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정하고 만든 50주년 모델의 마력
지난해 5월 필자가 참관했던 독일 뮌헨오디오쇼에서 눈길을 끈 부스 중 하나가 영국 캠브리지 오디오(Cambridge Audio)였다. 캠브리지 오디오는 그동안 단품 DAC과 인티앰프 등이 고성능을 자랑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표를 달아 국내에 팬들이 꽤 많다. 필자의 경우도 생애 첫 DAC 구매를 놓고 고민하던 제품 중 하나가 당시 75만원이라는 가격표를 달고 나왔던 캠브리지 오디오의 DAC Magic Plus였다.
어쨌든 스펙에 비해 그렇게 튀지 않는 외모와 가격이 캠브리지 오디오에 대한 개인적인 인상이었는데, 뮌헨에서 이들이 선보인 새 제품은 그야말로 괄목상대할 만했다. 무엇보다 기존 출시작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덩치가 컸고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한 외관이 마치 다른 브랜드 제품 같았다. 요즘 대세인 네트워크 솔루션을 적극 수용한 모습도 인상적. 바로 캠브리지 오디오가 창립 50주년을 맞아 야심차게 내놓은 Edge(엣지) 시리즈의 Edge NQ(프리앰프), Edge W(파워앰프), 그리고 이번 시청기인 Edge A(인티앰프)였다.
엣지? 처음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 ‘엣지’인 줄로 알았다. 시각적 디자인이 그만큼 엣지있게 보였다. 하지만 이는 필자의 대단한 착각이었다. 모델명 ‘엣지’는 1968년 캠브리지 오디오 창립작인 인티앰프 P40을 공동제작한 엔지니어 고든 엣지(Gordon Edge)에서 따왔다. 과연 창립 50주년 기념 모델다운 이름, 그러면서 사람 참 헷갈리게 하는 이름이다. 참고로 20W 출력을 내는 P40은 세계 최초로 토로이달 트랜스포머를 전원부에 투입한 오디오로 기록돼 있다.
캠브리지 오디오와 Edge 시리즈
관록의 제작사 캠브리지 오디오는 캠브리지 공대 출신들이 결성한 캠브리지 컨설턴츠(Cambridge Consultants)가 1968년 영국 런던에 설립했다. 이 제작사는 무엇보다 DAC과 스트리밍 분야에 일찌감치 뛰어들었는데, 이미 1985년에 DAC 섹션을 별도 섀시에 담은 분리형 CD플레이어 CD1을 내놓았다. 1982년 CD가 탄생한 지 불과 3년만의 일이다. DAC에 대한 이들의 관심은 이후 1996년 DAC Magic(DAC 매직) 시리즈로 이어졌고, 2011년에는 자체 스트리밍 플랫폼인 Stream Magic(스트림 매직)이 완성됐다.
엣지 시리즈는 ‘비용에 신경쓰지 말고 역대 최고의 캠브리지 오디오 제품을 만들자’는 목표로 탄생했다. 첫선을 보인 것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지난해 5월 뮌헨오디오쇼. 훨씬 고급스러워진 마감과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당시 오디오쇼 참가자들로부터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엣지 시리즈가 마치 캠브리지 오디오 2.0 시대를 예고하는 듯했다. 그런데도 가격표는 여전히 착했다.
Edge NQ는 한마디로 스마트한 앱을 갖춘 네트워크 프리앰프. 지난 2월에 꼼꼼하게 리뷰를 한 적이 있는데, 요즘 오디오 트렌드인 네트워크 스트리밍 기능과 DAC, 그리고 볼륨 조절이 가능한 프리앰프를 한 섀시에 담았다. 실제로 이것저것 테스트해보니 못하는 게 거의 없었고, 그것도 제대로 해냈다. 스포티파이 커넥트, 에어플레이, 인터넷 라디오는 기본이고, 타이달 코부즈, 디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도 앱에서 원터치로 즐길 수 있었다.
스펙을 보면 PCM은 최대 32비트/384kHz까지, DSD는 DSD256까지 지원한다. 입출력단도 풍부해서 동축과 광, USB 연결은 물론 HDMI ARC, 블루투스 aptX HD, UPnP 재생도 할 수 있었다. 전면에는 6.4mm 헤드폰 출력단까지 달렸다. 무엇보다 네트워크 기능이 강력한데 이는 스트림 매직의 최신 버전인 ‘Black Marlin’(블랙 말린) 스트리밍 모듈을 장착한 덕분. 24비트/192kHz, DSD128까지 지원하며 크롬캐스트가 내장돼 있어 타이달과 룬(Roon) 등도 즐길 수 있다.
