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34 / KT150 푸시풀 진공관 앰프의 모범답안

조회수 2020. 4. 3. 11:3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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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마루나 EVO 200 진공관 인티앰프

▲ Evo 400
▲ KT 150 진공관

지난해 3개월간 집에서 감탄하며 들었던 진공관 앰프가 있다. 네덜란드 프리마루나(PrimaLuna)의 플래그십 EVO 400이었다. EL34를 채널당 4개씩 써서 70W를 내는 쿼드 푸시풀 인티앰프였는데 그 소릿결과 무대 메이킹 능력이 말도 아니게 좋았다. 더욱이 간단한 스위치 동작만으로 고출력관 KT150으로 바꿀 수 있고, 리모컨 버튼 선택만으로 출력관의 접속 방식을 트라이오드와 울트라 리니어 모드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 점도 대단했다.


최근 EVO 400의 셋째 동생 EVO 200을 풀레인지 시청실에서 들었다. 같은 푸시풀 인티앰프이지만 맏형과 달리 출력관을 채널당 2개씩 쓴다. 기본은 EL34가 장착됐지만 이번 시청에는 특별히 수입사에서 KT150을 4발이나 보내줘 함께 테스트를 했다. 매뉴얼에는 KT188을 추천하고 있지만 KT150도 쓸 수 있다고 돼 있다(“KT150 compatible”). 하지만 EVO 400이나 300과는 달리 출력관 접속은 울트라 리니어로 고정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EVO 200은 확실한 자기 스탠스를 갖춘 진공관 인티앰프였다. EVO 400과 엄격히 비교한다면 출력이나 이에 따른 헤드룸 등 여러 면에서 밀리지만, 개인적으로 EVO 200이 더 나았다고 느껴진 점도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보다 선명한 음과 투명한 무대. SN비 역시 체감상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EL34와 KT150의 차이도 확연했다. 온기감과 매끄러운 소릿결은 EL34가 좋았고, 톤 밸런스와 해상력은 KT150이 나았다. 전에도 느낀 것이지만 프리마루나는 푸시풀 진공관 앰프를 흠결없이 그리고 유저가 쓰기 편하게 만드는 제작사다.


프리마루나와 EVO 시리즈

▲ Primaluna 설립자, 허만 반 덴 둥엔(Herman van den Dungen)

프리마루나는 네덜란드 태생의 허만 반 덴 둥엔(Herman van den Dungen)이 2003년에 설립, 올해로 17년차를 맞은 진공관 앰프 및 CDP 전문 제작사다. 1972년에 대학을 졸업한 반 덴 둥엔은 7년 동안 교사 일을 하면서 부업으로 뒤롭 오디오(Durob Audio)라는 오디오 수입사를 운영했다. 1998년에는 ‘AH! Njoe Tjoeb’이라는 CD플레이어를 출시하기도 했다.


그러다 가격적으로, 인터페이스적으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진공관 앰프를 만들기 위해 3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설립한 제작사가 바로 프리마루나였다. 프리마루나는 설립 첫 해에 프롤로그(ProLogue) 라인의 ProLogue One, Two 인티앰프를 선보였고, 이후 2006년까지 ProLogue Three 프리앰프, Four, Five 파워앰프, Six, Seven 모노블록 파워앰프로 라인업을 확장했다. 상위 라인업인 디알로그(DiaLogue)는 2006년 말 탄생했다.

따라서 프리마루나는 2019년 4월 EVO(EvoLution) 시리즈로 완전히 판을 새로 짜기 전까지 위부터 DiaLogue Premium HP(High Power), DiaLogue Premium, ProLogue Premium, ProLogue Classic으로 짜였다. 그러다 EVO라는 이름으로 통일되며, 위부터 EVO 400, 300, 200, 100으로 내려가고 각 모델에 프리앰프, 파워앰프, 인티앰프를 마련하는 방식으로 간결해졌다. EVO 100에는 DAC 모델도 있다.


그런데 필자가 보기에 이번 시청기인 EVO 200은 과거 ProLogue Premium을 계승한 인티앰프로 보인다. 채널당 출력관 2개를 투입해 패럴렐 푸시풀 구동하는 것도 그렇고, 앞단에 12AU7을 채널당 2개씩 장착한 것도 똑같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출력관을 울트라 리니어 모드로만 접속한다는 점이 동일하다. 이에 비해 EVO 400과 300은 출력관을 트라이오드 모드와 울트라 리니어 모드로 스위칭해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DiaLogue 두 모델을 각각 계승했다.


