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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인치 동축유닛이 아니면 들을 수 없는 음

조회수 2020. 6. 9. 11:0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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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오디오 F1-8 스피커

▲ Fyne Audio F1-8

영국의 ‘신예’ 파인오디오(FyneAudio)가 라인업을 착착 늘려가고 있다. 2018년 초에 등장한 ‘신예’이지만, 사실 설립 멤버들의 면면을 보면 오디오 경력이 총 200년이 넘는 베테랑들이 의기투합했다. 그것도 모두 탄노이 출신들이다. 때문에 이들이 동축 유닛을 자신들의 최대 시그니처로 들고 나왔을 때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집에서 탄노이 10인치 동축 유닛 스피커를 몇년 째 쓰고 있는 필자도 예외는 아니다.


이번 시청기는 올해 2월 출시된 따끈따끈한 신상 F1-8이다. ‘F1’은 파인오디오의 플래그십 라인이라는 뜻이고, ‘8’은 동축 유닛의 중저역(LF) 진동판 직경이 8인치라는 의미다. 함께 출시된 F1-5는 따라서 5인치 LF 유닛, 가장 먼저 등장한 F1-10은 10인치, 그 다음(2018년 2월)에 나온 F1-12는 12인치 LF 유닛을 썼다. 이밖에 F1-8에 투입된 기술들과 설계디자인을 꼼꼼히 살펴보니 한두 가지만 제외하면 파인오디오 플래그십 F1-12의 DNA를 모두 갖추고 있었다.


파인오디오와 동축 유닛

▲ Fyne Audio 의 마케팅 및 영업 관리자 Max Maud

필자는 지난 2018년 11월 파인오디오의 세일즈&마케팅 디렉터 맥스 모드(Max Maud)씨를 한국에서 인터뷰할 수 있었다. 한국 론칭을 맞아 이뤄진 인터뷰였는데, 그는 파인오디오 설립 멤버 5인 중 한 명이기도 했다. 탄노이에서는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일했다. 당시 인터뷰 메모 중에서 파인오디오와 F1 플래그십 라인에 대해 알 수 있는 핵심 내용을 정리했다. 필자가 직접 들은 내용이니 100% 팩트라고 믿으셔도 된다.


파인오디오는 탄노이 출신들이 세운 스코틀랜드 회사다 : 탄노이가 피인수되고 많은 변화가 있었고, ‘탄노이의 원래 생각을 이어갈 수 있는 회사를 만들자’는 생각에 폴 밀스 탄노이 연구소장과 맥스 모드씨 등 5명이 모여 설립했다. 이들 5명의 오디오 경력을 합치면 200년이 넘는다. 파인오디오에는 이들 외에 스코틀랜드 정부와 중국 상하이의 한 기업도 지분 참여를 했다.

▲ Loch Fyne

회사 이름 파인(Fyne)은 회사 인근 로크 파인(Loch Fyne)에서 따왔다 : 파인오디오 로고는 산과 호수를 상징한다. 본사가 영국 북쪽 글래스고 인근에 있는데, 이곳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호수인 로크 파인이 있다. 로크 파인 위스키 회사와도 마케팅 차원에서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파인오디오 플래그십 F1 시리즈와 그 밑의 F700 시리즈는 모두 영국 스코틀랜드 공장에서 제작된다 : 이에 비해 F500 시리즈 등 다른 라인은 중국 선천 인근 공장에서 만들어지는데, 그렇다고 OEM 방식은 아니다. 파인오디오가 이 공장의 지분 20%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 Fyne Audio의 동축 유닛 아이소플레어(IsoFlare) 구조

파인오디오의 동축 유닛 아이소플레어(IsoFlare)는 탄노이의 동축 유닛 듀얼 콘센트릭(Dual-Concentric)과 닮았으면서도 다르다 : 맥스 모드씨에 따르면 아이소플레어는 1947년에 나온 듀얼 콘센트릭을 개선했다. 무엇보다 고역 컴프레션 드라이버 개구부에 주름 구조를 집어넣어 지향특성을 크게 개선했다(F1-12, F-10)고 한다. 아이소플레어 유닛을 통해 파인오디오가 지향하는 음은 ‘맑은 저음, 점음원(point-source)의 정확한 음상 재현을 기반으로 한 정확한 사운드, 거짓(fake)이 없는 사운드’다.