Edge W는 폭 460mm, 안길이 405mm, 높이 150mm의 풀사이즈를 자랑하는 파워앰프. 알루미늄 섀시와 양 측면을 가득 메운 방열핀이 강렬한 눈맛을 선사한다. 8옴에서 100W, 4옴에서 200W를 내는데, 이처럼 스피커 임피던스가 반으로 떨어졌을 때 출력이 2배로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전원부가 강력한 전류를 공급해줄 수 있다는 증거다. 푸쉬풀 구동하는 클래스AB 증폭 앰프이지만, 바이어스 전압을 상당히 많이 걸어 클래스A 동작범위를 넓힌 점이 특징. 캠브리지 오디오에서는 이를 ‘클래스XA’ 증폭이라고 부른다.
Edge A, 블루투스 지원 DAC 내장 인티앰프
인티앰프인 Edge A 시청을 앞두고 필자는 ‘당연히’ 엣지 NQ 프리앰프와 엣지 W 파워앰프를 한 섀시에 통합한 줄로만 여겼다. 그래서 엣지 NQ의 강력한 네트워크 기능과 엣지 W의 클래스XA 증폭의 묵직하면서도 맛깔스러운 구동력을 통합한 제품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엣지 NQ를 시청하는 내내 그 완성도에 감탄했던 전용 스마트폰 앱 Edge Remote(엣지 리모트)도 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반은 맞았고 반은 틀렸다. 엣지 A는 네트워크 스트리밍 모듈이 없다. UPnP/DLNA 기능도 없다. 때문에 엣지 리모트 앱을 켜봐도 엣지 A를 찾을 수가 없다. 하지만 aptX HD 사양의 블루투스와 32비트/384kHz PCM과 DSD256까지 지원하는 DAC을 갖춘 점, 역시 클래스XA 증폭으로 8옴에서 100W, 4옴에서 200W를 내는 점은 각각 엣지 NQ와 엣지 W에서 그대로 가져왔다. 조작감이 좋았던 볼륨/컨트롤 노브와, TV 연결을 위한 HDMI ARC 단자도 살아남았다. 아, 엣지 시리즈의 또다른 시각적 포인트인 두께 3mm의 상판 커버 디자인도 그대로 가져왔다.
엣지 A는 따라서 블루투스 aptX HD 플레이가 가능한 DAC 내장 인티앰프로 요약된다. 밸런스(XLR)와 언밸런스(RCA) 아날로그 입력단은 물론, DAC을 내장한 만큼 동축(192kHz)과 광(96kHz), USB-B(384kHz, DSD256) 3종류의 디지털 입력단을 갖췄다. 출력은 스피커, 프리아웃, 헤드폰이 가능하다. 실제 시청시 그 깨끗한 음질에 감탄했던 블루투스는 4.1 버전으로 A2DP, AVRCP 프로파일과 aptX HD 코덱을 지원한다.
설계디자인 : 듀얼 콘센트릭 컨트롤 노브, DC커플드, 클래스XA, 백투백 트랜스포머
엣지 NQ 때도 그랬지만 이번 엣지 A에서도 가장 많이 만졌던 부분은 볼륨/컨트롤 노브였다. 사실, 엣지 A 전면 패널에는 전원 온오프 스위치와 헤드폰 출력단자, 그리고 커다란 볼륨/컨트롤 노브밖에 없다. 하지만 노브 만듦새가 아주 뛰어나고 돌리는 촉감이 대단해서 기본 제공된 리모컨은 거의 쓰지 않았다. 노브의 이러한 깨알같은 감촉은 일일이 밀링해 만든 31개 부품 덕분이지만, 노브 앞부분으로 볼륨 조절, 노브 뒷부분의 바깥쪽 링으로 입력선택을 하게끔 한 아이디어가 무엇보다 참신하다.
‘듀얼 콘센트릭 컨트롤 노브’(Dual Concentric Control Knob)라고 명명한 이 노브는 F1 포뮬러 디자이너가 설계했고 항공우주 등급의 알루미늄을 절삭해 만들었다. 전면 볼륨 노브와 후면 입력선택 노브의 돌리는 맛과 손에 잡히는 감촉도 다르다. 입력선택 노브는 11시 방향부터 블루투스, A1(RCA), A2(RCA), A3(XLR), D1(광), D2(광), D3(동축), D4(HDMI ARC), D5(USB)를 선택할 수 있다. 어쨌든 엣지 A가 그야말로 엣지 있는 모습을 보이게 한 일등공신은 바로 이 듀얼 콘센트릭 컨트롤 노브다.