EVO 200 팩트 체크

EVO 200은 5극관인 EL34를 채널당 2개씩 푸시풀 구동해 44W를 내는 인티앰프다. 빔관인 KT150으로 바꿀 경우 정확히 몇 W 출력인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KT88을 투입할 경우 45W로 살짝 늘어난다고 한다. 앞단에는 쌍3극관 12AU7이 채널당 2개씩 투입됐는데, 각각 초단 및 위상반전관, 그리고 드라이브관으로 운용된다. 헤드폰 앰프가 기본 장착되며 옵션으로 MM 포노앰프 모듈을 선택할 수 있다.

■ EVO 400 : 70W(EL34, UL), 38W(EL34, Triode), 12AU7 x 6, EL34 x 8
■ EVO 300 : 42W(EL34, UL), 24W(EL34, Triode), 12AU7 x 6, EL34 x 4
■ EVO 200 : 44W(EL34, UL), 12AU7 x 4, EL34 x 4
■ EVO 100 : 40W(EL34, Ul), 12AX7 x 2, 12AU7 x 2, EL34 x 2

그러면 상위 두 모델(EVO 400, 300)과 출력관이나 초단관의 개수, 출력 말고 다른 점은 무엇일까. 일단 위에서 말한 대로 출력관 결속방식을 울트라 리니어(Ultra-Linear)만 사용하는 점이 다르다. 울트라 리니어는 트라이오드(Triode) 모드와 마찬가지로 5극관의 내부저항을 낮추기 위해 3결 접속하는 방식. 즉, 스크린 그리드(제2그리드)를 플레이트에, 서프레스 그리드(제3그리드)를 캐소드에 접속시켜 마치 3극관처럼 작동케 하는 것이다.


트라이오드 모드와 다른 점은 스크린 그리드를 플레이트에 연결할 때 출력 트랜스의 1차 권선을 거치도록 한다는 점. 이에 따라 3결 접속의 장점(낮은 내부저항)을 유지하면서도 더 높은 출력, 더 낮은 출력 임피던스를 얻을 수 있다. 출력 트랜스 자체가 ‘트랜스’(trans)라는 말이 의미하듯 임피던스 변환 장치(transimpedance)이고, 출력 트랜스 1차 코일은 진공관 출력을 좌지우지하는 플레이트 전압의 공급원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 프리마루나에 따르면 EVO 400과 300은 보다 고품질의 내부 부품을 투입했고 출력 트랜스와 토로이달 전원 트랜스를 보다 큰 것으로 썼다. 또한 EVO 400과 300은 트라이오드 모드와 울트라 리니어 모드 선택 버튼이 달린 풀 사이즈 리모컨이 제공되는데 비해, EVO 200과 100은 이 기능이 빠진 슬림 리모컨이 제공된다. 동생 모델 EVO 100과 다른 점은 홈 씨어터 바이패스 기능이 있고 튜브 롤링 출력관으로 KT88 외에 KT150도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외관과 스펙

▲ Primaluna Evo 200

EVO 200의 실물을 처음 보는 순간, ‘EVO 400과 뭐가 다르지? 크기가 약간 작나?’ 싶을 정도로 닮았다. 그만큼 패밀리룩의 일관성이 높다는 얘기다. 특히 측면에 투명 아크릴을 단 진공관 보호 그릴이 외관에서 가장 돋보이는 시그니처. 그릴 안쪽에는 뒷편에 EL34가 4개, 앞편에 12AU7이 4개 꽂혀 있다. 전면 패널에는 왼쪽에 볼륨 노브, 오른쪽에 입력 선택 노브(AUX1~4, HT), 6.3mm 헤드폰 출력단자가 마련됐다.

전에 EVO 400 리뷰 때 확인한 것이지만 프리마루나 앰프는 측면을 잘 봐야 한다. EVO 200 역시 전원 온오프 스위치가 왼쪽 측면에, 출력 선택 스위치(스피커 LS, 헤드폰 HP)와 출력관 선택 스위치(하이 바이어스, 로우 바이어스)가 오른쪽 측면에 있다. KT88이나 KT150처럼 진공관 그리드에 보다 높은 바이어스 전압을 가해줘야 할 경우에는 하이 바이어스, EL34처럼 상대적으로 낮은 바이어스 전압이 필요할 때는 로우 바이어스를 선택하면 된다.

