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텍과 함께라서 행복했던 일주일

조회수 2019. 7. 29. 14:0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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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ltech Princess XLR Interconnect Cable

개인적으로 네덜란드 실텍(Siltech)은 꼭 한번 써보고 싶었던 케이블이다. 비록 집의 스피커에 붙여놓은 점퍼케이블이실텍 제품이지만, 그 정도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 국내외 유저들의 높은 평가도 솔깃했지만 무엇보다 99.999999%의 은에 0.000001%의 금을 섞은 도체는 어떤 차이가 있을지 몹시 궁금했다. 자매 회사인 크리스탈(Crystal) 케이블은 예전 헤드폰 케이블로 접해봤는데 정말 대단했다. 물린 오디지 헤드폰이 초사이언으로 업그레이드된 듯했다. 그럼에도 실텍을신포도 취급을 했던 것은, 짐작하시겠지만 그 높은 가격 때문이었다.


그러던 차에 풀레인지에서 케이블 리뷰를 자택에서 진행할 수 있겠냐고 문의를 해왔다. 실텍의 XLR 인터케이블이라고 한다. 와이 낫? 이틀 후 택배가 도착했고, 박스를 열어보니 길이 1.5m 케이블 양쪽 실버메탈하우징에‘Princess. Silver-Gold Interconnect’라고 씌어 있는 프린세스 케이블이었다. 단자는 뉴트릭(Neutrik NC-FXX)) 제품인데 실텍에서 직접 손으로 선재와 체결한다고 한다. 단자 결합 상태와 케이블 슬리빙익스펜더마감, 뉴트릭XLR 단자 상태 모두 빼어났다. 



실텍과 크리스탈

▲ 실텍의 현 대표, 에드윈 라인벨트 (Edwin Rijnveld)

실텍은 1983년 두 명의 대학 졸업생이 네덜란드 아른헴 인근 엘스트(Elst)라는 곳에 설립했다. 이들은 몇 가지 실험으로 도체에 따라 케이블 소리가 달라진다는 차이를 발견하게 됐고 그 중 은(silver)이 최고의 도체라고 확신했다. 실버와 테크놀로지 앞글자를 따 실텍이 탄생하게 된 이유다. 실텍은 이후 1992년 헝가리 출신 전자공학 엔지니어이지 현 CEO인 에드윈 라인벨트(Edwin Rijnveld)가 인수했다.

▲ 에드윈 라인벨트 (Edwin Rijnveld)의 아내 가비 라인벨트 (Gabi Rijnveld)

크리스탈은 그의 아내 가비 라인벨트(Gabi Rijnveld)가 2004년에 독자적으로 설립한 브랜드다. 피아니스트이자 오디오파일인 그녀가 실텍에 합류해 내놓은 잇단 프로젝트가 성공한 덕에 독자 회사를 설립한 것. 사명은 그녀가 실텍 재직 당시 수행했던 ‘Crystal TIL(The Inevitable Link) Silver Cable’에서 기인했다. 실텍과크리스탈은 현재 이들 부부가 세운 인터내셔널 오디오 홀딩(International Audio Holding)이라는 그룹 소속으로 돼 있으며, 한 건물을 사이 좋게 나눠 쓰고 있다.


Princess XLR 인터케이블본격 탐구

▲ (위쪽 14개) 클래식 애니버서리 시리즈,
  (아래3개) 트리플 크라운 시리즈

프린세스 XLR 케이블은 실텍의 핵심이라 할 로열시그니처(Royal Signature) 시리즈의 막내다. 시리즈 서열로 보면 아래에 클래식 애니버서리(Classic Anniversary)가 있고, 위로 트리플 크라운(Triple Crown) 시리즈가 있다. 로열시그니처 시리즈의 경우 XLR 케이블만 따져보면, 맨 위부터 Empress Double Crown(엠프레스 더블 크라운), Empress Crown(엠프레스 크라운), Empress(엠프레스), Queen(퀸), Crown Princess(크라운 프린세스), 그리고 시청기인 Princess(프린세스) 순이다. ‘로열’이 붙은 시리즈답게 모델명에 황후, 왕비, 공주를 붙인 점이 눈길을 끈다. 이에 비해 스피커케이블에는 킹(King)이나 엠페러(Emperor) 같은 남성명사를 쓴다.