F1 시리즈 동축 유닛이 배플보다 튀어나온 것은 왜곡을 줄이기 위해서다 : 안에 집어넣으면 아무래도 소리가 왜곡되기 때문이라는 게 맥스 모드씨의 설명. “(유닛이 약간 튀어 나온 이유는) 인간의 입을 연상하면 될 것”이라고도 했다.

▲ Fyne Audio의 베이스트랙스 트랙트릭스 (BassTrax Tractrix) 구조

F1 시리즈의 또다른 키워드는 베이스트랙스 트랙트릭스 (BassTrax Tractrix) 디퓨저다 : 스피커 바닥면의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로부터 저역 후면파가 내려오면 이 디퓨저를 통해 360도로 에너지가 방사된다. 스피커 세팅을 훨씬 유연하게 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 Fyne Audio의 다양한 라인업, (위) F1 시리즈, (아래) F700, F500, F300 시리즈

현재 파인오디오 라인업은 플래그십 F1 시리즈(F1-12, F1-10, F1-8, F1-5), F700 시리즈(F704, F703, F702, F701, F700), F500 시리즈(F502, F501, F500, F500C), F300 시리즈(F303, F302, F301, F300, F300C) 등으로 짜였다. 아이소플레어 동축 유닛은 F1, F700, F500 시리즈에만 투입됐고 F300 시리즈에는 전통적인 2웨이 스피커 제작방식이 베풀어졌다. F300 시리즈에는 베이스트랙스 트랙트릭스 설계도 제외됐다.


또하나 짚고 넘어갈 만한 것은 아이소플레어 동축 유닛의 서라운드 형상. 지금까지 F1 시리즈(F1-12, F1-10)에는 트윈 롤(Twin-roll), F700과 F500 시리즈에는 사선 모양으로 홈이 파인 파인플루트(FyneFlute) 방식이 적용됐다. 하지만 이번 시청기인 F1-8과 F1-5에는 파인플루트 서라운드가 적용돼 눈길을 끈다. F300 시리즈 중저역 유닛들에도 이 파인플루트 서라운드가 적용됐다.


F1-8, 팩트 체크

F1-8은 8인치(200mm) 아이소플레어 동축 유닛을 썼다. 즉, 8인치 멀티파이버 페이퍼 콘 저역 유닛 중심부에 1인치(25mm) 마그네슘 컴프레션 드라이버를 고역용 유닛으로 집어넣었다는 얘기다. 베이스 리플렉스 방식은 F1 시리즈답게 베이스트랙스 트랙트릭스 디퓨저를 이용한 다운파이어링 방식이며, 해당 디퓨저는 두터운 알루미늄 플린스 위에 장착됐다. 중저역 유닛의 서라운드에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파인플루트 홈이 새겨졌다.

실물을 보면 고급스러운 티가 역력하다. 키가 470mm로 스탠드마운트 스피커로서는 상당이 크며, 매끈하고 광택이 나는 피아노 글로스 마감이 고급스러움에 한몫을 하고 있다. 무늬목은 월넛과 호두나무를 섞어 썼고, 인클로저 재질은 자작나무 합판이다. 가로폭은 280mm, 안길이는 441mm, 무게는 15.2kg. F1-8과 F1-5, 그리고 F700 스탠드마운트 스피커에 쓸 수 있는 전용 스탠드 FS8도 함께 출시됐다.


스펙을 보면 공칭 임피던스가 8옴, 감도가 91dB, 주파수응답특성이 -6dB 기준 33Hz~34kHz를 보인다. 크로스오버는 1.8kHz에서 이뤄지는데, 중저역은 2차 오더(-12dB)의 로우패스 필터, 고역은 1차 오더(-6dB) 하이패스 필터를 활용했다. 저역용 저손실 적층 인덕터(코일)와 고역용 클래어리티캡(ClarityCap) 폴리프로필렌 커패시터, 그리고 네오텍(Neotech)의 PC-OCC 선재 등 크로스오버 부품들은 모두 극저온 처리를 했다.