후면은 왼쪽부터 오른쪽 채널 스피커 케이블 커넥터(0옴, 4옴, 8옴), 테이프 출력 단자(Tape Out) 1조, 아날로그 입력 단자(AUX) 4조, 홈시어터 바이 패스 입력단자(HT) 1조가 마련됐다. 모두 언밸런스 RCA 단자를 채용했다. 오른쪽에는 왼쪽 채널 스피커 케이블 커넥터(0옴, 4옴, 8옴)와 전원 인렛 단자가 마련됐다. 시청 모델의 경우 하단에 옵션인 MM 포노앰프 입력단자(RCA)와 접지단자가 보인다.


스펙은 진공관 인티앰프로 매우 준수한 편이다. 주파수응답특성이 10Hz~65kHz(+,-1dB)일 정도로 광대역에 걸쳐 플랫하고 전고조파왜율(THD) 역시 1W 출력 기준 0.2%에 그친다. 신호대잡음비(SNR)는 86dB, 입력감도는 EL34 장착시 275mV를 보인다. 무게는 23.9kg. 참고로 EVO 400과 300은 30.9kg, EVO 100은 17.9kg이다. 옵션 MM 포노앰프는 42dB 게인에 RIAA 정확도는 20Hz~20kHz(0.5dB)를 보이며 부하 임피던스는 50k옴으로 고정됐다.


설계 디자인 : Adaptive AutoBias, Bad Tube Indicator, Protection Mode

▲ EL 34 진공관이 장착된 모습

필자가 보기에 프리마루나 EVO 앰프는 무엇보다 튜브 롤링을 아주 강력하게 그리고 손쉽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기본은 EL34이지만 오른쪽에 붙은 스위치 변환만으로 여러 진공관을 롤링할 수 있는 것이다. 바이어스 세팅(Bias Setting) 스위치를 위로 올리면 KT88, 6550, KT90, KT120, KT150 출력관을, 아래로 내리면 EL34, 6CA7, 6L6GC, 7581A 출력관을 꽂을 수 있다. 막내 EVO 100만 KT150을 쓸 수 없을 뿐이다.


출력관에 따라 출력도 당연히 바뀐다. 출력관을 울트라 리니어 모드로만 작동시키는 EVO 200의 경우 EL34는 44W, KT88은 45W를 보인다. KT88을 채널당 2발 투입하고도 출력이 45W에 그치는 점이 의외라면 의외이지만, 이 역시 프리마루나 전 라인업을 관통하는 특징이다. 제작사에서는 소릿결과 진공관 수명을 최우선시해서 가장 미니멈하게 출력을 뽑아낸 것이라고 한다. KT150 선택시 몇 W 출력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Evo 200 내부사진

이처럼 스위치 변환만으로 많은 출력관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EVO 200의 바이어스 전압 설계가 정밀하게 그리고 편리하게 돼 있다는 증거다. 프리마루나에서 이러한 자동 바이어스 전압 조절장치를 ‘어댑티브 오토바이어스’(Adaptive AutoBias)라고 명명했다. 출력관에 따라 바이어스를 ‘자동으로’(auto), ‘적응’(adaptive) 시킨다는 의미일 것이다.


좀 더 들어가보자. 진공관 그리드(grid)에 마이너스 바이어스 전압을 공급하는 방식은 전원 트랜스에서 직접 끌어다 쓰는 고정 바이어스 방식(fixed)과 내부 회로를 이용해 캐소드(cathode) 양단에 ‘+ 전압’을 발생케 함으로써 그리드에 상대적으로 ‘- 전압’이 나타난 것처럼 해주는 자기 바이어스 방식(self)이 있다.

프리마루나의 어댑티브 오토 바이어스는 일종의 고정 바이어스 방식이지만, 센서가 출력관을 끊임없이 모니터해서 필요한 바이어스 전압을 리얼타임으로 가해주는 점이 흔히 채택되는 자기 바이어스와 다르다. 자기 바이어스는 출력관 캐소드 밑에 저항을 달아 그리드 입장에서 + 전압이 생기게끔 해주는 장치에 불과하다. 결국 EVO 200이 광범위한 튜브 롤링이 가능한 결정적 이유는 바로 이 어댑티브 오토 바이어스 덕분이다.


EVO 200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이 밖에도 100% 하이드와이어링 방식의 배선, 메탈 케이스에 함침된 토로이달 전원 트랜스, 커스텀 사양의 출력 트랜스, 릴레이 방식의 입력단, 출력관 상태 표시 LED 등이다. 개인적으로는 전원 트랜스와 출력 트랜스 품질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음이 확실해보인다. EVO 400 때도 그랬지만, EVO 200 역시 가격 대비 대단한 소릿결과 스피커 구동력을 과시했기 때문이다.