프린세스 XLR 인터케이블은 선재로 솔리드 G7 실버-골드, 커넥터로 위에서 언급했듯이 뉴트릭캐논 암수 단자를 썼다. G7은 실텍에서 개발한 선재가 최신 7세대(7th Generation)에 접어들었다는 뜻. 물론 실텍은실버(Silver)와 테크놀로지(Technology)를 결합한 사명에서 알 수 있듯이 처음부터 순은 선재를 썼고, 1997년 G3 때부터 순은에 금을 결합한 선재를 썼다. 실텍 선재 히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G1 : 1984년 실텍에서 처음 은 도체를 사용해 케이블을 제작했다. 당시 케이블에 순은을 썼다고 해서 오디오파일들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주인공이 바로 실텍이었다.


G2 :은 결정(crystal)의 길이를 키워 미세한 결정 경계 틈을 대폭 줄였다. 실텍은 은 소재 케이블 소리가 지나치게 밝고 자극적이라는 인식이 바로 이 틈으로 인한 소리의 왜곡 때문이라고 봤다. 참고로 금속을 녹여 선재를 만들면 그레인(grain)이 생기는데 1m 길이에 수백 개 이상의 그레인이 발생한다고 한다. 문제는 이들 그레인 사이에 경계선(grain boundary)이 생겨 음악신호가 이 경계를 통과할 때 순도가 떨어져 결국 음질저하를 일으킨다는 것. 통상 1cm 길이 선재에는 1000만 개 정도의 경계선이 발견된다. 


G3 : 1993년 은에 순금을 섞은 FTM-4 케이블을 출시한 뒤, 1997년 이를 개선해 G3을 출시했다. 은 도체 결정 경계 부근에 금 원자를 주입시켜 결정 경계로 인한 왜곡을 20%로 줄였고, G3 후반기에는 10%까지 떨어졌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마치 돌(은)로 쌓은 벽 틈새를 시멘트(금)로 메운 듯한 이미지다. 


G4 : 정밀산업용 케이블 선재. 


G5 : 한 세대를 건너 뛴 가정용 케이블 선재. 결정 경계 오류를 1% 미만으로 줄였다. 


G6 : 실텍의 제련 기술 발전으로 결정 경계 오류가 0.1%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G6 후반기인 2006년에는 섭씨 1000도로 금속 분자를 다시 정렬시켜 전도성(conductivity)을 높인 열처리기술 SATT(Siltech Advanced Thermal Treatment) 공정을 도입, 성능을 개선시켰다. 


G7 : SATT 공정 업그레이드를 통해 유도용량과 전기저항을 대폭 감소시켰다. 


S8 : 선재 전체가 하나의 결정으로 이뤄진 모노 크리스털(monocristal) 순은 선재. 결정 경계가 아예 없기 때문에 더 이상 금 원자가 필요 없게 됐다. 참고로 모노 크리스털, 즉 단결정은 금속 분자 알맹이를 아주 작게 하면서도 분자 배열을 벌집 구조처럼 질서정연하게 만듦으로써 선재 전체가 하나의 결정체로 된 것을 말한다. 초크랄스키(Czochralski) 방식으로 단결정을 생산할 경우, 시간당 0.1~1mm씩 자란다고 한다.


프린세스 XLR 인터케이블은 따라서 순은+금 선재의 최신 버전인 G7 도체를 썼다는 얘기다. 이에 비해 같은 로열시그니처 시리즈의 ‘크라운’과 ‘더블 크라운’ 모델은 단결정 순은 선재인 S8을 G7과 혼용해 썼다. 더블 크라운은 크라운에 비해 S8의 양을 2배 늘리고, 트리플 크라운은 이를 다시 2배 늘렸다는 뜻이다. 그리고 트리플 크라운만이 도체 전체를 S8 소재로 제작한다. 트리플 크라운 XLR 케이블은 3000만원이 넘는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다. G7 선재 두 가닥을 ‘X 밸런스드 마이크로 테크놀로지’(X Balanced Micro Technology) 라는 기술로 정확히 꼬아 외부 전자기장 간섭을 일반 케이블의 1/1000 수준으로 줄인 점도 실텍의 빛나는 성취다. 잘 아시는 대로 XLR 케이블은 신호선과 어스선이 분리된 2심 구조이며, 절연체로 감싼 각 신호선과 어스선은 신호 전송에 따라 발생하는 전자기장을 줄이기 위해 꽈배기처럼 꼬는 것이 보통이다.


