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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세기에 걸쳐 정립해온 모든 가치의 균형

조회수 2019. 11. 20. 22:0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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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ndor Classic ⅔ 스피커

스펜더 50여년의 역사는 공부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프랑스나 이태리, 영국 등의 명품 패션브랜드들은 나름 장구한 역사를 이어 내려오는 경우가 많다. 대에서 대를 이어오고, 작고 초라한 공방에서 시작되어 현재는 해당 분야의, 말 그대로 고유명사가 되어오듯이 변모해왔던 역사가 존재한다. 여느 명품 광고에서도 흑백 사진을 배경으로 “Heritage”라든가 “Tradition”등의 단어를 써 가며 자사의 정통성과 상징성을 어필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유럽 발 명품 브랜드들의 이미징 작업과 유사한 마케팅을 펼쳐온 브랜드가 바로 BBC라이선스드 모니터 스피커들이다. 우리는 간단히 로하스 정도로 기억하고 있지만 1960년대까지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BBC 인스파이어드 브랜드들은 생각보다 많고 그 중에는 또 의외인 것들도 제법 있다.


가장 보수적이고 고전적이며, 같은 의미의 확장으로써 전통적 이라고도 평가받는 스펜더(Spendor)또한 각 연도별로 기념비적인 스피커들을 발표해왔으며 역사가 긴 만큼 그 연대기와 이야깃거리는 상당히 많은 편이다.


가령 69년부터 시작된 스펜더 BC 시리즈 스피커 세 모델(BC1~3)만 하더라도 상당 분량의 브랜드 히스토리를 언급할 수 있으며, 스펜더를 빈티지 시대와 그 이후 시대로 나누어 구분하더라도 조금 과장하자면 성서의 신/구약을 방불케 하는 이야기들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그 모든 유산과 전통, 역사를 우리 오디오파일이 굳이 공부하여 암기할 이유는 없다. 일목요연하게 연대별로 대표 모델을 암기 과목 외우듯 읊조릴 필요가 없으며, 또한 그것을 가지고 어디에서 박식한 척 할 필요도 없다.


혹시 자신이 상당한 스펜더 매니아여서 우연찮게 상태 좋은 BC2 한 조를 구했다 친다면, 그걸 계기로 내 스피커의 족보를 추척해 가는 재미 정도야 누가 뭐랄 것 없지만 말이다. 굳이 남들 앞에서 아는 척을 하고 싶다면 딱 한 두 시간 정도만 인터넷 서핑으로 해당 자료들을 추린 다음 그냥 외우면 될 일이다.


일단 해 놓으면 무언가 있어 보일 것 같은 이 브랜드의 역사 공부를 굳이 말리는 이유는, 현재 진행형으로 접할 수 있는 스펜더의 새로운 Classic 시리즈를 소장하고 듣고 즐기는 데 굳이 큰 영향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 스펜더 명기 스피커들을 내가 직접 거쳐오지 않았어도, 심지어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손 치더라도 이 브랜드 최신 시리즈(아이러니하게도 최신 시리즈의 이름이 Classic 이다.)의 사운드는 현대 시점에서도 충분히 당당하고 참신하다.


또한 지금의 클래식 시리즈 스피커들의 사운드를 가지고 반 세기 스펜더 브랜드의 정체성을 이야기 하더라도 전혀 손색이 없다. 과거의 스펜더와 지금 우리 눈 앞에서 소리를 내고 있는 스펜더는 같으면서도 다르며 최신의 스펜더 스피커는 과거와 하나의 맥락으로 이어지지만 의심의 여지가 없는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유니크한 기술로 이어지는 스펜더의 유산, 2/3

▲ Spendor Classic 2/3



스펜더의 가장 대중적인 모델, 아니 사이즈라고도 말할 수 있는 것이 바로 2/3 시리즈이다. BBC모니터 정통의 3/5 사이즈는 너무 작고, 1/2은 공간이 다소 부담스럽다. 저음 제어를 위한 앰프 솔루션도 신경이 제법 쓰인다. 2/3이라는 크기와 비율은 현대 오디오파일 관점에서 보더라도 상당한 황금비율을 떠올리게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황금비율이란 물론 음악/음향과 공간이 조화롭게 어우러질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한 마디로, 매우 적당한 사이즈의 적당한 스피커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스펜더 역사를 통틀어 가장 많이 판매가 된 사이즈도 바로 이 2/3의 조상들이다.




2/3의 최신작인 Classic 2/3은 기본적인 틀에서 보자면 전통적인 제작 방법과 모양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보인다. 참조할 만한 직계 조상 스피커라면 대충 SA2 시리즈(80년도)가 될 텐데 이들 스피커의 기술적 특이점을 하나 짚고 넘어가도 좋을 듯싶다. 그 첫 번째 단추는 이 브랜드가 추구하는 인클로저 철학.


