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셜 플레이어의 고질적 한계를 뛰어넘다
유니버셜 플레이어의 태생적 한계
하이파이 오디오만큼 다른 카테고리에 배타적인 분야가 있을까 종종 생각해 본다. 가장 기본적인 앰프와 스피커라는 컴포넌트만 하더라도 AV 용과 하이파이 용을 구분하여 등급을 매기고, 플레이어만 하더라도 정통 하이파이 용과 유니버셜 플레이어를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플레이어에 대해 조금 더 말을 이어가보자면, 정통 레드북 CD플레이어, SACD까지 커버하는 SACD플레이어, 그리고 말 그대로 “동그랗게 생긴 건 뭐든 재생하는” 유니버셜 플레이어 등의 장르 구분이 명확히 있어왔다. 아니, 하이파이적 관점에서 보자면 장르 구분이 아닌 등급의 구분일 수도 있겠다. 이를테면, “유니버셜 플레이어는 레드북 CD플레이어보다 음질이 좋을 수 없다.” 든지 하는.
전기 전자적 영향은 둘째 치더라도, 무언가 전문 분야 외의 추가적인 기능이 곁들여 진다는 것이 소위 마니아라는 계층에게 썩 달가운 것은 아닐 것이다. 그만큼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암묵적으로 미디어 포맷에 대한 통합(integration)의 갈증과 니즈는 조금씩 표현되어 온 것인 사실이다. 음질을 보존하면서도 편하고 싶다는 이율배반적 니즈를 말함이다.
수 년 전, 모 브랜드의 블루레이 플레이어가 음질적으로 매우 뛰어나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잠시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심지어 관련 성능(음질)을 극대화 하기 위한 사용자 임의의 튜닝까지 이루어지곤 했었다. 필자도 해당 기기를 몇 번 접해본 적이 있지만, 당시 떠도는 소문처럼 정통 레드북 CD플레이어를 능가하는 퍼포먼스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타 유니버셜 플레이어에 비해 비교적 들어줄 만 하다는 수준.
태생적 한계라는 변명을 차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유니버셜 플레이어, 혹은 블루레이 플레이어라고 불리는 소스기기들은 영상 재생이라는 용도를 추가적으로 지닌 물건들이다. 상당한 고주파 노이즈를 발생시키는 영상 칩셋, 그리고 연계되는 스위칭 전원부에서 유입되는 각종 노이즈 등이 원흉으로 꼽힌다. 레드북 CD보다 고속으로 회전하는 트랜스포트 메커니즘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태생적 한계는 과연 누가 정의 내린 것인가?
사실 틀린 말은 별로 없다. 하나같이 하이파이적인 음질 재생을 방해하는 “하이파이 주적”에 다름없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들을 태생적 한계로 뭉뚱그리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최첨단을 달리고 있는 현대 하이파이 오디오 테크놀로지 환경에서 시그널과 노이즈를 구분하는 아이솔레이션 기술은 해가 다르게 발달해 왔는데, 정작 문제제기가 되는 부분은 20여년전에나 나왔음직한 원론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고주파 노이즈 유입에 의한 음질 손상을 예로 들어본다. 일반적으로 디지털 소스기기에서 필연적으로 들어가는 DAC칩과 마스터 클럭, 이 두 가지가 고주파 노이즈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마스터 클럭의 정밀도는 떨어져서 고정밀 클럭을 사용하는 의미 자체가 퇴색되고, DAC 입에 입력되는 디지털 시그널은 그 자체가 고주파신호이기 때문에 동일 수준 주파수의 노이즈와 혼합될 경우 디지털 데이터 전송에서 시/공간적(지터/정보량 감소)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DAC 뒤에 출력되는 아날로그 신호보다 그 앞에 입력되는 디지털 시그널 부분에서 보다 많은 문제가 생긴다는 의미이다.
