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노르망디 상륙 작전을 기억하며

조회수 2019. 2. 7. 10:25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Atoll IN200 Signature 인티앰프

수많은 나라와 도시를 여행한 내게 누군가 가끔 이런 질문을 던진다.


“여태껏 가본 도시 중에 제일 좋아하는 곳은 어디죠?” 


어떤 면에선 우문이다. 내가 방문한 모든 도시엔 내 감성과 경험 그리고 시간이 묻어있는 만큼, 뭐 하나 선뜻 고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뭐, 다 좋죠. 다 개성이 다르니까요.” 


그러나 대부분 여기서 물러서지 않는다. 


“그래도 특별한 곳이 있지 않겠습니까? 그냥 하나만 골라주세요.”

이 정도면 정말 강요에 가깝다. 하지만 상대가 이렇게 진지하다면, 나도 속마음을 드러낼 필요가 있다. 그렇다. 파리(Paris)다. 프랑스의 수도 파리. 이렇게 말하면 대부분 촌스럽다, 의외다, 뭐다 말들이 많다. 특히, 젊은 계층일수록 반발이 심하다.


OLL 

실제로 요즘 파리에 가보면 개판 직전이다. 거리는 지저분하고, 유명한 곳엔 관광객으로 넘쳐나며, 파리지엥들은 불친절하기만 하다. 뭐하러 이런 곳에 왔나 후회하는 분들도 꽤 된다. 그러나 나는 파리가 좋다. 거기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문화재. 당연히 에이펠탑(에펠이 아니라 에이펠이다), 샹젤리제, 개선문, 베르사이유, 몽마르트 등, 우리가 익히 아는 곳들이 꽤 된다. 같은 박물관이라고 해도 루브르가 가진 위용은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고, 인상파 미술관을 곁들인다면 금상첨화. 


하지만 나는 문화와 역사가 게재된 곳이 많아 파리를 좋아한다. 특히, 사르트르와 보봐르가 데이트하던 카페나 좌파 지식인들과 전위 미술가들이 모여 들었던 곳을 자주 찾는다. 생 제르망 데프레나 생 미셀 지역을 가면, 왠지 고향에 온 듯한 기분도 느낀다. 말하자면 문화병 환자에겐 파리만큼 매력적인 곳도 없는 것이다.

두 번째는 바로 메뉴(Menu). 메뉴는 우리에게 차림표 정도로 인식되지만, 파리의 레스토랑에선 일종의 정식으로 통한다. 메뉴 있냐고 물으면, 몇 가지 요리로 구성된 옵션이 제안된다. 점심 땐 어디를 가도 이런 메뉴를 제공하는 레스토랑이나 카페가 많다. 모두 내용이 다르고, 맛이 달라, 이 부분만 집중 탐구해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정도다.


이번에 만난 아톨(Atoll)의 야심작 IN200 Signature를 만나면서 난 데 없이 웬 메뉴 타령이나 싶겠지만, 쉽게 말해 이렇게 설명하도록 하겠다. 비록 미슐랭 평점이나 관광 가이드에 개재된 곳은 아니지만, 현지인들 사이에 맛집으로 소문난 곳. 바로 그런 식당을 방문해서 메뉴를 시키면 백발백중, 전혀 틀림이 없다. 


다시 말해, 아톨이란 브랜드는, 프랑스나 프랑스 인근 지역을 대표하는 찬란한 브랜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다. 즉, 포컬, 골드문트, 나그라, 드비알레 등에 비한다면, 아톨은 거의 무명에 가깝다.


▲ Atoll IN200 Integrated Amplifier

하지만 이 회사는 의외로 연혁이 길고, 가성비가 높은 제품이 많으며, 그 와중에 만든 본 기 IN200 Signature는 어지간한 하이엔드 찜쪄 먹는 모델이다. 여러모로 추천할 만한 내용이 가득하다. 그러므로 개인적인 맛집을 어쩔 수 없이 남에게 공개하는 듯한 기분도 느낀다. 특히, 비좁은 주거 환경에서 악전고투할 수밖에 없는 우리네 실정을 감안할 때, 적절한 가격으로 높은 만족도를 얻고자 한다면 본 기는 적극 추천 대상이다.