특히 출력 트랜스는 푸시풀 앰프에서 음질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푸시풀 앰프의 경우 각 출력관을 빠져나온 신호는 서로 위상이 반대인 상태인데, 이를 합쳐주는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출력 트랜스이기 때문이다. 즉, 역위상의 신호가 출력 트랜스 1차 코일에서 2차 코일로 넘어갈 때 정위상으로 반전돼 마침내 다른 정위상 신호와 결합되는 것이다. 출력 트랜스는 또한 출력관의 높은 출력 임피던스와 스피커의 낮은 임피던스를 서로 매칭시켜주는 역할도 한다.

끝으로 개인적으로 감탄한 것은 출력관 앞에 박혀 있는 작은 LED다. 프리마루나에서 ‘배드 튜브 인디케이터’(Bad Tube Indicator)라고 부르는 것으로, 예를 들어 그리드가 플레이트에 달라붙는다는지 이상이 생기면 곧바로 빨간 색 불이 들어오는 것이다. 물론 알려주는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어댑티브 오토 바이어스가 튜브 이상을 파악하자마자 보호 모드(protection mode)로 전환, 즉시 EVO 200 작동을 중지시킨다.


EVO 200 진공관 탐구 : EL34 vs KT150

▲ (좌) EL 34가 장착된 모습, (우) KT 150 이 장착된 모습

EVO 200은 기본적으로 초단 및 위상반전, 그리고 드라이브단에 12AU7, 출력관에 EL34를 쓰고 KT88이나 KT150을 손쉽게 바꿔 낄 수 있는 진공관 인티앰프다. 볼륨은 알프스(ALPS) 포텐셔미터, 진공관 소켓은 세라믹, 스피커 커넥터는 WBT 제품, RCA 입력단자는 금도금을 해서 썼다. 한마디로 세세한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신호 흐름을 보면, 채널당 1개의 쌍3극관 12AU7이 초단 및 위상반전(phase-splitter) 역할을 맡고, 뒤의 12AU7 1발이 정위상과 역위상 신호를 받아 출력관 하나씩을 드라이빙한다. 12AU7이 이처럼 정위상 신호와 역위상 신호를 동시에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안에 2개의 3극관이 들어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쌍3극관(twin triode)이다.

내친 김에 EL34와 KT150도 다시 정리해봤다. 개인적으로 진공관 스펙 중에서 눈여겨보는 것은 플레이트 손실(plate dissipation)과 3대 정수(전압증폭률, 전류증폭률, 내부저항)인데, 이를 알면 해당 진공관의 예상 출력 및 소리성향 등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3대 정수 사이에는 ‘전압증폭률(뮤. 게인) = 내부저항(Rp) x 전류증폭률(gm)’이라는 식이 성립한다. 옴의 법칙(V = I x R)을 떠올리시면 된다.

▲ (좌측부터) EL 34, KT 150, 12AU7

우선 EL34는 전류증폭률이 11.0mA/V, 내부저항이 15k옴, 플레이트 손실이 25W를 보인다. 이에 비해 KT150은 전류증폭률이 12.6mA/V, 내부저항이 3k옴, 플레이트 손실이 70W를 보인다. 한마디로 KT150은 출력을 많이 낼 수 있으면서도 내부저항이 비교적 낮은 신형 빔관인 셈이다. 이에 비해 구형 빔관인 KT88은 전류증폭률은 11.5mA/V로 큰 차이가 없지만 내부저항이 12k옴으로 높고 플레이트 손실은 42W에 그친다.


시청

▲ KT 150이 장착된 모습

시청에는 소스기기로 오렌더의 A30, 스피커로 베리티 오디오의 Leonore(레오노레)를 동원했다. 레오노레는 3웨이, 4유닛 베이스 리플렉스 스피커로 6인ㅊ치 우퍼 2발은 후면에 있다. 공칭 임피던스는 8옴(최저 6옴), 감도는 93dB, 주파수응답특성은 35Hz~50kHz(+,-3dB)를 보인다. 오렌더 앱으로 주로 타이달 스트리밍 음원과 NAS 저장 음원을 들었다. 먼저 EL34를 꽂은 상태에서 들어보고, 이후 KT150으로 교체 후 1시간 정도 지난 뒤 같은 곡을 연이어 들어봤다.

