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원대 DAC로 스테레오파일 클래스 A에 등극
PC-FI 라는 용어가 부각되면서 줄어든 CD시장의 규모만큼이나 PC를 이용하여 음악을 들으려는 수요가 엄청나게 늘어났다. PC 뿐만 아니라 노트북을 이용한 음악 재생 비율도 급격하게 늘어났으며, 각종 네트워크 플레이어나 스트리밍 장비들을 이용한 음악 감상 솔루션도 이제는 CD를 대체하는 주류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 중에 컴퓨터나 노트북에 간편하게 연결할 수 있는 미니 USB DAC 제품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생겨났다. 수없이 다양한 소형 USB DAC가 출시가 되었고, 품질과는 무관하게 디자인과 스펙만 그럴싸 해도 정말 다양한 제품들이 모두 활발하게 유통되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한 제품들 중에서는 오디오 제품을 처음 생산하는 신생 브랜드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몇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수없이 다양하던 소형 USB DAC 제품과 관련 브랜드들은 모두 사라진 상태다.
그 많은 소형 USB DAC 제품들은 모두 다 어디로 갔으며, 왜 더 이상 제작을 하지 않는 것일까?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제품은 소멸이 되고 어떤 제품은 이런 경쟁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A Class 추천 리스트에 '0' 이 하나 빠진 가격표
미국의 유력 오디오 매거진인 STEREOPHILE 지에서는 1년에 두번씩, 리뷰를 진행한 모든 오디오 제품들 중에서 추천 제품을 A, B, C 단위로 추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 단위가 절대적인 성능을 잣대로 선정하는 것은 아니고, 저렴한 제품도 A Class 로 선정될 수 있는 구조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경쟁이 이뤄지는 오디오 제품들의 종류가 워낙 많기 때문에 저렴한 제품이 A Class 로 선정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예컨데, 스피커 부문에서는 Class A 로 선정된 제품이라면 대부분 한국 가격으로 500만원은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근래 5년 사이에 500만원 미만 제품이 A Class 로 선정되는 확률은 대략 10%정도 되는 것 같다. 그 10% 안에 들더라도 구체적으로는 가격대가 200만원 내외인 경우에 해당한다.
그런데 A Class 에 선정된 DAC 제품 중에, 가격 표기가 독특한 제품을 발견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국내 가격으로 100만원이 넘으려면 해외 사이트의 가격 표기가 1000달러가 넘어야 되는데 숫자가 하나가 부족한 느낌이다.
그렇다. 200만원대가 아니라 20만원대 제품의 첫 A Class 추천인 것이다.
A Class 추천 제품으로 200만원가량의 제품이 선정된 경우는 있었지만, 그보다 0이 하나 빠진 20만원대 제품이 추천된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제품을 사용해 보지 않은 상태에서 이 추천에 대해서 여러가지 추측을 해볼 수도 있다.
모든 오디오 매거진은 어느정도 광고성을 띄고 있기 때문에, 과연 영국의 뮤지컬피델리티가 미국의 매거진에 어마어마한 광고비를 써서 추천 제품을 선정하는데 영향을 주었을까?
당연히 구체적으로 이 제품을 테스트 해보고 검증해 볼 문제이다.
영국적인 음악적 충실도, Musical Fidelity
Musical Fidelity 라는 이름은 말 그대로 음악적 충실도 라고 해석할 수 있다. 직역을 하자면 충실도라고 표현해야겠지만, 보기 좋게 의역을 하자면 음악적 느낌이라고 표현해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Musical Fidelity 라는 브랜드 이름은 영국을 대표하는 음악적 느낌을 추구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영국인들이 사랑했던 오디오 제작사들의 제품은 대표적으로 실용성과 음악성을 두루두루 갖추고 있었다. 이는 오랜 영국제 오디오 제품들로 만들어진 오디오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최고급 하이엔드 제품에 대한 이미지는 미국에서 만들었다고 볼 수 있지만, 실용적인 가격대로 음악과 오디오에 대한 즐거움을 알리는 것은 실용적인 면에서 영국제 오디오가 앞장 서 있었다. 그래서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전문가들은 가격이 비싸다고 해서 미국제 오디오만 먼저 떠 올리는 것이 아니라 영국의 오디오 문화를 통틀어 '오디오 왕국, British Sound' 라고 부르곤 한다.
이러한 실용성을 강조한 브리티시 사운드의 대표 주자들은 엄밀하게는 역사가 60년 이상씩 되는 브랜드를 지칭하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활동을 가장 적극적으로 했던 브랜드들은 대체로 뮤지컬피델리티처럼 30년 이상 40년가량 된 브랜드들이 더 대표적이다. 오히려 30년가량 된 제작사들이 영국의 오디오 시장을 확대 성장시키는데 더 큰 공을 세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그 중심에 뮤지컬피델리티가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리고 당시의 오디오 브랜드들이 추구하는 음색은 음악을 듣는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발랄하면서도 산뜻한 음이 특징이었다. 그렇다고 절대로 가벼운 음색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뮤지컬피델리티 V90 DAC도 마찬가지다.
