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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목에 맺힌 새로운 색깔의 열매와 같은 신선함

조회수 2019. 9. 20. 15: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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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yne Audio F703 스피커

스코틀랜드 감성

의회의 협의없이 유럽연합 탈퇴, 즉 노딜 브렉시트를 관철시키려는 신임 보리스 존슨 총리는 여왕에게 아예 의회의 휴회를 요청했고, 엘리자베스 여왕은 이 요청을 승인했다. 여왕은 스코틀랜드에서 휴가중이었다. 정치판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세계 정치문화에도 언젠가부터 강제적 관철이라는 트렌드가 생겨난 모양이고, 이는 전세계를 좀더 다양한 이해집단으로 잘게 나뉘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여하튼 필자의 더 많은 관심은 휴가중인 여왕이 새롭게 영국의 독립을 떠올렸을 곳은 스코틀랜드의 적막한 호숫가가 아니었을런지… 스코틀랜드는 마침 전체 인구의 절반에 육박하는,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원하는 주민들이 살고 있는 곳이라는 아이러니가 있다. 

처음 브루흐의 스코틀랜드 환상곡을 듣던 날을 잊을 수 없다. 정경화의 데카 시절 LP로 들었던 이 연주는 물리적 거리에 상관없이 과연 지구상에 유사한 감성을 가진 민족이 살고 있구나 싶은 생각을 하게 했다. 필자는 해마다 추석 무렵이 되면 이 연주에 나도 모르게 손이 가게 된다. 이 곡을 듣다보면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스코틀랜드의 산하가 눈 앞에 펼쳐지며 마치 어릴 적 뛰놀던 고향집 흙담벼락과 추수를 마친 들판에 불어오는 바람, 위엄이라고는 없어보이는 부드러운 곡선의 언덕, 방죽너머 어깨 높이에 들어오는 짙푸른 물결 등이 그대로 떠오른다. 스코틀랜드의 감성이란 그래서 오랜 동안 각별한 것이었다. 


파인오디오 스토리

파인오디오(Fyne Audio)는 출범한 지 아직 일년이 채 되지 않은 회사이지만, 이미 수십년간 스코틀랜드에서 스피커를 제작해 온 멤버들이 설립했다. 이들의 업계 경력을 합치면 200년이라는 훌륭한 마케팅 화두는 스코틀랜드라는 배경이라서 더욱 깊이가 느껴진다. ‘파인’은 스코틀랜드 호수이름이다. 우리에겐 괴수출현으로 유명한 네스(Loch Ness)호가 더 잘 알려져 있지만, 스코틀랜드 중서부에 있는 이 호수는 지도상으로 보면 호수라기 보다는 긴 운하처럼 생긴(스코틀랜드에서 가장 긴 호수) 모습을 하고 있다. 주변에 언덕과 숲이 있는 이 호수를 그대로 회사 로고로 형상화했다. 파인오디오의 로고에는 이니셜 ‘F’와 더불어 파인호를 중심으로 한 스코틀랜드의 산하가 청량한 기운으로 담겨 있다. 

▲ Fyne Audio 헤드쿼터에 방문한 스코틀랜드 유명 기타리스트 Midge Ure와 함께한 멤버들

파인오디오의 설립 멤버들은 탄노이의 오랜 스텝들이다. 알려진 바, 런던에 있던 탄노이는 70년대 중반 스코틀랜드의 코트브리지까지 대이동을 한 바 있으며 이때부터 오디오파일들이 알고 있는 탄노이의 열전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수뇌부가 이동한 탄노이의 위상이 흔들리는 게 아닐까 걱정하는 오디오파일들이 있을텐데 아시다시피 세상 일이라는 게 그리 간단치가 않다. 탄노이는 이미 홈오디오의 영역을 넘어 PA와 실용기 등을 포함하는 거대 포트폴리오와 미디어 사업에까지 확장을 하며 기존의 하이엔드 홈오디오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으니 탄노이의 팬들은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대신 지금의 화두는 탄노이의 살아있는 전설과도 같은 이 설계팀이 만들어내는 이 스코틀랜드 호수 이름을 붙인 스피커에 대한 새로운 담론일 것이다. 다만 이들은 탄노이의 포맷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게 특이하다면 특이하고 안전하다면 안전한 결정으로 보인다. 특히 특유의 듀얼 컨센트릭 디자인은 고금의 스피커를 통틀어 단 하나 밖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이 디자인을 파인오디오의 기본 포맷으로 설정한 것은 아마도 자신들이 실용실안이나 디자인 등의 특허권한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라인업 & 테크놀로지

