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작은 고추는 더 맵다

조회수 2019. 9. 27. 13:42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 Amphion Argon 0, Helium 510 스피커

지금까지 작은 스피커에 놀란 적이 몇번 있다. 대표적인 것이 키소어쿠스틱의 HB-X1과 하베스의 P3ESR이다. 이 들은 작은 덩치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저역 확장력과 펀치력, 양감, 큰 무대 스케일(HB-X1), 모든 악기들이 난무하는 가운데에서도 선명히 들리는 중역대 보컬(P3ESR)이 거의 이해불가 수준이었다. 좋은 스탠드와 앰프를 물려주면 그야말로 남부럽지 않은 오디오적 쾌감을 즐길 수 있는 스피커들이다. 

▲ Harbeth P3ESR 스피커

여기에 하나 더 추가다. 핀란드 앰피온(Amphion)의 Argon 0(아르곤 0)과 Helium 510(헬륨 510)이다. 그동안 앰피온 스피커는 꽤 많이 들어봤지만 정식 리뷰는 이번이 처음이다. 덩치만 놓고 보면 헬륨 510이 약간 더 크지만 앰피온 라인업으로는 아르곤 0이 상급기다. 뒤에서 자세히 쓰겠지만 실제 소리 만족도도 아르곤 0이 높았다. 어떻게 이런 스피커 소리를 지금에서야 들었는지 안타까웠을 정도로 두 스피커는 낭중지추라 할 만했다. 


안씨 히뵈넨 앰피온 CEO “웨이브 가이드로 3,4마리 토끼를 잡았다”

앰피온 스피커, 특히 스탠드마운트 스피커는 트위터를 둘러싼 옅은 혼 스타일의 웨이브 가이드와 좁은 배플, 트위터와 미드우퍼를 바싹 위아래로 붙인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두 스피커 트위터의 넓은 웨이브 가이드를 바라보다, 예전 인터뷰했던 안씨 히뵈넨(Anssi Hyvonen) 앰피온 대표 말이 떠올랐다. “트위터에 달린 웨이브 가이드로 3,4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내용인데, 기억을 더듬을 겸 당시(2016년 12월) 인터뷰를 들춰봤다. 핵심은 이렇다.

= 앰피온은 1998년 설립됐다. ‘앰피온’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제우스와 안티오페의 아들인데 음악에 재능을 보였다. 그래서 브랜드 이름으로 채택했다.


= 앰피온 라인업은 모두 기체 이름이다. 최상위 크립톤(Krypton), 중견 아르곤(Argon), 엔트리 헬륨(Helium) 모두 화학적으로 안정된 기체들이다.  


= 스피커 설계시 가장 주안점을 두는 것은 트위터와 미드우퍼를 가능한 한 유닛처럼 통합(cohesive units)시킨 다는 것이다. 그래서 크로스오버에 신경을 쓰는데 핵심은 사람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역대(2kHz~5kHz)를 건드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 앰피온 스피커는 트위터 웨이브 가이드를 통해 크로스오버를 1.6kHz로 낮출 수 있었다. 이는 웨이브 가이드가 트위터 앞에 공기를 가둬두는 역할을 해 미드우퍼처럼 더 많은 공기를 밀어낼 수 있고, 이로 인해 저역 하한선이 대폭 내려갔기에 가능했다.  


= 세미 혼 스타일의 웨이브 가이드는 또한 트위터를 보다 인클로저 안쪽에 위치시켜 미드우퍼와 보이스코일 위치가 똑같게 만들어줬다. 이로써 두 유닛간 시간축 일치(time alignment)가 가능해졌다.  


= 웨이브 가이드 직경이 미드우퍼와 똑같은 것은 2개 유닛에서 나온 소리가 동일한 패턴으로 방사되게 하기 위해서다.  


= 웨이브 가이드는 트위터의 비직선성을 완화해 청음공간의 영향을 덜 받게 하는 장점도 있다(UDD. Uniformly Directive Diffusion).  


= 앰피온 스피커는 배플이 좁은 대신 안길이를 늘려 필요한 용적을 확보했다.  


= 트위터 진동판 재질로 실크 대신 티타늄을 쓴 것은 티타늄이 개방적이고 풍부하며 가장 자연스러운 사운드를 들려줬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실크 돔은 소리가 휘어 나가는 것처럼 들린다.  


= 패시브 라디에이터는 아르곤 3LS와 3S 모델에만 있다(이후 7LS 모델 추가). 

▲ Amphion Argon 0 스피커

결국 앰피온 스피커는 티타늄 트위터와 하는 일 많은 웨이브 가이드, 핵심 중역대를 건들지 않는 크로스오버 주파수로 요약된다. 그리고 이는 이번 시청기인 헬륨 510과 아르곤 0에도 고스란히 적용됐다. 여기에 하나를 보태자면 상급 아르곤 시리즈에는 노르웨이 시어스(Seas)의 알루미늄 콘 미드우퍼가 투입됐다는 정도다.