▲ "아톨" 을 직역하면 "환초" 다. 주로 몰디브 근처에 많으며, 주변에 산호초가 많은 구조다

그럼 이 대목에서 잠시 아톨이 어떤 회사인지 짚고 넘어가보자. 회사명 자체가 좀 특이하다. 단순 번역하면, 환초가 된다. 몰디브쪽에 많은 섬으로, 주변을 산호초가 동그랗게 둘러싼 형태다. 화산의 분출이 쌓이고 쌓여 바다를 뚫고 올라가서 산이 되고, 그 주위로 산호초가 에워싼 형국이다. 아마도 몰디브의 환상적인 느낌, 일종의 파라다이스와 같은 분위기에 착안해서 이런 용어를 채용했는지 모르겠다.


아톨의 창립은 지금부터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스의 스테판 & 엠마누엘 뒤브로이 형제에 의해 만들어졌는데, 그 포부가 당차다. 소위 하이엔드라고 말하는 제품들이 음질에 비해 터무니없이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다. 이 퀄리티를 유지하면서 보다 저렴하게 음악 애호가들에 제품을 공급하겠다는 취지로 세워진 것이다.

▲ 아톨의 첫 인티앰프 , IN50

아무튼 처녀작인 인티 앰프 IN50이 성공하고, 여러 종의 제품이 멋지게 런칭됨에 따라, 이례적으로 이 회사는 가파른 성장세를 이룩한다. 결국 창업 4년 만에 프랑스의 북서쪽, 그러니까 노르망디 지역에 있는 브헤쎄(Brecey)라는 작은 마을에 자리를 잡고, 대신 온갖 편의시설과 제대로 된 설비를 갖춘 사옥을 짓기에 이른다.


사실 브헤쎄는 고작 인구가 2,000명 정도나 하는, 말하자면 작은 읍 정도에 불과한 곳이다. 사진으로 보면 고층 빌딩은 고사하고, 논과 밭이 가득한 가운데 중간중간 작은 집들이 보이는 상황이다.

▲ (좌측상단)프랑스의 브헤쎄(Brecey) 가 자리잡은 곳, (우측상단) 노르망디 해변의 모습, (하단) 몽 생 미쉘의 전경

하지만 멀지 않은 곳에, 몽 생 미쉘이라는 신비한 관광지가 있고, 노르망디의 수려한 해변이 길게 늘어서 있으며, 배를 타면 쉽게 영국으로 건너갈 수가 있다. 즉, 매우 목가적이면서 아름다운 지역인 셈이다. 이렇게 다소 은둔한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아톨은 첨단 테크놀로지의 도입엔 누구보다 발 빠른 행보를 보인다.


그 결과, 하이파이 회사로는 이례적으로 AV 프로세서를 출시하는 쾌거를 이룩한다. 2004년 가을의 일이다. 또 CDP나 DAC뿐 아니라, DVD 플레이어까지 커버하는 등, 하이파이와 홈 씨어터를 제대로 포획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 와중에 인티 앰프를 상징하는 IN 시리즈 역시 꾸준한 개발과 런칭을 통해 다양한 라인업을 자랑하고 있다. 현재 이쪽 분야의 톱은 400으로, LINE400에 포함될 만큼, 물량투입이라던가 퀄리티면에서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 Atoll의 인티앰프 라인업

그 밑으로 300, 200 시그너처, 100 SE, 80 SE, 50 SE, 30 등이 포진하고 있다. 총 7종이나 선을 보인 것이다. 정말 입맛에 맞게 고를 수 있는 셈이다.


한편 동사는 앰프뿐 아니라, 각종 소스기, 스트리머 심지어 올인원 제품까지 망라하고 있다. 다시 말해, 본사의 위치는 파리에서 멀리 떨어진 노르망디 지역에 있지만, 제품의 라인업이나 컨셉은 그 어느 회사보다 진보적이고 또 다양한 것이다. 쉽게 말해 스피커 빼고 다 만든다고 보면 된다.