한편 스피커케이블 커넥터는 금도금 WBT 넥스트젠(Nextgen) 바이와이어링 단자를 썼다. 특히 유닛 섀시와 연결된 접지단자가 하나 더 있어 이를 멀티탭이나 벽체 콘센트 등의 접지핀과 케이블로 연결할 경우 전자파 노이즈(EMI, RFI)를 효과적으로 없앨 수 있다.


F1-8 키워드 : 아이소플레어 동축유닛, 베이스트랙스 트랙트릭스 디퓨저, 파인플루트 서라운드, 프레즌스 컨트롤

필자가 꼽는 오디오의 최대 발명품 7가지는 증폭소자로서 진공관과 트랜지스터, 멀티웨이를 가능케 한 크로스오버, 앰프 출력을 비약적으로 높인 푸시풀 구동, 유입 노이즈를 줄인 밸런스 회로, 출력 신호 일부를 입력 신호에 되먹여 왜율을 줄인 네거티브 피드백, LP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한 이퀼라이징 커브, 그리고 동축(coaxial) 유닛이다.

▲ 12" 탄노이 모니터 블랙 초기모델

동축 유닛은 잘 아시는 대로 고역 유닛과 중저역 유닛의 중심축을 일치시켜 소위 점음원(point-source) 효과를 얻으려 한 유닛. 풀레인지 유닛의 재생 대역 한계를 극복하면서도 멀티 유닛의 위상 및 시간 오차 문제를 해결한 기막힌 발명품이라고 생각한다. 고역과 중저역 주파수가 같은 지점(축)에서 출발한 덕분이다. 그리고 이 동축 유닛을 처음 선보인 제작사가 탄노이, 그 주인공이 1947년 듀얼 콘센트릭 ‘모니터 블랙’(Monitor Black)이었다.

따라서 탄노이 출신들이 세운 파인오디오에도 동축 유닛이 보란듯이 적용됐는데, 이들은 이를 아이소플레어(IsoFlare)라고 명명했다. 처음 등장한 F1-10의 경우 10인치 펄티 파이버 페이퍼 콘 미드우퍼 한 가운데에 3인치 티타늄 컴프레션 돔 트위터가 박혔다. 이같은 구조 덕분에 가운데 웨이브 가이드를 통과한 고역 주파수는 미드우퍼 콘을 타고 중저역 주파수와 함께 방사된다. ‘아이소(Isotropic. 같은 방향) + 플레어(flare. 나팔)’라는 이름도 이래서 붙었다.


이같은 동축 유닛의 장점은 무엇보다 점음원에서 각 대역이 방사되기 때문에 위상 불일치라든가 시간 오차 등이 발생하기 힘들다는 것. 또한 각 대역이 동일한 나팔 모양 콘을 타고 방사되기 때문에 스위트 스폿에서 벗어나도 깨끗한 스테레오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또한 각 대역 주파수의 에너지가 크로스오버 주파수(F1-8의 경우 1.8kHz) 부근에 집중되기 때문에 룸 환경으로부터도 덜 영향을 받는다.

F1-8의 아이소플레어 동축 유닛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바깥쪽 8인치 미드우퍼는 주조 알루미늄 섀시(바스켓)에 담겼는데 측면에 노출된 섀시에는 가죽을 둘렀다. 미드우퍼 콘 재질은 자연스럽고 깨끗한 물성을 보이는 멀티 파이버 페이퍼(multi-fibre paper). 컴프레션 드라이버는 F1-12, F1-10(3인치 티타늄)과는 달리 1인치 마그네슘 진동판을 썼고 모터 시스템은 ‘동(copper) 보이스코일 + 알루미늄 포머 + 페라이트 마그넷’으로 이뤄졌다. 참고로 F1-12, F1-10은 캡톤 보이스코일에 알루미늄 포머, 네오디뮴 마그넷 구성이다. 고역 웨이브 가이드 디자인도 다르다.


F1-8을 비롯해 파인오디오 상위 모델들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저역 후면파에 대한 독특한 컨트롤 방식. 큰 그림으로 보면 인클로저 바닥면에 포트를 낸 베이스 리플렉스 방식이지만, 알루미늄 바닥 지지대(플린스) 가운데에 베이스트랙스 트랙트릭스(BassTrax Tractrix)라는 일종의 원추형 디퓨저를 설치해 포트에서 빠져나온 후면파를 360도로 방사시킨다. 한마디로 포트를 빠져나온 음파가 자연스럽게 삼지사방으로 퍼져나가는 설계다.