현행 앰피온 스피커 라인업은 안씨 히뵈넨 대표 말 그대로 크립톤, 아르곤, 헬륨으로 짜였는데, 그 구체적 모델들은 다음과 같다. 

= 크립톤 : Krypton3(3웨이 5유닛 플로어스탠딩)

= 아르곤 : Argon 7LS(2웨이 3유닛 플로어스탠딩+패시브 라디에이터 2), Argon 3LS(2웨이 2유닛 플로어스탠딩+ 패시브 라디에이터 1), Argon 3S, Argon 1, Argon 0(이상 2웨이 북쉘프)

= 헬륨 : Helium 520(2웨이 플로어스탠딩), Helium 3, Helium 510, Helium 410(이상 2웨이 북쉘프) 


Argon 0 vs Helium 510

시청기인 두 스피커 모두 작다. 이중 아르곤 0은 더 작아서 높이가 259mm, 폭이 132mm, 안길이가 220mm, 무게가 4kg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헬륨 510은 높이가 316mm, 폭이 160mm, 안길이가 265mm, 무게가 7kg이 나간다. 물론 앰피온 스피커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좁은 배플과 상대적으로 긴 안길이, 메시 그릴을 포함한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디자인은 역시나 북유럽 감성이다. 인클로저 재질은 MDF. 

두 스피커는 또한 2웨이, 2유닛, 베이스 리플렉스 스피커다. 아르곤 0은 1인치 티타늄 돔 트위터와 4.5인치 알루미늄 콘 미드우퍼를 달아 50Hz~25kHz(-6dB)를 보이고, 헬륨 510은 1인치 티타늄 돔 트위터와 5.25인치 페이퍼 콘 미드우퍼를 달아 48Hz~25kHz(-6dB)를 보인다. 헬륨 510의 미드우퍼 크기와 내부용적이 조금 더 큰 만큼 저역 하한이 조금 더 내려간다.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는 두 스피커 모두 후면 싱글 와이와이어링 단자 밑에 있다.


두 스피커의 스펙도 공통점이 많다. 일단 두 스피커는 모두 공칭 임피던스 8옴에 감도 86dB인 스피커로 감도가 그렇게 높지 않다. 때문에 이런 스피커를 작은 음량으로 들으면 제 실력을 10%도 맛볼 수 없다. 장르와 곡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능한 한 높은 볼륨으로 들어야 곡도 살고 스피커도 즐거워 한다. 파워핸들링 수치는 최대 120W로 동일하며, 크로스오버는 안씨 히뵈넨씨 말처럼 핵심 중역대를 건들지 않는 1.6kHz에서 이뤄진다. 

▲ Amphion Argon 0
▲ Amphion Helium 510

두 스피커 비교에서 알 수 있듯이 아르곤 시리즈와 헬륨 시리즈를 구분짓는 것은 미드우퍼 진동판 재질이 아르곤은 알루미늄, 헬륨은 페이퍼라는 것이다. 하지만 더 큰 차이는 아르곤 스피커의 모든 미드우퍼는 노르웨이 시어스(Seas) 제품이라는 사실. 헬륨 시리즈의 페이퍼 콘 미드우퍼는 확실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 역시 외주를 준 것으로 짐작된다. 이에 비해 1인치 티타늄 트위터는 아르곤과 헬륨 모두 앰피온에서 디자인해 프랑스에서 만들어진다. 


시청

시청에는 오렌더의 네트워크 뮤직서버 A30과 프라이메어의 DAC 내장 인티앰프 I35를 동원했다. A30에도 DAC 이 들어있지만 USB로 출력, I35 내장 DAC(AK4497)을 활용했다. I35는 클래스D 증폭으로 8옴에서 150W, 4옴에서 350W 출력을 낸다. 시청은 오렌더 앱으로 타이달 음원을 들었다. 