그런 면에서 본 기 IN200 Signature는 사이즈라던가, 출력, 퍼포먼스 등 여러 면에서 아톨의 제품군중엔 톱 라인에 속하면서, 북쉘프와 톨보이 스피커 등을 두루두루 아우를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DAC까지 옵션으로 넣을 수 있는 만능 재주꾼이다. 가격차가 그리 크지 않으니, 이왕이면 DAC를 장착하는 것이 보다 더 경제적이고 또 실속이 있다고 본다.

▲ Atoll IN200 Signature 의 내부모습

참고로 DAC 역시 상당히 공을 들여 만들었다. 기본적으로 AKM사의 AK 4490 칩셋을 장착한 가운데, PCM 신호는 32/384까지, DSD는 128까지 커버한다. 매우 양호한 스펙이다. 또 다양한 입력단도 돋보이는 바, 동축이 2개, 광이 2개 그리고 USB도 한 개 제공된다. 사면 이득이라는 말을 해도 좋을 정도다.


한편 앰프 자체를 보면, 일단 튼실한 전원부 구성이 믿음직스럽다. 무엇보다 좌우 채널에 한 개씩 커다란 전원 트랜스 및 대용량 캐패시터를 투입해서, 일단 전기부터 확실히 잡고 간다. 기본적으로 좌우 두 개의 채널을 거울처럼 마주본 것처럼 동일하게 구성한, 즉, 듀얼 모노럴 방식으로 설계된 점도 고무적이다. 심지어 볼륨단조차 좌우 채널에 하나씩 어테뉴에이터를 삽입, 종합적으로 컨트롤한다.

모든 부품은 오디오 그레이드로 꾸미면서 철저하게 좌우를 맞췄다. 이것은 하이엔드 앰프에서나 하는 수법인데, 이 가격대 제품으로 과감하게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출력 소자는 MOS-FET. 진공관과 같은 성격을 가진 TR로, 보다 간략하게 회로 구성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입력단은 총 다섯 개. 그러나 DAC 모듈을 장착하면 그중 한 개가 이쪽 DAC 출력단으로 대체된다. 그런 면에서 “4+1” 구성이라고 보면 된다. 


외관을 보면 무척 잘 생겼다. 이전 제품들이 워낙 가성비를 지나치게 추구하다보니 다소 멋대가리가 없었다. 그냥 네모난 박스에 담아내서, 오로지 내용물에만 신경 쓴 인상이었다. 하지만 굳이 파인 다이닝이 아니더라도, 소문난 맛집 정도라면 음식을 담는 용기에도 조금은 배려를 해야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본 기의 디자인은 여러모로 매력적이다. 


기본적으로 성능 위주의 레이 아웃이 돋보인다. 좌우의 큼지막한 노브 두 개는 각각 셀렉터와 볼륨을 담당하고, 중앙에 있는 디스플레이는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전체적으로 여성적인 느낌이라고 할까? 순백색의 수려한 자태에 슬림한 사이즈에다가 모서리를 둥글게 만 모습이 전혀 부담을 주지 않는다. 오랜 기간 사용해도 질리지 않는 디자인이라 하겠다. 

시청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스피커는 피에가의 클래식 5.0, 소스기는 오렌더의 A100을 각각 사용했다. 오렌더에서 받은 음성 신호를 IN200 Signature 자체의 DAC로 연결하는 구조인 것이다.

Mahler - Symphony n1 "Titan" - Eliahu Inba

첫 곡으로 들은 것은, 인발 지휘, 말러의 교향곡 1번 1악장. 초반을 장식하는 신비한 음향. 마치 금성이나 화성에 온 듯한 이질적인 분위기가 가득하다. 그러다 서서히 기지개를 켜며 다양한 악기들이 등장한다. 일단 음색 자체가 고급스럽고, 품위가 있다. 매칭되는 피에가와도 상성이 좋다. 목관 악기의 따스한 질감이나 호른의 길고 나른한 울림 그리고 빠르게 패시지하는 현악군의 움직임까지 일체 놓치는 부분이 없다. 이윽고 전체 악단이 투티를 향해 몰아칠 때의 에너지도 발군. 확실하게 스피커를 제어하고 있으며, 그 가능성을 활짝 열고 있다. 따라서 스피커는 가격대 이상의 실력을 멋있게 발휘하고 있다.