이같은 저역 컨트롤 방식은 여러 이점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정면파를 교란시키는 후면파를 바닥쪽에서 매끄럽게 분산시킬 수 있고, 동시에 스피커 세팅도 후면 포트 방식에 비해 훨씬 유연하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같은 여러 장점 때문인지 파인오디오에서는 베이스트랙스 디퓨저를 F1 시리즈 뿐만 아니라 F700, F500 시리즈에도 모두 적용하고 있다.


F1-8, F1-5를 상위 F1-12, F1-10과 구분짓는 것 중 하나가 위에서 몇차례 언급한 서라운드 디자인이다. F1 시리즈인데도 F700이나 F500 시리즈에서 보이는 파인플루트(FyneFlute) 방식이 적용됐는데, 미드우퍼 유닛 서라운드에 일정한 간격으로 홈을 새겼다. 파인오디오에 따르면 1) 이 홈들이 진동판의 에너지가 서라운드에 전이되는 것을 막아, 2) 그 결과 서라운드 고유의 공진과 착색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플로어 스탠딩 모델인 F1-12와 F1-10에는 이 기술을 더 고차원적으로 적용시킨 트윈 롤 패브릭 서라운드(twin roll fabric surround)가 베풀어졌다.

끝으로 살펴볼 것은 F1-8 배플 하단에 있는 알루미늄 노브. 파이오디오에서 프레즌스(Presence) 컨트롤 노브라고 명명한 것으로, 2.5kHz~5kHz 고역대의 음압을 최소 -3dB, 최대 3dB로 줄이거나 늘릴 수 있다. 이 역시 탄노이 상위 프레스티지 라인에서 채택된 유산으로 보인다. 시청시 실제 테스트를 해보니 노브를 최소로 둘 경우 무대가 뒤로 물러서며 편안한 음으로 바뀌지만 해상도가 다소 약해지는 모습, 최대로 둘 경우 악기들이 앞으로 다가서는 모습이 확연했다. 방 크기에 맞춰 컨트롤을 해도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시청

지금까지 파인오디오 스피커들을 몇차례 들어봤다. F1-10의 경우 전체적으로 맑고 깨끗하며 해상도가 높은 소리, 곡에 따라서는 양감과 질감 모두를 갖춘 힘있는 저역이 돋보이는 소리를 들려줬다. 음원이나 녹음 상태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아주 예민한 모습도 보였다. 8인치 아이소플레어 동축 유닛에 8인치 우퍼를 덧댄 F502의 경우 피라미드식 대역 밸런스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동축 설계 중고역 유닛들이 이미지를 핀포인트로 맺혀주는 모습이 대단했다.


이에 비해 동축 유닛 없이 MTM 유닛배치를 한 F303 모델의 경우, 파인오디오가 일반적인 유닛과 저역 컨트롤 방식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음을 들려줄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위감, 에너지감, SN비 등에서 가격대를 의심할 만한 음과 무대를 펼쳐보인 것. 하지만 동축 유닛 특유의 핀포인트 음상이나 거의 완벽에 가까운 대역 밸런스는 아쉬웠던 게 사실이다. 반대로 말하면 이는 파인오디오 스피커에서 아이소플레어 동축 유닛이 차지하는 지분이 그만큼 높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F1-8도 그랬다. 전체적으로 이보다 훨씬 큰 대형기에서 맛볼 수 있는 에너지감과 큰 스케일의 무대가 가장 큰 특징이지만, 동축 유닛을 채택한 모델답게 해상력과 이미지, 톤 밸런스에서 역시 F1 플래그십 시리즈다운 품격을 보였던 것이다. 음색은 어두운 쪽보다는 다소 밝은 쪽. F1-10과 굳이 비교하자면 저역의 타이트함 등에서만 밀렸을 뿐이다. 어쨌든 거의 모든 곡들을 좀스럽지 않고 호방하게 들려주는 점이 이 F1-8의 사운드 시그니처였다.