또한 트랜스포트의 고속 진동에 의한 폐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CD를 리핑하여 음원을 저장/감상하는 이들에게는 불문율 하나가 있다. 바로 원본 CD를 읽어내는 트랜스포트의 회전속도를 최대한 정속에 가깝게 하라는 것이다. 단순히 데이터를 추출해내는 것이기 때문에 디스크의 회전 속도를 빨리 하여 시간을 절약할 수 있지만 이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진동이 추가발생하게 되고, 레이저 빔의 조사 각도나 포인트가 틀어져서 100% 완벽한 디지털 시그널을 픽업할 수 없게 된다.
즉, 이가 빠진 형태의 엉성한 데이터가 얻어지는 것이며 이는 청감상의 음질저하로 직결된다. (디지털 스트리밍 시그널은 일반 디지털 데이터 전송과는 다른 개념이다. 2차원적인 0과 1의 구분으로 모두 설명할 수 없기 때문)
유니버셜 플레이어의 트랜스포트가 일반 레드북 CD플레이어의 그것보다 열등하다고 판단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아무튼 유니버셜 플레이어에 대한 이 모든 문제들이 소위 말하는 태생적 한계인지에 대해서는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생각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솔루션으로 풀어낸 브랜드가 바로 스위스 하이엔드 오디오 그룹인 골드문트이다.
원래 그러한 것은 없다, 적어도 하이파이적 관점에서는
골드문트의 Eidos 36U 4K(이하 에이도스 36U)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고 해상도 4K UHD영상처리까지 지원하는 유니버셜 플레이어이다. 말 그대로 동그랗게 생긴 미디어는 LP를 제외하고 모두 다 재생할 수 있는 제품이며 영상 재생이 가능하다는 이유 때문에 자칫 오디오파일로부터 외면당할 수 있는 “태생적 한계”를 우려할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껏 출시되었던 골드문트의 플레이어들을 경험해 본 이들이라면 전혀 다른 관점에서 이 신제품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유니버셜 플레이어라고 출시되었던 동사의 과거 제품들이 하나같이 하이파이 미디어 소스기기로서 부족함 없는 성능을 과시한 바 있기 때문이다.
굳이 골드문트 시스템에 덧붙이는 정도의 존재감이 아니라 단독 소스기기로서, 일반 레드북 CD플레이어와 동급으로 사용하더라도 하이파이적 퍼포먼스를 상당 부분 보장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에이도스 36U 또한 그 연장선상에서 음질적 기대를 아니할 수가 없다. 준 플래그쉽 수준의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는 측면에서도 그 기대감을 접기에는 아쉬움이 따른다. 필자가 이 모델을 테스트하기에 앞서 가졌던 기대감은 골드문트 고유의 테크니컬 이슈에 대해 상당히 좋은 인상을 받았던 과거 몇몇 경험에서 비롯되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일단 서두에서 언급했던 과거 유니버셜 플레이어들의 태생적 한계에 대해 골드문트가 “당연히” 내놓는 솔루션들이 상당히 그럴 듯 하다. 일단 영상 칩셋/보드와 음향 처리 부분의 철저한 아이솔레이션은 전원부부터 비롯된다. 트랜스포머 및 이어지는 레귤레이션 회로는 그라운드 루프까지 철저하게 음성회로와 영상회로를 구분하고 있으며, 부득이 두 기판이 만날 수 밖에 없는 부분에서는 철저한 아이솔레이션 회로를 구체적으로 구현해 놓고 있다.
게다가 골드문트 고유의 AC Curator는 전원부 단계에서부터 상당한 클리어런스를 제공한다. AC큐레이터 기술은 단일방향으로의 필터링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라운드 루프를 통해 역 간섭을 줄 수 있는 노이즈 성분에 대한 중화작용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에이도스 36U와 같은 유니버셜 플레이어에서는 그 활용도가 더 넓다고 하겠다.
