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피던스는 이제 시작일 지도 모른다

조회수 2020. 3. 6. 10: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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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naudio Confidence 30(New) 스피커

컨피던스의 추억

▲ Dynaudio Confidence C3

2000년대 초반 어느 날 월간지 리뷰용으로 보내온 북쉘프 스피커는 시청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그 때까지 필자가 시청한 몇몇 다인오디오의 제품들은 고만고만 깔끔한 사운드에 반듯한 만듦새라는 것 외엔 특정 제품이 기억 속에 있지는 않았다. 다인오디오의 컨피던스 C3를 스탠드에 올려놓고 시청을 하는 동안 필자에게는 새로운 지평이 하나씩 열리기 시작했다. 그 트위터가 실크돔 에소타라는 것도, 네오디뮴 마그넷을 장착한 7.5인치 우퍼의 대역이 40Hz 아래까지 내려간다는 것도 하나씩 알게 되었다. 이 스피커가 탐이 나기 시작했고 며칠이 지나 이 스피커를 되돌려보내기가 참 아쉬웠다. 며칠 후 필자는 C3의 시청기에 다음과 같이 쓰고 있었다.

단정 간결하고 청량한 기본 골격 속에
순간 순간 끓어오르는 열기가 각별한 감동을 주어서,
수트 차림의 뉴요커 속에 람보의 피가 끓어오르는 듯 하다.
청명한 가을 하늘 위로 떠오르는 상쾌한 감촉은
마치 넓은 뒷마당을 스쳐가는 바람 소리와 같다.
▲ 2020 컨피던스 시리즈

플로어 스탠딩 C5와 스탠드 마운팅 C3으로 출범한 컨피던스 시리즈는 그로부터 얼마 후 업버전 에소타2를 탑재하고 가상동축형 C2, C4 로 일대 변신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몇 년이 다시 지나서 스탠드 마운팅용 C1이 뒤늦게 출시되었다. C1, C2, C4 삼형제는 시그니처, 플래티넘 버전으로 차례로 진화되어 갔으며, 필자가 따로 요청한 것도 아닌데 각 버전별로 제품 리뷰의 기회가 주어졌다. 그래서 어쩌다보니 필자에게 컨피던스 시리즈는 마치 성장기를 지켜보아온 듯한 교감의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 버전 3 에소타를 장착하고 숫자를 한 자리씩 늘린 새로운 모습의 C20, C30, C50, C60 신형 컨피던스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사진으로 실물로 이들을 마주칠 때면 마치 세포분열을 해가며 성장해온 유기체와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컨피던스의 실질적 주연 C30

제품명에 숫자를 하나씩 늘린 신형 컨피던스의 모습을 보면 기존 컨피던스로부터 두 가지 큰 변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16년만에 개편 작업을 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우선은 기존에는 반듯했던 특유의 전면 배플에 깊고 다채로운 굴곡이 생겨나 있으며, 수직 방향 중앙으로 오면서 유닛의 사이즈가 작아지는 기존 상하대칭형 구조에서 중앙에 인접해 있던 두 개의 트위터가 한 개로 통합되었다. 특히 C30은 나아가 새로운 컨피던스에서도 그렇고 이전의 컨피던스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비대칭구조로 되어 있다. 그래서 필자가 보기에는 신형 라인업에서 가장 어려운 디자인이 아니었을까 짐작된다. 연관 관계로 보자면 형제 혹은 자매관계라 할 수 있는 바로 손 위 제품인 C50에서 상단 미드레인지 하나를 생략한 구성이다. 3웨이 4스피커로 구성된 C30 또한 사용된 모든 유닛이 신형이다. 새로운 설계와 소재, 디자인을 따라 제작되어 있다. 그래서 ‘All New Confidence’ 라 칭한다.