파인오디오의 설계 및 디자인 포맷은 위로부터였다. 플래그쉽 F1은 유닛의 구경에 따라 10인치(F1-10), 12인치(F1-12) 두 기종이 있어 보이며, 이 F1의 설계를 기반으로 파인오디오의 제품 포맷이 결정되어 있다. 그래서 홀수번호로 700, 500, 300 순으로 제품 라인업이 내려간다. 그 중에서 700시리즈는 플래그쉽 F1의 현실화 버전이라는 인상이 강하며 그런 점들을 감안하면 700시리즈의 최상위 제품인 F703 은 파인오디오의 주력제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오디오파일들이 가장 빈번히 마주치게 될 대표제품으로 보인다는 의미이다. 

F703 의 듀얼 유닛 배치 외관을 보고 역시 탄노이의 레볼루션 혹은 데피니션 시리즈를 떠올리는 오디오파일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본적인 베이스 어쿠스틱 방식과 각 부의 설계는 파인오디오 고유의 것이며 제품의 등급은 상위 프레스티지급이 된다. 그러니까 파인오디오의 지향 디자인은 슬림하고 유선형의 외관을 기반으로 양감을 위해 동일한 구경의 베이스 드라이버를 추가한 구성을 하고 있다. 목질을 그대로 살리되 하이글로시 코팅으로 마감을 했다. 대역 및 유닛별로 F703을 하나씩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a) 아이소 플레어(IsoFlare)

간단히 말해서 탄노이의 듀얼 컨센트릭과 같은 원리인 동축 구성 방식의 포인트 소스 드라이버의 업버전 설계로 보인다. 중앙의 트위터의 내부에는 티타늄돔을 사용해서 부드러운 감촉과 자연스러운 확산과 더불어 뛰어난 스테레오 이미징을 제공하는 이 방식은 F1 설계로부터 가장 큰 혜택을 받은 영역으로 소개하고 있다.


특유의 복층 화이버 콘을 장착한 250mm 구경(약 9.8인치)의 미드레인지 드라이버는 마그넷 뒤쪽 하우징에도 벤틸레이션을 둔 설계를 통해서 크로스오버 대역 아래쪽의 대역에는 자연스러운 감쇄를, 그 위쪽의 가청대역에는 브레이크 모드로 작용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서 자연스러운 프레즌테이션과 단정하고 깔끔한 트랜지언트가 가능하도록 제작되었다고 한다.

b) 파인 플룻(FyneFlute)

미드레인지와 베이스 두 개의 동일한 콘 주위의 에지에 적용된 설계방식인데, 서라운드 에지의 돌출면에 사선 방향으로 홈을 파서 콘의 왕복시에 발생하는 잉여에너지를 감쇄 혹은 소멸시키는 메커니즘이다. 동일한 전후 운동 중에 발생하는 균일하지 않은 인터페이스로 작동시키기 위해 컴퓨터로 측정하고 설계한 이런 디자인을 적용시켰다고 한다. 그 결과로 음의 종료시에 발생하는 터미네이션 왜곡, 컬러레이션 등을 감쇄시켜 음악적으로 정확한 재생을 가능하게 했다고 한다.