트랜스포트 매커니즘의 진동에 대해서는 골드문트의 장기인 메커니컬 그라운딩이 적극적으로 사용된다. 유니버셜 플레이어의 트랜스포트가 하이파이적으로 외면 받는 이유는 불필요한 진동이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인데, 에이도스 36U에서는 아예 그 가능성 자체를 0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내부 메커니즘을 살펴보면 각기 다른 금속(밀도나 진동수가 다른 것으로 추정)으로 구성된 진동 전달 흐름이 파악되고 있다. 어떤 주파수 대역의 진동을 어떻게 어느 정도 속도로 드레인 시킬 것인가에 대한 데이터와 노하우는 메커니컬 그라운딩의 핵심이다. 때문에 전통적인 하이파이 오디오 분야가 아닌 영상 처리 분야에 있어서도 이 기술은 직효할 수 밖에 없다. 진동 문제는 영상 표현에서 오히려 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본격 청음
에이도스 36U의 아날로그 출력단을 동사의 TELOS 590 인티앰프에 연결하였다. 스피커는 포칼 Scala Utopia EVO에 연결하였으며 케이블링은 Purist Audio Design(PAD)의 RCA 인터커넥터와 Van Den Hul의 상급 포노 케이블을 번갈아 테스트하였다. 스피커 케이블과 전원 케이블은 XLO의 레퍼런스급 제품을 사용.
총평
애초에 골드문트 에이도스 시리즈 플레이어들은 유니버셜 플레이어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하이파이적 성능이 검증되어 온 바 있고, 그 수준이 동사의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에 누를 끼치지 않을 정도의 퀄리티라는 것 또한 익히 알려져 왔다. 마찬가지로 에이도스 36U가 지향하는 사운드 특성은 골드문트가 오랫동안 주창해 온 스피드, 자연스러움, 광대역 특성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유니버셜 플레이어라는 타이틀로는 상당히 비싼 가격대이고 그 이유가 단순히 골드문트라는 브랜드 밸류 때문일것이라는 선입관이 분명 생길 수 있는 제품이다. 하지만 상당한 실력을 가진 레드북 CD플레이어에다가 덤으로 유니버셜 플레이어 기능과 영상재생 기능을 얹었다는 생각으로 접근한다면 하이엔드 소스기기로서의 매력이 상당히 많은 제품이라고 평가한다.
■ S P E C I F I C A T I O N
COMPATIBILITY | • UHD Blu-ray, Blu-ray, Blu-ray 3D, DVD-Video, DVD-Audio, AVCHD, SACD, CD, Kodak Picture CD, CD-R/W, DVD±R/RW, DVD±R DL, BD-R/RE |
BD PROFILE | • BD-ROM Version 3.1 Profile 6 (also compatible with BD-ROM Version 2.5 Profile 5) |
OUTPUTS | • Analog Audio : 7.1ch, 5.1ch, stereo • Coaxial/Optical Audio : up to 2ch/192kHz PCM, Dolby Digital, DTS • HDMI Audio : up to 7.1ch/192kHz PCM, up to 5.1ch DSD, Bitstream • HDMI Video : UHD / 1080p24 / 1080p / 1080i / 720p / 576p / 576i / 480p / 480i, 3D frame-packing 720p / 1080p24 |
INPUTS | • HDMI Audio : up to 7.1ch/192kHz PCM, up to 5.1ch DSD, Bitstream • HDMI Video : UHD / 1080p24 / 1080p / 1080i / 720p / 576p / 576i / 480p / 480i, 3D frame-packing 720p / 1080p24 • 2 x USB 3.0 ports |
AUDIO CHARACTERISTICS | • Frequency : 20Hz – 48kHz (±0.2dB), 20Hz – 96kHz (-4dB ~ +0.05dB) • Signal-to-Noise Ratio : >112dB (A-weighted, Unmute) • THD+N : < 0.001% (1kHz at 0dBFS, 20kHz LPF) • Crosstalk : < -103dB (A-weighted) |
EXTERNAL CONNECTION | • External IR remote control • RS-232 control • LAN connectivity • Trigger In/Out (12V) |
POWER | • Power Supply: 100V – 240V, 50/60Hz AC • Power Consumption: 40W |
SIZE & WEIGHT | • 440 W x 370 D x 135 H (mm) / 12 kg |
수입원 | 오디오갤러리 (02-926-9084) |
가격 | 4600만원 |