이 과정에서 정확히 90도를 두고 두 선재가 정확하게 꼬이게 하는 기술, 그리고 이를 위해 얇고 단단하며 절연성능이 좋은 캡톤(Kapton)을 인슐레이터로 투입한 기술이 바로 X 밸런스드 마이크로 테크놀로지다. 이 기술 덕분에 두 선재가 하나의 케이블처럼 단단하게 꼬임으로써 진동에 의한 마이크로포닉노이즈도 줄였다고 한다. 한편 듀폰사의캡톤은 테플론(Teflon) 같은 일반 절연체보다 안정적이며 내구성이 극도로 높아 매우 얇은 인슐레이터로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만약 인슐레이터 두께가 불규칙하거나 두껍다면 선재를 꼬는 과정에서 오차가 생기게 된다. 



시청

자택에서 쓰고 있는 마이텍의맨하탄 II DAC과 일렉트로콤파니에의 스테레오 파워앰프 AW250R 사이에 실텍의프린세스 XLR 인터케이블을 투입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싶을 정도로 기존 케이블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무엇보다 음이 야들야들하고 매끄러우며 배경이 정숙했다. 곡에 따라서는 음량마저 증가한 듯했다. 스테레오 이미지의 중앙 포커싱, 음의 음영과 악기의 앞뒤 레이어도 모두 급상승했다.실텍이 이 정도 레벨인 줄은 정말 몰랐다.

