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레인지

프롤로그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음악을 듣는 방법이 다양해짐에 따라, 거치형 오디오 시스템도 격변을 맞이하고 있다. 블루투스와 네트워크 플레이 기능을 유행처럼 탑재하며 편의성을 강조하던 시기는 이미 지났다. 이제는 그 편리한 무선 네트워크 오디오 시스템을 어떻게 하면 더욱 고음질로 즐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파이오니아에서도 그런 21세기의 흐름에 발맞춰 네트워크 기능을 통합한 다양한 올인원 오디오 플레이어들을 선보이고 있다. 본 리뷰를 통해 알아볼 모델은 NC-50DAB 올인원 플레이어와 SX-N30AE 네트워크 리시버의 2가지 모델이다.

스펙 비교

파이오니아 NC-50DAB 올인원 플레이어는 하이파이 오디오 재생을 위한 모든 것을 하나의 박스 안에 통합하였다. 최첨단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비롯한 디지털 유/무선 입력을 지원함과 동시에 전통적인 CD 플레이어까지 통합하였다. 여기에 채널 당 50W 출력(4옴 부하, THD 10% 기준)의 스피커 앰프를 내장하였다.

파이오니아 SX-N30AE 네트워크 리시버는 전통적인 AV 리시버에 네트워크 기능을 통합한 느낌의 모델이다. 스피커 출력 A/B 선택 기능과 다양한 아날로그 라인 입력 및 라디오 입력에서 여러모로 전통적인 AV 리시버의 향기가 느껴지는 구성이다. 내장 스테레오 앰프는 채널 당 135W 출력(6옴 부하, THD 1% 기준) 스펙이다.

두 모델 모두 유/무선 네트워크 플레이 / 블루투스 및 USB 연결로 외장 스토리지 연결을 지원한다. 네트워크 재생은 크롬캐스트 오디오와 DTS Play-Fi를 지원하며 TIDAL, Spotify, Deezer 등 해외 스트리밍 서비스와 바로 연결 가능하다. NC-50DAB은 여기에 추가적으로 애플 에어플레이도 지원한다. 이외에도 전통적인 아날로그 라인 입력 및 동축&광 S/PDIF 디지털 입력도 가능하며 FM 튜너를 위한 안테나도 연결할 수 있다.

기본 제공되는 리모트 이외에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서 Pioneer Remote App으로 기기 제어가 가능하다. Pioneer Remote App은 iOS와 안드로이드용으로 제공되며, 네트워크 스트리밍 기능 및 FlareConnect 멀티룸 오디오 설정을 지원한다.

음원 지원은 두 모델 모두 24bit / 192kHz PCM 및 DSD 고해상도 오디오를 지원한다. DSD 음원 지원폭은 SX-N30AE는 최대 5.6MHz이며 NC-50DAB가 11.2MHz로 한 단계 더 높다. 물론 이는 네트워크 및 USB 외장 스토리지 파일 재생 기준이며, 크롬캐스트나 블루투스 등 입력단에 따라서 최대 재생 가능한 해상도가 제한된다.

디자인

두 모델의 디자인은 파이오니오 오디오 기기로서의 패밀리룩이 느껴진다. 미니멀한 디자인의 알루미늄 전면 패널 스타일링 및, 마찬가지로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볼륨 노브의 형상과 배치가 유사하다. 디스플레이 이외의 외관상의 차이는 NC-50DAB는 CD 슬롯 로딩 트레이가 탑재되어 있으며 SX-N30AE는 넓은 전면 면적을 활용하여 입력 선택 및 사운드 조정을 위한 추가 노브들을 탑재하였다.

음질 설계

NC-50DAB는 오디오를 과거부터 오랫동안 즐겨온 오디오파일들을 겨냥한 느낌이 강하다. SX-N30AE에 대비해서 CD 플레이어 기능과 고음질 위주 설계가 상대적인 강점이다. ESS ES9016 DAC 칩셋 및 파이오니아의 독자적인 클래스 D 앰프 기술인 Direct Energy HD 스피커 앰프를 탑재하여 회로 설계에 고음질화를 꾀했다.

NC-50DAB의 사운드 관련 설정은 저음/고음 톤 ±5단계 컨트롤 및 P.BASS 저음 강화 기능을 지원한다. SX-N30AE와는 달리 전면에 따로 노브나 전용 스위치가 없으며 리모컨을 통해서만 접근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음질에 신경을 쓴 하드웨어 설계를 가지고 있으므로 이러한 사운드 조정을 자주 건드릴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느껴진다.