정명화 ‘성불사 주제에 의한 변주곡’(한 꿈 그리움)

먼저 EL34로 들어보면, 이게 지금 EL34 소리가 맞나 싶을 정도로 싱싱하고 선명하며 해상력이 돋보이는 소리가 나온다. 이러한 생생한 촉감은 예전 집에서 EL34를 싱글로 쓰던 앰프(유니슨리서치 심플리 투 애니버서리)와 확연히 다르고, 채널당 4개를 투입한 EVO 400와도 다르다. 무엇보다 클래스A 증폭처럼 들리는 소릿결이 압권. ‘EL34가 가장 음악적인 진공관’이라는 말이 허투루 들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절감했다. 처음 들리는 물소리부터 스피커를 사라지게 하고, 첼로 음은 더이상 욕심이 나지 않을 정도로 필자를 압도했다. 물론 대출력 솔리드 앰프의 가공스러운 파워감까지는 아니지만 큰 아쉬움은 없다. 첼로의 고음은 시청실 천장을 뚫어버릴 기세다.


이후 KT150으로 바꿔 들어보니, 차이가 제법 크다. 우선 처음 물소리가 계곡물이 그새 불었나 싶을 정도로 더 크게 들리고, 바이어스 전압이 높아진 덕에 다이내믹스는 올라가고 다이내믹 레인지는 넓어졌다. 첼로의 저역이 보다 넓고 풍윤하게 들리는 것도 특징. 전체적으로 해상력과 에너지감, 음수, 우퍼 드라이빙 파워에서 EL34를 앞서고 SN비도 체감상 더 높다. 하지만 EL34에 비해 무대가 약간 뒤로 물러선 점이 의외라면 의외. EL34가 총력을 다해 스피커를 드라이빙했다면 지금 KT150은 여유분을 뒤에 남긴 채 별 힘을 안 들이고 스피커를 울린다는 인상이다. 첼로의 고역 에너지감은 EL34에 비할 바가 못될 정도로 크게 앞섰다. 톤 밸런스도 KT150이 낫다.

Claudio Abbado, Berliner Philharmoniker ‘Dies Irae, Tuba Mirum’(Mozart Requiem)

‘디에스 이래’를 들어보면, 역시 EL34를 썼는데도 해상도와 분해능이 돋보이고 음의 윤곽선이 또렷하고 날이 바짝 서 있는 점이 EVO 200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합창단원들이 상당히 넓게 서 있는 점도 특징. 이래저래 앰프의 완성도가 매우 높으며, 출력의 부족 따위는 전혀 없다. 역시 내부저항이 높은 EL34 같은 5극관은 푸시풀이 정답이다. 호방하고 시원시원하게 음들을 토해낸다. ‘투바 미룸’에서는 바리톤이 선명하고 힘차게 들리며 음상이 또렷하게 맺힌다. 목소리가 메마르거나 거칠지 않고 리퀴드한 점도 매력. 확실히 EVO 400 때보다는 힘은 떨어지지만 선명함이 포커싱, SN비는 EVO 200이 오히려 더 나은 것 같다. 예쁘게 위로 뻗는 소프라노 고음에서는 EL34의 장기가 그대로 발산된다.


이 곡들에서도 KT150은 EL34와 전혀 다른 소릿결과 무대를 선사했다. ‘디에스 이래’는 출력이 높아진 덕분에 재생음이 더 편안하게 들리고, 낮은 내부저항 등 진공관 물성 자체가 앞선 덕분에 합창단원들의 발성이 더 세세하게 관찰된다. 확실히 음에서 색번짐 현상이 EL34보다 훨씬 작다. 보다 현대적인 소리, 보다 해상력이 높은 소리다. 하지만 무대의 안길이는 두 진공관 모두 아쉬었는데, 이는 게인값이 높은 인티앰프의 어쩔 수 없는 인티앰프의 한계라고 보인다. ‘투바 미룸’은 음들이 좀 더 예각으로 파고든다는 느낌. 바리톤도 더 빠릿빠릿하게 들리고, 악기들의 레이어감도 더 나아진 듯하다. 대신 온기감은 EL34에 비해 빠지고 소프라노의 야들야들하고 매끄러운 감촉 역시 EL34에 밀린다. 두 진공관 모두 깨끗하고 투명하게 들린 것은 EVO 200의 시그니처라 할 만하다.

