선재와 부품을 70톤 무게로 압착 후 밀봉
■ 무게 : 27 kg
AM22 본격탐구 1. 컴프레션 드라이버 + 8인치 베이클라이트 혼
잘 아시는 대로, 혼은 과거 소출력 앰프 시절 음량을 키우기 위해 탄생했고, 컴프레션 챔버는 이 혼 시스템의 감도를 보다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핵심은 챔버의 출구가 진동판보다 좁다는 것인데, 이는 양날의 검일 수 있다. 일부 제작사에서 컴프레션 드라이버 대신 일반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쓰는 것도 이 컴프레션 챔버로 인해 진동판과 혼 출구(마우스) 사이의 거리가 저마다 다르고 이로 인해 위상 차이가 생긴다는 지적 때문이다.
그러나 일명 스님은 컴프레션 드라이버를 고집한다.
" 일부 메이커에서 컴프레션 드라이버 대신 일반 드라이버를 쓰는 것은 ‘메주를 담갔더니 벌레가 생기더라’ 는 이야기와 똑같습니다. 메주를 담그면 당연히 구더기가 생기지만 이를 극복해야 합니다. 아름다움에는 2가지 조건이 있어야 합니다. 테크닉과 에너지, 기교와 힘이죠. 컴프레션(압축)이 없으면 힘을 빼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음이 끝까지 뻗어나갈 수가 없습니다. "
" 그리고 소형 스피커에 혼이 들어가면 에너지 밸런스가 안맞을 수 있는데, 인덕터(코일) 저항 콘덴서(커패시터) 같은 네트워크 부품이 좋으면 가능합니다. AM22는 소형 정통 혼 스피커라 하겠습니다. "
AM22 본격탐구 2. 자체 제작 커패시터 + 코일 + 저항
필자가 보기에 AM22를 비롯해 씨웨이브 스피커들이 들려준 수준 높은 음의 비결은 네트워크 부품에 있다. 네트워크 회로는 스피커 각 드라이버가 전담할 수 있는 주파수를 잘라 공급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 네트워크 회로를 이루는 코일과 저항, 커패시터를 일명 스님이 직접 그것도 거의 끝판왕급으로 만든 것이다. 저항의 경우 대덕연구단지에서 테스트를 했는데, L값(인덕턴스)과 C값(커패시턴스)이 ‘측정불가’를 기록했다고 한다.
코일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하이엔드 스피커라고 해도 코일 선재 자체가 얇기 때문에 이 코일을 직선으로 펴면 길이가 무려 65m에 이른다. 음질에 좋을 리가 없다. 그래서 일명 스님은 공심 대신 투자율이 좋은 니켈 계열 합금인 퍼멀로이를 코어로 쓰고 6N 선재의 동선 두께를 파워케이블 수준인 11AWG로 늘려 길이를 10분의 1로 줄였다. AM22가 들려준 엄청난 저역의 펀치감과 에너지는 이렇게 내부저항을 대폭 낮춘 코일이 일등공신이다.
코일이 저역 품질을 좌우한다면 커패시터는 고역 품질을 책임진다. 커패시터는 기본적으로 하이패스(high-pass) 필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번 AM22 스피커에서 일명 스님이 가장 강조한 것도 커패시터였다.
" 코일을 3년 전에 완성하고 저항을 만든 다음 다시 3년에 걸쳐 이번에 커패시터를 만들었습니다. 고급이라고 평가받는 커패시터들도 자세히 보면 대부분 3차 배음, 즉 고역 앰비언스를 다 죽여놓고 있습니다. 앰비언스를 다 죽여놓았는데 어떻게 스피커에서 아름다운 소리가 나오겠습니까. 커패시터는 3가지가 중요합니다. 재료가 좋아야 하고, 얇은 박으로 만들어야 하며, 좋은 솜씨로 감아야 합니다. 이번 커패시터는 6N 동박으로 만들었는데, 20kHz에서 손실률이 1000분의 1밖에 안됩니다. "
AM22 본격탐구 3. 논 솔더링(Non Soldering)
배선에 일체의 납을 사용하지 않은 점도 씨웨이브 스피커들의 순결한 음에 크게 이바지했다. 이는 납이 구리나 은에 비해 전도율이 떨어지고 신호가 납땜을 통과할 때 음질에 치명적인 전압강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일명 스님은 대신 선재와 부품을 트위스트 결합해서 70톤 무게로 압착을 한 다음 실링(밀봉)을 했다. “100년이 지나도 공기가 들어가서는 안된다”는 것이 스님의 지론. 같은 맥락에서 저항 역시 순은 리드선을 은(silver) 접착제로 일일이 붙였다.
시청
AM22는 두 차례에 걸쳐 청음을 했다. 한 번은 지난 5월 씨웨이브 시청실에서 일명 스님이 제작한 80W 출력의 진공관 앰프로 들었고, 또 한 번은 지난 6월 풀레인지 시청실에서 솔리드 프리, 파워앰프로 들었다. 클라세의 Delta Pre(프리)와 Stereo(스테레오)다. 델타 스테레오 파워앰프의 경우 8옴에서 250W, 4옴에서 500W를 낸다. 소스기기는 오렌더의 A30을 활용했다.
씨웨이브 시청실에서 처음 들은 AM22 소리는 흐트러짐이 없고 색번짐이 사라진 음과, 뒷공간이 활짝 열린 무대를 선사했다. 한마디로 생물과도 같은 음이었다. 컴프레션 드라이버와 혼이 빚어낸 고역은 시원시원하고 카랑카랑했으며 음이 머뭇거리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셸리 만의 ‘Get Me To The Church On Time’에서는 드럼이 거의 전투적으로 생생한 실체를 드러냈다. 재즈를 듣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성악곡에서는 어느 대역, 어느 음량에서도 에너지를 잃지 않는 모습이 대단했다.
이 밖에도 많은 곡을 들었다. 카펜터스의 ‘Yesterday Once More’ 같은 소프트 팝에서도 AM22는 발군의 실력을 과시했다. 클럽 사운드가 폭발했던 ‘애쉬즈 오브 더 위크’에서 이렇게 갑자기 순한 양의 소프트 팝을 들려주는 AM22가 진정 야누스 같다. 게다가 필자가 아는 범위에서 AM22는 일명 스님이 만든 스피커 중에서 가장 싸다. 글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아름다운 소리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기 위해서”다.
혼 스피커라면 처음부터 거부감을 갖는 애호가들이 제법 많다. 하지만 필자가 들어본 AM22는 흔히 말하는 ‘혼티’는 전혀 없고 그냥 에너지만 차고 넘쳤다. 하지만 혼 드라이버의 감도가 114dB로 워낙 높은 만큼 매칭 앰프는 소출력이어도 노이즈가 무척 낮은 앰프를 골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소형 스탠드마운트 스피커로 말러 5번을 제대로 듣고 싶은 선량한 애호가들에게 일청을 권한다.
자세한 스펙사항은 추후 업데이트될 예정입니다.
인클로져 | 페트라이트, w8in, Horn sp |
무게 | 26.5kg (1EA) |
수입원 | 씨웨이브 어쿠스틱 (02 - 859 - 1950) |
가격 | 650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