신형 컨피던스 톨보이 라인업의 배플 디자인은 그 자체로 꽤나 다이나믹해서 마치 상하 두 개의 대륙이 맞부딪혀서 솟아오른 봉우리 사이에 칼데라와 같은 핵이 생겨나 있는 광경을 보는 듯 하다. C30은 이 중심에서부터 바깥쪽 위 아래, 뒤쪽으로 시선을 넓혀가며 살펴봐야할 제품이다. 이 중심 핵에 해당하는 트위터가 에소타 버전 3이다. 참고로 신형 컨피던스는 에소타3를 장착한 첫 번째 제품들이며, 에소타3는 신-구 컨피던스의 차이를 가장 크게 만드는 신형 컨피던스의 핵심이다. 1.1인치 실크돔은 기존 제품과 외관상의 차이가 없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가 곳곳에 숨어 있다. 실크돔을 품고 있는 짙은 그레이 톤 알루미늄 재질의 마운팅 플레이트는 마치 오랜 시간의 바람이 깎아놓은 듯한 자연스럽고 매끄러운 굴곡을 하고 있다. 상하방향으로는 중심부로 오면서 깊어지고 좌우방향으로는 수평인 구조이다. 대략 트위터에서 발생한 음파가 방향에 따라 어떤 모양으로 퍼져나갈 지 짐작이 되는 모습이다. 상하 유닛으로부터의 음파간섭을 차단하고 수평방향으로 확산되도록 이동경로를 터놓았다.

▲ DDC (Dynaudio Directivity Control) 렌즈 설계 방식 (위쪽이 기존 버전, 아래쪽이 신 버전)

바로 이 부분이 기존 컨피던스의 DDC(Dynaudio Directivity Control) 기능을 크게 확장시킨 차세대 DDC 사운드 빔 기술이 반영된 디자인이며, 이 기술을 통해 트위터를 한 개로 통합할 수 있었다. 이 DDC 렌즈 설계 방식은 십여 년 전 처음 C2, C4를 시청하면서 약간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했던 포인트였는데, 수직방향으로 음을 분산(diffusing)시켜서 천정이나 바닥에 특별한 흡음재질이나 음향시설이 없이도 반사음을 거의 남기지 않는 획기적인 방식이었다. 신형에서는 이보다 더 나아가 수평방향으로 정확한 이미징을 유지하도록 좀더 정교한 설계를 거쳤다. 주변의 모든 소재와 디자인을 DDC에 근거해서 선별하고 설계했으며 특별한 룸튜닝재 없이 넓은 공간에서 큰 음량으로 시청을 할 수 있도록 제작되어있다.

여기까지는 시청자의 눈에 보이는 바깥쪽 부분이고, 내부 설계 또한 만만치 않은 기술과 물량이 투입되어있다. 바깥쪽 분산 시스템인 신형 DDC가 작동하기 위해 후면 돔을 부착시켜서 트위터 돔의 다이아프램 후면 방향으로 방사되는 에너지를 분산시키도록 설계했다. 다수의 오디오파일들은 짐작하시겠지만, 밀폐된 작은 체임버에서의 반사음은 다음 진동에 왜곡을 주고 온전한 신호동작을 막는 부자연스러운 음파를 만들어 낸다. 헥시스(Hexis) 공명 감쇄 시스템이라 칭하는 이 방식은 특수재질의 막과 특수설계한 공기흐름 디자인을 통해 막의 진동을 최적화시켰다고 한다. 트위터 유닛을 측면에서보면 뒤쪽 체임버를 기존보다 두 배가 넘게 확장시켰다.


5.9인치 구경의 미드레인지 또한 트위터 어셈블리의 확장된 형태라 할 수 있다. 전후간 동일한 방식으로 음을 분산시켜 보내고 불필요한 잔향은 내부에서 삭제시킨다. 미드레인지에는 수평방향 서라운드 기술이 적용되어 있으며 트위터와 마찬가지로 DDC 사운드빔 기술에 따라 설계되어 있다. 트위터와는 주로 바깥쪽 음파 경계면을 차단하기 위해 디자인되어 있다고 하면, 강력한 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우퍼와는 캐비닛 내부에서 울림에 상호간섭이 없도록 별도 디자인된 체임버 하우징으로 감싸져 있다. 우퍼와 마찬가지로 특유의 NEOTEC MSP(Magnesium Silicate Plymer) 재질로 콘과 더스트캡을 제작한다.