일반적으로 스피커의 인클로저는 단단하고 견고할 수록 좋다고 알려져 있다. 드라이버 유닛과 함께 떨지 말아야 하며 또 내부 공명도 가급적 일으키지 않아야 하기때문이다. 하지만 스펜더의 생각은 다소 다른 듯 하며 심지어 이 “다른 아이디어”는 그 역사가 아주 오래되었다.




스펜더는 인클로저를 절대로 두껍게 만들지 않았다. 단단함을 유지하기 위해 두꺼워지는 인클로저는 오히려 사람 귀에 예민하게 받아들여지는 중/고음역의 공명을 야기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반대로 덜 단단하고 얇은 인클로저 벽은 저음역에서의 공명에 관여하며 컨트롤하기는 오히려 이쪽이 더 용이하다는 것이다. 고음역의 자연스러움을 확보했다면 원치 않는 저음의 공명은 강력한 댐핑으로 처리하면 될 일이다.



실제로 Classic 2/3에서도 이 댐핑 방식은 새로운 버전의 Visco - Elastic 댐핑 패드라는 것으로 이루어지며 이 댐핑 패드의 부착 지점은 철저하게 계산되어 결정된다고 한다. 2/3 내부를 보면 균일하지 않은 포지션과 밀도로 댐핑 시트가 자리잡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비스코 엘라스틱 패드는 진동 에너지를 바로 열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고 이 스피커로 음악을 오래 감상할 때 스피커에서 막 열이 날 정도는 아니다.)


스펜더는 지금까지도 여러 경쟁 브랜드에 OEM으로 자사의 인클로저를 납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유의 진동 제어 기술이 깃든 인클로저가 그만큼 대외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반증이 되며 그 기본은 고스란히 오늘 소개하는 Classic 2/3모델에 반영되어 있다.




또한 스펜더 자사에서 개발되는 미드/우퍼 유닛도 상당한 아이덴티티를 가지고있는데, 폴리아미드 섬유/강화 폴리머 소재의 드라이버 멤브레인과 다이캐스팅된 마그네슘 합금으로 만들어지는 바스켓이 그 핵심이다. 높은 자체 강성을 유지하면서도 자칫 경직되기 쉬운 사운드를 음악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균형을 강조한다.


드라이버 유닛 가운데에 고정되어 있는 페이즈 플러그 주변을 둘러싸고 움직이는 멤브레인(진동판)은 유닛 자체의 위상 정렬을 염두하고 만들어졌다.


탄성과 댐핑, 유연함과 강성 사이에서 딱 원하는 성향만큼의 물성과 그에 따른 음색을 만든다는 것, 드라이버를 자체 제작할 수 있는 브랜드만의 특권이라 하겠다. 2/3에 사용된 자사의 EP77 미드/우퍼 유닛은 약 21cm 직경의 것이며 소프트 돔 트위터는 2.2cm 이다. 아주 리니어한 특성으로 약 25kHz까지 확보되는 여유폭을 지니고 있다.



Classic 2/3의 사운드는 클래식 한가?



일단 2/3이라는 규격의 이 신형 스피커에 대해서는 음색에 대한 편견은 좀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박스형 스피커들에 대한 대부분의 선입견이 몇 가지 있을 텐데 가령, 부드럽다, 통울림이 있다, 저음역의 단단함과 윤곽은 다소 양보해야 한다, 스테이징 보다는 질감에 치우쳐 있다 등등의 느낌은 어느 정도 배제할 필요가 있다.


우선 통울림이라는 것은 일종의 공명(resonance)이며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스피커는 현대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그리고 모니터 출신이라는 BBC 계열 스피커들, 특히 스펜더 같은 경우에는 엄연히 원치 않는 공명을 배제하는 설계이지 무언가 둥둥 울려내면서, 좋게 말해 감성적인 음악성을 강요하는 컨셉도 전혀 아니다. (이 브랜드 스피커들이 공명을 컨트롤하기 위해 어떻게 인클로저를 설계하고 댐핑 전략을 세우는지는 위에서 설명한 바 있다.)


비단, 스펜더 뿐 아니라 이름 있는 대부분 브랜드에서는 이른바 중음역에 대한 가치를 잘 알고 있다. 사람의 가청 주파수 대역에서 가장 민감하고 의미 있게 받아들여지는 소리인 중음역은 전체 사운드의 중추를 담당하며 체감하는 음압의 상당량을 차지한다. 고음과 저음의 브릿지 역할은 물론 위상(phase)왜곡에 있어서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대역이 바로 중음역.


Classic 2/3은 기초공사가 상당히 잘 된 사운드라고 할 수 있는데, 각 음 대역 사이의 이음매 라든지 소리가 쏟아져 나올 때의 일관성 등이 매우 매끄럽고 잘 정돈되어 있다. 무언가 절제하고 정리하면서, 즉 소스 음원을 조각 하듯 깎아 내면서 정련한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자연스럽다는 표현이 꼭 오디오적 쾌감과 다이나믹스에 반하는 가치는 아닌 것이다.