Werner Thomas, Münchener Kammerorchester‘Les Larmes Du Jacqueline’(Harmonies Du Soir)
최근 읽은 책에서 ‘세상에서 가장 슬픈 첼로곡’이라고 소개하는 바람에 알게 된 곡. 기존 인터케이블로수차례 들었기 때문에 곧바로 비교할 수 있을 것 같아 첫 트랙으로 골랐다. 아니나 다를까, 마치 LP를 플레이하는 것처럼 음의 중량감이 장난 아니다. 첼로의 미세한 떨림마저 그대로 전해주는 디테일이 장난이 아니다. 마치 비싼 카트리지로 업그레이드한 느낌. 기존에 안 들리던 저역대가 생생히 들리는 점도 특징이다. 무엇보다 음에 야윈 구석이 없는 점이 마음에 든다. 그리고 첼로도 첼로지만 뒤 그리고 밑에 깔리는 반주음이 너무나 또렷하게 존재감을 과시한다. 여린 음이 일절 메인 첼로 음에 묻히지 않는 것이다. 여기에 배경까지 어둠 깜깜하니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Anne Sofie Von Otter ‘Baby Plays Around’(For The Stars)
정자세로 앉아 플레이 버튼을 누르는 순간, 깜짝 놀랄 정도로 그녀가 필자 바로 앞에 나타난 듯하다. 진짜 바로 앞에서 노래하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이날 따라 방의 형광등 조도가 몇 곱절 올라간 듯도 하다. 그만큼 선명하고 또렷하게 그녀가 등장하는 모습에 이미 필자는 무장해제됐다. 이어 캐치되는 그녀의 들숨과 피아노 건반 밟는 소리, 보컬과 악기의 앞뒤 레이어감, 곡이 녹음된 스튜디오의 공간감 등이 기존 케이블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일취월장했다. 참고로 필자가 2년 째 쓰고 있는 XLR 케이블은 프린세스 XLR의 3분의 1 가격으로, 그동안 전혀 불만 없이 쓰고 있던 애장기다. 그런데 졸지에 오징어가 됐으니 속도 상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체념키로 했다. 실텍의실력기를 만난 게 잘못된 운명이려니 여기기로 했다. 이밖에 트럼펫과 피아노의 높낮이 구분도 정확히 이뤄지는 것을 보면, 프린세스 XLR의 장점은 1) 음이 고와진다, 2) 정숙도가 늘어난다, 3) 음의 윤관선이 선명해진다, 그리고 4) 케이블이 훨씬 빠릿빠릿하게 음을 대하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Collegium Vocale‘Cum Sancto Spiritu’(Bach Mass in B minor)
이 곡은 새벽에 듣다가 평소보다 볼륨이 더 커진 듯해서 낮에 다시 청취했다. 음이 스피커 유닛에서 그야말로 쑥쑥 거침없이 빠져 나온다. 저역의탄력감은 음에 스프링을 단 듯하고, 배음과 잔향은 필자의 좁은 방 구석구석을 핥듯이 돌아다녔다. 노이즈는 박멸된 상태, 소릿결은 거친 구석이 일도 없는 상태. 이 곡을 들으면서 없던 걱정과 조바심이 났다. ‘이러다 이 케이블을 어떻게 떠나 보낼까’ 하는 생각, 바로 그것이었다. 마치 태어나서 처음 고급 카스텔라를 한 입 베어 물자마자 뱉어내라는 소리를 들은 느낌이다. 로켓처럼 치솟고 자유낙하처럼 처박는 다이내믹 레인지 덕에 곡 전반에 활기가 가득하다. 이 모습이 ‘실버 골드’ 야금술의 진가가 아닌가 싶다. 이어 클라우디오아바도, 베를린필의 모차르트 레퀴엠 중 ‘Tuba Mirum’을 들어보면 무대마저 넓어졌다. 결국 앞단에서 보낸 정보량에 일절 손실이 없다는 증거다. 역시 케이블은 없던 것을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있던 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Marcus Miller ‘Trip Trap’(Laid Black)
좀더 볼륨을 높여서 마커스밀러의일렉 베이스 연주의 세계를 탐닉해보기로 했다. 첫 음이 나오는 순간, 필자 앞에서 자그마한 번개가 내려치는 줄로만 알았다. 일렉 베이스가 무대 중앙에 너무나 또렷이 등장해 음들을 마구마구 섬광처럼 발사하는 것 같았기 때문. 메모를 하다 말고 몇 번이나 고개를 들어봤을 정도다. 평소 안들리던 음들이 삼지사방에서 들리는 모습은 예전 본격 DAC를 처음 집에 들였을 때와 비슷했다. 음은 싱싱하고 색번짐이 없으며, 리듬감을 보면 DAC/프리와 파워 조합의 스피드도 엄청 빨라진 것 같다. 둘이 딱딱 아귀가 맞는 느낌. 스피커는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이어 ‘칸탄테 도미노’ 앨범에 수록된 오스카모텟 합창단의 ‘크리스마스 송’을 들어보면 은선의 모든 장점이 그대로 드러난다. 윤기, 광택, 화사함, 고운 입자감, 여리여리함. 덕분에 소프라노 음색이 정말 아름답게 느껴진다. 또한 소금쟁이가 한가롭게 수면 위를 돌아다니는 고요한 저수지처럼 노이즈는 한 방울도 안남기고 사라졌다. 그러다 파이프오르간이 등장하는 대목에서는 음압이 평소보다 더 많이 솟구쳐 깜짝 놀랐다.
※ 위 유튜브영상은 리뷰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영상이며 실제 리뷰어가 사용한 음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총평

행복한 일주일이었다. 귀를 쫑긋 세워 테스트를 마친 후부터는 프린세스 XLR 인터케이블을 마음껏 즐겼기 때문이다. 평소 좋아하던 곡들이 어떻게 다르게 들리는지 귀에 담아두기 위해서, 그리고 그 아기자기하게 달라진 음의 촉감을 만끽하기 위해서였다. 무심한 아내마저 “소리가 깨끗한데”라며 케이블과 오디오 기기에 눈길을 준다. 지금까지 집에서 여러 케이블을 테스트해보고 리뷰도 해봤지만, 제대로 실텍을 들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고 그 만족도는 세 손가락 안에 꼽을 만큼 대단했다. 사고 싶은 케이블을 오랜 만에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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