7인치 구경의 우퍼는 강력한 파워핸들링이 가능하도록 스마트 에어플로우 기술이 유닛 내외부에 투입되어 있다. 참고로 C30의 트위터와 미드 및 우퍼 전체 드라이버 유닛은 네오디뮴 자석을 사용해서 제작되어 있는데, 우퍼의 경우 프레임의 서스펜딩 바의 숫자가 늘어나 있으며 콘의 뒤쪽으로 갈 수록 페라이트 자석을 듀얼로 사용했던 기존의 디자인보다 좁아지는 말쑥한 디자인을 하고 있다. 본 우퍼의 최적화 작동을 위해 캐비닛 내부에서는 아래 방향으로 포트를 낸 다운워드 에어플로우 구조를 하고 있고, 외부에서는 Compex 합성재질로 제작한 매우 안정적이고 견고한 신형 프론트 배플을 샌드위치 구조로 밀착시켜 전면배플을 강화시켰다. 빠르고 유연하며 깊은 베이스를 구사하기 위한 설계라고 한다.


크로스오버 네트워크에는 전통적으로 사용해 온 반 덴 헐의 스노우라인으로 케이블링되어 있으며 문도르프의 커패시터를 사용하고 있다. 크로스오버에서 한가지 변화가 있다면 미드레인지와 트위터 사이에 기존의 6dB의 크로스오버 슬로우프를 12dB로 변경했다는 점이다. 시청시에는 모르고 있었지만, C30을 시청해보면 높은 대역에서 매우 간결하고 단정한 스타일의 마감을 느낄 수 있는데, 다채롭고 진지하며 달콤한 음색에 능한 신형 에소타3의 퍼포먼스를 위해 고심한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종합적으로 보아 스타일이 바뀌면서 전체 구사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에서 이러한 선택은 컨피던스의 히스토리를 이해하는 제작자만이 손을 댈 수 있는 탁월한 한 수였다고 생각된다.


이런 총체적인 시스템을 마감하는 마지막 설계는 스피커 바닥에 있었다. X 자 형태로 디자인된 스틸 베이스 플레이트는 그 자체로도 날렵하고 견고해 보이지만, 정교하게 제작된 대형 스파이크로 40킬로가 넘는 C30을 지지하게 되어 있다. 이전의 C2, C4 제품에서 다소 아쉬웠던 게 해결됐다. 구형 컨피던스에서는 발목이 가늘긴 했지만 평평한 베이스를 그대로 바닥에 맞닿게 해서 별도 스파이크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본 트리거 플레이트의 지지 시스템은 일자형 볼트와 자석식으로 된 슈 세트와 대형 스파이크 이렇게 두 종류로 되어있는데, 자석식 볼트로 스피커 위치를 잡고 나서 전용스파이크로 닻을 내리는 순서로 세팅을 하도록 한 것 같다. 스피커 터미널은 WBT의 넥스젠으로 싱글와이어링 구성했다.


신형 컨피던스를 보면 전반적인 분위기가 각이지고 반듯해서 장승이라 했던 구형들에 비해 날렵하고 컴팩트해진 듯 하다. 폭이 약간 좁아진 것도 있지만 뒤쪽으로 가면서 인클로저가 좁아지는 구조 또한 구형과 크게 달라진 모습이자 컨셉이다. 사운드 또한 그 모양새를 충분히 닮아있다.


시청

마크레빈슨의 No.585.5와 519 오디오 플레이어 조합으로 시청을 했는데, 구형 컨피던스에 더 잘 어울릴 듯한 조합이었지만 신형의 스타일을 부각시키기에 적절하다고 생각되었다. 직접 사용해본 사용자들이라면 잘 알고있겠지만 컨피던스가 그리 쉽게 움직여 주지는 않는다. 특히 베이스를 다른 대역과 밸런스를 맞춰 구사하려면 일단 파워핸들링이 되지 않으면 컨피던스 특유의 사운드품질을 이끌어낼 수 없다. 이 조합의 스타일도 많이 반영되어 단정하고 다부진 응집력의 사운드 스타일을 들려준다. 무엇보다 섬세하고 투명한 레이어들이 떠오르는 스타일은 이 조합의 강력한 특성 중의 하나이다.


