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V 고전압 증폭이 선사한 순결한 아날로그 사운드
해외 유명 스튜디오와 공연 현장에서 진작 유명세를 떨쳤던 독일의 SPL(Sound Performance Lab)이 국내에 상륙했다. 1984년 설립 이후 PA 분야에서 쌓아온 오랜 노하우와 기술을 바탕으로 홈오디오에 뛰어들더니 마침내 국내에 ‘Professional Fidelity’ 시리즈의 포노, DAC 프리, 프리&헤드폰 앰프, 파워앰프가 들어온 것이다.
수입사인 헤이스(Heis)의 마리아 칼라스 홀 시청실에서 이들 실물을 처음 봤다. 이번 시청기인 포노앰프 ‘Phonos’를 비롯해 DAC 프리앰프 ‘Director’, 프리앰프 겸 헤드폰 앰프 ‘Phonitor X’, 스테레오 파워앰프 ‘Performer s800’이다. 붉은색 알루미늄 전면 패널을 보는 맛부터가 좋았다. 특히 ‘Phonitor X’의 원형 메터와 볼륨 휠, 각종 노브는 저절로 손이 갈 만큼 유혹적이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디자인, 너무 좋다.
Phonos 살펴보기
시청기인 ‘Phonos’는 MM, MC에 대응하는 솔리드 포노스테이지다. MM의 커패시턴스와 MC의 임피던스값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은 물론, RIAA 커브(턴오버 주파수 500Hz, 롤오프 감쇄량 -13.7dB)를 완벽히 이퀼라이징할 수 있다. 게인값 조절 스위치, 서브소닉(subsonic) 필터 스위치까지 있다. 역시 PA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SPL다운 인터페이스다.
하나하나 따져본다. ‘Phonos’는 기본적으로 MM 카트리지 신호 입력시 46dB, MC 입력시 67dB 증폭되는 포노 앰프다. 이는 압도적이라 할 만큼 높은 게인값이다. 필자가 집에서 쓰고 있는 진공관 포노앰프의 경우 MM은 38dB로 고정됐고, MC는 기본이 40dB에 그친다.
MM의 커패시턴스값과 MC의 임피던스값도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중급 이상의 포노 스테이지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기능이다. 특히 MC 임피던스값은 카트리지와의 임피던스 매칭이라는 점에서 재생음 품질, 특히 리니어한 응답특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Phonos’의 경우, 전면 패널 왼쪽 노브가 MM 커패시턴스 조절용, 바로 옆 노브가 MC 임피던스 조절용이다.
RIAA 커브 이퀼라이징은 ‘더글라스 셀프’(Douglas Self)라는 액티브 필터 방식을 썼다. RIAA 커브의 턴오버 주파수 500Hz와 롤오프 감쇄량 -13.7dB를 복원하는데 트랜지스터를 투입했다는 얘기다. 보통은 패시브 방식인 CR(커패시터-저항) 필터나 LCR(코일-커패시터-저항) 필터를 많이 쓴다.
120V 고전압 증폭 기술
포노 앰프는 RIAA 커브를 얼마나 정교하게 복원(이퀼라이징)하느냐도 중요하지만, 미세한 카트리지 신호를 얼마나 정교하게 그리고 노이즈 없이 증폭하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출력전압이 MM카트리지의 10분의 1 수준인 0.15~2.5mV에 불과한 MC카트리지의 경우는 그야말로 절대적이다.
SPL에서는 이 증폭과정에 자신들이 직접 개발한 ‘VOLTAiR’(볼테르)라는 고전압 증폭기술이 적용된 ‘SUPRA 120V’ OP앰프를 쓴다. 2000년에 개발한 ‘SUPRA 120V’ OP앰프는 말 그대로 120V라는 DC 고전압을 증폭회로에 가해 다이내믹 레인지와 음압은 높이고 노이즈와 왜율은 대폭 줄이는 SPL의 트레이드 마크 기술. 이에 비해 일반적인 OP 증폭회로에 인가되는 전압은 36V에 그친다.
