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 멀티소스 플레이어의 터줏대감

조회수 2020. 6. 30. 10:4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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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 MP2000R MKII 네트워크 플레이어

T+A와 R시리즈

T+A는 독일 하노버공대에서 플라즈마 물리학과 전기음향을 전공한 지크프리드 암프트(Siegfried Amft)씨가 1978년 독일 북서부의 헤르포르트에 설립했다. 회사 이름 T+A는 독일어로 이론과 응용을 뜻하는 ‘Theorie und Anwendung’의 약자. 전기음향의 기술이론을 적극적으로 제품에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2017년 5월 T+A 헤르포르트 현지 공장을 방문했던 터라 더욱 애정하는 브랜드다. 2001년에 세워진 2층짜리 앰프 및 소스기기 공장, 1998년에 지어진 1층짜리 스피커 공장 모두 한 눈에 그 크기가 파악되지 않을 정도로 넓고 쾌적했다. 공장 내부 가는 곳마다 T+A가 그동안 받은 각종 오디오 트로피들이 빼곡한 점도 기억에 남는다.

▲ (좌) 독일 헤르포르트에 위치한 T+A 공장 전경

T+A의 시그니처는 HV(High Voltage) 테크놀로지다. 말 그대로 진공관 앰프로처럼 높은 전압을 트랜지스터 앰프에 흘려주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진공관 앰프의 대표 장점 중 하나인 리니어리티(linearity)를 확보한다는 것이 지크프리트 암프트씨의 설명. 실제로 HV 테크놀로지는 DC 300~400V 레일의 고전압을 트랜지스터 전압증폭단에 가하고 있다. 이에 비해 일반 트랜지스터 앰프는 80V 레일(+40V, -40V)에서 작동한다.


▲ HV 시리즈 라인업

플래그십은 2013년에 등장한 HV 시리즈. HV 테크놀로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섀시와 부품 등에 ‘묻지마’ 투자를 한 물량의 하이엔드 라인이다. 탱크 같은 외관과 대출력, 저왜곡, 초저노이즈가 특징. 그리고 이 HV 시리즈를 트리클 다운해 가격을 낮춘 라인이 바로 이번 시청기인 MP2000R MKII가 포진한 R 시리즈다.


하지만 R 시리즈의 역사는 HV 시리즈보다 훨씬 앞서서 1992년에 처음 나왔다. 이후 계속해서 업그레이드를 해오다가 HV 테크놀로지를 이식한 것이 현행 라인업인 것이다. T+A에서도 R 시리즈를 “가장 오래되고 가장 중요한 제품군”(T+A’s oldest and most important product group)이라고 밝히고 있다.


역대 R시리즈의 역대 출시 히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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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2년 : CD1200R(CDP), P1200R(프리앰프),
A1200R(파워앰프)
■ 1998년 : CD3000R(CDP)
■ 2010년 : G1260R(턴테이블)
■ 2012년 : P1260R(프리앰프), SACD1260R(SACD 플레
이어), MP1260R(뮤직플레이어)
■ 2015년 : MP2000R(CDP/플레이어), PA2000R(인티앰
프), PA2500R(인티앰프),
  G2000R(턴테이블)
■ 2016년 : MP2000R MKII(CDP/플레이어)
■ 2018년 : MP2500R(SACDP/플레이어)

현행 R 시리즈 라인업을 좀 더 살펴보면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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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2000R : 인티앰프. 8옴 100W, 4옴 200W. HV 테크
놀로지
■ PA2500R : 인티앰프. 8옴 140W, 4옴 280W, HV 테크
놀로지
■ MP2000R MKII : 멀티소스 플레이어. PCM 32/384,
DSD512, CDP
■ MP2500R : 멀티소스 SACD 플레이어. PCM 32/384,
DSD512, SACDP
■ G2000R : 턴테이블. 포노스테이지 모듈(PHE-G R) 장
착 가능

MP2000R MKII 기본 팩트 체크

MP2000R MKII는 CD재생을 포함한 멀티소스 플레이어다. 룬(Roon), 타이달, 코부즈 등의 다이렉트 네트워크 플레이, PCM 32비트/384kHz 및 DSD512 스펙의 DAC, FM 튜너, 인터넷 라디오, 블루투스, UPnP가 모두 가능하다. 2016년 MKII 버전이 되면서 새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통해 스트리밍 기능을 강화했고, 2018년에는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룬 레디(Roon Ready) 인증을 받았다.