어느 제품과 비교해야 할 지 애매하지만, 구형 C2와 C4를 공히 놓고 비교하자면 C30의 사운드 스타일은 많이 다른 편이다. 전술했듯이 슬로우프 특성도 그렇거니와 크로스오버 구간배분이 독특하다. 3.7kHz와 290Hz - 그러니까 구형은 에소타와 우퍼에 대부분의 일을 맡긴 미드레인지의 활동영역이 좁았는데, C30에서는 신형 에소타의 확장된 퍼포먼스와 네오디뮴 자석 시스템을 동원하고도 트위터는 좀더 높은 대역만 재생하도록 한 설계이다. 우퍼 또한 더 낮은 대역만을 전담하게 했다. 트위터의 경우는 아마 한 개로 축소통합된 구성이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으며, 우퍼의 경우는 구형에 비해 날렵하고 스피디한 베이스 구사를 위한 선택이 아닐까 짐작된다.


이런 특성을 배경으로 한 C30의 소리는 기본적으로 고급스럽다는 점을 우선 들어야 할 것 같다. 격조가 높다는 흔한 표현이 어울리는 점잖은 어조로 표현을 하지만 장르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어서 격렬할 때와 나긋할 때 어느 상황에서도 그에 맞는 천의 표정을 보여준다. 인위적이거나 억지스러운 모습이 전혀 없이 자연스럽다.

Drake - One Dance (Feat. Wizkid & Kyla)

드레이크 ‘One Dance’ 도입부 고품질의 베이스비트가 격이 다른 비트를 선사한다. 파워풀하고 밀도높은 베이스가 쉽게 동작하고 있는 듯, 잘 통제되어 엄숙하게까지 느껴지는 강력한 파워핸들링이 일품이다. 호쾌하고 통렬하며 박진감이 넘친다. 역시 보컬의 옆과 뒤쪽으로 여러 악기들의 크고 작은 레이어와 입자들이 아기자기하게 흐른다. 드레이크의 음색은 천연덕스럽게 흐른다. 낮게 드리우는 베이스 연주가 중후하게 드리우며 진지한 분위기를 잘 연출한다. 세부표사에도 뛰어나서 빈 공간과 악기와 보컬이 있는 모습이 섬세하게 잘 조각되어 떠오른다. 중후하고 입체적이며 다이나믹한 이 곡을 근래 시청한 시스템 중에서 거의 완벽에 가까운 연주로 들려주었다.

Halsey - Without Me

할시의 ‘Without Me’ 는 잘 정돈되어 있으면서도 환상적인 분위기로 공간을 가득 채운다. 마치 공간속에 여러 색깔들이 다채롭게 전환되는 조명을 받고 있는 듯 무대가 화려하다. 컴팩트하게 응축되어 있는 할시의 보컬은 선명한 이미징으로 미세한 음색변화를 세세히 느껴지게 한다. 출렁거리는 베이스의 권위감이 뛰어난 해상도로 유독 잘 느껴져서 원래 이 베이스가 이 정도의 존재감으로 음원 속에 담겨 있다는 것을 새롭게 발견하게 된다. 집중력과 나긋함을 동시에 들려주는 연주이다.

Adele - Hello

아델 ‘Hello’는 선명한 이미징이 떠오르면서도 귀에 자극이 없어서 실제의 사람이라는 느낌이 좀더 사실적으로 다가선다. 고개를 움직이고 입을 얼마나 벌리고 빨리 닫는 지 작은 동작들까지 세세히 그려진다. 높은 음으로 피치가 올라가도 귀를 자극하지 않는다. 마지막의 여운을 끄는 목 속의 울림도 리얼하게 전해진다. 피치를 올리기 직전에 울려오는 베이스 슬램이 깊다. 단정하면서도 쐐기같이 단호한 파워와 중량감이 수직으로 그대로 실려서 내리꽂는 듯 해서 타격을 하고 멈춰선 채로 충격이 더 깊게 가게 하고 있는 듯 하다. 홀로그래픽한 보컬은 다른 연주와는 선명히 구분된 레이어로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엷은 막처럼 등장하는 백 코러스가 스쳐가는 모습도 놓치지 않는다. 이미징과 각 레이어의 서로 다른 다양한 그라데이션으로 그려지는 이미지를 보고 있는 듯 하다.