저음의 질감은 적당히 탄력적이면서도 온화하다. 그렇다고 저음이 듣기 싫을만큼 풀어지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적정한 탄력과 볼륨감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 오히려 점수를 주고 싶다.
오히려 발라드 음악이나 블루스 음악, 포크 음악이나 재즈 음악에 잘 어울리는 볼륨감과 무드감이다. 적당한 탄력감과 밀도감이 있기 때문에 특별히 답답한 수준은 아니다.
매칭된 앰프가 지극히 중립적인 성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극히 중립적인 수준이라 하겠다.
저음이 아예 더 나오는 뉴에이지 음악이나 댄스곡, 클럽 음악 등을 재생하니 오히려 저음의 볼륨감이 살아나고 저음의 슬램한 느낌이 살아나면서 더 신이 나고 흥이 살아난다.
그다지 비싸지 않은 멀티 플레이어용 스피커와의 매칭에서도 장점을 발휘할 듯 하다.
DAC의 음질은 물량투입이나 부피에 연연하지 않는다
오디오 시스템을 사람에 비유를 하자면, 스피커는 그 사람의 전체 신체에 비유할 수 있고, 앰프는 그 신체를 움직이게 하는 근력이나 에너지원에 비유할 수 있다. 예컨데, 한명의 운동선수에 비유할 수 있는 스피커를 사용한다면, 앰프라는 운동 코치나 훈련 과정, 그리고 에너지원이 될 수 있는 풍부한 영양의 음식의 섭취를 통해 근력과 운동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CDP와 DAC같은 소스기는 뭘까? 소스기가 구동력이나 운동력에 기여하는 경우도 분명 있지만, 그보다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감각이나 센스, 목적 의식에 비유할 수 있다.
이것은 물리적이거나 육체적인 것보다는 정신적인 것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앰프에는 탄탄한 물량투입이 근본되어야 하지만, DAC에는 물리적인 물량투입이 그다지 중요하지는 않다. 오히려 같은 물량투입을 하고도 디지털을 아날로그로 해석하는 그 설계를 어떻게 했는지가 월등히 더 중요해지는 것이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유명한 말이 있지만, 그 건강한 신체가 운동선수나 예술가처럼, 뭔가의 목적에 쓰여지는 신체라면, 그 목적에 부합되는 감각이나 센스가 없이는 훌륭한 운동선수도 될 수 없고 훌륭한 연주가나 무용수도 될 수 없다. 무엇이 더 우선이라는 것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그만큼 좋은 소스기는 원칙대로만 만들어서 좋은 제품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좋은 음질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력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러한 이유로, DAC는 앰프나 CDP와는 달리 부피가 크지 않더라도 좋은 음질을 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개인적으로는 소형 어댑터 방식의 제품은 일단은 배제하고 보는 편인데, 뮤지컬피델리티 V90 DAC는 소형 어댑터 방식이면서도 음질이 마음에 들었던 몇 안되는 DAC가 될 것 같다. 소형 어댑터 방식이면서 음질이 마음에 들었던 DAC는 대부분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으면서 디지털 음향 기기에 대한 이해력을 가지고 있는 업체의 제품들이었다.
여러 신생 DAC 업체에서 자사 제품에 우호적인 평가를 해주길 요청했던 적도 여러번 있었지만, 의외로 그러한 요청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었다.
뮤지컬피델리티 V90 DAC도 마찬가지다. 음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리뷰를 직접 하지 않으려 했었다. 그렇지만 뮤지컬피델리티 V90 DAC는 당분간 내가 아는 이 가격대 소형 DAC 제품들 중에 가장 우수한 음질의 DAC로 기억될 것 같다.
정해진 가격이 있는만큼, 그 이상의 부품과 물량을 투입해서 하이테크적인 사운드를 만들어 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피부에 스며들면서도 몸을 포근하게 만져주는 듯한 중역의 톤, 그리고 약간의 탄력.. 이정도 가격대 DAC들이 만들지 못했던 영역이다.
대부분의 오디오 시스템과 매칭하여 음악에 빠져 드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S P E C I F I C A T I O N
Jitter | < 12 picoseconds peak to peak |
THD(+ noise) | < 0.004% 20Hz to 20 kHz |
Frequency Response | +0, –0.1dB, 20Hz to 20 kHz |
Crosstalk | -104dB, 20Hz to 20 kHz |
Signal / Noise ratio | -117dB, 20Hz to 20 kHz |
1x RCA coaxial connector | SPDIF 32-192 kbps (16-24 bit stereo PCM) |
2x TOSLINK optical connector | 32-96 kbps (16-24 bit stereo PCM) |
1x USB type ‘B’ connector | Asynchronous data stream at up to 24-bit/96kHz (Determined by source file/computer settings) |
1x line level RCA | (phono) |
Dimensions | WxHxD (mm): 170 x 47 x 102 |
Weight (unpacked / packed) | 600g / 1.1 kg |
1x 12v 500mA DC power supply | Power Supply |
수입원 | 오디오갤러리 (02-926-9084) |
가격 | 24만 9천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