Beethoven: Symphony No.7 / Asahina Osaka Philharmonic Orchestra

이어서 타카시 아사히나가 지휘하는 베토벤의 교향곡 7번 1악장. 초반에 등장하는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 역시 라이브 녹음다운 활력이 넘친다. 이윽고 연주가 시작되면, 전 멤버가 일체감을 갖고 기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인다. 지휘자의 손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반응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인 질감은 따스하고, 인간적이다. 오랜 기간 앰프를 만들어온 내공을 여기서 발견할 수 있다. 그리 거창하게 구축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음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하긴 솜씨 좋은 요리사는 어떤 재료를 줘도 척척 입이 즐거운 요리를 만들지 않는가.

Diana Krall - I Remember You

이번에는 다이애나 크롤의 I Remember You 를 듣는다. 보사노바 리듬으로 전개되는 곡인데, 드럼과 베이스가 엮어내는 단단한 저역이 인상적이다. 별로 부족함을 못 느낀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화려한 오케스트라의 출몰 그 위로 보컬이 꿈꾸듯 흘러나온다. 약간 관조적인 느낌에 관능적인 음색이 가미되어, 저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기분좋은 리듬감은 자연스런 발장단을 하게 만든다. 복잡한 구성이지만 깨끗하게 분해하는 가운데, 음악의 에센스를 적절히 포착하고 있다.

The Beatles - Strawberry Fields Forever

마지막으로 비틀즈의 Strawberry Fields Forever. 오래 전 녹음으로, 다양한 악기들이 동원되었고, 당시에 할 수 있는 모든 녹음 기술이 망라되어 있다. 들을 때마다 탄복하는 녹음이다. 여기서 그 진가가 확실히 드러난다. 왼쪽 채널엔 드럼이, 오른쪽엔 오케스트라가 각각 포진한 가운데, 넓게 그리는 무대 여기저기에 다양한 악기와 보컬이 채우고 있다. 특히, 약간 시니컬한 존의 보컬은 무척 개성이 있으며, 현란한 이펙트 음은 귀를 즐겁게 한다. 쉽게 말해, 녹음 당시 엔지니어가 구상하고 있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정말로 기본기가 좋고, 아톨 특유의 미학이 담겨 있어서 듣는 내내 즐거웠다.

※ 위 유튜브영상은 리뷰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영상이며 실제 리뷰어가 사용한 음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총평

아톨이 소재한 노르망디는 풍광이 아름답고, 멋진 해안선이 길게 뻗어 있다. 갯벌이 발달해 굴과 달팽이 등이 풍부하다. 미식가라면 꼭 찾아봐야 할 지역이다. 한편 2차 세계대전의 향방을 갈랐던 상륙작전도 이곳에서 이뤄졌다. 이런 유서 깊은 곳에 자리한 아톨은, 프렌치 오디오를 논할 때 꼭 등장한다.


사실 이전 제품들은 빼어난 성능에 비해 디자인이 좀 촌스러운 구석이 있었다. 그게 약간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 만난 IN200 Signature는, 정말 몰라볼 정도로 심플하고, 대담하며 또 세련됐다. 드디어 프렌치 특유의 예술적 감각이 외관에도 멋지게 투입된 것이다. 


현재 시장에서 인티 앰프는 넘쳐나는 상황이지만, 음질과 디자인 그리고 하이엔드급 해상도를 갖춘 제품은 드물다. 더구나 이 가격대에선 별로 적수가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DAC가 내장된 모델을 권한다. 약간 가격이 올라가지만, 활용도면에서 무척 쏠쏠하다.

S P E C I F I C A T I O N

I M P O R T E R & P R I C E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