Diana Krall - How Insensitive

분위기를 바꿔서 다이아나 크롤의 ‘How Insensitive’를 들어보면 매우 단촐하고 컴팩트한 음상들의 조합으로 공간을 연출한다. 이 곡을 들어보면 컨피던스 30가 공간을 표현하는 미세한 깊이 변화 묘사를 잘 확인할 수 있다. 대략 한뼘 정도의 전후간 거리는 느껴질 듯 미세한 거리가 느껴지는 공간묘사이다. 이 부분은 특히 마크레빈슨 585.5의 드라이브가 스피커와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대표적인 모습이라 생각되었다. 음이 얼마나 울리는 지 입속과 콧속을 얼마만큼 울리고 지나치는 지, 음을 얼마나 짧고 급격히 멈춰세우는 지 그래서 무성음이 짧은 순간 생겼다 사라지는 지 잘 느껴진다. 얇고 투명한 레이어로 떠오르는 기타의 울림이 듣기좋을 만큼 빛나고 있다. 피아노와 심벌의 컴팩트한 느낌 또한 계속 공간 속에서 실제 모습을 하고 떠다닌다. 무대 위 공기의 움직임과 앰비언트 묘사가 이 곡의 분위기를 잘 고조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Mariss Jansons - Sibelius: Symphony no. 2 in D Major op.43 (Jansons, BPO)

마리스 얀손스가 바이에른 방송 관현악단을 지휘한 시벨리우스 교향곡 2번 1악장은 해상도를 논할 때의 교과서와 같은 연주가 되어있다. 실타래와 같은 악기 하나하나를 다발로 묶어놓은 듯한 오랜만의 느낌이다. 저현 피치카토의 짧은 여운이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모습이 객석에 앉아 눈앞에서 오케스트라를 바로보는 느낌과 비슷하다. 도입부의 유니슨 합주의 느린 연주에서는 미처 느끼지 못하다가 현악합주 악기수가 늘어갈 수록, 속도가 빨라질 수록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마치 100미터 달리기 중간 지점을 지난 스프린터처럼 앞으로 치고 나온다. 세부묘사가 가장 먼저 들리고 매 순간 그리고 지속적으로 다양한 대역에서 드리우는 베이스가 자연스럽다.

세세한 세부묘사를 조금씩 원거리로 확장시켜 앵글을 넓혀가면 정교한 레이어링이 만들어내는 홀로그래픽한 스테이징이 둥실 떠오른다. 특별히 투명한 스테이징이다. 스피커 사이에 펼쳐지는 공간 속에 떠올라 연주를 하고 있는 모습과 그 사이의 세세하게 빈 공간으로 느껴지는 대비가 잘 느껴지는 특별한 입체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다른 곡들과 다른 이 곡의 표현에서 C30의 미덕은 오케스트라를 감도는 크고 작은 공기의 흐름이다. 헤드폰이나 이어폰에서 느낄 수 없는 공기를 울려서 전해오는 소위 에어리한 어쿠스틱의 매력이 연주 현장의 느낌을 쉽고 명쾌하게 고조시킨다.

Helene Grimaud's Debussy: 2 Arabesques, L. 66 - 1. Andantino con moto in E Major

엘렌 그리모가 연주하는 드뷔시의 아라베스크는 피아노의 하모닉스가 정밀해지면 얼마나 사실적으로 들리는 지 잘 보여주는 곡이다. 연주자가 어느 순간까지 음을 끌고 아름답게 표현하려하는 지 잘 느껴진다. 깨끗하고 빛이 잘 드는 공간에 자연스럽게 퍼져가는 음이라고 느껴지는 울림이다. 공기 자체가 깨끗할 것만 같은 연주와 울림이다. 연속음이 미끄러져 내려가고 올라가는 매끈함이 듣기에 좋다.

