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g 디스크가 전해준 묵직한 반전
요즘 집에서 CD 듣는 시간이 많아졌다. 몇년을 파일로만 들으며, 아이튠즈, 오디르바나 플러스, 타이달, 코부즈, 룬에 천착해왔던 필자 입장에서는 엄청난 변화다. 집에 있는 수천장의 CD를 거의 빠지지 않고 리핑해서 AIFF나 FLAC으로 저장해둔 필자다. 물론 지금도 룬 레디 네트워크 플레이어에 고스펙 DAC을 붙여, 룬을 통해 타이달을 듣는다. 이 ‘파일 재생’도 여전히 좋다.
그러나 웰메이드 CD플레이어로 CD를 들으면, 파일 재생에서는 얻을 수 없는 만족감이 있다. 그것은 중량감이며, 매끄러움이며, 촉촉함이다. 일단 가볍지 않다. 묵직하게 음들이 자유낙하하는 CD 재생음에 비한다면, 파일 재생음은 하늘하늘 가볍게 날아다닌다. CD 재생음은 또한 매끄럽고 촉촉하다. LP만큼은 아니지만 16비트 파일의 그 경색되고 까끌까끌하며 메마른 감촉과는 천양지차다. 24비트 음의 촉감이 16비트 CD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는 것이다.
파일 재생이나 CD 재생이나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바꾸는 점은 매한가지인데 왜 이런 차이가 있을까. 필자가 보기에 그것은 파일 재생의 경우
때문이다. 이에 비해 CD플레이어는 소스(CD)에서 픽업한 디지털 신호가 최단거리에서 아날로그 신호로 바뀌는 점이 가장 이득이다. 이는 동일한 CDP가 대개 USB 입력보다는 CD 재생에서 더 뛰어난 음질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명확하다.
올해 들었던 CD플레이어는 대부분 기대 이상, 아니 깜짝 놀랄 만큼 CD에서 엄청난 음을 뽑아 들려줬다. 덴마크 비투스의 ‘SCD-025 mk.II’, 프랑스 메트로놈의 ‘CD8S’, 스위스 오르페우스의 ‘Absolute CD’, 일본 에소테릭의 ‘K-01Xs’ 등등. 하지만 이들은 소리만큼이나 가격도 엄청났다. 이 웰메이드 CDP 리스트에 이제 하나를 더 추가하고 싶다. 바로 이번 시청기인 프라이메어(Primare)의 ‘CD35’다. 호들갑스럽게 말한다면, 가성비 최고다. 묵직하고 매끄러우며 촉촉한 재생음에 몇번이고 감탄했다.
CD35 스펙과 설계디자인
서론이 너무 길었다. ‘CD35’는 프라이메어가 지난해 내놓은 최신 CD플레이어다. 네트워크 플레이 및 USB입력 모듈을 갖춘 모델은 ‘CD35 Prisma’이지만, 이번 시청기는 이 모듈이 없는 순수한 CD플레이어. 추후 추가 장착이 기능한 네트워크 플레이 모듈은 USB스틱 재생을 위한 USB입력(A타입)은 물론 이더넷 단자 2개를 통한 유선 랜, 와이파이, 에어플레이, 블루투스, 크롬캐스트, 스포티파이를 지원한다.
따라서 순수 CDP인 ‘CD35’에는 요즘 유행인 USB B타입 입력단이 없다. 광이나 동축 입력도 안된다. 아날로그 출력(XLR, RCA)에 광과 동축 출력만 있다. 한마디로 오로지 CD플레이만 하거나 CD트랜스포트만 하라는 얘기다. 예전 같았으면 활용성면에서 아쉬움이 컸겠지만, 내장 DAC을 활용한, 그것도 USB케이블을 통한 외부 파일 재생이 음질적으로 그리 낫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필자 입장에서는 크게 섭섭하지는 않다. 더욱이 ‘CD35’와 함께 출시된 인티앰프 ‘I35’에 내장 DAC이 있으므로 디지털 입력은 이를 활용하면 된다.