외관을 보면, 상판에 내부 모습 일부를 볼 수 있는 큼지막한 유리 창이 눈길을 끈다. 전면 왼쪽에는 트레이 방식의 CD 플레이어가 장착됐고, 가운데에는 USB스틱 메모리 플레이를 위한 USB-A타입 단자가 마련됐다. CD 트레이는 알루미늄 재질로 동작이 상당히 매끄럽고 정숙했다. 이밖에 표시창과 컨트롤 노브를 비롯해 다양한 조작 버튼이 마련됐다. 물론 기본 제공되는 리모컨을 이용해도 된다.

후면에는 디지털 입력단으로 동축 2, 광 2, USB-B 1, 아날로그 출력단으로 RCA(2.2V)과 XLR(4.4V)이 1조씩 마련됐다. 이더넷 단자, FM 안테나 단자, 와이파이 안테나 단자, 그리고 USB스틱이나 외장 하드디스크 재생을 위한 USB-A타입 단자도 있다. 동축 단자를 통해 디지털 출력을 할 수 있는 점이 솔깃하다.


지원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는 타이달, 디저, 코부즈인데, 모두 UPnP/DLNA 방식으로 스마트폰에서 직접 재생할 수 있다. T+A 자체 앱인 뮤직네비게이터(MusicNavigator)를 이용해도 된다. FM 튜너는 87.5~108MHz를 모두 커버하며, 블루투스는 aptX 프로토콜을 채택했다. 헤드폰 출력과 볼륨단은 없다.


MP2000R MKII 설계 디자인

▲ T+A MP2000 MK2 내부사진

설계면에서는 32비트 델타 시그마 DAC 칩을 채널당 4개씩, 총 8개를 투입했다는 것과 DSD 컨버팅을 FPGA 프로세서를 통해 독자적으로 수행한다는 점이 돋보인다. 디지털 클럭은 일반적인 수정발진자(Quartz Crystal Oscillator)를 듀얼로 썼다. 하나는 44.1kHz 계열 신호(44.1, 88.2, 176.4, 352.8kHz), 다른 하나는 48kHz 계열 신호(48, 96, 192, 384kHz)에 각각 대응한다.

■ 더블 디퍼런셜 쿼드러플 DAC 회로

DAC 칩의 경우 버브라운(Burr-Brown)의 32비트 듀얼 스테레오 칩 PCM1795를 썼다. 따라서 채널당 총 8개 회로가 투입된 셈인데, T+A에서는 이를 ‘더블 디퍼런셜 쿼드러플 회로’(Double Differential Quadrupple Converter with 4 DACs per channel)라고 명명했다.

필자가 파악한 바로는,


1) ’쿼드러플’은 한 채널당 4개의 컨버터가 투입되었고,

2) ‘디퍼런셜’은 입력 디지털 신호가 각 컨버터에 밸런스 (+, -)로 들어오며,

3) ‘더블’은 이런 밸런스 회로가 DA 컨버팅과 I/V 변환회로에 연이어 적용된다는 의미다.

이처럼 다수의 DAC 칩을 뒷단인 I/V 변환회로까지 차동/밸런스 회로로 짤 경우, 다이내믹 레인지와 SN비, 리니어리티는 높아지고 왜율은 줄어든다. 일부 하이엔드 DAC에서도 이 ‘채널당 4개 칩’ 회로를 구사하고 있다. T+A에서는 더블 디퍼런셜 쿼드러플 설계로 노이즈가 6dB 줄어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이와 관련해 T+A 엔지니어 팀이 외국 오디오 리뷰 매체 ‘오디오스트림’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힌 바 있다. 참조하시기 바란다.

"Dual-Quadruple design essentially uses
eight discrete digital converters in a two-stage sequential,
fully-balanced configuration allowing six dB greater noise reduction
over the typical use of four converters for balanced operation."


