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영역안에서 유감없는 실력발휘

조회수 2019. 5. 31. 16: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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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KCO EVA 진공관 인티앰프

1960년대 이전의 진공관 라디오들은 오늘날의 스마트폰에 필적할 만한 미디어 인플루언서였다. 단순히 음악을 듣기 위한 것뿐 아니라 당시 유일한 실시간 미디어 전달 수단이었던 것. 우리가 알고 있는 상당수 빈티지 오디오 브랜드들이 진공관 라디오 개발에 열을 올렸던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으며 그만큼 경쟁도 치열한 분야에 다름없었다.

진공관 라디오 시장에서 메이저 대접을 받았다는 것은 기술력 면에서도 인정받았다는 의미와 다르지 않다. 이번에 소개하는 제품 브랜드인 EKCO는 특히나 치열했던 진공관 라디오 시장에서 당시 영국 여왕이 하사하는 대영제국 훈장까지 받은 이력이 있다. (참고로, 기사 작위를 하사 받는 이들도 이 “대영제국 훈장”의 연장선상에 있다.)


EKCO의 브랜드 역사는 엄연히 말하자면 우리가 알고 있는 브리티시 오디오의 조상 격이 된다고 여겨도 무리가 없다. 오늘 언급하고자 하는 EVA 인티앰프의 원류를 찾아가자면 지난 세기의 초반인 192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다. 진공관 소자를 다루는 기술은 특히나 브랜드의 역사/전통/고유 기술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은데, 같은 튜브라고 할 지라도 브랜드 별로 음질(음색이 아닌)차이가 격하게 나는 이유이다.

진공관 앰프 분야는 수치와 도표를 통해 표현되는 테크놀로지 보다는 오랜 경험에 의한 메이커 고유의 장기가 보다 부각되는 영역이다. 가령 트랜스 권선 기술이라든가(기계로 감는 트랜스는 아직까지는 숙련된 장인의 수작업품 품질을 따라올 수 없다.) 각종 커플링 캐패시터의 진동 댐핑방법, 하다못해 부품의 리드선을 어떻게 꺾어내어 모양을 만들 것인가 등이 모두 진공관 앰프의 음질에 영향을 끼친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지속적으로 누적되는 이러한 “노하우”들은 설령 그 브랜드가 전혀 다른 컨셉을 시도하더라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EKCO의 EVA 인티앰프는 어찌 보면 이 브랜드의 초심을 기억하게 해주는 제품인데, 세상 모든 정보와 음악들을 진공관 라디오 하나로 공급받던 초창기 진공관 라디오와 마찬가지로, 세상 다양한 음악 소스들을 다양한 인터페이스로 공급받아 재생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코엑셜 / 옵티컬 / USB 등의 범용적인 디지털 입력과 기본 아날로그 입력은 물론, apt-X 블루투스 입력까지 지원하며 제법 쓸만한 헤드폰 출력까지도 갖추고 있다. 


요즘의 흔하디 흔한 멀티미디어 올인원 제품에서야 특별할 것도 없는 기능들이겠지만 정통 진공관 인티앰프를 표방하면서 이러한 것들을 꼼꼼히 챙긴다는 것이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즉, 음질에 적당히 타협하면서(디지털 인터페이스로부터 유입되는 노이즈나 회로의 간소화를 위한 최적 시그널 경로 포기, 접지 안정성 포기 등등)각종 기능들을 넣는 것은 일도 아니겠지만, 납득할 만한 음질 기본기를 유지하면서 같은 일을 해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심지어 가격대까지 염가를 유지해야 하고 디자인과 마감까지 고려해야 한다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된다. 


이제 이 “어려운” 일을 EVA라는 인티앰프가 어떻게 해 내었는지 역순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신경 쓴 만큼 느껴진다. 디자인도 음질도

우선 이 제품의 첫 대면에서부터 중얼거리게 되는 감탄사는 “예쁘다”이다.