CD35의 좌표
그러면 ‘CD35’가 역대 프라이메어 CD플레이어들과 다른 점, 진화한 점은 무엇일까. 사실 이 대목이야말로 구매자나 오디오파일 입장에서는 가장 예민한 부분이다. 아무리 소리가 좋아도, 설계디자인이나 회로, 부품, 스펙에서 뭔가 나아진 점이 있어야 ‘이성적으로’ 설득이 가기 때문이다. ‘Ver.2’나 ’S’ 버전일 때도 이런 것을 따지는데, 아예 모델명까지 바뀐 경우에는 더욱 눈에 쌍심지를 켜고 살피게 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프라이메어가 지금의 유명세를 얻게 된 것은 CDP도 그렇고, 인티앰프, 포노앰프도 그렇고, 1998년 최상위 라인업으로 ’30’ 시리즈가 나오면서부터다. 이후 2004년에 소폭 업그레이드된 모델 ‘CD30.2’가 나왔고, 2007년에는 ‘CD31’, 2014년에는 ‘CD32’가 출시됐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각 모델별 설계디자인의 변화폭이 다른 브랜드에 비해 격심하다.
‘CD31’은 버브라운 PCM1704-K DAC칩을 채널당 2개씩 쓴 밸런스 설계의 CDP로 화제를 모았다. 역시 밸런스 회로로 구성한 IV변환회로에는 버브라운 OPA2134 OP앰프가 투입됐다. 그러다 ‘CD32’가 되면서 이러한 밸런스 구성을 버리고, PCM1704 칩(24비트/96kHz)을 채널당 1개만 썼다. 대신, DAC칩 앞단에 SRC4392 업샘플러 모듈을 장착해 시간축 오차인 지터(jitter)를 최소화하는데 집중했다. IV변환회로에 OP앰프 대신 디스크리트로 짠 회로를 채택한 것도 ‘음질 우선’이라는 비슷한 맥락이다.
‘CD32’ 이후 3년만에 나온 ‘CD35’는 위에서 언급한 대로 보다 상급의 티악 CD메커니즘과 ESS 최신 DAC칩으로 변화한 점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필자가 파악한 ‘CD35’의 핵심은 요즘의 스트리밍 수요에 적극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시청기는 CD플레이어이자 CD트랜스포트이지만, 스트리밍 보드를 옵션으로 장착하면 각종 유무선 네트워크 플레이는 물론 24비트/384kHz PCM, DSD128 재생도 가능하다. ’CD35 Prisma’ 버전은 아예 이 스트리밍 보드를 장착해 출시된 모델이다.
셋업 및 시청
과연 ‘CD35’는 네트워크 플레이 및 24비트, DSD 재생이 불가능하다는 태생적 약점을 극복할 수 있을까. 오로지 CD 플레이로만 승부수를 던진 프라이메어의 승부수는 음질적으로 통할까. 시청은 이러한 기대 속에서 진행됐다. 인티앰프 ‘I35’와는 밸런스로 연결했다. ‘I35’는 프라이메어가 개발한 클래스D 증폭모듈 ‘UFPD2’를 써서 8옴에서 150W, 4옴에서 300W를 낸다. 스피커는 비엔나 어쿠스틱스의 ‘Beethoven Concert Grand SE’.
총평
'CD35’의 후면 단자를 보면서 처음에는 ‘뭐야, 요즘 시대에 CD만 들으라고?’ 싶었다. 그런데 트레이에 CD를 올려놓고 계속해서 음악을 들으면서 생각이 완전 바뀌었다. 그만큼 ‘CD35’가 전해준 음은 설득력이 있었고, 필자는 그 소리에 굴복했다. 음은 산뜻했고, 적당한 온기를 갖췄다. 무엇보다 하이엔드 DAC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음악성 풍부한 음이 이 300만원대 CDP에서 터져나와 감탄했다. 만족스러운 시청이었다. 필자가 요즘 자주 CD를 듣는 또 하나의 근거가 생겼다. 자신이 아끼는 CD로 일청을 권한다.
S P E C I F I C A T I O N
CD Transport | TEAC CD 5020A-AT |
DAC | ESS Sabre ES9028PRO |
XLR | 1 x stereo pair analog output |
RCA | 1 x stereo pair analog output |
RCA | 1 digital output |
Toslink | 1 digital output |
C25 remote | IR system control |
IR input | 3.5 mm in/out |
12V Trigger | 3.5 mm in/out |
RS232 | outboard system control port |
Prisma | control and connectivity |
USB | 1 digital input |
Ethernet | x 2 |
Dimensions | 430 x 385 x 106 mm with buttons and connectors |
Weight | 10.8 kg |
Finishes | black or titanium |
I M P O R T E R & P R I C E
수입원 | 다웅 (02-597-4100) |
가격 | 350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