풀레인지 메인 시청실에서 진행된 시청에는 소스기기로 오렌더의 A100, 인티앰프로 유니슨 리서치의 Unico 150을 동원했다. 음원은 오렌더 앱으로 주로 타이달(Tidal) 스트리밍 음원을 들었다. F1-8의 프레즈슨 노브는 중간에 놓고 들었으며, 마지막 곡에서는 테스트를 위해 미니, 맥스로 번갈아 들었다.

Jacintha ‘Moon River’(Autumn Leaves)

피아노 글로스 마감에 따른 선입견과는 달리, 담백하고 깔끔한 음이 나왔다. 음의 윤곽선에 일체의 색번짐이 없는 전형적인 하이엔드 스피커 소리다. 무대 중앙에 맺힌 보컬과 피아노의 또렷한 음상은 역시 동축 유닛만의 특권. 여기에 스피커의 기본 완성도를 알 수 있는 배경의 정숙함까지 나무랄 데가 없다. 보컬의 소릿결이 매끄러운 점, 피아노 오른손 터치음이 단단한 점도 특징인데 이 스피커의 놀라운 가성비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라 존스의 ‘Don’t Know Why’는 음들이 유닛에서 시원시원하게 뛰쳐나오는 모습이 확연하다. 무대 또한 옹색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개인적으로는 8인치 동축 유닛이 전해주는 톤 밸런스가 마음에 들어 그냥 푹 빠져 들었다. 잉여저역? 그런 것은 걱정 안해도 되는 스피커다.

Claudio Abbado Berliner Philharmoniker ‘Dies Irae Tuba Mirum’(Mozart Requiem)

노라 존스가 어느 정도 앞으로 다가와 노래를 했던 데 비해, ’디에스 이래’는 무대가 상당히 뒤에서 펼쳐진다. 영미권에서 말하는 퍼스펙티브(perspective), 즉 원근감이 곡에 따라 정확히 반응한다는 증거다. 뒷공간이 활짝 열려 마치 무대를 위에서 내려다 보는 듯하다. 볼륨을 높여 다시 들어보면, 합창단원들의 세세한 발음과 각 성부의 음색이 보다 선명하게 관찰되고 브라스 악기들의 음압도 대폭 상승한다. 이보다 훨씬 큰 대형기를 연상시키는 음압이다. 이어 ‘투바 미룸’은 트롬본의 웅장하고 깊은 호흡, 온기 가득한 바리톤 음이 인상적. 4명의 성악가 모두 분명한 발음과 또렷한 형체를 선사한다. 전체적인 음색은 어두운 쪽보다는, 마치 스포트라이트를 쏘인 듯 약간 밝은 쪽이다. 페이퍼 콘과 마그네슘 컴프레션 드라이버가 빚어낸 저역, 중역, 고역의 밸런스가 기막히다.

Billie Eilish ‘Bad Guy’(Where We All Fall Asleep, Where Do We Go?)

거의 JBL 12인치 우퍼에서 터져나오는 듯한 저역이다. 음들이 필자에 와닿는 면적이 그만큼 넓다는 의미. 그러면서도 무대 어느 한 구석이 비는 모습은 발견되지 않는다. 진짜 대형기 소리를 듣는 것 같다. 빌리 아일리시가 숨을 들이마시고 입술을 다지는 기척과 마찰음은 기본. 한마디로 F1-8의 해상력과 노이즈 관리 능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 곡에서도 확인한 것은 이 스피커가 음들을 적극적으로 쏟아낸다는 것. 아쉬운 점이 있다면 드럼의 끝음이 약간 풀어지는 듯했다는 것인데, 댐핑에 문제는 없지만 좀 더 단단한 음이었으면 싶은 것이다. 하지만 정신이 번쩍 날 정도로 엄청난 에너지와 파워감이 이를 벌충하고도 남는다. 램 오브 갓의 ‘Ashes of the Wake’에서도 응축이나 생략과는 거리가 먼 재생음이 난무했다. 확실히 5인치나 6.5인치 우퍼로는 나올 수 없는 음과 무대다. 최소 3웨이 플로어스탠딩 스피커에서 맛볼 수 있는 그런 표면적의 음들이 밀려왔다.