"Dual-Quadruple 설계는 기본적으로 2 단계 순차 밸런스 구성으로 8개의 개별 디지털 컨버터를 사용하므로 균형 잡힌 작동을 위해
4개의 컨버터를 사용하는 것보다
6dB 더 큰 노이즈 감소가 가능합니다."

트루 1비트 DSD 컨버팅

DSD 컨버팅은 통상 DAC 칩이 PCM과 DSD 음원을 모두 컨버팅하는데 비해, MP2000R MKII는 T+A가 자체 설계한 트루 1비트 DSD 컨버팅(True 1 bit DSD Converting) 프로세스를 통해 이뤄진다. 이처럼 별도 프로세싱을 거치게 한 것은 칩 컨버팅 과정에서 디지털 필터와 노이즈 셰이핑 등이 일으키는 착색과 왜곡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또한 DSD는 컨버팅시 고주파 노이즈 제거가 필수인데 이를 한 칩에서 수행할 경우 PCM 음질까지 떨어진다는 것이 T+A의 설명이다.


오버샘플링 필터 4종

PCM 신호 컨버팅의 전초 단계라 할 오버샘플링은 DSP 파트에서 이뤄진다.

1) T+A가 FPGA로 설계한 56비트 프로세서를 통해,

2) 입력 PCM 신호를 8배 오버샘플링한 뒤,

3) DAC 파트로 넘겨주는 흐름이다.

그런데 MP2000R MKII는 오버샘플링(업샘플링) 필터를 유저가 선택할 수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업샘플링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FIR(Finite Impulse Response) 필터가 2종, T+A가 독자적으로 마련한 Bezier 필터가 2종, 이렇게 총 4종이다. T+A에 따르면 기존 FIR 필터의 문제점은 업샘플링 과정에서 음악신호 앞뒤에 에코(echo)를 만들어낸다는 것.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한 것이 Bezier 필터다.

** 오버샘플링 1번 필터 :표준 FIR 필터(Long FIR Filter). 왼쪽 그래프(주파수 도메인)를 보면 주파수응답특성이 상당히 리니어한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오른쪽 그래프(시간 도메인)를 보면 음악 신호 앞뒤로 에코가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 오버샘플링 2번 필터 :임펄스 개선 FIR 필터(Short FIR Filter). 1번 필터에 비해 리니어리티는 떨어졌지만(왼쪽) 에코 현상이 상당히 줄어들었다(오른쪽).


** 오버샘플링 3번 필터 :IIR(Infinite Impulse Response) 필터를 섞은 Bezier 필터. 리니어리티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지만(왼쪽), 특히 음악 신호 직전의 에코 현상이 거의 사라졌다(오른쪽). T+A는 이 3번 필터가 가장 아날로그에 가까운 음을 들려준다고 한다.

** 오버샘플링 4번 필터 :퓨어 Bezier 필터. IIR 필터를 배제한 순수 Bezier 필터로, 리니어리티 확보는 물론 음악 신호 앞뒤의 에코도 모두 사라졌음을 알 수 있다. T+A에 따르면 이 4번 필터가 가장 완벽히 원 신호를 복원한다고 한다.


cf. 업샘플링, FIR 필터

잘 아시는 대로 16비트/44.1kHz 디지털 신호는 지터 오류, 양자화(quantization) 오류, 샘플링 오류 등으로 인해 원본 아날로그 신호를 완벽히 복원할 수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업샘플링(upsampling)과 고해상도 음원이다.


업샘플링은 2배, 4배 같은 정수배는 물론이고 1.2배, 2.7배처럼 원하는 대로 샘플링 주파수를 높이는 것. 그리고 업샘플링을 위해 이용하는 대표적인 디지털 알고리즘이 바로 FIR 필터다. 이에 비해 오버샘플링(oversampling)은 AD나 DA 컨버팅 과정에서 이뤄지는 정수배 업샘플링에 한한다. 예를 들어 오버샘플링은 44.1kHz를 96kHz로 업샘플링을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업샘플링을 하는 이유는 AD 컨버팅 과정에 끼어든 디지털 노이즈(양자화 노이즈)를 최대한 없애주기 위해서다. 샘플레이트, 즉 44.1kHz 같은 샘플링 주파수가 더 촘촘하게 늘어나면(위 그림 왼쪽), 원본 디지털 신호에 있던 디지털 노이즈는 가로축(주파수)으로 확장되지만 세로축(전압)은 줄어든다(위 그림 오른쪽). 노이즈의 양(가로 x 세로)은 업샘플링 전후가 똑같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사각형 모양의 노이즈를 같은 면적의 직사각형으로 늘렸다고 보면 된다.