Eric Clapton ‘Wonderful Tonight’(24 Nights)

EL34를 푸시풀로 구동하면 이 정도로 공간감이 잘 느껴지고 음들이 이처럼 말쑥해지는 것을 거의 처음 알았다. 특히 중고역 대역의 이음매가 매끄러우며 입자감도 무척 곱다. 한마디로 4K 화면에 HDR 기능까지 구현된 듯하다. 평소 알던 EL34의 음과 무대가 아닌 점이 계속해서 파악된다. 이어 KT150으로 바꿔 들어보면, 서늘한 맛이 도는 것이 온기감이 약간 떨어지지만 보다 정교한 음과 조용한 무대가 펼쳐진다. 각 악기들의 선율이나 질감이 더 잘 파악되고 각 대역간 밸런스가 잘 이뤄지는 쪽도 역시 KT150이다. 저역을 보다 꽉 움켜잡고 가는 모습, 음의 심지가 보다 단단한 모습도 눈에 띈다. ‘EL34는 여성, KT150은 남성’, 이런 이분법은 프리마루나에서는 통하지 않는 것 같다. EVO 200만 보면, 오히려 EL34가 중성적이며 KT150이 여성적이다.

Diana Krall ‘I’ve Got You Under My Skin’(Live In Paris)

EL34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처음 등장하는 플루트와 하프 음색부터 귀를 간지럽히더니 앞에 등장한 어쿠스틱 기타의 생생한 질감, 필자 옆에서 출발한 듯한 관객들의 박수 소리에 정신이 번쩍 났다. 대단한 현장감이다. 그야말로 스피커는 사라지고 사운드스테이지만 남은 상황. 40W 출력에도 음이 야위지 않은 점에도 감탄했다. 다만 톤 밸런스에서 저역이 중고역에 비해 약간 밀리는데, 이는 EVO 200의 잉여저역이 그만큼 적다는 뜻일 수도 있다. 막판 피아노 연주시에 평소 잘 안들리던 바이올린 소리가 느껴져 깜짝 놀랐다. 놀라운 SN비와 해상력이라 할 만하다. 이어 KT150으로 들어보면, 거의 모든 음들의 음끝이 보다 멀리 가고 해상력도 보다 늘어난 것 같다. 음들을 보다 타이트하게 조여주는 인상도 받았다. 이에 비하면 EL34에서는 고음이 약간 경직되었었다는 생각이 비로소 든다. 그만큼 KT150 투입으로 인해 앰프의 헤드룸에 여유가 생겼다는 반증일 것이다. 그럼에도 소릿결 자체는 EL34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총평

개인적으로 진공관 앰프로 오디오 생활을 시작했고 EL34, KT150, 12AU7 모두 익숙한 진공관들이라 아주 설레는 마음으로 시청에 임했다. 지난해 EVO 400과 집에서 3개월간 동거를 했던 즐거운 추억도 이번 시청에 대한 기대를 크게 높였다. 어쨌든 EVO 200은 맏형 EVO 400에 비해 가격 차이만큼이나 진공관 구성과 출력에서 뒤지지만 실제 시청을 해보면 개인 취향에 따라 선호가 뒤바뀔 수 있을 정도로 크게 선전했다. 무엇보다 프리마루나 앰프의 시그니처라 할 강력하고 손쉬운 튜브 롤링과, 아무런 걱정 없이 편하게 진공관을 쓸 수 있는 각종 보호대책이 듬직하다. EL34와 KT150 출력관이 빚어낸 저마다 다른 소리의 세계도 흥미로웠다. EVO 200, 진공관 푸시풀 인티앰프의 모범답안이라 할 만하다.


S P E C I F I C A T I O N

Power (Ultralinear, 8 Ω, 1% THD) 44 W x 2 (EL34)
Inputs Stereo RCA x 4, Stereo RCA HT bypass
Outputs 4 and 8 Ω multi-connector speaker outputs
Stereo RCA tape out
1/4" Headphone
Frequency Response 10 Hz-65 kHz +/- 1 dB, 9 Hz-95 kHz +/- 3 dB
THD < 0.2% @ 1 W, < 2% @ rated power
S/N Ratio 86 dB, 95 dB-A
Input Sensitivity (EL34) 275 mV
Power Consumption 280 W
Standard Tube Complement 12AU7 x 4, EL34 x 4
Dimensions (W x H x D) 14.4" x 8.1" x 15.9"
Weight 52.8 lb

I M P O R T E R & P R I C E

수입원 웅진음향 (02 - 6338 - 8525)
가격 36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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