Curtis Fuller ‘Oscalypso’(The Opener)

지금까지 F1-8의 프레즈슨 노브는 정가운데에 놓고 들었다. 2.5kHz~5kHz 대역에서 원래 음압대로 들었다는 얘기다. 이 곡 역시 처음에는 이 상태로 들었는데, 오른쪽에 드럼, 왼쪽에 트롬본과 색소폰이 약간 뒤로 몸을 뺀 상태로 자리를 잡는다. 각 악기들간의 앞뒤 레이어도 잘 구현되는 편. 특히 가운데 베이스의 존재감이 이 정도로 두드러지는 것은 아주 드문 경우다. 2분5초 무렵 등장한 색소폰의 음색은 거의 필자를 넉다운시켰다. 이 맛에 컴프레션 드라이버를 듣는 것인지도 모른다. 덩달아 드럼 림의 고음 표현도 장난이 아니다. 어쨌든 재생음이 좀스럽지 않고 호방한 것이야말로 이 스피커의 전체적인 사운드 시그니처라고 자신있게 증언할 수 있다. 프레즌스 노브를 맥스로 올리니 드럼이 어색하게 앞으로 들이대고, 미니로 낮추면 트롬본이 보다 편안하게 들리고 드럼은 뒤로 한걸음 정도 물러난다. 하지만 대신 음에 색번짐이 있고 고음은 싹둑 잘라진 듯한 변화를 보인다.


총평

오디오 제작사는 저마다 시그니처가 있다. 스피커 제작사만 따져봐도, 윌슨 베네시는 세미스피어 트위터와 택틱 드라이버, 아이소배릭 우퍼, 카본 인클로저, YG어쿠스틱스는 빌렛 돔 트위터와 밀폐형 알루미늄 인클로저, 타이달은 아큐톤 다이아몬드 트위터와 티라두르 인클로저, MBL은 라디알슈타랄러 무지향 유닛, 이런 식이다. 그리고 이런 시그니처에 따라 소리도 확확 바뀐다. 윌슨 베네시의 풍성하고 온기 있는 저역, YG어쿠스틱스의 정교한 음상과 부드러운 소릿결, 타이달의 단단하고 빠른 음, MBL의 탁 트인 무대와 스트레스 없는 음 등등.


그러면 파인오디오는? 단언컨대 아이소플레어 동축 유닛에서 터져나오는 또렷한 음상과 전 대역에 걸친 톤과 음압 밸런스라 할 수 있다. 이번 F1-8은 8인치 미드우퍼와 스탠드마운트라고 하기에는 제법 큰 내부용적 덕분에 저역의 양감과 에너지감이 돋보였다. 다운파이어링 포트 밑에 설치된 원추형 디퓨저도 이들의 시그니처이지만 체감상 이들의 존재감을 느끼긴 어렵다. 달리 생각하면 그만큼 자연스럽게 저역 튜닝을 하고 있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이 스피커가 들려준 호방하고 시원시원한 음의 세계가 지금도 귓전을 때린다. 8인치 동축 유닛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그런 음과 무대였다.


S P E C I F I C A T I O N

System Type 2 way, downwards firing port, with BassTrax Tractrix diffuser
Recommended amplifier power (Watt RMS) 30 - 180
Peak power handling (Watt) 360
Continuous power handling (Watt RMS) 90
Sensitivity (2.83 Volt @ 1m) 91dB
Nominal impedance 8 Ohm
Frequency response (-6dB typical in room) 33Hz - 34kHz
Drive unit complement 1 x 200mm IsoFlare point source driver, multi-fibre bass / midrange cone, FyneFlute surround with 25mm magnesium dome compression tweeter, ferrite magnet system
Crossover frequency 1.8kHz
Crossover type Bi-wired passive low loss, 2nd order low pass, 1st order high pass. Deep Cryogenically Treated
System adjustments Presence (2.5kHz - 5.0kHz) +/- 3dB
Dimensions (H x W x D) 470 x 280 x 441mm (18.5 x 11.0 x 17.4”)
Weight - Each 15.2kg (33.5lbs)
Finishes Piano Gloss Walnut

I M P O R T E R & P R I C E

수입원 사운드 에이스 (02 - 711 - 5300)
가격 93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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