이 상태에서 DA 컨버팅이 끝난 후 아날로그 로우 패스(low pass) 필터를 걸어주면 가청영역대 밖의 고주파로 확산됐던(가로축으로 늘어났던) 디지털 노이즈가 마치 무자르듯 모조리 사라지게 된다. 더욱이 로우 패스 필터를 통과한 노이즈의 양도 업샘플링을 하지 않았을 때보다 훨씬 작아진(세로 전압이 낮아진) 상태다. 여기에 노이즈 셰이핑(Noise Shaping) 처리까지 하게 되면, 가청영역대에 그나마 남아있던 노이즈의 상당량이 또 가청영역대 밖으로 쫓겨나게 된다.


시청

풀레인지 메인시청실에서 이뤄진 시청에는 클라세의 Delta Pre 프리앰프와 Stereo 파워앰프, 포칼의 Scala Utopia EVO를 동원했다. 평소 감초처럼 등장하던 오렌더의 네트워크 뮤직서버 대신 시청기인 MP2000R MKII가 오롯이 네트워크 소스기기 역할을 다 했다. 음원은 룬(Roon)으로 주로 코부즈 스트리밍 음원을 들었고, CD 재생 성능 및 음질도 테스트했다.


첫 인상은 단단하고 다부진 음이라는 것. 그러면서도 ‘대놓고’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입자감이 고왔다. 매끄러운 소릿결과 풍부한 정보량으로 보면, 확실히 앞서 들었던 8 시리즈의 DAC 8 DSD보다 상급기다. 오히려 상위 HV 시리즈의 멀티소스 플레이어 MP3100 HV가 들려줬던 사운드에 가깝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밀리는 것은 다이내믹 레인지와 SN비 정도다.

Norah Jones ‘How I Weep, Flame Twin’(Pick Me Up Off The Floor. 룬 코부즈)

매번 새 오디오 기기를 테스트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첫 음이 가장 설렌다. 그리고 첫 음에 대한 인상이 거의 맞는다. 에이징이 안됐네, 매칭이 안좋네, 공간이 엉망이네, 이런 핑계와 변경을 둘러대봐도 원판과 기본 됨됨이는 바뀌지 않기 마련이다. MP2000R MKII로 들은 노라 존스의 신곡 ‘How I Weep’는 음수가 풍부하고 단단하다는 것이 첫 인상이었다. 다림질을 한 듯 매끈한 음이며 약간의 온기도 감지됐다. 다이내믹스와 분해능은 기본적으로 갖고 타고난 소스기기다. 또한 딥블랙의 배경이 느껴지는데 이는 채널당 4개 DAC 칩이 들어간 설계 덕분으로 봐야할 것이다. 이어 ‘Flame Twin’을 들어보면 역시 24비트 음원답게 피아노 음의 정보량이 무척 많았다. 마치 진공관 앰프로 듣는 듯한 풍성한 배음이 시청실을 가득 메웠다.

Claudio Abbado, Berliner Philharmoniker ‘Dies Irae, Tuba Mirum’(Mozart Requiem. 룬 코부즈)

‘디에스 이래’는 무대가 앞뒤로 입체적으로 펼쳐지는 가운데 남녀 합창단원들의 두께도 실감나서 크게 감탄했다. 이 곡에서도 상당히 곱고 매끄러운 음의 감촉을 만끽했다. 그러면서도 깨끗하고 윤곽선이 선명한 음, 구석구석에 힘이 가득 베어 있는 음이다. ‘투바 미룸’은 손에 꼽을 만큼 테너의 소릿결이 좋다. 리퀴드하고 딕션이 분명하다. 앞에 자리한 오케스트라 여린 반주음도 끝까지 추적해 남김없이 포획해 들려준다. 웰메이드 소스기기가 아니면 맛볼 수 없는 디테일과 표현력이다. 마지막에 등장한 소프라노 역시 무대 왼쪽으로 충분히 이동해 등장한다. 전체적으로 공간감과 정위감에 관련된 정보들을 뒷단인 프리앰프에 잘 넘겨주는 소스기기다.