25kHz까지 뻗어가는 고음역 한계는 굳이 숫자적 스펙이 아니더라도 청감상에서 충분히 개방감 있게 느껴진다. 물론 앰프의 특성이 비교적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솔직한 타입의 스피커이긴 하지만 사운드메이킹에 있어서 늘 상반되는 가치들, 가령 고음역의 개방감과 매끈한 질감, 배음과 여음의 적극적 표현과 가지런한 댐핑 등등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느낌 없이 좋은 균형을 이루고 있다.


어떤 스피커들은 아주 요란하고 임팩트 있는 사운드를 질러 대면서 청자를 강제로 스윗 스팟으로 끌고 오는 경향이 있는데, Classic 2/3은 적당한 향기를 풍겨서 사람을 하나 둘 모아내는 뉘앙스로 음악을 재생하곤 한다. 카 오디오적 표현을 빌리자면 SPL(sound Pressure Level)보다는 SQ(Sound Quality)쪽에 가까운 스피커이다.


하지만 Classic 2/3의 매력 포인트는 대편성 오케스트라나 악기 구성이 복잡한, 다층 레이어로 표현될 만한 복잡한 음원 소스에서 발휘된다. 잔향이 표현이 적극적이긴 하지만 그 가닥추림에 일가견이 있어 보이기 때문인데, 작지 않은 가상의 스테이징 표현 공간에 세세하게 들어찬 악기들의 표현이 정갈하게 그려진다.


Zadok the Priest — Choir of Westminster Abbey

헨델의 대관식 찬가(coronation) 중 유명한 “Zadok the Priest” 를 들어보면 엄청난 스케일의 합창 파트에서 실력발휘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적어도 비슷한 모양새의 박스 타입 스피커들 중에서는 Classic 2/3만큼 사운드를 잘 표현하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잔디밭의 잔디 한 올 한 올이 잔 바람에 일제히 쓸려 일어나며 존재감을 표현하는 듯한 합창곡의 표현은 분명 쉽지 않은 소스이다.




스케일과 임팩트를 표현하면서 디테일에 신경 쓸 여유가 있다는 것은 분명 그 스피커의 실력이 상당함을 의미할 것이다. Classic 2/3은 엄밀히 말하자면 대형기는 아니지만 하이엔드 급에서나 가능하리라 생각되는 공간적/질감적 표현을 조화롭게 상승시키는 저력이 확연히 드러나는 스피커이다.



스피커가 기민하게 반응하는 타입이고 상당히 모니터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성향이 하나 감지되는데, 바로 케이블과 소스기기 등의 변화에도 음색 변화의 폭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특히 케이블 도체의 뉘앙스가 고스란히 전달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하는데, 가령 굵은 단심선 계열의 스피커 케이블과 가느다란 연선 수 십 수 백 가닥이 묶여있는 타입의 스피커 케이블을 교차 비교해 보면 완전히 다른 뉘앙스가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소스기기의 정보량이 많을수록 Classic 2/3의 진가는 발휘되는 경향이 있는데, 때문에 수준급 턴테이블 재생 시스템을 갖추는 것을 적극 권장할 만한 스피커이다.



※ 위 유튜브영상은 리뷰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영상이며 실제 리뷰어가 사용한 음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현재진행형 전설의 매력



스펜더 Classic 2/3 스피커는 이름 그대로 스펜더의 클래식을 전수받으면서도 또한 최신예 라인업으로 표현되는 제품이다. 현대의 스피커 브랜드들이 무언가 알파벳 약자로 표현되는 듣도 보도 못한 신 기술과 소재를 앞세워 마케팅적 우위를 점유하려고 발버둥치고 있다면, 스펜더는 Classic 2/3같은 스피커에 반 세기의 자신감을 여유 있게 표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른 무엇보다도 Classic 2/3의 사운드는 크게 흠잡을 데 없는 완벽에 가깝다. 


이 스피커가 누구에게, 어떤 음악 재생에, 어떤 자리에 좋냐고 물어본다면 필자는 굳이 답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박스 타입 BBC 모니터들에 대한 디자인적 불호나 편견만 없다면 누구에게든지 레퍼런스, 즉 기준으로 삼도록 권할 만한 제품이다.




S P E C I F I C A T I O N


DESCRIPTION : 2-way reflex stand mount

DRIVE UNITS : LF 210mm, HF 22mm

H x W x D    : 543 x 273 x 338mm

WEIGHT       : 14.5kg

RESPONSE    : 35Hz - 25kHz

IMPEDANCE  : 8 Ohms

AMPLIFIER    : 25-200watts

SENSITIVITY  : 88dB

CROSSOVER : 3.6kHz



I M P O R T E R & P R I C E


수  입  사 : 헤이스 (02 - 558 - 4581)  

가      격 : 544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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