알려진 바, 스캐스픽의 8531 같은 유닛의 경우에는 콘의 표면에 사선을 넣은 디자인이었다면 파인오디오의 경우는 에지에 사선으로 굴곡을 준 설계이다. 원리는 유사해보인다. 전후간 동일한 방향 왕복운동을 하며 생기는 정재파를 마치 총열내부의 강선처럼 비틀어서 상쇄시킨다는 원리를 반영한 디자인이다.

c) 베이스 트랙스(BassTrax)

아마 기존의 탄노이와 가장 다른 부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스피커 케비닛의 하단에 리플렉싱 포트를 두고 그 아래쪽 바닥에 산 모양의 디퓨저를 두어서 내부에서 발생한 리플렉싱 에너지를 360도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확산시키는 방식이다.


3개의 체임버로 구성되어 있는 F703의 캐비닛은 본 베이스트랙스의 구현을 위해서 쌍으로 마주보게 만든 트윈 캐비티 구조로 캐비닛을 구성하고 아래쪽 체임버에 리플렉싱 홀을 뚫어서 하단으로 베이스 리플렉싱을 하게 했다. 마치 자동차의 머플러처럼 동작하는 이 방식을 사용하는 스피커들의 일반적인 장점으로서 포트에서 발생하는 스탠딩웨이브를 차단시키는 효과가 크다고 알려져 있다. 여기에 더해서 파인오디오의 방식은 이렇게 함으로써 튜닝주파수를 확장시키고 콘의 이탈을 감소하게 해서 시청을 해보면 빠른 비트에서도 매우 단정하고 정확한 베이스를 얻을 수 있다.


본 베이스트랙스의 완성과도 관련이 있지만, 그래서 본 제품의 바닥에 있는 플린스에는 특별한 설계가 적용되어 있다. 8mm 두께의 금속 플레이트를 이중으로 구성한 플린스의 아래쪽 플레이트는 특별히 베이스 드라이버에 사용한 콘 디퓨저를 사용해서 제작했다고 한다.  


크로스오버는 극저온처리해서 제작되었으며, 클래리티캡의 커패시터와 반덴헐의 고순도 은선을 사용하고 있다. 참고로 본 제품의 크로스오버는 200Hz, 880Hz이며 시청을 해보면 10인치 유닛을 두 개 사용한 제품구성으로도 대역 밸런스와 다이나믹스의 표현이 매우 자연스럽다.  


바이와이어링 대응의 스피커 터미널은 모두 프리미엄급 금도금처리되어 있으며 탄노이 스피커에서 볼 수 있었던 그라운드 터미널이 추가되어 있다. 


리스닝

F703 을 시청한 지 얼마 안되어서 바로 느끼게 되는 점은 무엇보다 뛰어난 해상력이다. 원 소스에 포함되어 있는 정보량을 낱낱이 꺼내어 전달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유연한 동작 내에서 이루어지는 마이크로 다이나믹스의 묘사가 종종 감동을 줄 만큼 정교하다. 하지만 비트와 피치를 올려가면 여기에 더해서 파인오디오의 제품이 보여주는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애초에 지향했을 가능성이 높은 바, 거의 만능에 가까운 장르재현력을 겸비하고 있는 모습은 이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이 될 것이다.