Nils Lofgren ‘Keith Don’t Go’(Acoustic Live. 룬 코부즈)

무대 중앙에 선명히 등장한 기타의 모습에 거의 화들짝 놀랐다. 손가락과 현이 일으키는 마찰음마저 소름이 돋을 정도. 관객들의 웅성거리는 소음 역시 라이브 현장임을 웅변한다. 증발한 기기 노이즈, 전자파 노이즈 덕분에 순결한 음을 바로 앞에서 지켜보는 듯했다. 참으로 곱고 정숙한 음과 무대라 할 만하다. 무엇보다 수십 번은 들어봤을 이 곡의 보컬이 메마르거나 거칠지 않은 점이 마음에 든다. 전체적으로 싱싱하고 활기가 넘치며 정보량이 많다. 특히 배음이 풍부한 것을 보면, T+A의 아날로그 버퍼단 설계도 경지에 올랐음이 분명하다. 여전히 디지털스러운 예리함과 엄정함, 인위적인 구획정리의 느낌이 있지만 이는 무시해도 좋을 수준이다. 멀티 소스기기로서 만족도가 높다 하겠다.

Judas Priest, 'Metal Gods' (British Steel. CD)
Janos Starker ‘Once Upon More Beautiful Days’(Romantic Cello Favorites. CD)

첼로와 피아노의 위아래 위치가 확연한 가운데 피아노의 좌우 폭이 무척 넓게 느껴진다. 대역을 오르내리는 첼로의 수비범위도 넓은 편. 두 악기만으로도 무대가 꽉 찬다. 소스기기의 기본 책무라 할 음원에 담긴 정보량을 남김없이 긁어오고 있다는 증거다. 첼로의 저역 역시 스트리밍 재생시보다 1.5배 정도는 더 내려간다. 정숙도 역시 CD가 높다. 덕분에 보다 차분하고 쫀득한 음, 성기지 않고 밀도가 높은 음, 배경이 딥블랙으로 펼쳐진 음을 만끽했다. 이어 5번 트랙 ‘Fantasie Uber Kleinrussische Themen’을 들어보면, 절대음감을 갖고 태어난 아이처럼 한 음 한 음을 정확히 짚고 넘어간다. 색번짐이 완전히 사라진 말쑥한 음과 무대다. 엄정하고 정확한 소스기기이지만 때때로 푸딩처럼 야들야들한 속살을 보여주는 맛도 있다. CD 플레이어로서도 흠잡을 데가 없는 시청이었다.

※ 위 유튜브영상은 리뷰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영상이며 실제 리뷰어가 사용한 음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총평

MP2000R MKII를 조목조목 살펴보면서 필자의 디지털 소스기기 환경이 계속해서 오버랩됐다. 네트워크 렌더러(트랜스포트), DAC, CD 플레이어, 이렇게 3개 기기가 케이블로 엉켜있다. 렌더러와 DAC은 USB케이블, CD 플레이어와 DAC은 동축케이블로 연결됐고, 3개 기기에는 저마다 다른 메이커의 파워케이블이 꽂혀있다. 이점은 전원부 분리로 인해 전자파 노이즈가 각자 영역에 폐해를 주지 않는다는 점이고, 단점은 2개 케이블로 인한 정보량의 손실과 임피던스 매칭의 불완전함이다.


이런 맥락에서 MP2000R MKII는 하나의 섀시에 담긴 멀티 소스기기의 장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오디오 애호가들의 필수품이라 할 룬 네트워크 플레이가 되고, 코부즈와 타이달을 직접 스트리밍할 수 있으며, CD라는 피지컬 미디어를 곧바로 즐길 수 있다. 여차하면 PC파이도 할 수 있고, USB스틱 재생도 가능하다. 직접 테스트는 안했지만 aptX 블루투스도 언제든 출격할 수 있다. 관건은 음질이었는데 역시 T+A의 터줏대감다웠다. R 시리즈는 오디오 애호가들이 도달할 수 있는 현실계의 상한선이라고 본다.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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