The Doors 'L.A.Woman'(L.A.Woman)
먼저 헬륨 510으로 들어보면, 크기를 잊게 하는 저역의 양감과 탄력감이 돋보인다. 드럼 킥이 아주 생생하다. 스피커가 사라지지만 무대는 기대했던 것보다 넓지 않다. 대신 흐물흐물하지 않고 단단한 음, 각 이미지의 해상력과 무대의 앞뒤 공간감은 매우 만족스럽다. 헬륨 510보다 작은 아르곤 0으로 바꾸면서 이보다 더 나아질까 싶었다. 하지만, 첫음이 나오는 순간부터 알아챘다. 확실히 아르곤 0이 상급기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것을. 우선 모터사이클 사운드의 해상력부터 레벨이 달랐다. 음이 훨씬 생기발랄해서 음악에 좀더 집중하게 만드는 마력도 갖췄다. 드럼 킥의 스톱앤고도 보다 확실해졌다. 한마디로 필자의 몸이 보다 즐겁게 반응한다. 더 작은 체구인데도 음수가 더 많게 느껴진 것은 미드우퍼 진동판 차이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The Eagles 'Hotel California'(Hotel California)
다시 헬륨 510으로 들어보면 재생음이 무척이나 섬세하다. 이러한 섬세한 음의 조탁이야말로 소형 북쉘프 스피커의 최대 미덕일 것이다. 청정하고 잡맛이 없는 것은 페이퍼 콘의 장기. 이 곡의 트레이드 마크인 킥드럼의 타격감은 이런 일이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기대를 훨씬 웃돈다. 또한 HB-X1처럼 통울림을 활용하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낭창낭창하고 민첩한 음이 나오는 모습에서도 크게 놀랐다. 이어 아르곤 0으로 들어보면, 처음 등장하는 일렉기타의 배음이 몇곱절이라 해도 좋을 만큼 더 많이 느껴진다. 덕분에 음들의 표정은 더욱 오묘해졌고, 음이 시작해서 사라지는 그라데이션이 더욱 자연스럽고 촘촘해졌다. 킥드럼의 오디오적 쾌감 역시 헬륨 510보다 낫다. 4.5인치 우퍼를 단 이 작은 스피커에서 도끼 찍는 소리가 들릴 줄이야.
Carlos Kleiber, Bayerisches Staatsorchestra 'Libiamo Ne’lieti Calici’(Verdi La Traviata)
자주 듣는 '축배의.노래'를 들어보니 음에 단단한 심지가 느껴진다. 헬륨 510에서 나온 테너 목소리는 그야말고 야무지고 에너지가 가득하다. 이번 앰피온의 두 스피커를 시청하면서 너무 장점만 보이는 것 같아 눈에 심지를 켜고 단점을 찾으니 몇가지는 보인다. 헬륨 510의 경우 스피커를 좌우로 2.5m 이상 벌리니 가운데 사운드스테이지의 밀도감이 줄어들고, 코러스가 가세해 음수가 대폭 늘어나는 대목에서는 해상력의 저하가 느껴진다. 역시 어떤 스피커도 물리법칙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정도를 제외하고는 감동스러울 만큼 잘 해주고 있다. 아르곤 0은 테너의 성대가 꿀성대로 바뀐 듯, 소프라노의 고음이 좀더 매끄럽게 바뀐 듯했다. 코러스 등장 대목에서도 스피커가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 두 스피커 모두 적은 용적에서 나오는 당당한 음이 매력이지만 아르곤 0은 그 양감과 밀도감의 강도가 더욱 셌다.
Collegium Vocale 'Cum Sancto Spiritu'(Bach Mass in B Minor)
헬륨 510과 아르곤 0을 들을수록 오히려 두 스피커의 잠재능력이 어느 정도까지일지 감이 잘 안잡힌다. 당당하게 음들을 마주하는 스피커들이라는 인상은 계속되지만, 비유하자면 두 스피커의 수심이 얼마나 깊은지, 밑천은 어느 정도인지 간파가 힘들어지는 것이다. 그만큼 두 스피커는 사람을 빨아들이는 마력이 대단했다. 특히 아르곤 0의 경우 정신없이 청음메모를 하다가 몇번이나 고개를 들어 스피커를 바라봤을 정도로 믿기 어려운 음과 스케일을 과시했다. 풍성하고 쾌적한 음, 스트레스를 전혀 받지 않은 음이 술술 빠져 나왔다. 너무 호들갑스럽지만 작은 거인, 슈퍼 미니 스피커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총평

필자의 경우 지금 자택에서도 소형 북쉘프 스피커를 하나 사용중이다. 덴마크 스캔소닉의 MB-1이라는 모델인데 리본 트위터와 4.5인치 카본 미드우퍼를 쓴다. 같은 4.5인치 유닛을 쓴 아르곤 0과 비교해보면 고음의 화사함과 저역의 양감은 MB-1이 낫지만 저역의 단단함과 무대의 스케일은 아르곤 0 손을 들어주고 싶다. 헬륨 510의 그 상대적으로 수더분하고 편안한 사운드도 잊혀지질 않는다. MB-1은 이미 손에 들어왔고, HB-X1은 비싼 가격에 그냥 바라볼 뿐이어서 아르곤 0(그리고 헬륨 510)은 정말 고민된다. 맞다. 작은 고추도 핀란드산이 더 맵다.

추천 기사
핀란드의 청정한 아름다움에 대해서 - Amphion Helium 520 스피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