Martha Argerich - Bach English Suite No.2
아르헤리치가 연주하는 바하 영국모음곡 2번을 들어보면 이 연주 특유의 간결하고 빠른 비트를 마치 스피커가 선도하는 듯 굼뜬 느낌 없이 경쾌하고 깔끔한 터치로 들려준다. 어떤 면에서는 스타일을 주장하지 않고 섬세함에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건 곡이 다 마칠 때까지도 지나치게 밝다거나 유려하게 표현하지 않고 시종 음원에 충실해서 구체적이라는 인상으로 일관하기 때문일 것이다.
Krysitan Zimerman - Schubert: Piano Sonata No.20 In A Major, D.959
느린 템포의 곡으로 이동해서 짐머만이 연주하는 슈베르트 소나타 20번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터치가 구체적이고 음의 시작과 마침 뿐만 아니라 손이 얹어지고 힘이 더해지는 느낌까지 잘 전해진다. 특히 왼손의 동작과 페달의 조합이 잘 전해지는 느낌은 시청자로 하여금 이 스피커의 정보전달력이 제품의 음악성에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 지 잘 알게 해준다.
Dunedin Consort & Player - Bach Mass in B minor
린레코드 SA 컬렉션 5 중에서 바하 B단조 미사 중 첫 곡 'Kyrie Eleison’을 들어보면 이런 성향은 좀더 극대화되어 나타난다. 기본적으로 정보량이 뛰어난 이 녹음에 담긴 악기와 공간 정보를 매우 극명하고 명쾌하게 보여준다. 각 솔로들의 미세한 위치의 차이와 높이를 선명한 이미징으로 잘 보여주어 쉽게 입체적인 공간을 만들어낸다. 음색을 과장하거나 장식해서 들리는 일이 거의 없이 사실적이고, 바소 컨티뉴오가 과도하게 부풀거나 해서 이보다 상위의 대역 특히 보컬을 마스킹시킨다거나 하는 순간이 한 번도 없었다. 본 녹음은 이러이러하다 라고 설명하기에 충분할만큼 음원 속 상황을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그려낸다.
Dave Brubeck - Take Five
정확한 프레즌테이션은 음상정위에 크게 기여하며 원래 사이즈의 이미징을 컴팩트하게 잘 그려낸다. 데이브 브뤼벡 콰르텟의 ‘Take Five’를 들어보면 마치 무대의 사방 끝이 어디까지인지 좀더 분명히 확인시켜주는 듯 전후좌우 악기와 공간 구간을 좀더 명확히 구분시켜 각 위치를 분명히 느끼게 한다. 다이나믹스는 익숙한 대역별 구간을 좀더 자연스럽게 세분해서 들려줘서 대역이동시에 매끄럽고 유연하다는 느낌을 준다. 악기 중에서는 특히 드럼이 사실적으로 들리는데, 곡의 시작인 심벌에서부터 킥드럼의 타격감촉까지 이 오래고 익숙한 녹음을 새롭게 들리게 한다.

한편, 강렬하고 분명한 업템포 베이스를 모호함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템포가 엉키지 않게 잘 들려준다.