라운드 처리된 고급 목재를 하이그로시로 마감한 앰프 양면 패널은 동 가격대 어느 오디오 제품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퀄리티이며 일반 앰프의 하프 사이즈 정도인 작은 사이즈임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언밸런스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작은 몸체에 비해 조금 크다 싶은 사이즈의 4개의 피트는 앰프 하단의 공간을 충분히 확보함으로써 열 대류를 원활하게 해주며 디자인적으로도 이 앰프의 “예쁨”에 한 몫하고 있다. 은은한 노란빛 램프로 밝혀지는 2개의 전면 레벨 메터는 시각적 본래 재생음압 피드백을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기능을 하지만 유독 EVA의 레벨미터는 디자인적 조화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마치 명품 시계의 무브먼트 구조를 엿보고 있는 느낌이 예사롭지 않다.

보이는 아름다움에서 일단 호불호가 갈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볼륨 / 셀렉터 노브를 조작해 보면 묵직하고 확실하게 느껴지는 조작감조차도 EVA의 아름다움은(아름답다는 표현이 참 적절한 조작감이다)이어지고 있다. EVA라는 이름이 참 잘 어울릴 수 있도록 최대한 예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스친다. 최소한 200만원 언더의 오디오 제품에서 볼 수 있는 디자인 / 마감 퀄리티는 절대 아닐 것이다.


이쯤이면 항간에 통용되는 “예쁜 쓰레기” 라는 단어에 부합하는 제품이 혹시 아닌지 의구심이 들만 하다. 게다가 이 제품은 여타 부가적인 기능도 다양하게 탑재되어 있기에 이런 의혹은 당연히 들 수 밖에 없다. 청음만이 답이다.


자신의 영역안에서 유감없는 실력발휘

▲ Ekco Eva Tube Integrated Amplifier

제품의 가격대와 출력을 고려하여 소스기기로는 오렌더 N100H 뮤직서버를, 스피커를 처음에는 미션(Mission)의 엔트리 급 북셀프 스피커인 QX-2부터 매칭해보았다. 결과적으로 스피커를 다인오디오의 Special 40와 모니터오디오(Monitor Audio)의 New Gold 100, PMC의 Twenty5.22까지 급수를 올려 매칭하기에 이르렀다. 이 앰프의 가격대가 음질에 비해서는 상당히 염가임을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셈이다.


소출력 진공관 인티앰프라는 측면에서 대형기 스피커 매칭과 대편성 오케스트라를 포기해야 하는 것은 EVA에 있어서도 크게 다를 바는 없다. 하지만 재생음의 질감에 있어서는 기존 중국 발 진공관 앰프 브랜드들과 확실한 급 차이를 보여주었다. 특히 보컬이나 현악기의 표현이 가늘지 않고 적당한 두께감으로 표현되는 점, 맑고 투명한 톤이지만 날리거나 산만하지 않고 차분한 백그라운드를 그려내는 실력은 역시나 이 가격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EVA의 스테이징 표현은 결코 웅대하고 드넓지는 않다. 하지만 작은 사이즈로 그려내는 무대감은 우리가 흔히 레이어라고 표현하는 디테일이 매우 정교하고 조화롭다. 어떠한 격한 연주에서도 밸런스가 무너지거나 과장되는 법이 없다. 보통 이 가격대 앰프에서 드물지 않게 일어나는 일이기에 이 작고 예쁜 앰프가 더더욱 기특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가장 걱정이 되었던 PMC와의 매칭에서도 비교적 힘을 많이 필요로 하는 ATL 미로를 설득력 있게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구동 부족으로 생기는 저음의 부재는 확실히 없었다. 그리고 자칫 밋밋해 지기 쉬운 PMC 스피커에서 확실한 음의 콘트라스트를 그려내는 능력이 탁월했다.


아마 가능했다면 음압이 다소 높은 혼 타입의 빈티지한 스피커들도 모조리 매칭해보았을 것이다. 스피커를 살살 달래가면서 소리를 아우르는 실력은 EVA의 사운드 튜닝 수준이 결코 만만하지 않음을 말해준다. 가능하다면 이 브랜드의 대출력 제품들도 한 번 청음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앰프 빼놓고 모든 것이 바뀔 수도 있다

코엑셜 / 옵티컬 / USB 등의 디지털 입력을 테스트해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소스기기의 디지털/아날로그 출력을 동시 비교해보는 것이다. 이 테스트를 위해 뮤직서버 제품은 오렌더의 A100으로 바꾸어 매칭하였다. USB 디지털 출력과 자체 아날로그 출력을 동시에 비교하기 위함이다.