SX-N30AE 2채널 스피커 앰프에는 파이오니아 Direct Energy 기술이 적용되었으며, NC-50DAB에 탑재된 Direct Energy HD 앰프와는 다르게 클래스 AB 구동이다. EI 트랜스포머를 쓰는 점은 동일하며 SX-N30AE은 8200uF 대용량 커패시터를 2개 탑재하여 전원부 용량을 더욱 키웠다. NC-50DAB과 비교하면 사운드 설계가 상대적으로 최대 출력에 강점을 가진다. 여차하면 톨보이 스피커 정도는 무난하게 구동할 수 있는 수준이다.

SX-N30AE의 사운드 관련 설정은 저음/고음 톤 ±10단계 컨트롤 및 다이렉트 모드 스위치를 전면 노브 및 스위치를 통해 바로 조작할 수 있도록 하였다. AV 리시버들이 으레 그렇듯이 톤 컨트롤을 쉽게 조정할 수 있도록 하여 리스닝 룸 상황이나 사용자의 취향에 맞게 사운드를 쉽게 조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사운드

두 모델 모두 고해상도 오디오를 지원하고 파이오니아 독자 앰프 기술이 사용된 등 음질 관련 설계는 충분히 수준급이다. 출력이 그리 높지 않은 NC-50DAB도 어지간한 북쉘프 스피커는 무난히 구동하는 충분한 출력을 보여준다. 스피커의 수준이 올라갈수록 기본 음질 설계가 상대적으로 탄탄한 NC-50DAB가 더 깔끔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한편으로는 룸이 커지고 필요한 출력이 높아질수록 대출력 설계의 SX-N30AE가 강점을 보인다.

음색적인 면에서는 두 모델 다 자체적인 개성이 최소화되어 중립적인 하이파이 성향을 보인다. 덕분에 음원의 마스터링 수준이 높아질수록 음악을 듣는 재미가 좋다. 물론 고해상도 음원으로 갈수록 DAC의 의존도가 높아지므로, ESS 사의 고음질 SABRE32 DAC 칩셋을 탑재한 NC-50DAB가 좋은 음질을 들려준다. 따라서 고해상도 음원을 즐겨 듣는다면 NC-50DAB가 확실히 더 좋은 선택이다.

이런저런 입출력단에 스테레오 스피커와 네트워크 플레이어까지 내장한 올인원 기기들임에도 그 음질 수준은 여느 하이파이 오디오 시스템들과 견주어 그리 모자라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음악을 중립적인 음색과 낮은 왜율로 아주 깔끔하게 잘 재생해 낸다. 이 정도로 높은 수준의 음질은 같은 가격으로 DAC과 앰프, 그리고 플레이어까지 모두 개별 기기로 구비했을 때에는 웬만해서는 만나보기 어려울 것이다.

한편으로는 중립적인 음색 특성상 재생 대역폭이 낮은 소형 북쉘프 스피커와 매칭하면 소리가 꽤나 심심하게 느껴진다. 그럴 때에는 톤 컨트롤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기를 권한다. 특히 NC-50DAB에 탑재된 P.BASS 기능을 활성화하면 저음의 느낌이 극적으로 좋아진다. 스피커나 리스닝룸의 특성상 저음과 고음이 전체적으로 부족하거나 과하게 느껴진다면 톤 컨트롤로 원하는 느낌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에필로그

본 리뷰를 통해 알아본 파이오니아 올인원 네트워크 플레이어들은 복잡하게 여러 하드웨어를 구비하지 않고도 단 한 대의 기기로 고음질로 스피커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수준 높은 음질과 다양한 기능을 활용하고 싶으면서도 매칭이라던가 하는 복잡함이 싫다면 적극 고려해볼 만한 모델들이다.

앞서도 언급한 대로 만약 같은 가격으로 스피커 앰프, DAC, 네트워크 플레이어, 그리고 CD 플레이어까지 모두 개별로 구비한다면 각각의 기기에 할애할 수 있는 예산은 매우 제한적이다. 결국 시스템 전체의 성능은 이도 저도 아닌 수준이 될 공산이 크다. 그런 의미에서 파이오니아 NC-50DAB와 SX-N30AE은 단순히 편의성이 좋은 것에서 그치지 않고, 해당 모델들의 가격대에서는 시스템 전체로 보자면 오히려 성능 면에서도 우위에 설 수 있는 웰메이드 모델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