엣지 시리즈가 선사한 놀라운 사운드의 비결은 3가지 설계 디자인에서 찾을 수 있다. DC커플드, 클래스XA 증폭, 백투백(back-to-back) 트랜스포머다. 우선 회로 설계에서 있어서 음악신호 경로상 커패시터를 일체 안쓴 점, 즉 DC 커플드(DC Coupled) 설계인 점이 눈길을 끈다. 직류 차단이라는 큰 역할을 하면서도 이른바 ‘잔상효과’와 ‘위상 지체 문제’로 음질을 떨어뜨리는 주범인 커패시터를 추방한 것이다. 대신 일종의 네거티브 피드백 OP앰프인 DC서보를 투입, DC 오프셋을 제거하고 있다. DC서보는 하이패스 필터인 만큼 롤오프 주파수가 통상 1~2Hz에 그친다. DC 커플드 설계가 커플링 커패시터(AC 커플드)를 이용했을 때보다 저역재생 품질이 좋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클래스XA 증폭방식도 캠브리지 오디오가 강조하는 부분. 요약하면 바이어스 전압을 상당히 많이 걸어 클래스A 동작범위를 넓힌 클래스AB 증폭방식으로 보면 된다. 바이어스 DC 전압을 통상보다 더 많이 걸어줌으로써 푸쉬 트랜지스터와 풀 트랜지스터의 동작 교차점(크로스오버)을 가청영역대 밖으로 옮긴 설계라는 설명이다. 증폭 그래프 자체를 위로 들어올렸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이같은 설계 때문에 엣지 A의 최대 소비전력은 엣지 W 파워앰프 때와 마찬가지로 1000W에 달한다(대기전력은 0.5W).
강력한 전원부의 핵심은 토로이달 트랜스포머인데, 공개된 내부 사진을 보면 섀시 내부용적의 거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대형 토로이달 트랜스가 눈길을 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1개가 아니라 위아래로 2개가 겹쳐져 있다. 그것도 감긴 코일 방향이 서로 반대인 백투백 구조여서 2개 트랜스의 전자기장 노이즈와 진동 노이즈를 서로 상쇄시키는 기막힌 아이디어를 발휘했다. 역시 세계 최초로 토로이달 트랜스를 오디오 전원부에 이용한 제작사답다.
입력별(USB, XLR, 블루투스) 시청
시청에는 오렌더의 DAC 내장 네트워크 뮤직서버 A10과 오디오피직의 플로어스탠딩 스피커 Virgo III를 동원했다. 엣지 A가 DAC을 내장한 인티앰프인 만큼 1) A10과 USB케이블로 연결해 내장 DAC 성능을 함께 테스트했고, 2) 이어 XLR 케이블로 연결해 아날로그 입력단 성능을 알아봤다. 끝으로는 3) 필자의 스마트폰 S10과 블루투스로 연결해 편리한 무선 재생의 경우도 탐미해봤다.
총평
개인적으로 엣지 NQ와 엣지 W에 이어 엣지 A까지 모두 들어보게 됐다. 처음에는 엣지 NQ의 강력했던 네트워크 기능이 빠져 아쉬움이 컸지만 실제 시청을 하면서, 특히 블루투스 성능을 테스트하면서 ‘블루투스가 언제 이 정도로 해상력이 좋아졌나’ 싶을 만큼 만족도가 높은 음을 선사했다. 물론 내장 DAC이 블루투스로 수신된 디지털 음을 잘 컨버팅해준 덕이다. 역시 캠브리지 오디오는 DAC에서 어떤 음이 나와야하는지를 잘 알고 있는 제작사다. 여기에 바이어스를 많이 건 클래스XA 증폭설계, 백투백 트랜스포머를 핵심으로 한 튼실한 전원부, DC 커플드 신호경로 등도 ‘엣지 사운드’에 일조했을 것이다. 큼지막한 전면 노브를 돌리는 맛은 보너스. 테스트는 못했지만 HDMI ARC 단자를 이용해 AV 시청이 가능한 점도 매력적이다. 관록의 제작사가 작정하고 50주년 모델을 확만들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궁금한 애호가들에게 일청을 권한다. 특히 블루투스를 폄훼하시는 분들이라면 그 완성도 높은 사운드에 깜짝 놀라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