Drake - One Dance
Drake의 ‘One Dance’에서 베이스 비트가 시작되면 어떤 면에서는 모니터에서나 들을 수 있는 구체적인 베이스가 다소 솔직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곡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고 몰입하게 해주어서 시청하는 동안 어느새 이 곡에서 열기가 생겨나 있다. 보컬이 등장하고 여러 악기가 섞이는 동안 시종 뛰어난 해상도로 정돈이 잘 되어 있는 무대를 보여준다.
BTS - 작은 것들을 위한 시
BTS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 처럼 좀더 화면을 가득 채우는 곡에서도 역시 정돈을 잘하고 있는 모습은 이 스피커의 장점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다. 음상정위가 분명하고 이미징이 컴팩트하게 잘 떠오른다. 울림이 날카롭지도 모호하지도 않고 딱 듣기 좋은 수준. 특히 이 곡에서는 도입부 아련함을 감성적으로 잘 표현해서 이 곡에 대한 새로운 느낌을 주기도 했다. 보컬과 미학적으로 표현한 앰비언스 부분을 좀더 심화시키는 듯한 사운드이다.
halsey - without me
호소력이 더 짙어져 있는 할시의 ‘Without Me’ 는 그녀의 보컬을 매력적으로 감상하기에 아주 좋았다. 짧고 강한 임팩트의 베이스는 다소 나른한 느낌을 준다고 할 수 있어서 이보다 응집력이 있는 재생이 가능한 스피커들이 있겠으나 어느 쪽이 더 정확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Anne-Sophie Mutter & Saito Kinen Orchestra & Seiji Ozawa - Saint-Saëns: Introduction et Rondo capriccioso, Op. 28 (Live)
무터가 연주하는 생상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 의 도입부 바이올린(세이지 오자와 지휘 사이토 키넨 오케스트라)은 역시 마이크로 다이나믹스의 장기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부분이다. 이 스피커 특유의 섬세한 표현력은 이 미세한 표현이 집중되어 있는 연주 부분에 쉽게 몰입하게 해준다. 서주 부분이 시작되면 촘촘히 돋아있는 현의 굴곡을 세세히 타고 넘는 듯한 마찰의 느낌이 절절하게 전해진다. 녹음의 품질을 유감없이 드러내면서 소위 텍스춰의 묘사가 F703의 가장 큰 장점으로서 부각되었다. 템포의 변화도 구체적으로 잘 전해져서 느리고 빠른 패시지의 변화를 잘 몰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이미징과 위상정위도 정확해서 바이올린이 미세하게 방향이 바뀌고 전후좌우로 이동하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잘 포착해서 보여준다.
Andris Nelsons, Boston Symphony Orchestra - Shostakovich Symphony No.5
한편, 대역이 넓고 정보량이 뛰어난 스피커가 종종 밝다고 느끼는 오디오파일이 있는데 이 스피커가 어떤 연주에서는 원곡에서 느껴져야 할 특유의 뉘앙스를 다소 밝게 표현하는 경우가 있긴 했다. 밝다고도 할 수 있으나 정확히는 과장과 왜곡을 섞은 밝음이 아니고 높은 해상도가 기여하는 밝음이다. 그런 면에서 안드리스 넬손스 보스톤 심포니를 지휘한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4악장을 듣다보면 해상력과 다이나믹스 모두 좋으나 좀더 심각했으면 싶은 순간들이 있었다. 높은 대역 자체가 물리적으로 밝아서가 아니라 너무 정돈이 잘 되어 있다는 게 주로 이유가 되어 이 연주 특유의 ‘스탈린의 어두운 그림자’가 좀더 짙게 드리웠으면 싶었다.

자연을 사랑하는 제작자가 만든 스피커

익숙한 곡들에서 원곡의 분위기를 유지한 채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는 순간은 흔치 않다. 그리고 그 소리를 재는 제품 자체가 흔치 않은 제품일 가능성도 높은 건, 그런 스피커들은 이제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이 시청기가 칭찬 일색이 될 거라는 건 필자도 예상했었다. 근래 시청한 제품 중에서 가장 좋았으니까 말이다. 필자의 취향에 맞다고 할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만인취향의 사운드컨셉으로 제작되어서, 감성과 이성을 적당히 배합시킨 성향의 사운드를 좋아하는 사용자라면 쉽게 환영할 스피커라고 생각된다. 탄노이와의 비교가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이 제품의 설명을 위해 불가피한 레퍼런스이기 때문에 필요할 때마다, 그리고 탄노이 사용자들의 빠른 이해를 위해 요소 요소 언급을 했다. F703을 기준으로 말하자면 파인오디오의 스피커는 탄노이 프레스티지 제품들과는 공통분모를 가진 새로운 숫자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떤 면에서는 많이 다른 제품이라서, 탄노이라는 고목의 긴 순환고리에서 불현듯 새 가지가 돋아 맺힌, 성분구성이 다른 새로운 열매라고나 할까?  


일부 제품들로 인해 해상도가 높은 스피커들에 대한 왜곡된 선입관을 갖고 있는 오디오파일이라면 본 제품을 꼭 시청해볼 것을 권하고 싶다. 이 제품은 마치 호수를 좀더 투명하게 들여다보고 싶은 그런 해상도를 추구한 사람이 만들어낸 강렬한 콘트라스트와 고급의 청명함을 보여주는 스피커이다. 시청을 마치고 나자 본 제품의 모체가 된다고 해야 할 상급기 F1-10 이 곧바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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