Brahms: Piano Concerto No.2 In B Flat, Op.83 - 4. Allegretto grazioso - Un poco più presto (Live)

안드리스 넬슨스가 지휘한 브람스 협주곡 2번의 말쑥하고 엄숙함은 중후함과는 다소 다른 분위기가 되어있지만 피아노가 선명하게 들리는 이 곡의 새로운 발견이다. 이게 연주를 하는 녹음 현장에서의 상황이라는 생각이 새삼 들게 하는 연주였다. 이 곡에서도 전후간 거리가 새롭게 발견되었다. 뒤쪽으로 부채살처럼 감싸며 펼쳐지는 오케스트라의 모습이 심리적으로도 안정감을 준다. 피아노와 오케스트라 사이에 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연주였다.


컨피던스지만 새롭다

종종 컨시퀀스나 에비던스 사파이어 등의 스페셜티가 출시되곤 하지만 다인오디오의 가장 선단에 있는 라인업으로 컨피던스를 꼽는 데 이의가 없을 것이다. 40년을 넘어선 다인오디오의 현재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같은 제품들이다. 하이파이 스피커는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어느 순간 헤드폰이나 이어폰 라이프스타일 오디오들의 홍수 속에서 위상이 다소 뻘쭘해진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고유의 영역을 의심받아서가 아니라 뭔가 스폿라잇이 흐려진 듯한 무대와 관중들의 시선이 그렇다. 그런 소강상태와 같은 곳에서 C30은 새로운 조명을 켜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있는 듯하다. 신선하고 사운드 품질과 컨셉 또한 그런 연장선상에 있다.


C30의 소리는 뭐랄까 젊은 귀족이라고나 할까? 싱싱하고 에너제틱하면서도 세련되고 우아한 장식을 수놓아서 대단히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어느 곡을 들어도 새로운 기분이 들게 한다. 신형 컨피던스의 톨보이 중에서 막내가 되기도 하지만 디자인 컨셉으로 보아 제작자들도 가장 애착을 갖고 설계하지 않았을까 싶다. 플래그쉽은 대략 방향과 지향점이 정해져 있고, 같은 컨셉으로 그 아래 제품을 마이너하게 제작하는 것까지는 기존 제작포맷을 따르면 되는데 이렇게 트위터를 중심으로 3웨이 스피커를 상하 비대칭으로 구성하는 경우는 흔치 않아서 어째서 그랬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게 C30 고유의 매력이 될 것 같다. 시청한 제품은 메이플톤의 목질 디자인이 들어간 블론드 우드 마감이었는데, 본 제품의 다섯 가지 마감 중에 유일한 무광마감이다. 광택이 있는 다른 제품들의 마감들이 각기 다른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선사할 것으로 보여서 그 또한 궁금해진다.


또한 구형보다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대신 가격이 구형들보다 다소 올랐는데, 딱히 어느 제품의 후속 모델이 어느 제품인지 서로 매칭이 어려워서 일대일로 가격이 얼마나 올랐는 지 판단하기는 어렵게 해놓았다. 문제는 가격이 그냥 오른 게 아니라 사운드품질이 여러 면에서 우세하다는 점에서 가격을 의식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구형과 스타일이 다르기도 하지만 구형에서는 없던 새로운 퍼포먼스, 예컨대 강렬하고 날렵하면서 짧은 순간에서도 매끈한 감촉이 느껴지며, 이전보다 구체적인 어쿠스틱으로 펼쳐지는 스테이징과 선명한 이미징 등이 또 한 번 컨피던스를 좀더 높은 곳으로 올려놓았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곡을 듣고 나니 컨피던스는 이제부터 새로운 국면에 들어선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S P E C I F I C A T I O N

Sensitivity 88dB (2.83V / 1m)
IEC power handling 350W
Impedance 4 Ω (Minimum 2.8 Ω @ 85Hz)
Frequency response (± 3 dB) 38Hz–22kHz
Box Principle Bass reflex down-firing port
Crossover 3 way
Crossover frequency 290, 3700Hz
Crossover topology 2nd/3rd order with DDC
Weight 44.2 kg / 97.4 lbs
Dimensions (W x H x D) 222 x 1337 x 399 mm / 8 47/64 x 52 41/64 x 15 45/64 Inches
Dimensions with feet/grille (W x H x D)c 364 x 1382 x 424 mm / 14 21/64 x 54 13/32 x 16 11/16 Inches

I M P O R T E R & P R I C E

수입원 태인기기 (02 - 971 - 8241)
가격 27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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