필자는 이 대목에서 무릎을 쳤다. 독일 하이엔드 앰프 메이커 T+A에서도 리니어한 증폭을 위해 고전압을 적극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T+A에서는 진공관 앰프 플레이트에 거는 수준의 높은 전압(파워앰프 360V, 프리앰프 100V)으로 트랜지스터 증폭단을 제어, 이를 통해 진공관 앰프의 대표 장점 중 하나인 리니어리티를 확보하려 한 것이다. T+A 앰프 모델에 ‘HV’(High Voltage)가 붙는 이유다.
‘Phonos’에 투입된 ‘SUPRA 120V’ OP앰프는 5세대 버전. SPL에서 공개한 그래프를 보면, 음압은 최대 141.4dBu(36V OP앰프는 129.1dBu), 다이내믹 레인지는 최대 33.2dBu(36V OP앰프는 22.5dBu), 왜율(THD+N)은 -114.2dBu(36V OP앰프는 -111.7dBu)라는 월등한 수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셋업 및 시청
턴테이블은 어쿠스틱 솔리드의 ‘Metal 111’, MC카트리지는 데논 ‘DL-103R’. ‘Phonos’의 MC 임피던스 노브는 220옴에, 게인 스위치는 -10dB(결국 57dB 증폭)에 놓았다. 스피커는 에어리얼 어쿠스틱스의 플로어스탠딩 ‘7T’. 시청은 초반에는 다른 브랜드의 포노앰프와 번갈아 들어보며 ‘Phonos’의 특성을 살펴봤고, 후반에는 ‘Phonos’로만 집중 시청했다.
총평
간만에 눈맛과 귀맛을 동시에 즐긴 시청이었다. 예쁘기만 한 포노, 기능만 많은 포노일 줄 알았는데 LP를 대하는 자세가 너무나 진지했다. 그리고 나오는 음에서는 너무 깔끔한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일체의 잡맛이나 거친 구석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소프트하고 폭신한 음이었다. 제작사가 주장하는 만큼의 다이내믹 레인지와 다이내믹스는 실감하지 못했지만, 이는 MC 게인을 확 줄여 시청한 탓일 것이다.
‘Phonos’는 한마디로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을 웰메이드 포노앰프였다. MC 카트리지의 경우 임피던스와 게인 조절에 따라 세세한 음질변화를 만낄할 여지도 많다. 예쁜 외모가 숨은 실력을 가릴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계속해서 쳐다보고 만져보고 싶은 디자인이다. SPL의 국내 행보가 궁금해진다.
S P E C I F I C A T I O N
Inputs and Outputs | RCA, unbalanced, gold-plated Input impedance (MM): 47 kohms Input impedance (MC): switchable Output impedance: < 5 ohms Crosstalk: -80dB (at 1 kHz) |
Filter | RIAA equalizer (after Douglas Self) |
Moving Magnet (MM) preamplifier | Amplification: 46 dB (Norm.), 36 dB (-10 dB), 50 dB (+4 dB) Switchable capacitance: Off, 150 pF, 220 pF and 330 pF Noise (A-weighted): -85,3 dB |
Moving Coil (MC) preamplifier | Amplification : 67 dB (Norm.), 56 dB (-10 dB), 71.5 dB (+4 dB) Schaltbare Impedances: 100, 220, 470, 2k2, 4k7, 10 k ohms Noise (A-weighted): -61,7 dB |
Internal Operating Voltage | +/- 60 V |
Power Supply | Mains voltage (switchable): 230 V AC / 50 Hz or 115 V AC / 60 Hz Fuses: 230 V: T 500 mA; 115 V: T 1 A Power consumption: max. 30 VA Stand-by power consumption: 0.7 W |
Dimensions (incl. feet) | 278 mm W x 57 mm H x 330 mm D 10.95 in W x 2.24 in H x 13 in D |
Weight | 3.2 kg; 7.05 lbs (unit only) 4.3 kg; 9.5 lbs (shipping) |
I M P O R T E R & P R I C E
수입원 | 헤이스(HEIS) (02 - 558 - 4581) |
가격 | 1,999$ (약 226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