번들 정도로 여겨지던(EVA의 가격대를 생각하면 그럴 수 밖에 없다) 자체 내장 DAC부분의 퀄리티는 적어도 오렌더 A100의 그것보다 떨어지지는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재생 해상력에서 A100의 아날로그 출력이 조금 더 디테일한 면이 확인되지만 질감 표현에 있어서는 EVA의 그것이 훨씬 호소력 강하게 어필되었으며 무엇보다도 내장 DAC 수준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배경의 깔끔함이 일품이었다. 


마치 파워케이블을 Purist Audio Design의 상급 제품으로 사용한 것 같은 백그라운드 처리 능력은 이 작은 앰프의, 더군다나 부가적인 기능에 불과한 USB DAC 치고는 상당히 선방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이다. 실제로 바로 전 언급한 케이블 브랜드의 고가 라인업을 연결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필자는 이 EVA라는 앰프에 집중해야 하는 입장이기에 공식적 리뷰에서는 지양하기로 했다. 


그만큼 EKCO의 막내 모델인 EVA 인티앰프는 매칭하는 모든 제품들을 한 단계 높게 바꾸어 보고 싶게끔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소위 말하는 “싹수가 보이는”제품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이 정도 스케일의, 더군다나 진공관 인티앰프라는 포지션에서는 재생 음을 개성으로써 접근해야지 실력으로만 접근하고자 하면 실망이 더 큰 법이다. 스펙 상의 부족해 보이는 각종 수치들은 음악성이라는 감성 요소로 극복해내야 하는 애매함이 분명 있는 것이다. 사실 진공관 앰프의 미덕으로 여겨지는 배음과 여음의 표현력은 TR앰프 입장에서 보자면 본 신호 외의 노이즈에 불과하지 않은가?

하지만 EVA는 굳이 이렇게 합리화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설득력 있는 음질을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었다. 사실 기본기가 충분치 않은 앰프는 매칭하는 케이블, 소스기기, 스피커 등을 계속 바꾸어 갈 엄두가 나지 않기도 한다. 어쩌다가 좋은 매칭을 발견했다면 거기에서 모든 궁금증을 내려 놓고 딱 그 좋은 만큼만 누리고자 하는 것이 소출력 진공관 앰프 이용자들의 숙명과도 같을 것이다.


물론 EVA는 이런 케이스와는 확실히 다르며 오디오 파일의 도전 의식을 계속 불지필 수 있는 마력이 있다. 경제적인 오디오 생활이 1순위라면 EVA의 이런 실력과 특성은 사실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 가격대와 사이즈 상 EVA는 서브 시스템이나 미니멀한 시스템에 사용될 확률이 높겠지만 그 시스템은 앰프를 제외한 다른 컴포넌트의 업그레이드가 가속화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범용적이기 보다는 고유한 매력의 가치

EVA는 전형적인 EL 84 푸시 풀 구성의 인티앰프이다. ECC83, 82 등을 초단/드라이브 관으로 구성하여 생략 없는 정통 회로를 구사하고 있으며 출력 트랜스 구성도 레퍼런스를 따르고 있는, 지극히 평범해 보일 수 있는 제품이다. 하지만 TR에 비해 비교적 단순한 회로 구성의 진공관 앰프에서 브랜드의 튜닝 역량이 부각된다는 사실에 비추어 생각해 보면 이만한 가격대에서(예쁜 디자인은 우선 거론에서 빼더라도) 상당히 고급지고 정숙한 재생음을 쉽게 얻을 수 있다는 것은 결코 범상한 실력이 아닐 것이다.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는 요소들, 즉 광대역 스테이징과 대형기 스피커 매칭 가능성 등에 대한 미련만 버릴 준비가 되어 있다면 EKCO의 EVA는 가격대에서 결코 찾아볼 수 없는 만족도를 줄 수 있는 앰프라고 할 수 있겠다. 경제력은 다소 부족할지 몰라도 성격과 외모 만큼은 탑 클래스 안에 드는 배우자를 찾는다면 그게 아마도 EVA라는 앰프를 빗대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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